[화제포착] 한국 아저씨들, ‘막춤’에 삶을 싣고…
입력 2013.03.05 (08:40)
수정 2013.03.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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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한국 사람은 노래방 가거나 장기자랑 할 때 춤이 빠질 수 없죠.
아나운서들도 명절 장기자랑 할 때 춤이 함께 있었는데요.
춤을 좀 추시나요?
다른 건 몰라도 막춤은 자신 있는데요.
사실 많은 분들이 그러실 거예요.
특별한 실력 없어도 누구나 막춤을 즐길 수 있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막춤으로 어엿한 공연까지 열렸다면 믿어질까요.
양영은 기자, 막춤은 선보이기에는 창피하잖아요.
근데 공연까지 했을까요?
<기자 멘트>
게다가 막춤을 선보인 분들은 평범한 아저씨들입니다.
이 공연의 이름이 '아저씨들의 무책임한 땐스'인데요.
'아저씨들이 무책임하다'...라고 하면 안 어울리는 조합 같지 않나요?
반대로 우리 아저씨들을 대변하는 한 단어는 '책임감'일 겁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상사로서,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대한민국의 아저씨로서 묵묵히 감내해야 할 운명이었을 텐데요.
그래서 막춤이 더 진실 되게 느껴집니다.
'인간은 놀 때 가장 인간적이다'라는 한 철학자의 말처럼 그동안 책임감에 짓눌려 있던 한국의 아저씨들이 제대로 놀아보려 나왔습니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한 무대...
같이 즐겨 보실래요?
<리포트>
흔들고,떨고,소리치고, 이런 걸 '막춤'이라고 하던가요?
평범한 아저씨들이 막춤 연습에 한창인데요,
연습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저 몸을 풀고 생각나는대로 신나게 춤추기만 하면 되니까요!
다음날은 드디어 공연이 있는 날.
<녹취> 정연우(43) : "꿈에도 그리던 순간이 지금 눈앞에 다가오고 있어요"
<녹취> 제작진 : "그 꿈이 어떤 거였는지? "
<녹취> 정연우(43) : "춤을 추고 싶다. 그동안에는 생각만 하고 행하지를 못했는데 드디어 실행하게 되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
<녹취> 문성식(44) : "20대 초반과는 다르게 사회생활도 상당히 점잖아져야 하잖아요. 억눌리고 억압되고. 그런 거를 노래방이라든지 술 먹으면서 푸는데 그걸 발현해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 거예요. 공짜로. "
살면서 춤이라고는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평범한 우리 아저씨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아저씨들의 무책임한 땐쓰'라고 다소 황당하게도 들리는 이 공연은 그간 실험적인 창작 무용극을 선보여온 안은미 안무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는데요,.
6개월 동안 카메라를 들고 전국각지를 돌며 길거리에서 만나 아저씨들에게 무작정 춤을 춰달라고 부탁했고, 때로는 망설이다 때로는 기다렸다는 듯 막춤을 추는 아저씨들을 캐스팅하거나 오디션을 거쳐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그간의 영상 기록엔 꾸미지 않은 삶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 있는데요,
<녹취> 안은미 (무용가, 안무가) : "남자들은 강한 거 같고. 뭔가 주권을 가진 거 같고 그렇지만 사실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남자들도 이 사회에서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남자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춤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노동이 안으로 끌어들이는 거라면 춤은 반대예요. 펼친다는 거죠. 해방이죠. 자유고. 춤출 때만큼은, 적어도 하루만큼은, 무책임해질 수 있는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어가 있는 거죠."
드디어 공연 당일.
아저씨들의 대기실부터 가봤는데요,
가족들과 화상통화를 하며 설렘과 떨림이 교차합니다.
<녹취> "첫 공연 잘할게."
<녹취> 문성식(44) : "(가족들은) 내일 옵니다. 오늘은 부담없이 하고 내일은 더 잘해야겠죠."
<녹취> 이승엽 : "기존에 해왔던 제가 편한 무용으로 남들에게 아저씨다운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녹취> "다같이 파이팅!"
아저씨들의 본격적인 무대에 앞서 아저씨들의 막춤을 무용으로 펼쳐낸 전문 무용수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관객들의 표정도 진지하죠?
