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0년지기 이웃 죽음 부른 ‘층간 소음’

입력 2013.05.15 (08:35) 수정 2013.05.1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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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등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 간에 크고 작은 다툼이 일게 되는데요.

어제도 층간 소음으로 인한 방화사건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봅니다.

김기흥 기자~! 방화로 2명이 숨지는 사건이었는데요.

보통 층간소음 문제는 윗층에서 소음을 발생시키고 아랫층에서 항의를 하는데요.

이번에는 윗층에서 항의를 했더군요.

<기자 멘트>

주로 층간 소음 문제는 아이들 때문에 빚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은 달랐습니다.

우선 아랫층에는 집안을 뛰어다닐 만한 아이들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랫층에 사는 세입자가 천장에 샌드백을 달면서 윗층에 사는 집주인과 마찰이 잦았다고 합니다.

샌드백을 두드릴 때 나는 소음이 윗층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세입자는 주인이 시끄럽다고 해 이미 오래전에 샌드백을 떼어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주택가.

2층짜리 다가구주택의 안팎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고, 유리창도 산산조각이 나 있습니다.

불이 난 건 지난 13일 오후 6시쯤.

1층 집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주택 전체로 번졌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굉장했죠.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쪽 골목을 보니까 연기가 펑펑 나더라고요. 그때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나고 바로 불이 났어요."

불이 났을 당시, 건물에 있던 사람은 집주인 72살 임모씨와 세입자 조모씨 부부, 그리고 조씨 부부의 27살 딸과 동갑내기 남자친구, 이렇게 다섯 명이었습니다.

딸과 남자친구, 두 사람은 안타깝게도 불이 난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녹취> 현장 출동 소방서 관계자 : "불이 난 곳이 거실이잖아요. 안방에는 부부가 있었고 작은 방에 젊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작은방에 있던 사람들은 (창문에) 방범창이 있으니까 피신을 못했어요."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그 엄마가 뛰어 들어가려고 해서 제가 못 가게 잡았어요. (불속으로) 뛰어 들어갈 상황이 아니었어요. "

불을 지른 사람은 다름 아닌 집주인 임씨.

목격자들은 층간소음 문제로 말다툼 끝에 격분한 임씨가 흉기를 휘둘렀고, 급기야 휘발유를 가져와 불을 붙였다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그 아저씨가 흉기를 들고 내려왔더래요. 그랬는데 그것도 분이 안 풀려서 나가더니 기름을 뿌리고는 불을 질러버렸다더라고요. 느닷없이 기름 뿌리고 불을 지르니까 못 나왔겠죠."

10년 지기 이웃이었던 임씨와 조씨 부부.

하지만 1년 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두 집 사이에 갈등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세입자가 샌드백을 달았어요. 1년 전에. 샌드백을 달고 수시로 치니까 위층에 주인이 사는데 퉁퉁거리고 울리면 좋겠어요? 그런 것이 다툼의 원인이 된 것이죠."

조씨가 작은 방 천장에 샌드백을 매달아 놓은 뒤 자주 두드렸다는데요.

이 소리 때문에 평소 두 사람 간에 잦은 말다툼이 일어났고, 결국엔 오랜 이웃임에도 대화마저 끊긴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몇 번의 다툼 후, 조씨가 샌드백을 뗐지만 멀어진 두 집안의 갈등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밑에 집하고 항상 이렇게 조금 시끄럽다고 문제가 있었나 봐요."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옛날에도 샌드백을 쳤다고 하는데, (조씨는) 치지도 않았는데 쳤다고 쫓아오고 그랬대요. 그래서 싸워가지고 (세입자가) 이사 갈 테니까 그럼 방세를 빼줘라, 그렇게 싸웠던 일이 있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사건 당일에도 집주인 임씨가 ‘샌드백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하자, 조씨는 ’떼어낸 샌드백에서 어떻게 소리가 나냐‘면서 두 사람 간에 시비가 붙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계단에서 (임씨가) 피해자 분을 만나고 그 이야기가 다시 오가다가 샌드백을 떼었다, 그런 내용으로 옥신각신 하다가 화가 나니까 기름을 가져다가 붓고 불을 지른 것 같습니다."

집주인과의 불화로, 한 순간에 딸을 잃은 조씨 부부.

