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4 이슈] 지구 온난화, 알프스가 녹는다

입력 2013.05.30 (00:02) 수정 2013.05.3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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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극, 그리고 히말라야...

그동안 글로벌 24에선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받고 신음하는 지구 곳곳의 현장을 찾아갔는데요.

오늘은 유럽의 지붕 알프스를 찾아갑니다

서쪽 프랑스에서 시작해 유럽 8개국에 걸쳐져 있는 거대한 산맥, 주변에 사는 인구만 천 육백만명에 달하죠

이 그림같은 알프스 역시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급격한 기온 상승은 알프스의 상징, 마터호른산의 얼굴까지 바꿔놓았다고 하는데요

글로벌24 오늘 이 시간에는 이동 뉴스수신장치 MNG로 스위스 현지 연결해 위기에 빠진 알프스의 상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송영석 특파원!

<질문> 지금, 송 기자 뒤로도 알프스의 멋진 모습이 보이는군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광인데... 요즘 알프스에도 온난화 문제가 심각하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당장, 바로 저 뒤의 봉우리만 해도 눈이 듬성듬성 덮혀 있습니다.

언뜻봐도 눈이 녹아 검은 바위를 드러낸 표면의 비율이 훨씬 커 보이죠.

이곳 인터라켄은 유럽의 지붕, 알프스 고지대로 통하는 관문답게 만년설로 덮힌 봉우리들이 사방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알프스 산들은 여전히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고 있지만, 현지인들은 알프스가 조금씩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프스에서 수십년 동안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은 어린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알프스의 변화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녹취> 안네그레트 그루버 아베글렌(스위스 그린델발트 주민) : "제가 어렸을때는 저 산 위의 빙하가 마을까지 뻗어내려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빙하까지 쉽게 가서 만져보기도 했답니다."

<질문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인데요.

그런데 사실 지구온난화는 알프스만의 문제가 아니죠

그런데 유독 알프스에서 심각하게 온난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이유가 뭡니까?

<답변>

네.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미국 알래스카와 남미 안데스, 그린란드 등 세계 각지의 모든 빙하들이 녹아 없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이 중에서도 이곳 알프스 빙하의 감소 폭이 가장 크다는 게 연구기관들의 일치된 분석입니다.

다른 대륙에 비해 알프스 산맥 주변 국가들은 인구도 많고 일찌감치 산업화가 이뤄지다보니, 그동안 배출된 온실가스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얀 보이텔(스위스 취리히대 알프스온난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알프스 빙하가 점점 빨리 녹는 이유는 평균 기온이 상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빙하를 보강해줄 수 있는 눈이나 비의 양이 점점 적어지는 것도 큰 요인입니다."

지난 150년 동안 알프스 빙하의 반이 사라졌다는데요.

이렇게 가다간 2025년 쯤 남은 빙하의 절반이 또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21세기 말이면 알프스의 만년설을 아예 볼 수 없을 거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실제로 알프스 빙하가 녹는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데요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1970년부터 2000년까지 30년동안의 빙하 감소속도는 1850년부터 1970년까지 120년간 감소한 빙하 속도의 무려 세 배나 돼 충격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송 기자, 이 정도면 단순히 경관이 변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에게도 피해가 갈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사실 온난화 문제는 아직 우리에게 심각하게 와닿진 않는데요

하지만 알프스에선 온난화 때문에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떠나는 상황까지 생겨 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화면으로 보시는 곳은 인터라켄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구탄넨이란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선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빙하가 녹은 물이 산 암석의 틈으로 들어간 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균열을 크게 만들어 산사태를 유발한 것입니다.

해발 3천미터에서 발생한 산사태의 위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굴러내려와 나무 수만 그루를 뿌리채 뽑아버렸고 가옥이 부서지는 피해도 속출했습니다.

언제 또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씩 마을을 떠나고 있습니다.

<녹취> 알베르트 폰 베르겐(스위스 쿠탄넨 주민) : "저 집에서 태어났고, 67년 동안 이 곳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언젠간 떠나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산사태가 계곡을 덮치면서 야영객들이 고립되는 사고, 낙석으로 도로가 폐쇄되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 취리히대 연구진에 따르면, 스위스 산지에서만 빙하가 녹아 고인 물로 인해 매년 2~3개 정도의 호수가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알프스와 어우러진 호수는 좋은 관광자원이기도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호수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순간적으로 호수를 덮칠 경우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질문> 알프스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 외엔 스키장이나 호텔 같은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알프스의 빙하가 사라진다면 자연히 이들의 경제적 생존권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겠군요?

<답변>

알프스를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은 지금도 많습니다만, 알프스의 설원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은 줄고 있다고 합니다.

한여름에도 알프스에서 스키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알프스 낭만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겨울철에도 눈이 많이 내리지 않을뿐더러 만년설과 빙하마저 사라지면서 알프스 여름 스키는 점차 추억으로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알프스 스키장의 폐업 소식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여기에 유엔환경계획은 앞으로 3~40년 뒤면 알프스의 스키장과 리조트들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비관적인 예측들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세계 각국이 전지구적인 위기 의식을 갖고, 공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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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4 이슈] 지구 온난화, 알프스가 녹는다
    • 입력 2013-05-30 07:17:15
    • 수정2013-05-30 08:27:20
    글로벌24
<앵커 멘트>

북극, 그리고 히말라야...

