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짜 법당에서 가짜 건강식품 판매

입력 2013.04.24 (08:36) 수정 2013.04.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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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판매 소식 종종 접하곤 하는데요.

가짜 법당을 차려놓고 건강식품을 불법으로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해자들은 60~70대 노인들이었고, 2백여 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기흥 기자,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속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겠죠?

<기자 멘트>

이들은 먼저 노인들의 마음을 사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김이나 달걀, 휴지같은 물건들을 공짜로 나눠줬는데요.

이렇게 사람들을 법당으로 모은 이들은 이번에는 불심을 이용했습니다.

70만 원짜리 매트를 사면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드는 천도재를 공짜로 지내준다고 현혹한 건데요.

노인들은 자식을 잘되게 해준다는 천도재를 공짜로 해 준다는 말에 70만 원짜리 매트는 오히려 싸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인들에게 이렇게 사기를 친 이들은 승려복을 입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머리도 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불심을 이용한 노인 상대 신종 사기 수법,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주택가입니다.

상가 건물 입구에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수백 명의 노인들이 모여 앉아 설법을 듣고있는데요.

여느 법당과 다름없이 한쪽에는 불상과 연등, 양초가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녹취> 은평경찰서 관계자 : "영업하시는 것 관련해서 저희가 압수수색을 진행할 겁니다. 할머니들은 안전한 데로 모셔. "

포교원장이 설법을 하던 책상 안에서 수상한 약봉지를 발견한 경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의 얘길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이영태(지능팀장/서울 은평경찰서 ) : "불교의 특정 종단 포교원을 사칭해서 고액의 천도재라든지 어떤 불교의식의 비용을 받고, 실제적으로는 보석매트라든지 베개, 그리고 속옷, 각종 건강식품 등을 판매한 판매업자들을 검거했습니다. "

포교원장이라는 60살 강 모 씨는 57살 정 모 씨와 함께 지난달 가짜 조계종 포교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포교가 아닌 장삿속이 목적이었는데요.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200여 명의 노인들에게 건강식품을 팔아, 8천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이들은 모두 사기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요.

<녹취> 정 모 씨(피의자 ) : "장사하는 것보다 포교 활동하고 그러는 것이 나으니까, 한번 해보라고 건의만 했습니다."

취재 결과, 이들이 만든 가짜 포교원은 얼마 전까지 숯 침대를 판매하던 곳이었습니다.

숯 침대를 판매하다 장사가 잘 안 되자, 이처럼 불교 포교원으로 간판을 바꿔달은 것입니다.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숯 침대라고 누우면 따뜻하게 되는 (침대를 팔았어요.) 그런데 이제 그것을 그만두고 싹 없애버렸어요. "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중이라고 앉아있는데 나와서 담배도 피고 막 하더라고요. "

이렇게 엉터리 스님행세를 하면서도 노인들을 가짜 포교원으로 모여들게 한 건, 바로 다양한 공짜 선물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포교원이 문을 연다고 거기 한 번 참석하면 불교도 알고 좋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불교 안 믿는다고 그랬더니 거기 참석하면 달걀 한 판 주니까 겸사겸사 바쁘지 않으면 가서 불교도 배우고 좋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

이들이 휴지나 김 등의 공짜 선물을 나눠준 대상은 주로 7~80대 노인들이었습니다.

특히 처음 방문하는 할머니들에겐 중풍이나 관절염 약 등을 선물하며 환심을 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나눠준 관절염 약은 단순 진통 해열제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이영태(지능팀장/서울 은평경찰서 ) : "가루약 성분은 국과수 감정 결과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 성분으로 확인이 됐는데요. 실제 이 진통제 성분은 약사가 아니면 판매를 할 수 없고요. 복용 용량이라든지 주의사항 등에 대해서 고지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

그렇게 노인들의 마음을 산 뒤에 이들은 본격적으로 돈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만원을 받고 신도증을 발급해줬는데요.

그리고 70만 원가량의 보석매트를 구입하면,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 등의 불교의식을 해주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불교의식은 전혀 치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다른 절에서 천도재를 지내면 천만 원, 오백만원 이렇게 받는데 자기들은 매트를 사는 사람에 한에서는 천도재를 공짜로 해주겠다고 (했어요.) "

<녹취>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자식이 다 잘되고 가족이 다 잘되고 복을 받는다고 (하면서) 불심을 파는 거죠. 그렇게 해서 할머니들, 아무것도 모르는 7~80대 노인들을 꾀어가지고 그런 식으로 물건을 파는 것이죠. "

손님으로 온 불교신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해박한 불교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설법을 전하기도 했다는 이들.

노인들은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영태(지능팀장/서울 은평경찰서 ) : "구속된 피의자 2명이 불교 용어라든지 아니면 불교에 대한 기본 지식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녹취> 대한불교 조계종 관계자 (음성변조) : "포교원에서 천도재 지내라고 저렇게 사기를 치거나 그러지 않죠. 그렇게 물건을 판매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

경찰은 종교에 의지하는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값싼 선물에 넘어가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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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가짜 법당에서 가짜 건강식품 판매
    • 입력 2013-04-24 08:33:50
    • 수정2013-04-25 10: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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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판매 소식 종종 접하곤 하는데요.

