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원조 맛집의 숨겨진 음식 이야기

입력 2013.04.24 (08:43) 수정 2013.04.24 (10: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저희 KBS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마포구인데요.

가끔 회식하러 나가면 갈비를 먹습니다.

네, 이름하여 '원조' 마포갈비집들이 즐비하죠?

그런데 이렇게 된 데는 나름의 역사가 있습니다.

노태영 기자~ 이런 원조 음식들, 알고 먹으면 더 맛나겠어요~

<기자 멘트>

네, 저녁때만 되면 갈비집마다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것을 봐도 그냥 맛집거리겠거니라고 만 생각했었는데요.

하지만 이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한 음식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 음식들의 사연을 찾아 원조 맛집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제일 처음 찾아간 곳은 충남 천안에 위치한 아우내장터입니다.

유관순 열사가 3.1 독립만세를 외쳤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인데 유명한 곳이 또 하나 있습니다.

<녹취> "(병천에서 제일 유명한 게 뭐예요?) 순대요. 병천순대"

역사의 현장만큼이나 유명한 병천의 순대! 이런 순대 고장에서 원조집으로 통하는 집이 있습니다.

4대째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시장 상인을 상대로 순대국밥을 팔았던 것이 맛집의 시작이었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영양이 많아 서민들의 한 끼 식사로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경란(병천순대 전문점 대표) : "맨 처음에는 (조부님이) 장날에만 시장에서 좌판이라고 해야 하나, 상 펴놓고 (장사) 하시다가. 어머니는 집에서 (장사) 하시고 여기서 매일 하기 시작한 건 25년 전이에요."

그러면 왜 하필 이곳 병천이었을까요.

한국 전쟁이 끝난 후 병천 인근에 햄 공장이 들어서면서 돈육 가공 과정 중에 생긴 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순대가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병천순대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병천순대는 다른 지역의 순대와 다르게 돼지 창자 중 가장 가늘고 부드러운 소창을 사용합니다.

<인터뷰> 이경란(병천순대 전문점 대표) : "선지가 많이 들어가고 다른 고장의 순대보다 야채가 많이 들어가고, 양파 같은 것도 많이 들어가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서민들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식(충남 천안시) : "이 집이 내가 처음 왔을 때가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때에요. 그때랑 맛이 똑같아요. 그래서 자주 찾게 되요."

서민들의 먹을거리는 순대뿐만이 아니죠 이번에는 강원도 횡성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찐빵이 두 번째 주인공인데요.

그 옛날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서울과 강릉의 중간지점이던 안흥에서 여행객들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팔기 시작하면서 안흥찐빵이 생겼다고 합니다.

<인터뷰> 심순녀(안흥찐빵 업체 대표) : "그때나 지금이나 먹고살기 힘들어서 애를 많이 쓰고 살았는데 무슨 장사를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찐빵 장사를 시작했죠."

지금도 손으로 빚으며 그 맛을 유지해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준영(강원도 원주시) : "(이곳이) 원조이고요. 예전에 버스 터미널 옆에 있을 때부터 다녔어요. 15년 됐을 거에요."

부드럽고 쫄깃한 반죽에 국내산 팥을 사용해 한번 맛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강율리아(인도네시아 거주) : "단팥이 달지도 않으면서 옛날에 엄마가 만들어줬던 그런 맛이에요."

<인터뷰> 심순녀(안흥찐빵 업체 대표) : "(계속) 만들고 팔고 이렇게 죽을 때까지 장사하는 거죠. 오늘 살다 내일 죽더라도 (장사) 하던 건 계속 해야지요."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마포입니다.

마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 바로 갈비입니다.

그 중에서도 누구나 다 아는 원조집이 있습니다.

<녹취> "원조집의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녹취> "연기 나고 하니까 같은 분위기가 더 맛이 나요."

뿌연 형광등 불빛 아래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며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일구(마포갈비 음식점 사장) : "저희가 돼지갈비를 팔기 시작한 게 1956년도 6월달 정도에요. 그때 시작한 거예요."

마포갈비는 일제시대 마포나루터에서 일하던 가난한 뱃사람들이 돼지등뼈에 붙어있는 고기를 긁어내 구워먹던 등갈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마포에서 드럼통 3개를 놓고 처음 장사를 시작한 이곳의 주메뉴 중 하나는 소금구이!

지금은 친숙한 이름이지만 여기에는 숨은 사연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일구(마포갈비 음식점 사장) : "소금구이를 예전에는 ‘시오야키’ 라고 일본말로 불렀었는데 한글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서 (처음 가게를 여신) 어르신이 벽보에 그냥 소금구이라고 써 놓은 유래가 지금까지도 소금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50여 년이 넘은 지금도 언제나 찾아가도 고향 같은 모습으로 오늘도 사람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덕(서울 방화동) : "서민적이고. 옛날 향수가 느껴지고 또 부담없이 와서 먹고 편안하게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장소에요."

서민들의 울고 웃는 삶을 고스란히 함께 해온 음식들.