하지만 이윽고, 평범한 아저씨들이 등장하자, 객석은 웃음바다로 변합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정체를 모를 막춤의 향연이 이어지는데요,
물을 가득 채운 무대 위에서 온 몸을 흠뻑 적셔가며 한바탕 막춤을 추는 아저씨들....
그동안 살면서 자신의 이름 석자 대신 누군가의 '아버지'로 '남편'으로 불리며 '책임감'에 억눌려 왔지만 오늘 하루 만큼은 책임감에서 벗어나 마음껏 해방감을 즐깁니다.
자기를 잊은 아저씨들의 모습에 관객들도 흥이 났는데요,
아저씨들은 이날을 위해 지난 석 달간 퇴근 후 연습실에서 몸을 풀었다고 합니다.
<녹취> (피디) : "기분 어떠세요?"
<녹취> 박병권 : "정말 좋아요. 상쾌하고요. 굉장히 재밌습니다. 같이 하시죠?"
<녹취> 홍석주 : "동심으로 돌아가서 놀았잖아요. 그러니까 좋죠."
<녹취> 이승엽 : "제 인생을 한 번 새롭게 바꿔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녹취> 성성열(62) : "친구들도 이런 공연을 같이 어울리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
이분, 특히 눈여겨봐주세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한 사람 한 사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아저씨들인데요.
각자가 다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를 기르고 기타가 취미인 보기에도 멋쟁이 아저씨인데요,
올 해 예순 두 살입니다.
<녹취> 성성열(62) : "한 5년 전이죠? IMF도 잘 견뎌 나왔는데 5년 전에 상당히 좀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까 회사를 정리하고 여행을 다녔습니다. 머리도 그때부터 기르기 시작했죠. 이제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죠. "
어느덧 환갑을 넘긴 나이, 이젠 '아저씨'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됐지만 삶에 대한 열정은 더 뜨거워졌다고 합니다.
<녹취> 성현진 (딸) : "어떨 때는 제가 부끄러운 것 같아요. 아빠는 나이가 드셨는데도 자신의 꿈이라면 꿈이잖아요. 그 꿈을 위해서 준비도 하시고 (정보를) 알아보시고 그런 모습이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나 자신보다는 가족과 사회를 위해 살아온 '대한민국 아저씨'들... 모든 걸 잊고, 그저 몸이 가는대로 마음껏 막춤을 추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고 합니다.
<녹취> 성성열(62) : "지금은 물질적으로는 수입이 적지만 마음이 즐거운 거예요. 편안하고. 그래서 아주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
일관성도 없고, 그래서 따라 추려고 해도 어려운 막춤이지만 이들의 몸짓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의 감정이, 진솔한 호소가 담겨 있습니다.
사회적 지위도, 책임감도 벗어 던진 그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또 다른 참모습을 봅니다.
참, 오는 16일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한 차례 공연이 더 남아 있으니까 참고하세요.
우리 한국 사람은 노래방 가거나 장기자랑 할 때 춤이 빠질 수 없죠.
아나운서들도 명절 장기자랑 할 때 춤이 함께 있었는데요.
춤을 좀 추시나요?
다른 건 몰라도 막춤은 자신 있는데요.
사실 많은 분들이 그러실 거예요.
특별한 실력 없어도 누구나 막춤을 즐길 수 있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막춤으로 어엿한 공연까지 열렸다면 믿어질까요.
양영은 기자, 막춤은 선보이기에는 창피하잖아요.
근데 공연까지 했을까요?
<기자 멘트>
게다가 막춤을 선보인 분들은 평범한 아저씨들입니다.
이 공연의 이름이 '아저씨들의 무책임한 땐스'인데요.
'아저씨들이 무책임하다'...라고 하면 안 어울리는 조합 같지 않나요?
반대로 우리 아저씨들을 대변하는 한 단어는 '책임감'일 겁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상사로서,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대한민국의 아저씨로서 묵묵히 감내해야 할 운명이었을 텐데요.
그래서 막춤이 더 진실 되게 느껴집니다.
'인간은 놀 때 가장 인간적이다'라는 한 철학자의 말처럼 그동안 책임감에 짓눌려 있던 한국의 아저씨들이 제대로 놀아보려 나왔습니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한 무대...
