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가져다 준 부와 명예

입력 2013.04.06 (22:47) 수정 2013.04.0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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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뱀띠 해 계사년도 나흘뒤면 벌써 100일이 흘러가버립니다.

아쉬우세요? 만족하세요?

뱀띠 해를 맞아 지금부터 바빠지는 곳이 있어 찾았습니다.

중국 저장성에 있는 세계 최대 뱀 마을입니다.

170여 가구에 8백 남짓 사는 작은 마을인데 무려 4백만 마리 뱀을 기른답니다.

먹을 것도 제대로 없던 가난한 마을에서 20~30년 만에 남부럽지 않은 부자 마을로 탈바꿈한 것도 이 뱀 때문이라네요!

뱀과 생사고락을 같이해서 이제 막 동면이 끝나면서 바쁜 세계 최대 뱀 마을을 김명주 특파원이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중국 중동부 최대 관광도시 항저우.

도심 한 가운데 '서호'는 중국 10대 명승지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크고 작은 유람선들이 한가로이 떠다니며, 아름다운 자태를 그려냅니다.

'서호 10경' 가운데 '단교'와 '뇌봉탑'에는 신비로운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중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다 아는 <백사전>입니다.

<백사전>은 중국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도 여러 번 등장했습니다.

사람으로 변한 백사와 그녀를 사랑한 인간...

서호 단교에서 만난 두 주인공은 안타깝고도 슬픈 사랑을 나눕니다.

현실이 둘을 갈라놨지만 사랑의 힘으로 이겨냈다는 전설입니다.

<녹취> 덩진(항저우 서호 관광객) : "뇌봉탑 밑에 갇힌 백사는 탑이 무너지면서 밖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하는 중국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호에서 북쪽으로 70여 킬로미터..

마을 주민 80% 이상이 양 씨 성을 가진 집성촌입니다.

170여 가구에 8백여 명이 사는 이 작은 시골 마을도 뱀과의 인연이 각별합니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세계에서 제일 큰 뱀 마을입니다.

부지런히 뱀을 실어나르는 양진췐 씨.

2천 마리 넘는 독사를 키우고 있습니다.

'푸셔'라고 불리는 살모사로, 두 달 쯤 지나면 알을 까게 됩니다.

중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수자도 많은 맹독성 뱀입니다.

<녹취> 양진췐(뱀 마을 주민) : "독을 채취한 뒤에 간과 쓸개, 가죽을 가공합니다. 가공된 간은 한국과 일본 등에 수출됩니다."

마당 한 켠 여러 개의 플라스틱 통엔 '사담주'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뱀 쓸개로 담근 술입니다.

뱀 쓸개는 음식을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게 양진췐 씨의 주장입니다.

<녹취> 양진췐(뱀 마을 주민) : "15일에서 30일 동안 굶긴 뱀에서 채취한 쓸개가 가장 좋습니다. 오래 굶은 뱀의 쓸개에는 플라빈 효소가 가득 차있기 때문입니다."

강과 습지가 어우러져 이 마을은 마치 그림과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각종 뱀을 사육하기에도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양파룽 씨는 아예 집 지하실에다 뱀 사육장을 만들었습니다.

해마다 수만 마리의 뱀을 키워 우리 돈으로 3천6백여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보통 농촌 가구에 비해 5배 이상 부자인 셈입니다.

<녹취> 양파룽(뱀 마을 주민) : "이 뱀은 먹구렁이(오초사)입니다. 평원 지역에 많이 살고 사람들이 즐겨먹는 뱀입니다. 고기가 아주 맛있어요."

마을 곳곳의 널찍한 공간에선 뱀 가죽 건조 작업이 한창입니다.

아낙네들이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뱀 가죽에 박아놨던 철심을 뽑아냅니다.

알을 낳은 뱀을 잡아서 냉동시킨 뒤 날씨가 좋을 때마다 이틀 간 햇빛에 말리는 겁니다.

<녹취> 러아이쟈(뱀 마을 주민) : "피부에 좋아요. 미용 효과가 좋아서 피부약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이 마을에서 뱀은 단지 생계 수단만이 아닙니다.

마을 어린이들에겐 최고의 장난감입니다.

온 몸에 뱀을 두르고 놀다보면 시간가는 줄을 모릅니다.

<녹취> 예페이선(뱀 마을 어린이) : "어릴 때부터 뱀을 갖고 놀아서 뱀이 무섭지 않아요. 뱀을 갖고 노는 게 재미있고 더운 여름에 목에 감으면 시원해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작은 마을은 먹고 살기도 빠듯한 빈촌이었습니다.

뱀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도 지독한 가난 때문이었습니다.

풀밭에서 뱀을 잡아 팔기 시작한 지 30여 년 만에 이 작은 마을은 세계 최대의 뱀 양식 산업기지로 성장했습니다.

해마다 1억 위안, 우리 돈으로 1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인근 다른 마을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뱀왕'으로 불리는 양홍창 씨는 뱀 사육의 원조로 통합니다.