오늘 저녁 친구들과 함께 옛추억을 모락모락 피우며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화제포착] 원조 맛집의 숨겨진 음식 이야기
    • 입력 2013-04-24 08:40:19
    • 수정2013-04-24 10:21:19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저희 KBS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마포구인데요.

가끔 회식하러 나가면 갈비를 먹습니다.

네, 이름하여 '원조' 마포갈비집들이 즐비하죠?

그런데 이렇게 된 데는 나름의 역사가 있습니다.

노태영 기자~ 이런 원조 음식들, 알고 먹으면 더 맛나겠어요~

<기자 멘트>

네, 저녁때만 되면 갈비집마다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것을 봐도 그냥 맛집거리겠거니라고 만 생각했었는데요.

하지만 이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한 음식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 음식들의 사연을 찾아 원조 맛집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제일 처음 찾아간 곳은 충남 천안에 위치한 아우내장터입니다.

유관순 열사가 3.1 독립만세를 외쳤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인데 유명한 곳이 또 하나 있습니다.

<녹취> "(병천에서 제일 유명한 게 뭐예요?) 순대요. 병천순대"

역사의 현장만큼이나 유명한 병천의 순대! 이런 순대 고장에서 원조집으로 통하는 집이 있습니다.

4대째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시장 상인을 상대로 순대국밥을 팔았던 것이 맛집의 시작이었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영양이 많아 서민들의 한 끼 식사로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경란(병천순대 전문점 대표) : "맨 처음에는 (조부님이) 장날에만 시장에서 좌판이라고 해야 하나, 상 펴놓고 (장사) 하시다가. 어머니는 집에서 (장사) 하시고 여기서 매일 하기 시작한 건 25년 전이에요."

그러면 왜 하필 이곳 병천이었을까요.

한국 전쟁이 끝난 후 병천 인근에 햄 공장이 들어서면서 돈육 가공 과정 중에 생긴 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순대가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병천순대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병천순대는 다른 지역의 순대와 다르게 돼지 창자 중 가장 가늘고 부드러운 소창을 사용합니다.

<인터뷰> 이경란(병천순대 전문점 대표) : "선지가 많이 들어가고 다른 고장의 순대보다 야채가 많이 들어가고, 양파 같은 것도 많이 들어가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서민들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식(충남 천안시) : "이 집이 내가 처음 왔을 때가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때에요. 그때랑 맛이 똑같아요. 그래서 자주 찾게 되요."

서민들의 먹을거리는 순대뿐만이 아니죠 이번에는 강원도 횡성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찐빵이 두 번째 주인공인데요.

그 옛날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서울과 강릉의 중간지점이던 안흥에서 여행객들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팔기 시작하면서 안흥찐빵이 생겼다고 합니다.

<인터뷰> 심순녀(안흥찐빵 업체 대표) : "그때나 지금이나 먹고살기 힘들어서 애를 많이 쓰고 살았는데 무슨 장사를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찐빵 장사를 시작했죠."

지금도 손으로 빚으며 그 맛을 유지해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준영(강원도 원주시) : "(이곳이) 원조이고요. 예전에 버스 터미널 옆에 있을 때부터 다녔어요. 15년 됐을 거에요."

부드럽고 쫄깃한 반죽에 국내산 팥을 사용해 한번 맛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강율리아(인도네시아 거주) : "단팥이 달지도 않으면서 옛날에 엄마가 만들어줬던 그런 맛이에요."

<인터뷰> 심순녀(안흥찐빵 업체 대표) : "(계속) 만들고 팔고 이렇게 죽을 때까지 장사하는 거죠. 오늘 살다 내일 죽더라도 (장사) 하던 건 계속 해야지요."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마포입니다.

마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 바로 갈비입니다.

그 중에서도 누구나 다 아는 원조집이 있습니다.

<녹취> "원조집의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녹취> "연기 나고 하니까 같은 분위기가 더 맛이 나요."

뿌연 형광등 불빛 아래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며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일구(마포갈비 음식점 사장) : "저희가 돼지갈비를 팔기 시작한 게 1956년도 6월달 정도에요. 그때 시작한 거예요."

마포갈비는 일제시대 마포나루터에서 일하던 가난한 뱃사람들이 돼지등뼈에 붙어있는 고기를 긁어내 구워먹던 등갈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마포에서 드럼통 3개를 놓고 처음 장사를 시작한 이곳의 주메뉴 중 하나는 소금구이!

지금은 친숙한 이름이지만 여기에는 숨은 사연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일구(마포갈비 음식점 사장) : "소금구이를 예전에는 ‘시오야키’ 라고 일본말로 불렀었는데 한글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서 (처음 가게를 여신) 어르신이 벽보에 그냥 소금구이라고 써 놓은 유래가 지금까지도 소금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50여 년이 넘은 지금도 언제나 찾아가도 고향 같은 모습으로 오늘도 사람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덕(서울 방화동) : "서민적이고. 옛날 향수가 느껴지고 또 부담없이 와서 먹고 편안하게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장소에요."

서민들의 울고 웃는 삶을 고스란히 함께 해온 음식들.

오늘 저녁 친구들과 함께 옛추억을 모락모락 피우며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