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보이스 피싱 사기단’까지 속인 10대들

입력 2013.04.01 (08:35) 수정 2013.04.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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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파밍' 사기가 요즘 극성인데요.

이 파밍 사기단이 오히려 사기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은 파밍 사기단에 자신들 이름으로 된 통장을 판 뒤, 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을 중간에서 가로챘는데요.

김기흥 기자, 사기단을 상대로 사기를 친 이 대담한 일당이 10대들이었다고요?

<기자 멘트>

그야 말로 뛰는 사기단 위에 나는 무서운 10대들었습니다.

사기단이 돈을 인출해 가기 전에 미리 만들어 놓은 체크카드를 이용해 돈을 빼가는 수법이었는데요.

10대들이 대포통장을 만들어 사기단에 파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사기단이 빼가려는 돈을 중간에 가로챈 경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경찰에 검거된 이유는 이 사건 때문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됐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안양의 한 편의점.

10대 손님이 현금으로 바꿔달라며 수표 한 장을 건넵니다.

수표를 받고 갸우뚱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여러 번 살펴본 뒤에야 현금을 내주는데요.

이 손님이 다녀간 이후 이곳 편의점에서는 수표 경계령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편의점 직원(음성변조) : “수표를 받지 말라고 하셨어요. 누가 위조 수표를 가지고 왔다고….”

CCTV 속 손님이 냈던 수표가 위조수표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인데요.

<녹취> 편의점 직원(음성변조) : “수표가 이상했어요. 일반 수표랑 다르고 좀 붙여놓은 듯한? ‘이상하네요?’하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자기도 어디서 받았다고 아는 사람한테. 그렇게 대답했어요. 학생이고 어린애가 와서 했으니까 설마 설마 했죠.”

당당하게 위조수표를 냈던 손님은 얼마 뒤 친구 3명과 함께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 “10만 원 권 6매를 사용해서 60만원 어치의 이득을 봤다고 봐야죠. 왜냐하면 거스름돈이 있고 또 그만큼의 물건을 가져갔으니까요.”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에 통화위조, 그리고 위조 유가증권 행사 등의 혐의로 붙잡힌 10대 4명.

그런데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뭔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저희 쪽에 파밍 사건이라고 사기사건이 사이버 팀에 접수가 됐는데요. 거기 통장 명의자가 이 대상자들이었습니다. ”

가짜 금융 사이트로 접속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는 신종 사기 수법인 ‘파밍’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돈이 이들의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에 들어있었던 건데요.

수천만 원이 오고 간 거래내역.

10대의 통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심쩍었던 이 통장은 보이스 피싱 사기단의 대포통장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 “은행가서 자기 명의로 통장을 개설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보면 대포통장 구한다, 그런 소리 있으면 연락을 해서 통장을 판매하는 거죠.1개당 25만원 받고 판매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사건의 시작은 지난 1월,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대포통장을 구한다는 글을 보면서 부터였습니다.

개당 25만원을 준다는 말에 솔깃해진 이들은 통장 두 개를 만든 뒤 퀵서비스를 이용해 보이스 피싱 사기 조직에 팔아 넘겼는데요.

이 때 이들은 나름의 꼼수를 썼습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 “통장 하나에 카드 2개를 만들어가지고 1개는 자기가 가지고 있고 통장과 다른 체크카드는 그 통장 구입한다는 사람한테 넘겨주고요.”

통장의 돈을 빼 쓸 수 있는 체크카드를 따로 하나 더 만들어 둔 겁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 “자기의 휴대폰번호로 문자가 오게끔 신청을 해서 그 은행 주변이나 현금 인출할 수 있는 편의점 주변에 있다가 돈이 입금됐다는 문자 메세지가 오면 바로 가서 돈을 인출한 걸 찾은 겁니다.”

애초에 자신들이 만든 통장을 보이스 피싱 사기단이 쓸 거란 사실을 알았던 이들이 체크카드를 이용해 중간에서 가로챈 돈만 670만원에 달했는데요.

그 돈을 유흥비로 모두 탕진한 뒤 이들은 또 다른 범행을 모의했습니다.