사건의 발단이 됐던 ‘샌드백 소음’은 오래 전의 일이며, 이미 떼어낸 만큼 층간소음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요.

<녹취> 피해자 (음성변조) : "옛날에 샌드백을 달아 놨다가 바로 뗐어요. 뗐는데도 매번 소리가 난다는 거예요. 그래서 (들어)와서 확인하라고 했는데 (임씨가) 들어왔다가 갑자기 올라가더니 흉기를 갖고 내려왔어요."

또한 집주인과는 생활하는 시간대가 달라 마주칠 일이 많지 않았는데, 집주인이 너무나 층간소음에 예민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피해자 (음성변조) : "서로 부딪힌 적이 별로 없어요. 우리는 낮에 자고 (밤에) 출근하고 하니까요. 그 아저씨는 산에 다니시고 하니까 별로 만난 적도 없어요."

<녹취> 유가족 (음성변조) : "층간 소음이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거예요. (방에서) 뛰어가지고 천장을 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게 사는 사람도 없고. 싸울 일이 뭐가 있었겠어요."

임씨는 현재 하반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 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다툼의 이유에 대해서는 임씨의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또 다시 되풀이 된 이웃 간 층간소음 분쟁.

지난 설 연휴, 서울 중랑구에서 부모 집을 찾은 형제가 아래층 이웃에게 살해당했고, 서울 방화동에서는 6명이 다치는 등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개인의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요소로 굳어지고 있는데요.

이에 정부에서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건설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아파트 위주일 뿐입니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들의 소음 민원은 한 달 평균 223건에서 164건으로 줄었지만 일반주택의 경우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관리주체나 중재인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소음문제를 개인적인 복수로 풀어나가는 현 세태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녹취> 손석한(신경정신과 전문의) :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서로 돕고 협력하고 서로 친절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사실은 잘 넘어갈 수 있는 것인데 서로 이웃을 배려하고 위해주는 그런 마음이 점차 줄어들고, 사회가 굉장히 경쟁적이고 적대적인 분위기가 된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경찰은 임씨의 몸상태가 좋아지는 대로 범행 동기 등을 추가 조사해 방화 및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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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0년지기 이웃 죽음 부른 ‘층간 소음’
    • 입력 2013-05-15 08:38:36
    • 수정2013-05-15 08: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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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등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 간에 크고 작은 다툼이 일게 되는데요.

어제도 층간 소음으로 인한 방화사건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봅니다.

김기흥 기자~! 방화로 2명이 숨지는 사건이었는데요.

보통 층간소음 문제는 윗층에서 소음을 발생시키고 아랫층에서 항의를 하는데요.

이번에는 윗층에서 항의를 했더군요.

<기자 멘트>

주로 층간 소음 문제는 아이들 때문에 빚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은 달랐습니다.

우선 아랫층에는 집안을 뛰어다닐 만한 아이들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랫층에 사는 세입자가 천장에 샌드백을 달면서 윗층에 사는 집주인과 마찰이 잦았다고 합니다.

샌드백을 두드릴 때 나는 소음이 윗층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세입자는 주인이 시끄럽다고 해 이미 오래전에 샌드백을 떼어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주택가.

2층짜리 다가구주택의 안팎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고, 유리창도 산산조각이 나 있습니다.

불이 난 건 지난 13일 오후 6시쯤.

1층 집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주택 전체로 번졌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굉장했죠.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쪽 골목을 보니까 연기가 펑펑 나더라고요. 그때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나고 바로 불이 났어요."

불이 났을 당시, 건물에 있던 사람은 집주인 72살 임모씨와 세입자 조모씨 부부, 그리고 조씨 부부의 27살 딸과 동갑내기 남자친구, 이렇게 다섯 명이었습니다.

딸과 남자친구, 두 사람은 안타깝게도 불이 난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녹취> 현장 출동 소방서 관계자 : "불이 난 곳이 거실이잖아요. 안방에는 부부가 있었고 작은 방에 젊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작은방에 있던 사람들은 (창문에) 방범창이 있으니까 피신을 못했어요."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그 엄마가 뛰어 들어가려고 해서 제가 못 가게 잡았어요. (불속으로) 뛰어 들어갈 상황이 아니었어요. "

불을 지른 사람은 다름 아닌 집주인 임씨.

