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서로 이름·얼굴도 모른 채 ‘편의점 강도 행각’

입력 2013.03.15 (08:35) 수정 2013.03.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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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늦은 시각, 손님이 뜸한 시간대에 편의점들을 턴 혐의로 20대 두 명이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함께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긴 이들은 범행 직전까지 얼굴조차 본 적이 없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편의점을 털고 난 뒤에도 서로 이름이나 사는 곳을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예전에 유행했던 묻지마 관광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었을까요?

<기자 멘트>

이런 표현이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아무하고나 같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른바 '묻지마 공범'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5분 안에 100만원을 벌자"는 말에 공범이 되고 만 건데요.

대화를 나눈 지 5시간만에 이들은 서울의 한 편의점 앞에서 만났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서로 "아무 것도 묻지 말자"고 약속한 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범행을 저지른 만큼 경찰 수사도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완전 범죄를 꿈꾼 두 남자!

이 공모자들의 기막힌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13일 새벽 4시쯤.

인적이 드문 편의점에 손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들어오고...

곧이어 또 한 명의 남자가 들어옵니다.

이때 갑자기 계산대 앞에 서있던 남자가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종업원을 위협하는데요.

남자가 아르바이트생을 창고로 끌고 들어간 사이, 나머지 한 남자가 돈을 챙긴 후, 두 사람은 유유히 이곳을 빠져나갑니다.

손님이 뜸한 새벽시간을 노린 전형적인 편의점 강도 수법이었습니다.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5일간 네 차례나 범행을 계속했는데요.

그런데! 범행수법은 전형적이었지만 이들의 관계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관계였을까...

이들이 만난 곳은 다름 아닌 인터넷 게임사이트!

이렇다 할 직업 없이 게임방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하던 20대 윤모씨는 평소 즐겨하던 게임사이트에서 한 남자에게 은밀한 제안을 건넵니다.

짧은 시간에 1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메시지...

이를 본 고모씨는, 일정한 거처나 직업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던 터라 큰 망설임 없이 범행을 결심하게 되었는데요.

<인터뷰> 윤석형(수사관) : "서울 종암경찰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편의점 강도를 하자, 이렇게 해서 즉석에서 만나 서울 일대 편의점에서 4회에 걸쳐 흉기로 위협하고 편의점안의 금고를 뒤져가지고 돈을 빼앗고 물건을) 강취한 사건입니다."

서로의 이름이나 나이 주소 등 신상정보를 철저히 비밀로 한 채, 문자메시지로 암호를 정한 뒤 범행 장소에서 만난 두 사람...!

이들이 편의점만을 노린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윤석형(수사관) : "서울 종암경찰서 두 명 다 과거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가지고 주로 이제 새벽 시간 때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근무한다든지, 손님이나 인적이 뜸하고 그런 취약한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벽 시간에 주로 노려가지고 편의점 범행을 한 것 같아요."

새벽 시간에 혼자서 일을 하다 변을 당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

이 가운데 김모씨를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김00(강도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새벽 4시 50분 경에 슬슬 이제 청소하려고 문 열어놓고, 저 멀리서 마스크한 사람 앞에 있고 좀 덩치 큰 사람 이렇게 떨어져갖고 둘이 이제 오는데... 의심을 안 하고 있다가 나머지 한 명이 들어오니까 갑자기 쇼핑백에서 흉기를 꺼내면서 이제 딱 여기 잡으면서 위협하면서 창고로 몰아넣고 저는 창고 안에 이제 밖이 안 보이게 이렇게 무릎 꿇려져 있고..."

인터넷 게임사이트에서 대화를 시작한 지, 5시간만에 만나 범행에 착수한 윤씨와 고씨.

피의자들의 이른 바, ‘묻지마 공범’도 놀랍지만, 이 가운에 윤씨의 범죄동기는 의외였습니다.

<인터뷰> 윤석형(수사관/서울 종암경찰서) : "범인 1명 같은 경우에는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100일이 다가오면 여자친구한테 선물도 해주고 싶고 데이트도 하고 싶고 그런데 이제 돈이 없으니까 그래서 현금이 많은 편의점에서 돈을 훔치자 이런 생각을 했고, 두 번째 범인 같은 경우 무직이다 보니까 생활고에 시달렸던 걸로 그렇게 파악이 됐어요."

