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두 딸은 죽었지만, 범인은 13일 뒤면…

입력 2013.04.02 (08:34) 수정 2013.04.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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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5년 전, 두 딸을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가 있습니다.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집안에 누군가 들어와서 당시 20대였던 두 딸을 모두 살해하고 달아났습니다.

그동안 이 아버지가 어떤 세월을 보냈을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15년 동안 범인이 잡히길 기다렸던 이 아버지의 한은 끝내 풀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김기흥 기자, 공소시효 때문이라고요?

<기자 멘트>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998년인데요.

오는 15일이 되면 이 살인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7년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바뀌었지만 2007년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에 불과한데요.

결국 며칠 후면 경찰이 진범을 잡더라도 혹은 진범이 나타나 자신이 두 딸을 죽였다고 자백을 해도 처벌을 할 수 없게 되는 셈입니다.

15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20대 자매 살인 사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원의 어느 주택가.

이곳에서 끔찍한 자매살인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1998년 4월이었습니다.

<녹취> "1998년? 1998년? "

<녹취> "몰라. 모르지. 안 가봐서 몰라"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오래 전 잊혀진 일이지만, 한 사람에게만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이 사건...!

<녹취> 안00(피해자 아버지/음성변조) : "우리 애들이 정확히 그렇게 된 게, (1998년 4월) 16일 오전 9시에서 9시 반이라고."

딸들의 죽음 이후 멈춰버린 아버지의 시간.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며, 진범이 잡히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공소시효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는 지금.

과연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영원히 미제사건으로 남고 마는 걸까..

사건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6살의 큰딸과 24살 작은 딸은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피해자의 아버지는 산에 오르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요.

<녹취> 안00(피해자 아버지/음성변조) : "그냥 뭐 옷 편하게 입고 배낭 하나 매면 항상 가는 거예요. 나는 그냥 산에 갔으니까."

그렇게 산에 오른, 아버지 안모씨.

집에 돌아왔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낯선 사람들이었습니다.

<녹취> 안00(피해자 아버지/음성변조) : "건장한 사람들 둘이 딱 잡더라고 팔을. 그럼 난 상식적으로 당신들 뭐요? (물었더니) 경찰서라고, 형사라고. 뭐요? 그랬더니 따님들 둘이 그렇게 됐다 (하더라고)"

그런데 경찰은 좀처럼 범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건 현장이 많이 훼손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당시 사건 담당 형사(음성변조) : "범인을 특정 지을만한 증거는 그때 못 찾았어요.발자국이라든가 뭐 이런 게 뭉그러지고해서."

1년 후, 안씨는 경찰로부터 용의자가 잡혔다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다른 강도 사건으로 붙잡힌 30대 이모씨가, 자신이 안씨의 집에도 물건을 훔치러 들어갔다가 딸들을 죽이고 도망 갔다며, 자백을 했다는 건데요.

<녹취> 안00(피해자 아버지/음성변조) : "그래도 조금은 사는 집을 뒤질 거 아니요.상식적으로. 다 쓰러져가는 거길(안씨 집) 가서 뭘 훔칠 게 있다고 우리 집에 왔어요."

경찰은 용의자 이씨를 살인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자백을 번복했습니다.

1999년, 검찰은 살인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결국 이씨는 다른 강도 상해 사건으로만 기소됐습니다.

<녹취> 당시 사건 담당 형사(음성변조) : "범인이라는 건 현장에 가보지 않고는 일단 (정황이나 증거를) 찾을 수 없잖아요. 그 현장을 찾는다든가, 칼이 어디 있다든가,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일치가 되니까‘아 이놈이 범인이 맞다!’그런 심증은 있죠."

오랫동안 안씨의 집 인근에 살았던 주민들은 여전히 진범이 잡히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는데요.

<녹취> 사건 당시 이웃 주민(음성변조) : "뒤숭숭했었지, 사람이 죽었으니까 뭐. 그걸 (진범) 왜 찾지를 못해. "

안씨는 그 동안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진정서를 냈고, 해당기관들은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녹취> 안00(피해자 아버지/음성변조) : "큰 딸은 쥐띠, 둘째 딸은 호랑이띠. 한 마디로 예쁜 놈들이야. 에휴...(딸들) 꿈을 내가 진짜 수백 번 꿨어. ‘너희 죽은 줄 알았더니 안 죽었구나!’ 이런 꿈도 꾼다니까. 4월 15일 12시 땡. 그땐 (진범이) 옆에 있어도 그걸 못 잡는 거야. 시효가 끝났으니까."

이번사건처럼 살인 등의 강력범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폐지되어야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 "외국의 경우 특히 영미법 국가에서는 DNA 증거나 이런 것들이 많이 활용이 되면서, 공소시효를 페지한 국가들이 많이 생겼죠. 공소시효가 있음으로 해가지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데 방해가 된다면 얼마든지, 국민의 협의에 의해서 강력범죄 특히 사람들의 전이나 생명권과 연관된 범죄에 대해서는 지할 수 있다고 보여요."

공소시효 15년이 끝나기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단 13일.

