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4 이슈] 권력의 일그러진 욕망, 성추문

입력 2013.05.15 (00:02) 수정 2013.05.15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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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통령 방미 기간 중에 성추행 혐의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한국의 '성 차별적 문화'를 지적하고 나섰는데요

잘 나가던 정치인이 성 문제와 관련해 패가망신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제 이웃 나라 중국의 고위 공직자가 성추문 혐의로 조사를 받는가 하면 이탈리아의 전 총리도 성매매 혐의로 실형을 구형받는 등

지구촌 곳곳에 정치인들의 성추문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그러진 권력의 욕망, 성추문 국제부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박수현 기자

<질문> 박기자, 윤 전 대변인 사건이 국제 사회도 떠들석하게 만들고 있죠?

<답변>

예 AP통신, 미국의 CNN, 일본의 교도 통신 등 세계 주요 외신이 이 사건을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BBC와 뉴욕타임즈는 홈페이지 메인에 이 사건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배경을 놓고 외신들은 한국의 '성차별적 문화'를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한국에는 젊은 여성에 대한 성추행을 사소한 일로 여기는 경향이 고위층 남성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식자리에서 젊은 여성을 더듬고는 "취해서 그랬다"며 발뺌하는 일이 흔하다는 것입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한국의 성 평등 순위가 세계 135개국 가운데 108위로 아랍에미리트보다도 한 계단 낮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방송에선 만화로 희화화했습니다.

왼쪽엔 알몸 상태로 폭언(暴言)을 일삼았다는 인턴의 주장을, 오른쪽엔 "왜 왔냐. 빨리가라"며 문을 닫았다는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 그려져있습니다.

화면 상단에는 '성희롱 대변인(セクハラ 報道官)' 이라는 문구도 있습니다.

<질문> 정말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가 없는데요.

윤 전 대 변인을 보면 닮은 꼴로 떠오르는 해외 정치인이 있죠?

<답변>

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치인은 역시 전 아이엠에프의 총재인 도미니크 스트로그 칸입니다.

윤 전 대변인과 마찬가지로 공무 출장 기간에 성 범죄를 저질렀고,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칸 전 총재, 지난 2011년 뉴욕 출장 때 자신이 머무르던 호텔의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고 했죠

소지품도 챙기지 않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향했지만 비행기 안에서 체포됐습니다.

수맥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지만, 아이엠 에프 수장 자리와 프랑스 대권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야했습니다.

<인터뷰> 칸 전 총재

최근 섹스 스캔들로 추락한 정치인 하면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 코니 전 총리를 빼놓을 수 없죠

자신의 별장에서 17살의 모로코 출신 댄서와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이탈리아 검찰이 어제 징역 6년을 구형했습니다.

형이 확정될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공직에 진출할 수 없게 됩니다.

<질문> 정치인들의 성추문 왜 이렇게 끊이지 않는거죠?

<답변>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헨리 키신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권력은 '가장 강한 최음제'다.

흔히 영웅들의 허리 아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라는 식의 권력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이 아직까지 뿌리뽑히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갑-을 관계가 큰 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성범죄가 본질적으로 그런 경우가 많지만 특히 정치인의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엄청난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윤창중 사건도 그렇고 클리턴 전 미국 대통령 스캔들에서도 피해자가 아무 힘이 없는 인턴 사원이었다는 사실이 이런 점을 잘 얘기해줍니다.

지난해 개봉했던 킹 메이커라는 영화입니다.

대선 후보인 주지사가 성 스캔들에 휘말리자 참모가 따끔한 충고를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녹취>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은 전쟁을 시작해도 되고, 거짓말을 해도 되고, 남을 속여도 되고, 경제를 파산시켜도 되지만 인턴을 건드려선 안됩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인턴을 절대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얘기인데요..

정치인이 성범죄가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잘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질문>그런데 미국에선 성추문과 불륜 등으로 곤욕을 치른 정치인들이 최근 잇따라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요?