경찰은 CCTV에 찍힌 이들의 모습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윤씨를 검거했습니다.

그러나, 먼저 붙잡힌 윤씨는 고씨의 신상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름이나 나이, 주소 등 고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건데요.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공모를 하는 사람들의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부분이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아무래도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에 둘 중에 한 사람이 검거가 되면 나머지 한 사람의 인적사항도 누설되기가 쉽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서로 일부러 상세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요."

처음부터 마스크를 쓴 채 만나, 서로의 얼굴조차 제대로 몰랐던 윤씨와 고씨!

이들의 공모에 가족들마저 황당해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윤석형(수사관/서울 종암경찰서) : "부모님이 굉장히 당황해하시더라고... 그 공범이 친구인 줄 알고 자꾸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전혀 모르는 사이다 그렇게만 얘기를 해줬어요."

둘 중 한 명이 경찰에 붙잡힐 것을 대비해 문자메시지를 통해 암호를 주고받은 두 남자.‘1004’라는 메시지는 ‘만나자’, ‘1003’이라는 메시지는 ‘문제가 생겼다’라는 뜻이었습니다.

또 통화내용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휴대폰 대신에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등 이들의 범죄는 매우 치밀했습니다.

<인터뷰> 윤석형(수사관/서울 종암경찰서) : "범인 2명 중 1명이 단시간에 검거가 됐는데 서로 공범끼리 아무런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 서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라, 1명이 검거됐어도 나머지 범인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추적하기가 상당히 곤란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범행 당시 편의점 CCTV에 찍힌 옷차림 그대로 다른 장소의 CCTV에 찍힌 고씨를 발견하고, 20여 일간 탐문수사를 벌인 뒤에야 검거할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인터넷 공간은) 비밀스러운 얘기를 남들하고 쉽게 채팅 등을 통해가지고 공유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고요. 만일 마주보고는 할 수 없는 그런 문제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쉽게 토론하고 의논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좋은 일만 의논을 하는 게 아니고 지금의 범죄처럼 나쁜 일도 서로 공모를 하거나 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만나 서로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강도짓을 벌인‘공모자들’.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결국 CCTV를 토대로 좁혀오는 수사망을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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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15 08:39:48
    • 수정2013-03-15 09: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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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늦은 시각, 손님이 뜸한 시간대에 편의점들을 턴 혐의로 20대 두 명이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함께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긴 이들은 범행 직전까지 얼굴조차 본 적이 없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편의점을 털고 난 뒤에도 서로 이름이나 사는 곳을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예전에 유행했던 묻지마 관광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었을까요? <기자 멘트> 이런 표현이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아무하고나 같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른바 '묻지마 공범'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5분 안에 100만원을 벌자"는 말에 공범이 되고 만 건데요. 대화를 나눈 지 5시간만에 이들은 서울의 한 편의점 앞에서 만났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서로 "아무 것도 묻지 말자"고 약속한 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범행을 저지른 만큼 경찰 수사도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완전 범죄를 꿈꾼 두 남자! 이 공모자들의 기막힌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13일 새벽 4시쯤. 인적이 드문 편의점에 손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들어오고... 곧이어 또 한 명의 남자가 들어옵니다. 이때 갑자기 계산대 앞에 서있던 남자가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종업원을 위협하는데요. 남자가 아르바이트생을 창고로 끌고 들어간 사이, 나머지 한 남자가 돈을 챙긴 후, 두 사람은 유유히 이곳을 빠져나갑니다. 손님이 뜸한 새벽시간을 노린 전형적인 편의점 강도 수법이었습니다.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5일간 네 차례나 범행을 계속했는데요. 그런데! 범행수법은 전형적이었지만 이들의 관계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관계였을까... 