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K-팝’의 진화

입력 2013.03.31 (07:52) 수정 2013.03.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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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제 지구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K-POP 공연장 모습입니다.

화끈합니다.

이런 K-팝을 통한 한류 열풍이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죠?

이슬람 국가에서는 교리 때문에 신체 노출도 잘 하지 않고 신들린 듯 움직이는 춤도 꺼린다는데 이 곳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K-팝 한류가 단순히 노래의 인기를 넘어 제작 시스템 수출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K-팝의 진화 현장을 인도네시아에서 조태흠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동남에서 인기있는 가수의 공연 모습입니다. 한국 아이돌 그룹 '2PM'의 노래 '하트비트'와 비교해보면 춤 동작과 대형이 유사합니다. 남녀가 함께 추는 이 춤은 그룹 '빅뱅'의 멤버 '태양'의 노래 '아이니드어 걸'과 비슷합니다.

이른바 '짝퉁 K-팝'도 인기를 끌만큼 한류 열풍이 뜨겁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프롬 라따 (캄보디아 기획사 매니저):"동남아시아 가수들이 다른 나라 가수나 노래를 보고 따라하는데 특히 한국 가수 노래와 춤을 많이 따라하는 편입니다. "

그렇다면 실제 K-팝 가수에 대한 동남아 팬들의 갈증은 어느 정도일까? 인구 천백만 명. 동남아 최대의 도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구의 85%가 이슬람교를 믿는 종교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과다한 신체 노출이나 과격한 춤을 꺼리는 이슬람 교리 때문에 댄스 음악의 진출이 쉽지 않은 곳입니다.

자카르타 시내 외곽에 8만 8천 명을 수용하는 글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이 있습니다.

KBS 뮤직뱅크의 공연이 있는 날. 입장 6시간 전 이미 수백 미터의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한국 아이돌 가수의 이름이 새겨진 머리띠를 하고 응원 플래카드까지 갖췄습니다. 한국 팬클럽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영락없는 K-팝 마니아들입니다.

자카르타의 밤하늘이 이내 K-팝의 환호성으로 채워집니다.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따라하고 절제의 상징인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들도K-팝의 열기 앞에 종교를 잠시 잊었습니다.

공연장을 메운 2만 3천여 명의 K-팝 팬들은 공연 세 시간 내내 가수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효린(그룹 '시스타' 멤버):"응원해주시는 열기가 굉장히 뜨거워요. 해외 팬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시는 것 보면 항상 굉장히 감동을 받고 돌아가는…"

불과 보름 전 발표된 최신 곡을 벌서 따라 부르는 팬들도 있습니다. K-팝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인터뷰> 리아 (K-팝 팬):"노래도 좋고 가수도 너무 좋아요. 규현 좋아요!"

<인터뷰> 종웨이 (K-팝 팬):"목소리도 아름답고 정말 잘 생겼어요."

K-팝의 전파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의 대형 쇼핑몰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친 젊은이들이 각종 드라마와 음악 CD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K-팝 코너는 단연 인기입니다. 슈퍼주니어와 샤이니, 빅뱅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음반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K-팝 음악을 듣고 따라하고 소비하는 게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K-팝의 소비층이 두꺼워 지면서 아예 한국의 아이돌 제작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한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가슴에 이름표를 붙인 오디션 참가자들이 심사위원들 앞에서 준비한 노래와 춤을 선보입니다.

<녹취> "노래는 괜찮은데요. 이제 비주얼도 좀 신경을 써야할 것같네요"

무대 구성부터 진행 방식, 심지어 심사위원의 독설까지.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했습니다. 이 오디션 방송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실시간 시청률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발굴된 아이돌 스타도 있습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춤 연습이 한창입니다. 오디션에서 최종 선발된 이들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S4'입니다. 이들은 오디션을 마친 뒤 데뷔 전 한국에서 1년 동안 합숙을 하며 혹독한 훈련을 받았습니다. 춤과 노래는 물론 외국어와 무대 매너까지 가수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인터뷰> 필리(그룹 'S4' 멤버):"우리는 먹는 것과 잠자는 것까지도 통제하면서 훈련에만 집중했습니다."

기획사가 멤버를 선발해 그룹의 특성을 미리 기획하고 이에 맞춰 훈련시키는 한국식 K-팝 시스템을 거친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은 탄탄한 기본기가 강점입니다.

<인터뷰> 레베카(그룹 'S4' 팬):"다른 남자 그룹들보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더 잘 춰요"

이렇게 K-팝 시스템으로 제작된 아이돌 그룹 'S4'는 최근 현지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들뿐 아니라 태국 가수 '나튜', 중국·홍콩·대만 출신으로 구성된 그룹 'M4M' 등도 K-팝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아이돌입니다.

K-팝 시스템의 수출은 우리 문화 산업의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로 K-팝 열풍에 힘입어 문화 오락 서비스 수지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8천6백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대중문화 정책인 '인도네시아 싱즈' 캠페인을 지난해 말 부터 시작했습니다. K-팝의 성공 비결을 배워 인도네시아 팝, 즉 I-팝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입니다.

<인터뷰> 쿠스와라(인도네시아 관광창조 경제부 차관):"강남스타일 같은 트렌드 덕분에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알려졌지 않습니까. 이것은 I-팝이 반드시 K-팝에서 배워야 할 점입니다."

단순히 콘텐츠만 수출하는 선을 넘어 제작 시스템까지 수출할 정도로 K-팝의 인기는 정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잘나갈 때가 위기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때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자기복제로 새로움을 창출하지 못한 '홍콩 웨이브'나 'J-팝 열풍'이 어느새 사라진 것도 불과 20년이 안된 이야깁니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K-팝 나아가 한류가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인도네시아 K-팝 열풍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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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K-팝’의 진화
    • 입력 2013-03-31 07:52:10
    • 수정2013-03-31 14:31:1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이제 지구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K-POP 공연장 모습입니다.