같이 즐겨 보실래요?
<리포트>
흔들고,떨고,소리치고, 이런 걸 '막춤'이라고 하던가요?
평범한 아저씨들이 막춤 연습에 한창인데요,
연습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저 몸을 풀고 생각나는대로 신나게 춤추기만 하면 되니까요!
다음날은 드디어 공연이 있는 날.
<녹취> 정연우(43) : "꿈에도 그리던 순간이 지금 눈앞에 다가오고 있어요"
<녹취> 제작진 : "그 꿈이 어떤 거였는지? "
<녹취> 정연우(43) : "춤을 추고 싶다. 그동안에는 생각만 하고 행하지를 못했는데 드디어 실행하게 되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
<녹취> 문성식(44) : "20대 초반과는 다르게 사회생활도 상당히 점잖아져야 하잖아요. 억눌리고 억압되고. 그런 거를 노래방이라든지 술 먹으면서 푸는데 그걸 발현해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 거예요. 공짜로. "
살면서 춤이라고는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평범한 우리 아저씨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아저씨들의 무책임한 땐쓰'라고 다소 황당하게도 들리는 이 공연은 그간 실험적인 창작 무용극을 선보여온 안은미 안무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는데요,.
6개월 동안 카메라를 들고 전국각지를 돌며 길거리에서 만나 아저씨들에게 무작정 춤을 춰달라고 부탁했고, 때로는 망설이다 때로는 기다렸다는 듯 막춤을 추는 아저씨들을 캐스팅하거나 오디션을 거쳐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그간의 영상 기록엔 꾸미지 않은 삶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 있는데요,
<녹취> 안은미 (무용가, 안무가) : "남자들은 강한 거 같고. 뭔가 주권을 가진 거 같고 그렇지만 사실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남자들도 이 사회에서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남자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춤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노동이 안으로 끌어들이는 거라면 춤은 반대예요. 펼친다는 거죠. 해방이죠. 자유고. 춤출 때만큼은, 적어도 하루만큼은, 무책임해질 수 있는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어가 있는 거죠."
드디어 공연 당일.
아저씨들의 대기실부터 가봤는데요,
가족들과 화상통화를 하며 설렘과 떨림이 교차합니다.
<녹취> "첫 공연 잘할게."
<녹취> 문성식(44) : "(가족들은) 내일 옵니다. 오늘은 부담없이 하고 내일은 더 잘해야겠죠."
<녹취> 이승엽 : "기존에 해왔던 제가 편한 무용으로 남들에게 아저씨다운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녹취> "다같이 파이팅!"
아저씨들의 본격적인 무대에 앞서 아저씨들의 막춤을 무용으로 펼쳐낸 전문 무용수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관객들의 표정도 진지하죠?
하지만 이윽고, 평범한 아저씨들이 등장하자, 객석은 웃음바다로 변합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정체를 모를 막춤의 향연이 이어지는데요,
물을 가득 채운 무대 위에서 온 몸을 흠뻑 적셔가며 한바탕 막춤을 추는 아저씨들....
그동안 살면서 자신의 이름 석자 대신 누군가의 '아버지'로 '남편'으로 불리며 '책임감'에 억눌려 왔지만 오늘 하루 만큼은 책임감에서 벗어나 마음껏 해방감을 즐깁니다.
자기를 잊은 아저씨들의 모습에 관객들도 흥이 났는데요,
아저씨들은 이날을 위해 지난 석 달간 퇴근 후 연습실에서 몸을 풀었다고 합니다.
<녹취> (피디) : "기분 어떠세요?"
<녹취> 박병권 : "정말 좋아요. 상쾌하고요. 굉장히 재밌습니다. 같이 하시죠?"
<녹취> 홍석주 : "동심으로 돌아가서 놀았잖아요. 그러니까 좋죠."
<녹취> 이승엽 : "제 인생을 한 번 새롭게 바꿔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녹취> 성성열(62) : "친구들도 이런 공연을 같이 어울리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
이분, 특히 눈여겨봐주세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한 사람 한 사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아저씨들인데요.
각자가 다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를 기르고 기타가 취미인 보기에도 멋쟁이 아저씨인데요,
올 해 예순 두 살입니다.
