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볼쇼이’ 발레 훔쳐보기

입력 2013.03.31 (07:50) 수정 2013.03.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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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정연 앵커가 원래 발레를 좀 하셨죠?

학교 때 많이 하다가 지금은 못 해요!

저도 볼쇼이 발레단 정도는 아는데 세계 최고 발레단이 좀 시끄러웠죠?

예술 감독이 황산테러를 당했는가 하면 배후 인물로 주연 무용수가 거론되는 등 음모와 내분에 휩싸였습니다.

무대 뒷면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볼쇼이 명성이 흔들리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죠.

그런 만큼 명성을 지키려는 노력 또한 뜨겁다고 합니다. 최고 발레의 비밀을 모스크바 연규선 특파원이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막이 오르고 화려한 왕궁의 파티가 시작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 작품 가운데 하나인 '잠자는 숲속의 공주'입니다. 고전 무용의 우아함과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대표작입니다.

볼쇼이 발레단은 모스크바 볼쇼이 대극장에서 올해 2백 차례 안팎의 공연을 계속합니다. 발레단의 무용수는 250 여명, 우리나라 국립 발레단 보다 3배 정도 많습니다.

<인터뷰>줄리아(발레리나):"무대 공연은 저에게는 축제 같은 겁니다. 늘 흥분 되죠. (힘들지 않아요?) 피곤하죠. 하지만 마음은 참 상쾌해요"

볼쇼이 무대 경력 10년의 여성 주연 발레리나 예카테리나. 공연을 앞두고 하루 10시간 가까운 맹연습입니다. 토슈즈 속에 숨겨진 발레리나들의 발은 성한 곳 하나 없을 정도로 상처투성입니다.

<녹취>예카테리나(주연 발레리나):"이번에 주연인 '잠자는 공주' 역할을 맡았어요. (오늘 공연이 있나요?) 내일 공연있어요. 매일 이렇게 연습을 해야 해요"

러시아를 대표하는 볼쇼이 대극장이 모스크바에 처음 문을 연 때는 1825년.
하지만 1853년 큰 불로 대부분 소실됐고, 3년 뒤 다시 건설돼 지금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브릿지>예브게니아(관객):"볼쇼이 극장이 지난해 11월에 6년 만에 재개관 했잖아요. 그 후 두 번째 온 겁니다, 너무 아름답고 웅장한 극장입니다."

대극장 재 완공 뒤 첫 공연에는 당시 황제였던 알렉산드르 2세가 직접 참석했습니다. 온통 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극장 내부. 황제석 향해 경의를 표하는 러시아 귀족들. 유럽 변방에 있지만 발레를 통해 그 중심이 되길 꿈꿨던, 제국 러시아의 야망이 한 장의 그림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녹취>예카테리나(볼쇼이 박물관 소장):"훌륭한 작품과 그것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뛰어난 무용수가 많이 배출됐습니다. 그들은 발레로 세계를 정복하고 볼쇼이를 알렸죠"

하지만 러시아 발레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오른 배경에는 발레학교가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상트페체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학교 '바가노바'. 1738년 설립부터 현재까지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발레 영재를 10살 때 선발해 9년 동안 무료로 훈련시키는 전문 교육기관입니다.

<녹취>"몸을 이렇게 틀고 팔을 아름답게 만들고....."

러시아 발레학교는 단순히 동작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수학 같은 일반 과목 역시 무용수가 갖춰야 할 교양의 하나로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입학생 숫자는 남여 모두 60명. 그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이 졸업할 수 있습니다. 졸업생 대부분은 발레단에 들어가 러시아를 대표하는 무용수로 활동합니다.

<인터뷰>샤말린(8학년 학생):"이곳은 러시아 발레의 어머니와 같은 곳이죠. 러시아 발레의 오랜 전통과 모든 규칙들은 오직 여기에서만 교육받을 수 있어요"

바가노바 발레학교의 전체 학생은 350 여명. 선생님은 150명이 넘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이같은 발레학교가 전국적으로 16개 정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발레학교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외국에서 온 유학생도 많습니다.