<녹취> PC방 관계자(음성변조) : “2월쯤이었던 것 같은데 2월 말이었나. 몇 번 왔었던 것 같은데 제 생각으로는. ”

자주 들르던 PC방에서 복합기를 이용해 5만 원 권 현금과 10만 원 권 수표를 위조한 겁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PC방에서 (수표)앞뒷면을 다 스캔해서 집에 와서 같이 자르고 붙이고. 여러 장 만들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많이 못 만들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모바일 메신저로 ‘우리 작두사자, 다시 작업하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

위조한 수표의 모양새는 어설펐지만 사용하는 것만큼은 주도면밀했습니다.

가짜 수표라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이들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업소부터 찾았습니다.

<인터뷰> 피해 모텔 관계자(음성변조) : “아침에 우리 아버님이 받으셨거든요. 나중에 약간 두껍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 때 당시는 모르죠. ”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위장도 불사한 이들!

자신들 또래의 어린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곳도 위조 수표를 쓰기에는 딱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녹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제 나이 대에 수표를 만질 일이 잘 없으니까. 알면 안 바꿔줬죠. 모르니까 이상한대도 바꿔준 거죠.”

지난해에도 10대 5명이 위조한 학생증을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70여 개의 대포통장을 발급받은 경우는 있었습니다.

<녹취> 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학생증 앞에 있는 주민등록번호 나와 있는 게 있으면 사진하고 있으면 가능하세요. 사용할 수 있어요. 다른 거 없어도... ”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대포 통장을 쉽게 만들 수 없게 되자 보이스 피싱 사기단이 10대들에게까지 접근한 거였는데요.

하지만 이들은 한 술 더 떠 보이스 피싱 사기단이 가로챈 돈을 중간에 또 가로챈 겁니다.

이들의 범행에 적용된 혐의만도 무려 7가지로 경찰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 “보이스 피싱 조직 쪽에서도 자기네들이 사기 쳐서 받아갈 돈을 중간에서 통장 명의자들이 가져갔기 때문에 얘네들도 지금 자기가 가져갈 돈을 다 못 가져가서 어쩌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경찰은 이들의 여죄를 밝히는 한편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사들인 보이스 피싱 사기단을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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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보이스 피싱 사기단’까지 속인 10대들
    • 입력 2013-04-01 08:39:07
    • 수정2013-04-01 14: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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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파밍' 사기가 요즘 극성인데요.

이 파밍 사기단이 오히려 사기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은 파밍 사기단에 자신들 이름으로 된 통장을 판 뒤, 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을 중간에서 가로챘는데요.

김기흥 기자, 사기단을 상대로 사기를 친 이 대담한 일당이 10대들이었다고요?

<기자 멘트>

그야 말로 뛰는 사기단 위에 나는 무서운 10대들었습니다.

사기단이 돈을 인출해 가기 전에 미리 만들어 놓은 체크카드를 이용해 돈을 빼가는 수법이었는데요.

10대들이 대포통장을 만들어 사기단에 파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사기단이 빼가려는 돈을 중간에 가로챈 경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경찰에 검거된 이유는 이 사건 때문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됐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안양의 한 편의점.

10대 손님이 현금으로 바꿔달라며 수표 한 장을 건넵니다.

수표를 받고 갸우뚱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여러 번 살펴본 뒤에야 현금을 내주는데요.

이 손님이 다녀간 이후 이곳 편의점에서는 수표 경계령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편의점 직원(음성변조) : “수표를 받지 말라고 하셨어요. 누가 위조 수표를 가지고 왔다고….”

CCTV 속 손님이 냈던 수표가 위조수표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인데요.

<녹취> 편의점 직원(음성변조) : “수표가 이상했어요. 일반 수표랑 다르고 좀 붙여놓은 듯한? ‘이상하네요?’하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자기도 어디서 받았다고 아는 사람한테. 그렇게 대답했어요. 학생이고 어린애가 와서 했으니까 설마 설마 했죠.”

당당하게 위조수표를 냈던 손님은 얼마 뒤 친구 3명과 함께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 “10만 원 권 6매를 사용해서 60만원 어치의 이득을 봤다고 봐야죠. 왜냐하면 거스름돈이 있고 또 그만큼의 물건을 가져갔으니까요.”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에 통화위조, 그리고 위조 유가증권 행사 등의 혐의로 붙잡힌 10대 4명.