<녹취> 성성열(62) : "한 5년 전이죠? IMF도 잘 견뎌 나왔는데 5년 전에 상당히 좀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까 회사를 정리하고 여행을 다녔습니다. 머리도 그때부터 기르기 시작했죠. 이제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죠. "
어느덧 환갑을 넘긴 나이, 이젠 '아저씨'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됐지만 삶에 대한 열정은 더 뜨거워졌다고 합니다.
<녹취> 성현진 (딸) : "어떨 때는 제가 부끄러운 것 같아요. 아빠는 나이가 드셨는데도 자신의 꿈이라면 꿈이잖아요. 그 꿈을 위해서 준비도 하시고 (정보를) 알아보시고 그런 모습이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나 자신보다는 가족과 사회를 위해 살아온 '대한민국 아저씨'들... 모든 걸 잊고, 그저 몸이 가는대로 마음껏 막춤을 추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고 합니다.
<녹취> 성성열(62) : "지금은 물질적으로는 수입이 적지만 마음이 즐거운 거예요. 편안하고. 그래서 아주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
일관성도 없고, 그래서 따라 추려고 해도 어려운 막춤이지만 이들의 몸짓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의 감정이, 진솔한 호소가 담겨 있습니다.
사회적 지위도, 책임감도 벗어 던진 그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또 다른 참모습을 봅니다.
참, 오는 16일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한 차례 공연이 더 남아 있으니까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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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포착] 한국 아저씨들, ‘막춤’에 삶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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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3-05 08:41:22
- 수정2013-03-05 09:00:01
<앵커 멘트>
우리 한국 사람은 노래방 가거나 장기자랑 할 때 춤이 빠질 수 없죠.
아나운서들도 명절 장기자랑 할 때 춤이 함께 있었는데요.
춤을 좀 추시나요?
다른 건 몰라도 막춤은 자신 있는데요.
사실 많은 분들이 그러실 거예요.
특별한 실력 없어도 누구나 막춤을 즐길 수 있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막춤으로 어엿한 공연까지 열렸다면 믿어질까요.
양영은 기자, 막춤은 선보이기에는 창피하잖아요.
근데 공연까지 했을까요?
<기자 멘트>
게다가 막춤을 선보인 분들은 평범한 아저씨들입니다.
이 공연의 이름이 '아저씨들의 무책임한 땐스'인데요.
'아저씨들이 무책임하다'...라고 하면 안 어울리는 조합 같지 않나요?
반대로 우리 아저씨들을 대변하는 한 단어는 '책임감'일 겁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상사로서,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대한민국의 아저씨로서 묵묵히 감내해야 할 운명이었을 텐데요.
그래서 막춤이 더 진실 되게 느껴집니다.
'인간은 놀 때 가장 인간적이다'라는 한 철학자의 말처럼 그동안 책임감에 짓눌려 있던 한국의 아저씨들이 제대로 놀아보려 나왔습니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한 무대...
같이 즐겨 보실래요?
<리포트>
흔들고,떨고,소리치고, 이런 걸 '막춤'이라고 하던가요?
평범한 아저씨들이 막춤 연습에 한창인데요,
연습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저 몸을 풀고 생각나는대로 신나게 춤추기만 하면 되니까요!
다음날은 드디어 공연이 있는 날.
<녹취> 정연우(43) : "꿈에도 그리던 순간이 지금 눈앞에 다가오고 있어요"
<녹취> 제작진 : "그 꿈이 어떤 거였는지? "
<녹취> 정연우(43) : "춤을 추고 싶다. 그동안에는 생각만 하고 행하지를 못했는데 드디어 실행하게 되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
<녹취> 문성식(44) : "20대 초반과는 다르게 사회생활도 상당히 점잖아져야 하잖아요. 억눌리고 억압되고. 그런 거를 노래방이라든지 술 먹으면서 푸는데 그걸 발현해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 거예요. 공짜로. "
살면서 춤이라고는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평범한 우리 아저씨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아저씨들의 무책임한 땐쓰'라고 다소 황당하게도 들리는 이 공연은 그간 실험적인 창작 무용극을 선보여온 안은미 안무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는데요,.