그동안 글로벌 24에선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받고 신음하는 지구 곳곳의 현장을 찾아갔는데요.

오늘은 유럽의 지붕 알프스를 찾아갑니다

서쪽 프랑스에서 시작해 유럽 8개국에 걸쳐져 있는 거대한 산맥, 주변에 사는 인구만 천 육백만명에 달하죠

이 그림같은 알프스 역시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급격한 기온 상승은 알프스의 상징, 마터호른산의 얼굴까지 바꿔놓았다고 하는데요

글로벌24 오늘 이 시간에는 이동 뉴스수신장치 MNG로 스위스 현지 연결해 위기에 빠진 알프스의 상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송영석 특파원!

<질문> 지금, 송 기자 뒤로도 알프스의 멋진 모습이 보이는군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광인데... 요즘 알프스에도 온난화 문제가 심각하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당장, 바로 저 뒤의 봉우리만 해도 눈이 듬성듬성 덮혀 있습니다.

언뜻봐도 눈이 녹아 검은 바위를 드러낸 표면의 비율이 훨씬 커 보이죠.

이곳 인터라켄은 유럽의 지붕, 알프스 고지대로 통하는 관문답게 만년설로 덮힌 봉우리들이 사방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알프스 산들은 여전히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고 있지만, 현지인들은 알프스가 조금씩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프스에서 수십년 동안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은 어린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알프스의 변화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녹취> 안네그레트 그루버 아베글렌(스위스 그린델발트 주민) : "제가 어렸을때는 저 산 위의 빙하가 마을까지 뻗어내려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빙하까지 쉽게 가서 만져보기도 했답니다."

<질문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인데요.

그런데 사실 지구온난화는 알프스만의 문제가 아니죠

그런데 유독 알프스에서 심각하게 온난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이유가 뭡니까?

<답변>

네.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미국 알래스카와 남미 안데스, 그린란드 등 세계 각지의 모든 빙하들이 녹아 없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이 중에서도 이곳 알프스 빙하의 감소 폭이 가장 크다는 게 연구기관들의 일치된 분석입니다.

다른 대륙에 비해 알프스 산맥 주변 국가들은 인구도 많고 일찌감치 산업화가 이뤄지다보니, 그동안 배출된 온실가스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얀 보이텔(스위스 취리히대 알프스온난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알프스 빙하가 점점 빨리 녹는 이유는 평균 기온이 상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빙하를 보강해줄 수 있는 눈이나 비의 양이 점점 적어지는 것도 큰 요인입니다."

지난 150년 동안 알프스 빙하의 반이 사라졌다는데요.

이렇게 가다간 2025년 쯤 남은 빙하의 절반이 또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21세기 말이면 알프스의 만년설을 아예 볼 수 없을 거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실제로 알프스 빙하가 녹는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데요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1970년부터 2000년까지 30년동안의 빙하 감소속도는 1850년부터 1970년까지 120년간 감소한 빙하 속도의 무려 세 배나 돼 충격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송 기자, 이 정도면 단순히 경관이 변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에게도 피해가 갈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사실 온난화 문제는 아직 우리에게 심각하게 와닿진 않는데요

하지만 알프스에선 온난화 때문에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떠나는 상황까지 생겨 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화면으로 보시는 곳은 인터라켄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구탄넨이란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선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빙하가 녹은 물이 산 암석의 틈으로 들어간 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균열을 크게 만들어 산사태를 유발한 것입니다.

해발 3천미터에서 발생한 산사태의 위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굴러내려와 나무 수만 그루를 뿌리채 뽑아버렸고 가옥이 부서지는 피해도 속출했습니다.

언제 또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씩 마을을 떠나고 있습니다.

<녹취> 알베르트 폰 베르겐(스위스 쿠탄넨 주민) : "저 집에서 태어났고, 67년 동안 이 곳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언젠간 떠나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산사태가 계곡을 덮치면서 야영객들이 고립되는 사고, 낙석으로 도로가 폐쇄되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 취리히대 연구진에 따르면, 스위스 산지에서만 빙하가 녹아 고인 물로 인해 매년 2~3개 정도의 호수가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알프스와 어우러진 호수는 좋은 관광자원이기도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호수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순간적으로 호수를 덮칠 경우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질문> 알프스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 외엔 스키장이나 호텔 같은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알프스의 빙하가 사라진다면 자연히 이들의 경제적 생존권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겠군요?

<답변>

알프스를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은 지금도 많습니다만, 알프스의 설원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은 줄고 있다고 합니다.

한여름에도 알프스에서 스키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알프스 낭만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겨울철에도 눈이 많이 내리지 않을뿐더러 만년설과 빙하마저 사라지면서 알프스 여름 스키는 점차 추억으로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알프스 스키장의 폐업 소식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여기에 유엔환경계획은 앞으로 3~40년 뒤면 알프스의 스키장과 리조트들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비관적인 예측들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세계 각국이 전지구적인 위기 의식을 갖고, 공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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