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산불로 하루 아침에 집 잃고…

입력 2013.03.12 (08:36) 수정 2013.03.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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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주말 울산 울주군과 경북 포항에 대형 산불이 났습니다.

3월 초에 큰 산불이 난 것도 이례적이고, 또 피해 규모도 2005년 양양 산불 이후 가장 컸습니다.

안타까운 건 포항 산불의 경우 한 중학생의 장난이 거센 바람을 타고 엄청난 피해로 이어졌다는 건데요.

화마가 휩쓸고 간 재난 현장, 취재했습니다.

김기흥 기자, 피해 지역 상황, 참담하죠?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집도 희망도 다 타버렸습니다.

남은 건 살아갈 걱정 뿐이라고 하는데요.

매캐한 연기가 채 가시지 않는 마당엔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근과 구겨진 양철 지붕, 그리고 깨진 장독대 등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또 마을을 감싸고 있던 뒤편 야산엔 불에 타다 남은 나무들만 있었는데요.

화마가 휩쓴 화재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경북 포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대형산불...!

신고 2분 만에 헬기 한 대가 현장에 투입됐지만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화재현장 주변에는구름인 듯 잿빛 연기가 자욱했는데요.

임야 5ha와 나무 6천300그루가 불탔습니다.

불이 난 지 17시간 만인 10일 오전에야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지만, 곳곳에 잔불이 남아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화재 당시 포항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입니다.

블랙박스에 찍힌 이 영상은 재난영화를 방불케합니다.

강풍에 불길이 더욱 치솟아, 도심을 삼킬 듯 활활 타올랐습니다.

초속 10m의 강풍을 타고 불은 순식간에 시내 주택가로 퍼져나갔고, 뜻밖의 상황에 주민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산불까지 더해지면서 화재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

그곳에 남은 건, 살아남은 사람들의 걱정과 탄식 그리고 분노였습니다.

이번 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바로 이 아파트인데요.

주민들은 참혹했던 기억을 어렵게 털어놓았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바람이 한 바퀴 휙 불더니 사방에서 불씨가 피어 불붙어 올라버리더라고.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유리에 받는 열기가 훅 느껴져서 아마 유리가 터지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무엇보다 주민들은 초기 진압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못했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그게 한 4시나 4시 조금 넘었을 거예요.한 시간쯤 후에 소방차 하나 왔는데 속수무책이다 물도 없이 그냥 와 갖고 우리는 오면은 호스라도 빼서 어떻게 하는 줄 알았더니 소방차 와서 그냥 있었어."

그러다가 좀 있다가 고가사다리차가 하나 오더라고. 아 고가가 오면 드디어 되나보다 했는데 10층짜리가 와갖고 펴보지도 못하고.

사람들 욕하고... 근데 그때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어요.

이번 화재는 산기슭에 위치한 주택에 집중됐는데요.

재개발 지역인 '우미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팡팡팡 이 전쟁통이라 그래. 전쟁통이었다 생각해. 산이 있고 여기 가옥부터 먼저 진화를 해줬으면 이 정도가 안 되지. 보시면 알지만 영세민이 사는 곳 아닙니까. 이 사람들이 갈 곳을 잃었으니까..."

용흥동 탑산 끝자락에 있는 이곳 우미골은 400여명이 살고 있는 곳인데요.

이번 화재로 집 스물여덟 채가 불에 타는 등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네. 살아야 되잖아요. 물하고 화장실이 중요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자야 되고 하니까 가건물을 짓도록 포항시가 협조를 해달라는 겁니다."

<녹취> : "근데 재개발지구라서 뭘 못해요?"

<녹취> 주민 : "못한다, 그걸 그렇게 얘기하네요. 그러니까 지금 망연자실하고 오늘 시청에서 그리 얘기하니까 그게 우리는 너무 섭섭한 거라. 포항시에서 재개발지역이라 허가도 안 난다 그러면 우리 서민은 어떻게 하란 얘기인지 그게 묻고 싶어요."

폐허더미 속에서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망연자실... 이제 뭐 어떻게 해야 될지 남 도와주는 건 많이 했는데, 내가. 막상 당해보니까는 아직도 답이 안 나오고..."

또 인명피해도 발생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79살의 안모 할아버지는 끝내 숨지고 말았는데요.

<녹취> 이상도(산불감시단) : "같이 나갔어요. 나가다가 사람이 없더래. 잠깐 집에 뭐 가지러 들어갔다가..."

<녹취> : "할아버지가요?"

<녹취> 감시단 : "네 그대로 갔으면 살았어. 여기서 돌아가셨어요. 누운 상태로 죽어가지고 다리뼈가 하나 없었어요. 거기 시계. 그걸 보고 가족들이 확인했어요."

