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전자발찌 차고 성폭행…경찰은 몰라?

입력 2013.05.07 (08:35) 수정 2013.05.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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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자 발찌를 찬 상태에서 또다시 성폭행을 저질러 경찰에 체포된 남성의 소식, 어제 보도해드렸는데요.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이 많았습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범행 현장 에서 지켜보기만 했고, 범인이 성범죄 전과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경찰이 왜 이렇게 대응했는지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고요.

성범죄자 관리 체계에도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기자 멘트>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이런 이러한 시스템이 없어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을 하곤 하는데요.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경찰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강제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택 긴급 출입권도 있었고, 법무부가 해당 경찰서에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이미 통보한 상태였는데요.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긴급 출입권도 행사하지 않았고 집 안에 있던 남자가 전자 발찌를 찬 성범죄자라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정보 공유 없는 전자 발찌는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성폭행을 기다려준 착한 경찰이라는 등의 비난마저 일고 있는 이번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4월, 온 국민을 경악시켰던 오원춘 사건.

당시의 공포가 여전히 남아있는 이 동네에서 지난 3일, 또 다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이웃주민 (음성변조) : “무섭죠, 섬뜩하죠. 다니지도 못하죠.”

<인터뷰> 이웃주민 (음성변조) : “제가 2007년도에 이사 왔는데 지금 세 번째예요, 범죄가. 딸 가진 부모들은 더 걱정하잖아요.더군다나 우리 빌라라던데.”

동네 분위기를 다시 흉흉하게 만든 사건은 3일 새벽 3시 35분쯤.

112 상황실로 한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신고자는 출장마사지업소의 운전기사였는데요.

여직원을 10여분 전 한 손님 집으로 보냈는데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는 게 이상하다며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기지방경찰청 112 상황실은 이 신고를 살인이나 강도, 인질사건 등 매우 중요한 사건에 적용하는 코드1로 분류하고 수원중부경찰서 동부파출소에 출동을 명령했습니다.

<녹취> 수원 중부경찰서장 : "“당시 동부파출소 직원 5명이 해당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까 출입문이 잠겨져있어서 창문을 통해서 확인해봤는데….”

신고한 지 2분여 만에 범행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은 반지하 창문을 통해 출장마사지 업소 여직원이 집주인인 임 모씨와 함께 있는 모습을 확인했는데요.

당시 가택 긴급 출입을 위한 장비까지 챙겨간 경찰은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녹취> 수원 중부경찰서장 : “피의자와 피해자가 방 안에서 성관계를 하고 있었으나 강압성이나 위해요소를 발견할 수 없었고…. 전혀 외압적인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판단한 거죠.”

경찰서 상황실과 네 차례 연락을 취하며 경찰이 내린 결론은 성폭행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

그렇게 1시간여가 흐른 뒤 새벽 4시 30분께.

임 씨의 집에서 나온 여직원은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경찰은 임 씨가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고 가지고 있던 현금까지 빼앗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그제서야 임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요.

신고를 받은 지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하고도 피해 여성을 보호하지 못한 결과를 낳은 겁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현장 책임자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서 조치하는 거예요. 현장 경찰관이 판단했을 적에는 그 출동했던 팀장 그런 부분의 판단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되지 않겠느냐….”

경찰이 해명을 했지만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위급 상황 시 집주인 동의 없이도 강제 진입할 수 있는 ‘가택 긴급 출입권’이 발동됐음에도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 20대 여성을 살해해 유기했던 오원춘 사건의 경우 경찰은 당시 범행현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도 수색활동 당시 가택 출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범인을 잡기 어려웠다고 해명한 바 있는데요.

<녹취>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 (2012년 4월 6일) : “가정집이나 이런 데 잠을 자는 곳은 사실상 탐문에 어려운 점이 있어 소홀히 했습니다.”

얼마 뒤 경기도 수원에서 40대 여성이 내연남의 집에서 목이 졸려 숨지고 내연남 역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내연남의 집을 방문하고도, 집주인인 내연남이 항의하는 바람에 수사를 포기했습니다.

<녹취> 유가족 (2012년 5월 1일/ 음성변조) : “경찰이 (집) 안방 문만 열었다면 둘 다 살릴 수 있었다는 거예요. ‘문만 열어보고 확인만 해볼게요’라고 하면...”

이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신속한 출동과 조치가 가능하도록 신고시스템을 개선하고도 이번 사건을 막지 못했는데요.

더 큰 충격은 임씨가 성범죄 전력이 있는 전자발찌 착용자라는 사실입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무서워요. 전자발찌 차고 있어도 상관없이 막 그냥 그렇게 (범죄를) 저지르니까.”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성폭행 전과자, (교도소) 갔다가 나온 사람들이 살고 있거나 지금 들어갔다거나 그런 사람이 우리 빌라에 살고 있다는 말이 없었다니까요? 지금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임씨는 2006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2년 6개월을 복역했고 2010년에도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징역 2년 6개월에 5년 동안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받았는데요.

당시에도 수원중부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번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임 씨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법무부 보호관찰과 관계자 (음성변조) : “저희들이 매번 업데이트를 해서 중부 관할 전자발찌 대상자들은 (정보를)주고 있거든요. 경찰 내부에서 정보를 어떻게 공유하는지는 저희도 알 수가 없죠.”

경찰에 확인한 결과 관할경찰서에서 한 명, 지구대에서 한 명만이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정작 이 같은 사실은 현장에 있는 경찰관들은 몰랐다는 얘깁니다.

<녹취> 수원 중부경찰서장 : “전 직원한테 그런 걸 알리도록 시스템이 안 돼 있고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그런 부분이.”