<인터뷰>원예원(유학생):"손동작을 하나하나도 이렇게 표현하면 아름답다고 설명해 주는 게 장점 이죠"

최근 볼쇼이 발레단은 이런저런 음모와 내분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발레단 예술 감독이
황산 테러를 당해, 얼굴과 눈에 심한 화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필린(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예술 감독):"당시에 도망가려고 했지만, 괴한들은 바로 나를 따라잡았어요. 그리고 내 얼굴에 황산을 뿌렸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발레단의 남자 주연 무용수입니다.

<녹취>드미트리첸코(황산 테러 용의자):"내가 예술 감독에 대한 황산 테러를 주도했다는 주장은 거짓말입니다.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언론들은 드미트리첸코와 예술 감독이 배역과 수익금 배분 등을 놓고 오랫동안 갈등을 벌여 왔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안나(발레리나):"이번 테러 사건 때문에 볼쇼이 단원 모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발레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나 비난이 계속되고 있어요. 볼쇼이 역사상 이런 스캔들은 처음 있는 일이죠"

볼쇼이 발레 공연 1시간 전.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무대와 가까운 1층의 경우 입장료는 우리 돈 으로 50만원 안팎. 보통 사람들에게는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밥은 굶더라도 공연은 놓치지 않는다'는 말처럼 러시아 사람들의 발레에 대한 애정 역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인터뷰>타티아나(관객):"볼쇼이 극장은 정말 대단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꼭 한번쯤은 와서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하더라도 발레에 한번쯤 흠뻑 빠져 볼만해요"

예술을 사랑하는 관객들, 그리고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과 어린 영재들을 조기에 발굴해 재능 있는 발레니라, 발레리노를 탄생시키는 교육 시스템. 여기에 세계 최고라는 평가에 만족하지 않고 매일 피나는 연습을 멈추지 않는 무용수들. 끔직한 황산 테러사건, 그리고 추악한 음모와 혼란 속에서도 대부분의 단원들은 볼쇼이 정신을 위해 오늘도 무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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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볼쇼이’ 발레 훔쳐보기
    • 입력 2013-03-31 07:50:24
    • 수정2013-03-31 09:40:5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오정연 앵커가 원래 발레를 좀 하셨죠?

학교 때 많이 하다가 지금은 못 해요!

저도 볼쇼이 발레단 정도는 아는데 세계 최고 발레단이 좀 시끄러웠죠?

예술 감독이 황산테러를 당했는가 하면 배후 인물로 주연 무용수가 거론되는 등 음모와 내분에 휩싸였습니다.

무대 뒷면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볼쇼이 명성이 흔들리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죠.

그런 만큼 명성을 지키려는 노력 또한 뜨겁다고 합니다. 최고 발레의 비밀을 모스크바 연규선 특파원이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막이 오르고 화려한 왕궁의 파티가 시작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 작품 가운데 하나인 '잠자는 숲속의 공주'입니다. 고전 무용의 우아함과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대표작입니다.

볼쇼이 발레단은 모스크바 볼쇼이 대극장에서 올해 2백 차례 안팎의 공연을 계속합니다. 발레단의 무용수는 250 여명, 우리나라 국립 발레단 보다 3배 정도 많습니다.

<인터뷰>줄리아(발레리나):"무대 공연은 저에게는 축제 같은 겁니다. 늘 흥분 되죠. (힘들지 않아요?) 피곤하죠. 하지만 마음은 참 상쾌해요"

볼쇼이 무대 경력 10년의 여성 주연 발레리나 예카테리나. 공연을 앞두고 하루 10시간 가까운 맹연습입니다. 토슈즈 속에 숨겨진 발레리나들의 발은 성한 곳 하나 없을 정도로 상처투성입니다.