그런가 하면 지난 9일 밤에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산북면 일대에도 큰 산불이 났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자기 나름대로 이제 피하는 거지요.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신도 제대로 못 신고.. 아휴, 마음은 뭐 말도 못하게 막 떨리고... 겁이 나가..."

소를 비롯해, 닭이나 돼지 등의 가축들의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녹취> "이것도 이상이 좀 있어요. 털이 안 빠져야 되거든요? 여기 한 번 보세요."

<녹취> pd : "원래 털이 빠지면 안 되나요?"

<녹취> 할아버지 : "안 되죠. 연기를 다 먹었다 이 말입니다..."

주민들은 미처 슬퍼할 새도 없이 이제는 복구 작업에 힘을 쏟고 있었는데요.

<녹취> pd : "지금 복구작업 하시는 중이세요?"

<녹취> 피해자 : "창고에 있는 비료 다 타가지고 끄집어내고 다시 포대 넣고..."

지난 주말 동안 포항과 울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28곳에서 산불이 났는데요.

봄철 건조한 날씨 속에 106년 만의 최고라는 이상고온과 강풍까지 더해졌습니다.

불길이 서서히 번진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불씨가 튀면서 길 건너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까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형화재의 원인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포항의 산불은 중학생의 불장난에서 비롯됐습니다.

<인터뷰> 최진(강력계장/포항 북부경찰서) : "중학교 1학년 남자 학생이 친구들하고 놀다가 친구집에서 일회용 라이터를 갖고 나왔습니다. 호기심에 라이터로 불을 한 번 붙여봤는데 너무 갑자기 강풍이 불어서 불이 확산되니까 놀라서 자기가 끌려고 했지만 못 끄고 도망을 갔다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재 방화에는 무게를 싣지 않은 채 사실상 수사를 마친 상태입니다.

<인터뷰> 최진(강력계장/포항 북부경찰서) : "현재 학생이 12세입니다.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형사 책임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할 예정입니다."

날벼락과도 같은 화재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현재로선 어떤 보상도 확실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산불을 번지게 한 건조한 날씨는 오늘 오후부터 내릴 봄비로 일단 한 고비는 넘기게 됐습니다.

그러나 예상강우량이 많지 않아 산불이 날 위험은 아직도 높은 편인데요.