제일 먼저 뱀을 잡아 팔기 시작했고, 팔다남은 뱀으로 가죽 등의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1985년부터 뱀 사육을 시작해 정부투자금을 받아 인근 대학과도 연구 교류를 진행하며, 지금은 마을 최고의 갑부가 됐습니다.

한국 지사도 설립돼 있습니다.

뱀 사육장에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자동화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녹취>양홍창(후저우일품식품유한공사 사장) : "동면기 때 온도는 영상 14도, 습도는 65% 정도로 유지시키주면 뱀들이 안전하게 겨울을 지냅니다. 봄이 되면 25~28도로 조절해 줍니다."

한 직원이 살모사 몇 마리를 들고갑니다.

독을 빼러 가는 겁니다.

뱀독은 항암과 뇌혈전, 관상동맥질환 치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시 뱀독을 뺄 때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녹취>마오웬징(후저우일품식품유한공사 직원) : "처음에 독을 뺄 때는 무서웠어요. 그런데 습관이 되니까 무섭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조심해야 해요. 물리면 아주 위험해요."

이렇게 독을 빼낸 뱀은 멸균 처리된 생산 라인에서 다른 뱀의 분말과 섞여 건강보조식품으로 만들어집니다.

뱀띠 해를 맞아 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년보다 두 배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녹취>쑤팡잉(후저우일품식품유한공사 직원) : "생산 라인이 설립된 지 10년이 됐는데 연간 생산액이 수천만 위안입니다."

사업장 안엔 뱀 박물관까지 들어서 있습니다.

40여 종의 다양한 뱀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합니다.

특히 <백사전>의 주인공 백사가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녹취>양홍창(후저우일품식품유한공사 사장) : "박물관 전시를 통해 뱀을 이해하고, 뱀을 어떻게 보호하는지와 적절한 취급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지방 정부도 지난 2004년부터 뱀 마을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뱀 약재를 이용한 전문 치료센터를 건립하고, 이집 저집에 흩어져있는 사육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뱀 사육 규모가 클수록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됩니다.

<녹취> 루징량(뱀 마을 지방 공무원) : "연간 10만 마리 이상을 키운 가구에 5만 위안, 5~8만 마리 규모는 3만 위안, 5만 마리 미만일 경우 만 위안을 지원합니다."

뱀 마을 사람들에게 지난 세월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알 낳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찾는 데만 몇 년이 걸렸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뱀이 울타리 밖으로 기어나와 사람에게 해를 입히기 일쑤였습니다.

뱀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산지 30년 만에 뱀은 자연스럽게 효도상품으로 자리잡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뱀 마을이라는 이색적인 영예까지 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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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뱀’이 가져다 준 부와 명예
    • 입력 2013-04-07 08:25:43
    • 수정2013-04-07 08:45:4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뱀띠 해 계사년도 나흘뒤면 벌써 100일이 흘러가버립니다.

아쉬우세요? 만족하세요?

뱀띠 해를 맞아 지금부터 바빠지는 곳이 있어 찾았습니다.

중국 저장성에 있는 세계 최대 뱀 마을입니다.

170여 가구에 8백 남짓 사는 작은 마을인데 무려 4백만 마리 뱀을 기른답니다.

먹을 것도 제대로 없던 가난한 마을에서 20~30년 만에 남부럽지 않은 부자 마을로 탈바꿈한 것도 이 뱀 때문이라네요!

뱀과 생사고락을 같이해서 이제 막 동면이 끝나면서 바쁜 세계 최대 뱀 마을을 김명주 특파원이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중국 중동부 최대 관광도시 항저우.

도심 한 가운데 '서호'는 중국 10대 명승지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크고 작은 유람선들이 한가로이 떠다니며, 아름다운 자태를 그려냅니다.

'서호 10경' 가운데 '단교'와 '뇌봉탑'에는 신비로운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중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다 아는 <백사전>입니다.

<백사전>은 중국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도 여러 번 등장했습니다.

사람으로 변한 백사와 그녀를 사랑한 인간...

서호 단교에서 만난 두 주인공은 안타깝고도 슬픈 사랑을 나눕니다.

현실이 둘을 갈라놨지만 사랑의 힘으로 이겨냈다는 전설입니다.

<녹취> 덩진(항저우 서호 관광객) : "뇌봉탑 밑에 갇힌 백사는 탑이 무너지면서 밖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하는 중국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호에서 북쪽으로 70여 킬로미터..

마을 주민 80% 이상이 양 씨 성을 가진 집성촌입니다.

170여 가구에 8백여 명이 사는 이 작은 시골 마을도 뱀과의 인연이 각별합니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세계에서 제일 큰 뱀 마을입니다.

부지런히 뱀을 실어나르는 양진췐 씨.

2천 마리 넘는 독사를 키우고 있습니다.

'푸셔'라고 불리는 살모사로, 두 달 쯤 지나면 알을 까게 됩니다.

중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수자도 많은 맹독성 뱀입니다.

<녹취> 양진췐(뱀 마을 주민) : "독을 채취한 뒤에 간과 쓸개, 가죽을 가공합니다. 가공된 간은 한국과 일본 등에 수출됩니다."