<녹취>예카테리나(주연 발레리나):"이번에 주연인 '잠자는 공주' 역할을 맡았어요. (오늘 공연이 있나요?) 내일 공연있어요. 매일 이렇게 연습을 해야 해요"

러시아를 대표하는 볼쇼이 대극장이 모스크바에 처음 문을 연 때는 1825년.
하지만 1853년 큰 불로 대부분 소실됐고, 3년 뒤 다시 건설돼 지금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브릿지>예브게니아(관객):"볼쇼이 극장이 지난해 11월에 6년 만에 재개관 했잖아요. 그 후 두 번째 온 겁니다, 너무 아름답고 웅장한 극장입니다."

대극장 재 완공 뒤 첫 공연에는 당시 황제였던 알렉산드르 2세가 직접 참석했습니다. 온통 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극장 내부. 황제석 향해 경의를 표하는 러시아 귀족들. 유럽 변방에 있지만 발레를 통해 그 중심이 되길 꿈꿨던, 제국 러시아의 야망이 한 장의 그림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녹취>예카테리나(볼쇼이 박물관 소장):"훌륭한 작품과 그것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뛰어난 무용수가 많이 배출됐습니다. 그들은 발레로 세계를 정복하고 볼쇼이를 알렸죠"

하지만 러시아 발레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오른 배경에는 발레학교가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상트페체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학교 '바가노바'. 1738년 설립부터 현재까지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발레 영재를 10살 때 선발해 9년 동안 무료로 훈련시키는 전문 교육기관입니다.

<녹취>"몸을 이렇게 틀고 팔을 아름답게 만들고....."

러시아 발레학교는 단순히 동작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수학 같은 일반 과목 역시 무용수가 갖춰야 할 교양의 하나로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입학생 숫자는 남여 모두 60명. 그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이 졸업할 수 있습니다. 졸업생 대부분은 발레단에 들어가 러시아를 대표하는 무용수로 활동합니다.

<인터뷰>샤말린(8학년 학생):"이곳은 러시아 발레의 어머니와 같은 곳이죠. 러시아 발레의 오랜 전통과 모든 규칙들은 오직 여기에서만 교육받을 수 있어요"

바가노바 발레학교의 전체 학생은 350 여명. 선생님은 150명이 넘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이같은 발레학교가 전국적으로 16개 정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발레학교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외국에서 온 유학생도 많습니다.

<인터뷰>원예원(유학생):"손동작을 하나하나도 이렇게 표현하면 아름답다고 설명해 주는 게 장점 이죠"

최근 볼쇼이 발레단은 이런저런 음모와 내분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발레단 예술 감독이
황산 테러를 당해, 얼굴과 눈에 심한 화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필린(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예술 감독):"당시에 도망가려고 했지만, 괴한들은 바로 나를 따라잡았어요. 그리고 내 얼굴에 황산을 뿌렸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발레단의 남자 주연 무용수입니다.

<녹취>드미트리첸코(황산 테러 용의자):"내가 예술 감독에 대한 황산 테러를 주도했다는 주장은 거짓말입니다.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언론들은 드미트리첸코와 예술 감독이 배역과 수익금 배분 등을 놓고 오랫동안 갈등을 벌여 왔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안나(발레리나):"이번 테러 사건 때문에 볼쇼이 단원 모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발레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나 비난이 계속되고 있어요. 볼쇼이 역사상 이런 스캔들은 처음 있는 일이죠"

볼쇼이 발레 공연 1시간 전.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무대와 가까운 1층의 경우 입장료는 우리 돈 으로 50만원 안팎. 보통 사람들에게는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밥은 굶더라도 공연은 놓치지 않는다'는 말처럼 러시아 사람들의 발레에 대한 애정 역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인터뷰>타티아나(관객):"볼쇼이 극장은 정말 대단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꼭 한번쯤은 와서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하더라도 발레에 한번쯤 흠뻑 빠져 볼만해요"

예술을 사랑하는 관객들, 그리고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과 어린 영재들을 조기에 발굴해 재능 있는 발레니라, 발레리노를 탄생시키는 교육 시스템. 여기에 세계 최고라는 평가에 만족하지 않고 매일 피나는 연습을 멈추지 않는 무용수들. 끔직한 황산 테러사건, 그리고 추악한 음모와 혼란 속에서도 대부분의 단원들은 볼쇼이 정신을 위해 오늘도 무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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