6개월 동안 카메라를 들고 전국각지를 돌며 길거리에서 만나 아저씨들에게 무작정 춤을 춰달라고 부탁했고, 때로는 망설이다 때로는 기다렸다는 듯 막춤을 추는 아저씨들을 캐스팅하거나 오디션을 거쳐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그간의 영상 기록엔 꾸미지 않은 삶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 있는데요,
<녹취> 안은미 (무용가, 안무가) : "남자들은 강한 거 같고. 뭔가 주권을 가진 거 같고 그렇지만 사실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남자들도 이 사회에서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남자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춤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노동이 안으로 끌어들이는 거라면 춤은 반대예요. 펼친다는 거죠. 해방이죠. 자유고. 춤출 때만큼은, 적어도 하루만큼은, 무책임해질 수 있는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어가 있는 거죠."
드디어 공연 당일.
아저씨들의 대기실부터 가봤는데요,
가족들과 화상통화를 하며 설렘과 떨림이 교차합니다.
<녹취> "첫 공연 잘할게."
<녹취> 문성식(44) : "(가족들은) 내일 옵니다. 오늘은 부담없이 하고 내일은 더 잘해야겠죠."
<녹취> 이승엽 : "기존에 해왔던 제가 편한 무용으로 남들에게 아저씨다운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녹취> "다같이 파이팅!"
아저씨들의 본격적인 무대에 앞서 아저씨들의 막춤을 무용으로 펼쳐낸 전문 무용수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관객들의 표정도 진지하죠?
하지만 이윽고, 평범한 아저씨들이 등장하자, 객석은 웃음바다로 변합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정체를 모를 막춤의 향연이 이어지는데요,
물을 가득 채운 무대 위에서 온 몸을 흠뻑 적셔가며 한바탕 막춤을 추는 아저씨들....
그동안 살면서 자신의 이름 석자 대신 누군가의 '아버지'로 '남편'으로 불리며 '책임감'에 억눌려 왔지만 오늘 하루 만큼은 책임감에서 벗어나 마음껏 해방감을 즐깁니다.
자기를 잊은 아저씨들의 모습에 관객들도 흥이 났는데요,
아저씨들은 이날을 위해 지난 석 달간 퇴근 후 연습실에서 몸을 풀었다고 합니다.
<녹취> (피디) : "기분 어떠세요?"
<녹취> 박병권 : "정말 좋아요. 상쾌하고요. 굉장히 재밌습니다. 같이 하시죠?"
<녹취> 홍석주 : "동심으로 돌아가서 놀았잖아요. 그러니까 좋죠."
<녹취> 이승엽 : "제 인생을 한 번 새롭게 바꿔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녹취> 성성열(62) : "친구들도 이런 공연을 같이 어울리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
이분, 특히 눈여겨봐주세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한 사람 한 사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아저씨들인데요.
각자가 다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를 기르고 기타가 취미인 보기에도 멋쟁이 아저씨인데요,
올 해 예순 두 살입니다.
<녹취> 성성열(62) : "한 5년 전이죠? IMF도 잘 견뎌 나왔는데 5년 전에 상당히 좀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까 회사를 정리하고 여행을 다녔습니다. 머리도 그때부터 기르기 시작했죠. 이제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죠. "
어느덧 환갑을 넘긴 나이, 이젠 '아저씨'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됐지만 삶에 대한 열정은 더 뜨거워졌다고 합니다.
<녹취> 성현진 (딸) : "어떨 때는 제가 부끄러운 것 같아요. 아빠는 나이가 드셨는데도 자신의 꿈이라면 꿈이잖아요. 그 꿈을 위해서 준비도 하시고 (정보를) 알아보시고 그런 모습이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나 자신보다는 가족과 사회를 위해 살아온 '대한민국 아저씨'들... 모든 걸 잊고, 그저 몸이 가는대로 마음껏 막춤을 추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고 합니다.
<녹취> 성성열(62) : "지금은 물질적으로는 수입이 적지만 마음이 즐거운 거예요. 편안하고. 그래서 아주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
일관성도 없고, 그래서 따라 추려고 해도 어려운 막춤이지만 이들의 몸짓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의 감정이, 진솔한 호소가 담겨 있습니다.
사회적 지위도, 책임감도 벗어 던진 그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또 다른 참모습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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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 기자 yey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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