<답변>

예 윤 전 대변인 사건이 발생한 날 미국에서 과거 성추문으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던 마크 샌퍼드 전 주지사가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해 정계에 복귀했습니다.

마크 샌퍼드 전 주지사는 재임 당시 불륜 사실이 들통나면서 대권주자 반열해서 추락했던 인물인데요.

최근 보궐선거에 나와 뻔뻔하게도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이란 구호를 외쳤습니다.

<인터뷰> 마크 샌퍼드 : "최근에 저는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인간은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과 그 기회를 더 잘살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 유권자들은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습니다.

미국의 앤서니 위너 전 하원 의원.

지난 2011년 여성들에게 외설스러운 사진을 보냈다 의원직을 사퇴했는데요

최근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질문> 성추문으로 물러난 정치인들이 이처럼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재기를 노리는 것에 대해 미국 언론들이 재밌는 분석을 내놨다구요?

<답변>

예 미국 국민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윤리의식과 도덕성의 기준이 애초부터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미국의 갤럽이 지난해 11월 22개 직종의 정직성과 윤리의식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간호사, 의사, 대학강사 등의 정직성은 매우 높게 평가한 반면, 주지사, 연방 상원의원, 연방 하원 의원 등 정치인에 대해선 매우 낮은 점수를 매겼습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기 보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공약을 더 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복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샌퍼드 복귀에 대한 상반된 반응을 보면 이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인터뷰> 복귀 찬성자 : "그는 유명한 정치인이고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요 용서받을 기회를 줘야해요"

<인터뷰> 복귀 반대자 : "그런 사람들에겐 윤리의식이라는게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도 성범죄나 성추행 전력이 있어도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 꼭 정치인들만 나무랄 것은 아닙니다.

유권자들도 정확한 정보 파악과 판단이 필요합니다.

성 문제 전력이 있는 정치인은 재기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인의 성범죄는 약자를 상대로 저지르는 강자의 범죕니다..

이것을 근절하지 못하면 가장 기본적인 인권은 바로 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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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4 이슈] 권력의 일그러진 욕망, 성추문
    • 입력 2013-05-15 07:23:26
    • 수정2013-05-15 07:52:01
    글로벌24
<앵커 멘트>

대통령 방미 기간 중에 성추행 혐의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한국의 '성 차별적 문화'를 지적하고 나섰는데요

잘 나가던 정치인이 성 문제와 관련해 패가망신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제 이웃 나라 중국의 고위 공직자가 성추문 혐의로 조사를 받는가 하면 이탈리아의 전 총리도 성매매 혐의로 실형을 구형받는 등

지구촌 곳곳에 정치인들의 성추문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그러진 권력의 욕망, 성추문 국제부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박수현 기자

<질문> 박기자, 윤 전 대변인 사건이 국제 사회도 떠들석하게 만들고 있죠?

<답변>

예 AP통신, 미국의 CNN, 일본의 교도 통신 등 세계 주요 외신이 이 사건을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BBC와 뉴욕타임즈는 홈페이지 메인에 이 사건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배경을 놓고 외신들은 한국의 '성차별적 문화'를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한국에는 젊은 여성에 대한 성추행을 사소한 일로 여기는 경향이 고위층 남성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식자리에서 젊은 여성을 더듬고는 "취해서 그랬다"며 발뺌하는 일이 흔하다는 것입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한국의 성 평등 순위가 세계 135개국 가운데 108위로 아랍에미리트보다도 한 계단 낮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방송에선 만화로 희화화했습니다.

왼쪽엔 알몸 상태로 폭언(暴言)을 일삼았다는 인턴의 주장을, 오른쪽엔 "왜 왔냐. 빨리가라"며 문을 닫았다는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 그려져있습니다.

화면 상단에는 '성희롱 대변인(セクハラ 報道官)' 이라는 문구도 있습니다.

<질문> 정말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가 없는데요.

윤 전 대 변인을 보면 닮은 꼴로 떠오르는 해외 정치인이 있죠?