이들이 만난 곳은 다름 아닌 인터넷 게임사이트! 이렇다 할 직업 없이 게임방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하던 20대 윤모씨는 평소 즐겨하던 게임사이트에서 한 남자에게 은밀한 제안을 건넵니다. 짧은 시간에 1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메시지... 이를 본 고모씨는, 일정한 거처나 직업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던 터라 큰 망설임 없이 범행을 결심하게 되었는데요. <인터뷰> 윤석형(수사관) : "서울 종암경찰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편의점 강도를 하자, 이렇게 해서 즉석에서 만나 서울 일대 편의점에서 4회에 걸쳐 흉기로 위협하고 편의점안의 금고를 뒤져가지고 돈을 빼앗고 물건을) 강취한 사건입니다." 서로의 이름이나 나이 주소 등 신상정보를 철저히 비밀로 한 채, 문자메시지로 암호를 정한 뒤 범행 장소에서 만난 두 사람...! 이들이 편의점만을 노린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윤석형(수사관) : "서울 종암경찰서 두 명 다 과거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가지고 주로 이제 새벽 시간 때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근무한다든지, 손님이나 인적이 뜸하고 그런 취약한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벽 시간에 주로 노려가지고 편의점 범행을 한 것 같아요." 새벽 시간에 혼자서 일을 하다 변을 당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 이 가운데 김모씨를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김00(강도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새벽 4시 50분 경에 슬슬 이제 청소하려고 문 열어놓고, 저 멀리서 마스크한 사람 앞에 있고 좀 덩치 큰 사람 이렇게 떨어져갖고 둘이 이제 오는데... 의심을 안 하고 있다가 나머지 한 명이 들어오니까 갑자기 쇼핑백에서 흉기를 꺼내면서 이제 딱 여기 잡으면서 위협하면서 창고로 몰아넣고 저는 창고 안에 이제 밖이 안 보이게 이렇게 무릎 꿇려져 있고..." 인터넷 게임사이트에서 대화를 시작한 지, 5시간만에 만나 범행에 착수한 윤씨와 고씨. 피의자들의 이른 바, ‘묻지마 공범’도 놀랍지만, 이 가운에 윤씨의 범죄동기는 의외였습니다. <인터뷰> 윤석형(수사관/서울 종암경찰서) : "범인 1명 같은 경우에는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100일이 다가오면 여자친구한테 선물도 해주고 싶고 데이트도 하고 싶고 그런데 이제 돈이 없으니까 그래서 현금이 많은 편의점에서 돈을 훔치자 이런 생각을 했고, 두 번째 범인 같은 경우 무직이다 보니까 생활고에 시달렸던 걸로 그렇게 파악이 됐어요." 경찰은 CCTV에 찍힌 이들의 모습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윤씨를 검거했습니다. 그러나, 먼저 붙잡힌 윤씨는 고씨의 신상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름이나 나이, 주소 등 고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건데요.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공모를 하는 사람들의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부분이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아무래도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에 둘 중에 한 사람이 검거가 되면 나머지 한 사람의 인적사항도 누설되기가 쉽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서로 일부러 상세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요." 처음부터 마스크를 쓴 채 만나, 서로의 얼굴조차 제대로 몰랐던 윤씨와 고씨! 이들의 공모에 가족들마저 황당해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윤석형(수사관/서울 종암경찰서) : "부모님이 굉장히 당황해하시더라고... 그 공범이 친구인 줄 알고 자꾸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전혀 모르는 사이다 그렇게만 얘기를 해줬어요." 둘 중 한 명이 경찰에 붙잡힐 것을 대비해 문자메시지를 통해 암호를 주고받은 두 남자.‘1004’라는 메시지는 ‘만나자’, ‘1003’이라는 메시지는 ‘문제가 생겼다’라는 뜻이었습니다. 또 통화내용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휴대폰 대신에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등 이들의 범죄는 매우 치밀했습니다. <인터뷰> 윤석형(수사관/서울 종암경찰서) : "범인 2명 중 1명이 단시간에 검거가 됐는데 서로 공범끼리 아무런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 서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라, 1명이 검거됐어도 나머지 범인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추적하기가 상당히 곤란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범행 당시 편의점 CCTV에 찍힌 옷차림 그대로 다른 장소의 CCTV에 찍힌 고씨를 발견하고, 20여 일간 탐문수사를 벌인 뒤에야 검거할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인터넷 공간은) 비밀스러운 얘기를 남들하고 쉽게 채팅 등을 통해가지고 공유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고요. 만일 마주보고는 할 수 없는 그런 문제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쉽게 토론하고 의논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좋은 일만 의논을 하는 게 아니고 지금의 범죄처럼 나쁜 일도 서로 공모를 하거나 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만나 서로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강도짓을 벌인‘공모자들’.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결국 CCTV를 토대로 좁혀오는 수사망을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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