경기지방경찰청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의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감사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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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전자발찌 차고 성폭행…경찰은 몰라?
    • 입력 2013-05-07 08:36:48
    • 수정2013-05-07 09: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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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발찌를 찬 상태에서 또다시 성폭행을 저질러 경찰에 체포된 남성의 소식, 어제 보도해드렸는데요.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이 많았습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범행 현장 에서 지켜보기만 했고, 범인이 성범죄 전과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경찰이 왜 이렇게 대응했는지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고요.

성범죄자 관리 체계에도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기자 멘트>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이런 이러한 시스템이 없어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을 하곤 하는데요.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경찰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강제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택 긴급 출입권도 있었고, 법무부가 해당 경찰서에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이미 통보한 상태였는데요.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긴급 출입권도 행사하지 않았고 집 안에 있던 남자가 전자 발찌를 찬 성범죄자라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정보 공유 없는 전자 발찌는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성폭행을 기다려준 착한 경찰이라는 등의 비난마저 일고 있는 이번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4월, 온 국민을 경악시켰던 오원춘 사건.

당시의 공포가 여전히 남아있는 이 동네에서 지난 3일, 또 다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이웃주민 (음성변조) : “무섭죠, 섬뜩하죠. 다니지도 못하죠.”

<인터뷰> 이웃주민 (음성변조) : “제가 2007년도에 이사 왔는데 지금 세 번째예요, 범죄가. 딸 가진 부모들은 더 걱정하잖아요.더군다나 우리 빌라라던데.”

동네 분위기를 다시 흉흉하게 만든 사건은 3일 새벽 3시 35분쯤.

112 상황실로 한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신고자는 출장마사지업소의 운전기사였는데요.

여직원을 10여분 전 한 손님 집으로 보냈는데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는 게 이상하다며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기지방경찰청 112 상황실은 이 신고를 살인이나 강도, 인질사건 등 매우 중요한 사건에 적용하는 코드1로 분류하고 수원중부경찰서 동부파출소에 출동을 명령했습니다.

<녹취> 수원 중부경찰서장 : "“당시 동부파출소 직원 5명이 해당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까 출입문이 잠겨져있어서 창문을 통해서 확인해봤는데….”

신고한 지 2분여 만에 범행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은 반지하 창문을 통해 출장마사지 업소 여직원이 집주인인 임 모씨와 함께 있는 모습을 확인했는데요.

당시 가택 긴급 출입을 위한 장비까지 챙겨간 경찰은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녹취> 수원 중부경찰서장 : “피의자와 피해자가 방 안에서 성관계를 하고 있었으나 강압성이나 위해요소를 발견할 수 없었고…. 전혀 외압적인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판단한 거죠.”

경찰서 상황실과 네 차례 연락을 취하며 경찰이 내린 결론은 성폭행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

그렇게 1시간여가 흐른 뒤 새벽 4시 30분께.

임 씨의 집에서 나온 여직원은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경찰은 임 씨가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고 가지고 있던 현금까지 빼앗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그제서야 임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요.

신고를 받은 지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하고도 피해 여성을 보호하지 못한 결과를 낳은 겁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음성변조) : “현장 책임자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서 조치하는 거예요. 현장 경찰관이 판단했을 적에는 그 출동했던 팀장 그런 부분의 판단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되지 않겠느냐….”

경찰이 해명을 했지만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위급 상황 시 집주인 동의 없이도 강제 진입할 수 있는 ‘가택 긴급 출입권’이 발동됐음에도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 20대 여성을 살해해 유기했던 오원춘 사건의 경우 경찰은 당시 범행현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도 수색활동 당시 가택 출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범인을 잡기 어려웠다고 해명한 바 있는데요.

<녹취>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 (2012년 4월 6일) : “가정집이나 이런 데 잠을 자는 곳은 사실상 탐문에 어려운 점이 있어 소홀히 했습니다.”

얼마 뒤 경기도 수원에서 40대 여성이 내연남의 집에서 목이 졸려 숨지고 내연남 역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내연남의 집을 방문하고도, 집주인인 내연남이 항의하는 바람에 수사를 포기했습니다.

<녹취> 유가족 (2012년 5월 1일/ 음성변조) : “경찰이 (집) 안방 문만 열었다면 둘 다 살릴 수 있었다는 거예요. ‘문만 열어보고 확인만 해볼게요’라고 하면...”

이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신속한 출동과 조치가 가능하도록 신고시스템을 개선하고도 이번 사건을 막지 못했는데요.

더 큰 충격은 임씨가 성범죄 전력이 있는 전자발찌 착용자라는 사실입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무서워요. 전자발찌 차고 있어도 상관없이 막 그냥 그렇게 (범죄를) 저지르니까.”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성폭행 전과자, (교도소) 갔다가 나온 사람들이 살고 있거나 지금 들어갔다거나 그런 사람이 우리 빌라에 살고 있다는 말이 없었다니까요? 지금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임씨는 2006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2년 6개월을 복역했고 2010년에도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징역 2년 6개월에 5년 동안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받았는데요.

당시에도 수원중부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번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임 씨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법무부 보호관찰과 관계자 (음성변조) : “저희들이 매번 업데이트를 해서 중부 관할 전자발찌 대상자들은 (정보를)주고 있거든요. 경찰 내부에서 정보를 어떻게 공유하는지는 저희도 알 수가 없죠.”

경찰에 확인한 결과 관할경찰서에서 한 명, 지구대에서 한 명만이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정작 이 같은 사실은 현장에 있는 경찰관들은 몰랐다는 얘깁니다.

<녹취> 수원 중부경찰서장 : “전 직원한테 그런 걸 알리도록 시스템이 안 돼 있고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그런 부분이.”

경기지방경찰청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의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감사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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