<답변>

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치인은 역시 전 아이엠에프의 총재인 도미니크 스트로그 칸입니다.

윤 전 대변인과 마찬가지로 공무 출장 기간에 성 범죄를 저질렀고,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칸 전 총재, 지난 2011년 뉴욕 출장 때 자신이 머무르던 호텔의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고 했죠

소지품도 챙기지 않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향했지만 비행기 안에서 체포됐습니다.

수맥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지만, 아이엠 에프 수장 자리와 프랑스 대권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야했습니다.

<인터뷰> 칸 전 총재

최근 섹스 스캔들로 추락한 정치인 하면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 코니 전 총리를 빼놓을 수 없죠

자신의 별장에서 17살의 모로코 출신 댄서와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이탈리아 검찰이 어제 징역 6년을 구형했습니다.

형이 확정될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공직에 진출할 수 없게 됩니다.

<질문> 정치인들의 성추문 왜 이렇게 끊이지 않는거죠?

<답변>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헨리 키신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권력은 '가장 강한 최음제'다.

흔히 영웅들의 허리 아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라는 식의 권력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이 아직까지 뿌리뽑히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갑-을 관계가 큰 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성범죄가 본질적으로 그런 경우가 많지만 특히 정치인의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엄청난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윤창중 사건도 그렇고 클리턴 전 미국 대통령 스캔들에서도 피해자가 아무 힘이 없는 인턴 사원이었다는 사실이 이런 점을 잘 얘기해줍니다.

지난해 개봉했던 킹 메이커라는 영화입니다.

대선 후보인 주지사가 성 스캔들에 휘말리자 참모가 따끔한 충고를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녹취>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은 전쟁을 시작해도 되고, 거짓말을 해도 되고, 남을 속여도 되고, 경제를 파산시켜도 되지만 인턴을 건드려선 안됩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인턴을 절대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얘기인데요..

정치인이 성범죄가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잘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질문>그런데 미국에선 성추문과 불륜 등으로 곤욕을 치른 정치인들이 최근 잇따라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요?

<답변>

예 윤 전 대변인 사건이 발생한 날 미국에서 과거 성추문으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던 마크 샌퍼드 전 주지사가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해 정계에 복귀했습니다.

마크 샌퍼드 전 주지사는 재임 당시 불륜 사실이 들통나면서 대권주자 반열해서 추락했던 인물인데요.

최근 보궐선거에 나와 뻔뻔하게도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이란 구호를 외쳤습니다.

<인터뷰> 마크 샌퍼드 : "최근에 저는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인간은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과 그 기회를 더 잘살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 유권자들은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습니다.

미국의 앤서니 위너 전 하원 의원.

지난 2011년 여성들에게 외설스러운 사진을 보냈다 의원직을 사퇴했는데요

최근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질문> 성추문으로 물러난 정치인들이 이처럼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재기를 노리는 것에 대해 미국 언론들이 재밌는 분석을 내놨다구요?

<답변>

예 미국 국민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윤리의식과 도덕성의 기준이 애초부터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미국의 갤럽이 지난해 11월 22개 직종의 정직성과 윤리의식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간호사, 의사, 대학강사 등의 정직성은 매우 높게 평가한 반면, 주지사, 연방 상원의원, 연방 하원 의원 등 정치인에 대해선 매우 낮은 점수를 매겼습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기 보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공약을 더 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복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샌퍼드 복귀에 대한 상반된 반응을 보면 이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인터뷰> 복귀 찬성자 : "그는 유명한 정치인이고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요 용서받을 기회를 줘야해요"

<인터뷰> 복귀 반대자 : "그런 사람들에겐 윤리의식이라는게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도 성범죄나 성추행 전력이 있어도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 꼭 정치인들만 나무랄 것은 아닙니다.

유권자들도 정확한 정보 파악과 판단이 필요합니다.

성 문제 전력이 있는 정치인은 재기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인의 성범죄는 약자를 상대로 저지르는 강자의 범죕니다..

이것을 근절하지 못하면 가장 기본적인 인권은 바로 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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