가짜 법당을 차려놓고 건강식품을 불법으로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해자들은 60~70대 노인들이었고, 2백여 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기흥 기자,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속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겠죠?

<기자 멘트>

이들은 먼저 노인들의 마음을 사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김이나 달걀, 휴지같은 물건들을 공짜로 나눠줬는데요.

이렇게 사람들을 법당으로 모은 이들은 이번에는 불심을 이용했습니다.

70만 원짜리 매트를 사면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드는 천도재를 공짜로 지내준다고 현혹한 건데요.

노인들은 자식을 잘되게 해준다는 천도재를 공짜로 해 준다는 말에 70만 원짜리 매트는 오히려 싸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인들에게 이렇게 사기를 친 이들은 승려복을 입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머리도 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불심을 이용한 노인 상대 신종 사기 수법,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주택가입니다.

상가 건물 입구에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수백 명의 노인들이 모여 앉아 설법을 듣고있는데요.

여느 법당과 다름없이 한쪽에는 불상과 연등, 양초가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녹취> 은평경찰서 관계자 : "영업하시는 것 관련해서 저희가 압수수색을 진행할 겁니다. 할머니들은 안전한 데로 모셔. "

포교원장이 설법을 하던 책상 안에서 수상한 약봉지를 발견한 경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의 얘길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이영태(지능팀장/서울 은평경찰서 ) : "불교의 특정 종단 포교원을 사칭해서 고액의 천도재라든지 어떤 불교의식의 비용을 받고, 실제적으로는 보석매트라든지 베개, 그리고 속옷, 각종 건강식품 등을 판매한 판매업자들을 검거했습니다. "

포교원장이라는 60살 강 모 씨는 57살 정 모 씨와 함께 지난달 가짜 조계종 포교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포교가 아닌 장삿속이 목적이었는데요.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200여 명의 노인들에게 건강식품을 팔아, 8천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이들은 모두 사기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요.

<녹취> 정 모 씨(피의자 ) : "장사하는 것보다 포교 활동하고 그러는 것이 나으니까, 한번 해보라고 건의만 했습니다."

취재 결과, 이들이 만든 가짜 포교원은 얼마 전까지 숯 침대를 판매하던 곳이었습니다.

숯 침대를 판매하다 장사가 잘 안 되자, 이처럼 불교 포교원으로 간판을 바꿔달은 것입니다.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숯 침대라고 누우면 따뜻하게 되는 (침대를 팔았어요.) 그런데 이제 그것을 그만두고 싹 없애버렸어요. "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중이라고 앉아있는데 나와서 담배도 피고 막 하더라고요. "

이렇게 엉터리 스님행세를 하면서도 노인들을 가짜 포교원으로 모여들게 한 건, 바로 다양한 공짜 선물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포교원이 문을 연다고 거기 한 번 참석하면 불교도 알고 좋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불교 안 믿는다고 그랬더니 거기 참석하면 달걀 한 판 주니까 겸사겸사 바쁘지 않으면 가서 불교도 배우고 좋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

이들이 휴지나 김 등의 공짜 선물을 나눠준 대상은 주로 7~80대 노인들이었습니다.

특히 처음 방문하는 할머니들에겐 중풍이나 관절염 약 등을 선물하며 환심을 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나눠준 관절염 약은 단순 진통 해열제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이영태(지능팀장/서울 은평경찰서 ) : "가루약 성분은 국과수 감정 결과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 성분으로 확인이 됐는데요. 실제 이 진통제 성분은 약사가 아니면 판매를 할 수 없고요. 복용 용량이라든지 주의사항 등에 대해서 고지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

그렇게 노인들의 마음을 산 뒤에 이들은 본격적으로 돈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만원을 받고 신도증을 발급해줬는데요.

그리고 70만 원가량의 보석매트를 구입하면,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 등의 불교의식을 해주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불교의식은 전혀 치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다른 절에서 천도재를 지내면 천만 원, 오백만원 이렇게 받는데 자기들은 매트를 사는 사람에 한에서는 천도재를 공짜로 해주겠다고 (했어요.) "

<녹취> 박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자식이 다 잘되고 가족이 다 잘되고 복을 받는다고 (하면서) 불심을 파는 거죠. 그렇게 해서 할머니들, 아무것도 모르는 7~80대 노인들을 꾀어가지고 그런 식으로 물건을 파는 것이죠. "

손님으로 온 불교신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해박한 불교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설법을 전하기도 했다는 이들.

노인들은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영태(지능팀장/서울 은평경찰서 ) : "구속된 피의자 2명이 불교 용어라든지 아니면 불교에 대한 기본 지식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녹취> 대한불교 조계종 관계자 (음성변조) : "포교원에서 천도재 지내라고 저렇게 사기를 치거나 그러지 않죠. 그렇게 물건을 판매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

경찰은 종교에 의지하는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값싼 선물에 넘어가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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