또 다음주부터는 강한 바람이 예상되는 만큼 논두렁을 태우거나 산을 오를 때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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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산불로 하루 아침에 집 잃고…
    • 입력 2013-03-12 08:37:30
    • 수정2013-03-12 08: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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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주말 울산 울주군과 경북 포항에 대형 산불이 났습니다. 3월 초에 큰 산불이 난 것도 이례적이고, 또 피해 규모도 2005년 양양 산불 이후 가장 컸습니다. 안타까운 건 포항 산불의 경우 한 중학생의 장난이 거센 바람을 타고 엄청난 피해로 이어졌다는 건데요. 화마가 휩쓸고 간 재난 현장, 취재했습니다. 김기흥 기자, 피해 지역 상황, 참담하죠?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집도 희망도 다 타버렸습니다. 남은 건 살아갈 걱정 뿐이라고 하는데요. 매캐한 연기가 채 가시지 않는 마당엔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근과 구겨진 양철 지붕, 그리고 깨진 장독대 등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또 마을을 감싸고 있던 뒤편 야산엔 불에 타다 남은 나무들만 있었는데요. 화마가 휩쓴 화재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경북 포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대형산불...! 신고 2분 만에 헬기 한 대가 현장에 투입됐지만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화재현장 주변에는구름인 듯 잿빛 연기가 자욱했는데요. 임야 5ha와 나무 6천300그루가 불탔습니다. 불이 난 지 17시간 만인 10일 오전에야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지만, 곳곳에 잔불이 남아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화재 당시 포항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입니다. 블랙박스에 찍힌 이 영상은 재난영화를 방불케합니다. 강풍에 불길이 더욱 치솟아, 도심을 삼킬 듯 활활 타올랐습니다. 초속 10m의 강풍을 타고 불은 순식간에 시내 주택가로 퍼져나갔고, 뜻밖의 상황에 주민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산불까지 더해지면서 화재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 그곳에 남은 건, 살아남은 사람들의 걱정과 탄식 그리고 분노였습니다. 이번 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바로 이 아파트인데요. 주민들은 참혹했던 기억을 어렵게 털어놓았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바람이 한 바퀴 휙 불더니 사방에서 불씨가 피어 불붙어 올라버리더라고.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유리에 받는 열기가 훅 느껴져서 아마 유리가 터지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무엇보다 주민들은 초기 진압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못했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그게 한 4시나 4시 조금 넘었을 거예요.한 시간쯤 후에 소방차 하나 왔는데 속수무책이다 물도 없이 그냥 와 갖고 우리는 오면은 호스라도 빼서 어떻게 하는 줄 알았더니 소방차 와서 그냥 있었어." 그러다가 좀 있다가 고가사다리차가 하나 오더라고. 아 고가가 오면 드디어 되나보다 했는데 10층짜리가 와갖고 펴보지도 못하고. 사람들 욕하고... 근데 그때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어요. 이번 화재는 산기슭에 위치한 주택에 집중됐는데요. 재개발 지역인 '우미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팡팡팡 이 전쟁통이라 그래. 전쟁통이었다 생각해. 산이 있고 여기 가옥부터 먼저 진화를 해줬으면 이 정도가 안 되지. 보시면 알지만 영세민이 사는 곳 아닙니까. 이 사람들이 갈 곳을 잃었으니까..." 용흥동 탑산 끝자락에 있는 이곳 우미골은 400여명이 살고 있는 곳인데요. 이번 화재로 집 스물여덟 채가 불에 타는 등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네. 살아야 되잖아요. 물하고 화장실이 중요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자야 되고 하니까 가건물을 짓도록 포항시가 협조를 해달라는 겁니다." <녹취> : "근데 재개발지구라서 뭘 못해요?" <녹취> 주민 : "못한다, 그걸 그렇게 얘기하네요. 그러니까 지금 망연자실하고 오늘 시청에서 그리 얘기하니까 그게 우리는 너무 섭섭한 거라. 포항시에서 재개발지역이라 허가도 안 난다 그러면 우리 서민은 어떻게 하란 얘기인지 그게 묻고 싶어요." 폐허더미 속에서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망연자실... 이제 뭐 어떻게 해야 될지 남 도와주는 건 많이 했는데, 내가. 막상 당해보니까는 아직도 답이 안 나오고..." 또 인명피해도 발생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79살의 안모 할아버지는 끝내 숨지고 말았는데요. <녹취> 이상도(산불감시단) : "같이 나갔어요. 나가다가 사람이 없더래. 잠깐 집에 뭐 가지러 들어갔다가..." <녹취> : "할아버지가요?" <녹취> 감시단 : "네 그대로 갔으면 살았어. 여기서 돌아가셨어요. 누운 상태로 죽어가지고 다리뼈가 하나 없었어요. 거기 시계. 그걸 보고 가족들이 확인했어요." 그런가 하면 지난 9일 밤에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산북면 일대에도 큰 산불이 났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자기 나름대로 이제 피하는 거지요.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신도 제대로 못 신고.. 아휴, 마음은 뭐 말도 못하게 막 떨리고... 겁이 나가..." 소를 비롯해, 닭이나 돼지 등의 가축들의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녹취> "이것도 이상이 좀 있어요. 털이 안 빠져야 되거든요? 여기 한 번 보세요." <녹취> pd : "원래 털이 빠지면 안 되나요?" <녹취> 할아버지 : "안 되죠. 연기를 다 먹었다 이 말입니다..." 주민들은 미처 슬퍼할 새도 없이 이제는 복구 작업에 힘을 쏟고 있었는데요. <녹취> pd : "지금 복구작업 하시는 중이세요?" <녹취> 피해자 : "창고에 있는 비료 다 타가지고 끄집어내고 다시 포대 넣고..." 지난 주말 동안 포항과 울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28곳에서 산불이 났는데요. 봄철 건조한 날씨 속에 106년 만의 최고라는 이상고온과 강풍까지 더해졌습니다. 불길이 서서히 번진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불씨가 튀면서 길 건너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까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형화재의 원인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포항의 산불은 중학생의 불장난에서 비롯됐습니다. <인터뷰> 최진(강력계장/포항 북부경찰서) : "중학교 1학년 남자 학생이 친구들하고 놀다가 친구집에서 일회용 라이터를 갖고 나왔습니다. 호기심에 라이터로 불을 한 번 붙여봤는데 너무 갑자기 강풍이 불어서 불이 확산되니까 놀라서 자기가 끌려고 했지만 못 끄고 도망을 갔다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재 방화에는 무게를 싣지 않은 채 사실상 수사를 마친 상태입니다. <인터뷰> 최진(강력계장/포항 북부경찰서) : "현재 학생이 12세입니다.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형사 책임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할 예정입니다." 날벼락과도 같은 화재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현재로선 어떤 보상도 확실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산불을 번지게 한 건조한 날씨는 오늘 오후부터 내릴 봄비로 일단 한 고비는 넘기게 됐습니다. 그러나 예상강우량이 많지 않아 산불이 날 위험은 아직도 높은 편인데요. 또 다음주부터는 강한 바람이 예상되는 만큼 논두렁을 태우거나 산을 오를 때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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