마당 한 켠 여러 개의 플라스틱 통엔 '사담주'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뱀 쓸개로 담근 술입니다.

뱀 쓸개는 음식을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게 양진췐 씨의 주장입니다.

<녹취> 양진췐(뱀 마을 주민) : "15일에서 30일 동안 굶긴 뱀에서 채취한 쓸개가 가장 좋습니다. 오래 굶은 뱀의 쓸개에는 플라빈 효소가 가득 차있기 때문입니다."

강과 습지가 어우러져 이 마을은 마치 그림과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각종 뱀을 사육하기에도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양파룽 씨는 아예 집 지하실에다 뱀 사육장을 만들었습니다.

해마다 수만 마리의 뱀을 키워 우리 돈으로 3천6백여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보통 농촌 가구에 비해 5배 이상 부자인 셈입니다.

<녹취> 양파룽(뱀 마을 주민) : "이 뱀은 먹구렁이(오초사)입니다. 평원 지역에 많이 살고 사람들이 즐겨먹는 뱀입니다. 고기가 아주 맛있어요."

마을 곳곳의 널찍한 공간에선 뱀 가죽 건조 작업이 한창입니다.

아낙네들이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뱀 가죽에 박아놨던 철심을 뽑아냅니다.

알을 낳은 뱀을 잡아서 냉동시킨 뒤 날씨가 좋을 때마다 이틀 간 햇빛에 말리는 겁니다.

<녹취> 러아이쟈(뱀 마을 주민) : "피부에 좋아요. 미용 효과가 좋아서 피부약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이 마을에서 뱀은 단지 생계 수단만이 아닙니다.

마을 어린이들에겐 최고의 장난감입니다.

온 몸에 뱀을 두르고 놀다보면 시간가는 줄을 모릅니다.

<녹취> 예페이선(뱀 마을 어린이) : "어릴 때부터 뱀을 갖고 놀아서 뱀이 무섭지 않아요. 뱀을 갖고 노는 게 재미있고 더운 여름에 목에 감으면 시원해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작은 마을은 먹고 살기도 빠듯한 빈촌이었습니다.

뱀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도 지독한 가난 때문이었습니다.

풀밭에서 뱀을 잡아 팔기 시작한 지 30여 년 만에 이 작은 마을은 세계 최대의 뱀 양식 산업기지로 성장했습니다.

해마다 1억 위안, 우리 돈으로 1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인근 다른 마을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뱀왕'으로 불리는 양홍창 씨는 뱀 사육의 원조로 통합니다.

제일 먼저 뱀을 잡아 팔기 시작했고, 팔다남은 뱀으로 가죽 등의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1985년부터 뱀 사육을 시작해 정부투자금을 받아 인근 대학과도 연구 교류를 진행하며, 지금은 마을 최고의 갑부가 됐습니다.

한국 지사도 설립돼 있습니다.

뱀 사육장에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자동화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녹취>양홍창(후저우일품식품유한공사 사장) : "동면기 때 온도는 영상 14도, 습도는 65% 정도로 유지시키주면 뱀들이 안전하게 겨울을 지냅니다. 봄이 되면 25~28도로 조절해 줍니다."

한 직원이 살모사 몇 마리를 들고갑니다.

독을 빼러 가는 겁니다.

뱀독은 항암과 뇌혈전, 관상동맥질환 치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시 뱀독을 뺄 때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녹취>마오웬징(후저우일품식품유한공사 직원) : "처음에 독을 뺄 때는 무서웠어요. 그런데 습관이 되니까 무섭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조심해야 해요. 물리면 아주 위험해요."

이렇게 독을 빼낸 뱀은 멸균 처리된 생산 라인에서 다른 뱀의 분말과 섞여 건강보조식품으로 만들어집니다.

뱀띠 해를 맞아 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년보다 두 배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녹취>쑤팡잉(후저우일품식품유한공사 직원) : "생산 라인이 설립된 지 10년이 됐는데 연간 생산액이 수천만 위안입니다."

사업장 안엔 뱀 박물관까지 들어서 있습니다.

40여 종의 다양한 뱀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합니다.

특히 <백사전>의 주인공 백사가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녹취>양홍창(후저우일품식품유한공사 사장) : "박물관 전시를 통해 뱀을 이해하고, 뱀을 어떻게 보호하는지와 적절한 취급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지방 정부도 지난 2004년부터 뱀 마을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뱀 약재를 이용한 전문 치료센터를 건립하고, 이집 저집에 흩어져있는 사육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뱀 사육 규모가 클수록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됩니다.

<녹취> 루징량(뱀 마을 지방 공무원) : "연간 10만 마리 이상을 키운 가구에 5만 위안, 5~8만 마리 규모는 3만 위안, 5만 마리 미만일 경우 만 위안을 지원합니다."

뱀 마을 사람들에게 지난 세월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알 낳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찾는 데만 몇 년이 걸렸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뱀이 울타리 밖으로 기어나와 사람에게 해를 입히기 일쑤였습니다.

뱀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산지 30년 만에 뱀은 자연스럽게 효도상품으로 자리잡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뱀 마을이라는 이색적인 영예까지 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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