화끈합니다.

이런 K-팝을 통한 한류 열풍이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죠?

이슬람 국가에서는 교리 때문에 신체 노출도 잘 하지 않고 신들린 듯 움직이는 춤도 꺼린다는데 이 곳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K-팝 한류가 단순히 노래의 인기를 넘어 제작 시스템 수출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K-팝의 진화 현장을 인도네시아에서 조태흠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동남에서 인기있는 가수의 공연 모습입니다. 한국 아이돌 그룹 '2PM'의 노래 '하트비트'와 비교해보면 춤 동작과 대형이 유사합니다. 남녀가 함께 추는 이 춤은 그룹 '빅뱅'의 멤버 '태양'의 노래 '아이니드어 걸'과 비슷합니다.

이른바 '짝퉁 K-팝'도 인기를 끌만큼 한류 열풍이 뜨겁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프롬 라따 (캄보디아 기획사 매니저):"동남아시아 가수들이 다른 나라 가수나 노래를 보고 따라하는데 특히 한국 가수 노래와 춤을 많이 따라하는 편입니다. "

그렇다면 실제 K-팝 가수에 대한 동남아 팬들의 갈증은 어느 정도일까? 인구 천백만 명. 동남아 최대의 도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구의 85%가 이슬람교를 믿는 종교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과다한 신체 노출이나 과격한 춤을 꺼리는 이슬람 교리 때문에 댄스 음악의 진출이 쉽지 않은 곳입니다.

자카르타 시내 외곽에 8만 8천 명을 수용하는 글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이 있습니다.

KBS 뮤직뱅크의 공연이 있는 날. 입장 6시간 전 이미 수백 미터의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한국 아이돌 가수의 이름이 새겨진 머리띠를 하고 응원 플래카드까지 갖췄습니다. 한국 팬클럽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영락없는 K-팝 마니아들입니다.

자카르타의 밤하늘이 이내 K-팝의 환호성으로 채워집니다.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따라하고 절제의 상징인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들도K-팝의 열기 앞에 종교를 잠시 잊었습니다.

공연장을 메운 2만 3천여 명의 K-팝 팬들은 공연 세 시간 내내 가수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효린(그룹 '시스타' 멤버):"응원해주시는 열기가 굉장히 뜨거워요. 해외 팬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시는 것 보면 항상 굉장히 감동을 받고 돌아가는…"

불과 보름 전 발표된 최신 곡을 벌서 따라 부르는 팬들도 있습니다. K-팝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인터뷰> 리아 (K-팝 팬):"노래도 좋고 가수도 너무 좋아요. 규현 좋아요!"

<인터뷰> 종웨이 (K-팝 팬):"목소리도 아름답고 정말 잘 생겼어요."

K-팝의 전파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의 대형 쇼핑몰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친 젊은이들이 각종 드라마와 음악 CD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K-팝 코너는 단연 인기입니다. 슈퍼주니어와 샤이니, 빅뱅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음반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K-팝 음악을 듣고 따라하고 소비하는 게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K-팝의 소비층이 두꺼워 지면서 아예 한국의 아이돌 제작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한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가슴에 이름표를 붙인 오디션 참가자들이 심사위원들 앞에서 준비한 노래와 춤을 선보입니다.

<녹취> "노래는 괜찮은데요. 이제 비주얼도 좀 신경을 써야할 것같네요"

무대 구성부터 진행 방식, 심지어 심사위원의 독설까지.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했습니다. 이 오디션 방송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실시간 시청률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발굴된 아이돌 스타도 있습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춤 연습이 한창입니다. 오디션에서 최종 선발된 이들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S4'입니다. 이들은 오디션을 마친 뒤 데뷔 전 한국에서 1년 동안 합숙을 하며 혹독한 훈련을 받았습니다. 춤과 노래는 물론 외국어와 무대 매너까지 가수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인터뷰> 필리(그룹 'S4' 멤버):"우리는 먹는 것과 잠자는 것까지도 통제하면서 훈련에만 집중했습니다."

기획사가 멤버를 선발해 그룹의 특성을 미리 기획하고 이에 맞춰 훈련시키는 한국식 K-팝 시스템을 거친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은 탄탄한 기본기가 강점입니다.

<인터뷰> 레베카(그룹 'S4' 팬):"다른 남자 그룹들보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더 잘 춰요"

이렇게 K-팝 시스템으로 제작된 아이돌 그룹 'S4'는 최근 현지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들뿐 아니라 태국 가수 '나튜', 중국·홍콩·대만 출신으로 구성된 그룹 'M4M' 등도 K-팝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아이돌입니다.

K-팝 시스템의 수출은 우리 문화 산업의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로 K-팝 열풍에 힘입어 문화 오락 서비스 수지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8천6백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대중문화 정책인 '인도네시아 싱즈' 캠페인을 지난해 말 부터 시작했습니다. K-팝의 성공 비결을 배워 인도네시아 팝, 즉 I-팝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입니다.

<인터뷰> 쿠스와라(인도네시아 관광창조 경제부 차관):"강남스타일 같은 트렌드 덕분에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알려졌지 않습니까. 이것은 I-팝이 반드시 K-팝에서 배워야 할 점입니다."

단순히 콘텐츠만 수출하는 선을 넘어 제작 시스템까지 수출할 정도로 K-팝의 인기는 정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잘나갈 때가 위기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때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자기복제로 새로움을 창출하지 못한 '홍콩 웨이브'나 'J-팝 열풍'이 어느새 사라진 것도 불과 20년이 안된 이야깁니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K-팝 나아가 한류가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인도네시아 K-팝 열풍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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