목격자들은 층간소음 문제로 말다툼 끝에 격분한 임씨가 흉기를 휘둘렀고, 급기야 휘발유를 가져와 불을 붙였다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그 아저씨가 흉기를 들고 내려왔더래요. 그랬는데 그것도 분이 안 풀려서 나가더니 기름을 뿌리고는 불을 질러버렸다더라고요. 느닷없이 기름 뿌리고 불을 지르니까 못 나왔겠죠."

10년 지기 이웃이었던 임씨와 조씨 부부.

하지만 1년 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두 집 사이에 갈등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세입자가 샌드백을 달았어요. 1년 전에. 샌드백을 달고 수시로 치니까 위층에 주인이 사는데 퉁퉁거리고 울리면 좋겠어요? 그런 것이 다툼의 원인이 된 것이죠."

조씨가 작은 방 천장에 샌드백을 매달아 놓은 뒤 자주 두드렸다는데요.

이 소리 때문에 평소 두 사람 간에 잦은 말다툼이 일어났고, 결국엔 오랜 이웃임에도 대화마저 끊긴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몇 번의 다툼 후, 조씨가 샌드백을 뗐지만 멀어진 두 집안의 갈등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밑에 집하고 항상 이렇게 조금 시끄럽다고 문제가 있었나 봐요."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옛날에도 샌드백을 쳤다고 하는데, (조씨는) 치지도 않았는데 쳤다고 쫓아오고 그랬대요. 그래서 싸워가지고 (세입자가) 이사 갈 테니까 그럼 방세를 빼줘라, 그렇게 싸웠던 일이 있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사건 당일에도 집주인 임씨가 ‘샌드백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하자, 조씨는 ’떼어낸 샌드백에서 어떻게 소리가 나냐‘면서 두 사람 간에 시비가 붙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계단에서 (임씨가) 피해자 분을 만나고 그 이야기가 다시 오가다가 샌드백을 떼었다, 그런 내용으로 옥신각신 하다가 화가 나니까 기름을 가져다가 붓고 불을 지른 것 같습니다."

집주인과의 불화로, 한 순간에 딸을 잃은 조씨 부부.

사건의 발단이 됐던 ‘샌드백 소음’은 오래 전의 일이며, 이미 떼어낸 만큼 층간소음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요.

<녹취> 피해자 (음성변조) : "옛날에 샌드백을 달아 놨다가 바로 뗐어요. 뗐는데도 매번 소리가 난다는 거예요. 그래서 (들어)와서 확인하라고 했는데 (임씨가) 들어왔다가 갑자기 올라가더니 흉기를 갖고 내려왔어요."

또한 집주인과는 생활하는 시간대가 달라 마주칠 일이 많지 않았는데, 집주인이 너무나 층간소음에 예민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피해자 (음성변조) : "서로 부딪힌 적이 별로 없어요. 우리는 낮에 자고 (밤에) 출근하고 하니까요. 그 아저씨는 산에 다니시고 하니까 별로 만난 적도 없어요."

<녹취> 유가족 (음성변조) : "층간 소음이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거예요. (방에서) 뛰어가지고 천장을 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게 사는 사람도 없고. 싸울 일이 뭐가 있었겠어요."

임씨는 현재 하반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 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다툼의 이유에 대해서는 임씨의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또 다시 되풀이 된 이웃 간 층간소음 분쟁.

지난 설 연휴, 서울 중랑구에서 부모 집을 찾은 형제가 아래층 이웃에게 살해당했고, 서울 방화동에서는 6명이 다치는 등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개인의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요소로 굳어지고 있는데요.

이에 정부에서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건설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아파트 위주일 뿐입니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들의 소음 민원은 한 달 평균 223건에서 164건으로 줄었지만 일반주택의 경우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관리주체나 중재인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소음문제를 개인적인 복수로 풀어나가는 현 세태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녹취> 손석한(신경정신과 전문의) :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서로 돕고 협력하고 서로 친절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사실은 잘 넘어갈 수 있는 것인데 서로 이웃을 배려하고 위해주는 그런 마음이 점차 줄어들고, 사회가 굉장히 경쟁적이고 적대적인 분위기가 된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경찰은 임씨의 몸상태가 좋아지는 대로 범행 동기 등을 추가 조사해 방화 및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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