그런데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뭔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저희 쪽에 파밍 사건이라고 사기사건이 사이버 팀에 접수가 됐는데요. 거기 통장 명의자가 이 대상자들이었습니다. ”

가짜 금융 사이트로 접속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는 신종 사기 수법인 ‘파밍’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돈이 이들의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에 들어있었던 건데요.

수천만 원이 오고 간 거래내역.

10대의 통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심쩍었던 이 통장은 보이스 피싱 사기단의 대포통장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 “은행가서 자기 명의로 통장을 개설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보면 대포통장 구한다, 그런 소리 있으면 연락을 해서 통장을 판매하는 거죠.1개당 25만원 받고 판매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사건의 시작은 지난 1월,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대포통장을 구한다는 글을 보면서 부터였습니다.

개당 25만원을 준다는 말에 솔깃해진 이들은 통장 두 개를 만든 뒤 퀵서비스를 이용해 보이스 피싱 사기 조직에 팔아 넘겼는데요.

이 때 이들은 나름의 꼼수를 썼습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 “통장 하나에 카드 2개를 만들어가지고 1개는 자기가 가지고 있고 통장과 다른 체크카드는 그 통장 구입한다는 사람한테 넘겨주고요.”

통장의 돈을 빼 쓸 수 있는 체크카드를 따로 하나 더 만들어 둔 겁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 “자기의 휴대폰번호로 문자가 오게끔 신청을 해서 그 은행 주변이나 현금 인출할 수 있는 편의점 주변에 있다가 돈이 입금됐다는 문자 메세지가 오면 바로 가서 돈을 인출한 걸 찾은 겁니다.”

애초에 자신들이 만든 통장을 보이스 피싱 사기단이 쓸 거란 사실을 알았던 이들이 체크카드를 이용해 중간에서 가로챈 돈만 670만원에 달했는데요.

그 돈을 유흥비로 모두 탕진한 뒤 이들은 또 다른 범행을 모의했습니다.

<녹취> PC방 관계자(음성변조) : “2월쯤이었던 것 같은데 2월 말이었나. 몇 번 왔었던 것 같은데 제 생각으로는. ”

자주 들르던 PC방에서 복합기를 이용해 5만 원 권 현금과 10만 원 권 수표를 위조한 겁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PC방에서 (수표)앞뒷면을 다 스캔해서 집에 와서 같이 자르고 붙이고. 여러 장 만들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많이 못 만들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모바일 메신저로 ‘우리 작두사자, 다시 작업하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

위조한 수표의 모양새는 어설펐지만 사용하는 것만큼은 주도면밀했습니다.

가짜 수표라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이들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업소부터 찾았습니다.

<인터뷰> 피해 모텔 관계자(음성변조) : “아침에 우리 아버님이 받으셨거든요. 나중에 약간 두껍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 때 당시는 모르죠. ”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위장도 불사한 이들!

자신들 또래의 어린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곳도 위조 수표를 쓰기에는 딱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녹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음성변조) : “제 나이 대에 수표를 만질 일이 잘 없으니까. 알면 안 바꿔줬죠. 모르니까 이상한대도 바꿔준 거죠.”

지난해에도 10대 5명이 위조한 학생증을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70여 개의 대포통장을 발급받은 경우는 있었습니다.

<녹취> 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학생증 앞에 있는 주민등록번호 나와 있는 게 있으면 사진하고 있으면 가능하세요. 사용할 수 있어요. 다른 거 없어도... ”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대포 통장을 쉽게 만들 수 없게 되자 보이스 피싱 사기단이 10대들에게까지 접근한 거였는데요.

하지만 이들은 한 술 더 떠 보이스 피싱 사기단이 가로챈 돈을 중간에 또 가로챈 겁니다.

이들의 범행에 적용된 혐의만도 무려 7가지로 경찰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인터뷰> 안재형(경장/안양만안경찰서 수사과 ) : “보이스 피싱 조직 쪽에서도 자기네들이 사기 쳐서 받아갈 돈을 중간에서 통장 명의자들이 가져갔기 때문에 얘네들도 지금 자기가 가져갈 돈을 다 못 가져가서 어쩌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경찰은 이들의 여죄를 밝히는 한편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사들인 보이스 피싱 사기단을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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