히자만 진범을 찾기위한 아버지에게 더 이상 공소시효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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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두 딸은 죽었지만, 범인은 13일 뒤면…
    • 입력 2013-04-02 08:36:21
    • 수정2013-04-02 09: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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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5년 전, 두 딸을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가 있습니다.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집안에 누군가 들어와서 당시 20대였던 두 딸을 모두 살해하고 달아났습니다.

그동안 이 아버지가 어떤 세월을 보냈을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15년 동안 범인이 잡히길 기다렸던 이 아버지의 한은 끝내 풀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김기흥 기자, 공소시효 때문이라고요?

<기자 멘트>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998년인데요.

오는 15일이 되면 이 살인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7년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바뀌었지만 2007년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에 불과한데요.

결국 며칠 후면 경찰이 진범을 잡더라도 혹은 진범이 나타나 자신이 두 딸을 죽였다고 자백을 해도 처벌을 할 수 없게 되는 셈입니다.

15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20대 자매 살인 사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원의 어느 주택가.

이곳에서 끔찍한 자매살인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1998년 4월이었습니다.

<녹취> "1998년? 1998년? "

<녹취> "몰라. 모르지. 안 가봐서 몰라"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오래 전 잊혀진 일이지만, 한 사람에게만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이 사건...!

<녹취> 안00(피해자 아버지/음성변조) : "우리 애들이 정확히 그렇게 된 게, (1998년 4월) 16일 오전 9시에서 9시 반이라고."

딸들의 죽음 이후 멈춰버린 아버지의 시간.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며, 진범이 잡히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공소시효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는 지금.

과연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영원히 미제사건으로 남고 마는 걸까..

사건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6살의 큰딸과 24살 작은 딸은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피해자의 아버지는 산에 오르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요.

<녹취> 안00(피해자 아버지/음성변조) : "그냥 뭐 옷 편하게 입고 배낭 하나 매면 항상 가는 거예요. 나는 그냥 산에 갔으니까."

그렇게 산에 오른, 아버지 안모씨.

집에 돌아왔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낯선 사람들이었습니다.

<녹취> 안00(피해자 아버지/음성변조) : "건장한 사람들 둘이 딱 잡더라고 팔을. 그럼 난 상식적으로 당신들 뭐요? (물었더니) 경찰서라고, 형사라고. 뭐요? 그랬더니 따님들 둘이 그렇게 됐다 (하더라고)"

그런데 경찰은 좀처럼 범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건 현장이 많이 훼손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당시 사건 담당 형사(음성변조) : "범인을 특정 지을만한 증거는 그때 못 찾았어요.발자국이라든가 뭐 이런 게 뭉그러지고해서."

1년 후, 안씨는 경찰로부터 용의자가 잡혔다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다른 강도 사건으로 붙잡힌 30대 이모씨가, 자신이 안씨의 집에도 물건을 훔치러 들어갔다가 딸들을 죽이고 도망 갔다며, 자백을 했다는 건데요.

<녹취> 안00(피해자 아버지/음성변조) : "그래도 조금은 사는 집을 뒤질 거 아니요.상식적으로. 다 쓰러져가는 거길(안씨 집) 가서 뭘 훔칠 게 있다고 우리 집에 왔어요."

경찰은 용의자 이씨를 살인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자백을 번복했습니다.

1999년, 검찰은 살인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결국 이씨는 다른 강도 상해 사건으로만 기소됐습니다.

<녹취> 당시 사건 담당 형사(음성변조) : "범인이라는 건 현장에 가보지 않고는 일단 (정황이나 증거를) 찾을 수 없잖아요. 그 현장을 찾는다든가, 칼이 어디 있다든가,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일치가 되니까‘아 이놈이 범인이 맞다!’그런 심증은 있죠."

오랫동안 안씨의 집 인근에 살았던 주민들은 여전히 진범이 잡히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는데요.

<녹취> 사건 당시 이웃 주민(음성변조) : "뒤숭숭했었지, 사람이 죽었으니까 뭐. 그걸 (진범) 왜 찾지를 못해. "

안씨는 그 동안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진정서를 냈고, 해당기관들은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녹취> 안00(피해자 아버지/음성변조) : "큰 딸은 쥐띠, 둘째 딸은 호랑이띠. 한 마디로 예쁜 놈들이야. 에휴...(딸들) 꿈을 내가 진짜 수백 번 꿨어. ‘너희 죽은 줄 알았더니 안 죽었구나!’ 이런 꿈도 꾼다니까. 4월 15일 12시 땡. 그땐 (진범이) 옆에 있어도 그걸 못 잡는 거야. 시효가 끝났으니까."

이번사건처럼 살인 등의 강력범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폐지되어야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 "외국의 경우 특히 영미법 국가에서는 DNA 증거나 이런 것들이 많이 활용이 되면서, 공소시효를 페지한 국가들이 많이 생겼죠. 공소시효가 있음으로 해가지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데 방해가 된다면 얼마든지, 국민의 협의에 의해서 강력범죄 특히 사람들의 전이나 생명권과 연관된 범죄에 대해서는 지할 수 있다고 보여요."

공소시효 15년이 끝나기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단 13일.

히자만 진범을 찾기위한 아버지에게 더 이상 공소시효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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