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보험금 노린 살인…실종 위장까지

입력 2013.06.13 (08:35) 수정 2013.06.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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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두 달 전에 30대 여성이 고흥 앞바다에서 실종됐는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남 여수의 한 바닷가에서 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보험 사기극을 벌이다가 배신을 당해 실제로 피해자가 된 건데요.

김기흥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사기와 배신...정말 영화 소재 같은 일이 벌어졌네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반전에 반전이 있었는데요.

우선 단순 실종 사건에서 살해 사건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보험금을 타기 위한 자작극 쯤에서 계획됐지만 결국은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까지 하는 살해 사건으로 막을 내리게 됐는데요.

이 모든 것이 바로 돈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바다는 지난 주 추악한 살해 사건의 그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는데요.

완전 범죄를 꿈꾼 이들의 결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전남 여수의 다리 밑.

썰물 때에 바다 속에 감춰져 있던 한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철망에 감싸져 있던 건 시신이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 (딸이) 엄마 백야도에서 시신이 떴다던데 엄마 백야도 사람이 그랬는가 하고 전화가 왔더라고요. 그래서 아니야”

<인터뷰> 김범진(경장/여수해양경찰서) : “철망으로 (시신을) 감싸고 그 뒤에 돌을 같이 시신에 함께 묶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시신이 너무 부패 돼 신원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유일한 단서라곤 이 철그물망 뿐, 과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줄 단서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시신의 일부가 철그물망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신의 일부를 수거해서 겨우 지문을 채취했습니다.”

감식결과, 35살의 최 모 여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최 여인은 고흥의 한 다리에서 실수로 바다에 빠져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다 최 여인은 바다를 떠돌게 된 걸까요?

지난 4월 23일, 새벽 5시 쯤, 119 상황실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녹취> 서 모씨 : “여기 사람이 빠졌어요. (사람이 어디에 빠졌어요?) 바다요. 같이 사진 찍다가…, 빠졌어요.”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최 여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현장을 가서 봐라 형사들이 (실종신고 장소를) 가보니까 새벽 5시에 가로등도 켜져 있지 않는 그곳에서 야경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게다가 실종 전날 밤, 최 여인을 집까지 데려다 줬던 직장 동료는 특별한 약속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 여인의 직장동료 : “(실종 전날) 집 앞까지 데려다 줬기 때문에 그날 끝나고 (헤어지고) 그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최 여인이 약속이 있다고 하던가요?) 그런 말은 없어요. 집에서 밥을 해먹을 거라고, 찌개 해먹는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실종된 지 40여 일 만에 숨진 최 여인이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실종됐다는 곳에서 20킬로미터나 떨어진 엉뚱한 장소에서 발견됐습니다.

서서히 드러난 범인의 윤곽!

실종신고를 했던 주부 두 명 외에도 여기에는 사채업자 신모 씨가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최 여인이 숨질 경우, 4억 4천만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준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최 여인, 등) 세 여인은 피부 마사지 숍이라든지 미용실에서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서 피의자는 최 여인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요. 이때 사채업자(신 씨)를 소개해 준 거예요.”

사채업자인 신 씨를 중심으로 채무 관계가 얽혀있던 세 여인

3년 전부터 알고 지냈던 이들이 어쩌다 최 여인을 살해하게 됐을까요?

이혼 후 마트에서 일을 하며 힘들게 혼자 살았다는 최 여인, 서씨를 통해 사채업자인 신 씨를 소개받으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신 씨는 최 여인에게 거액의 돈을 챙길 수 있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고 하는데요.

사고사를 위장해 보험금을 나눠 갖자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사채업자 신 씨가 피해자(최 여인)한테 (빌려준) 돈도 좀 많고 하니까 보험이라도 들어서 당신(최 여인)이 실종된 걸로 하면 보험금이 나오면 당신하고, 둘이 나눠쓰자고 제의합니다.”

거액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최 여인은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사이 4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금 수령인을 신 씨 앞으로 바꿔놓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한 은밀한 거래 그런데 이 사실을 서씨와 김 씨가 알게 되면서 일이 꼬여 버렸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최 피해자를 실종된 걸로 하고, 보험금을 타서 우리 넷이 나누자. 그러다가 최 여인을 죽여 버리자 그리고 ‘보험금을 우리 세 명이 분배하자'라고 실질적인 범행을 모의했습니다.”

이혼 후 가족과 8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최 여인이 결국, 세 사람의 희생양이 돼 버렸습니다.

<인터뷰> 서모 씨(피의자) : “대부업자 (신 씨)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

범행은 4개월여 동안 치밀하게 준비됐습니다.

사건 당일, 서씨와 김 씨는 한 음식점으로 최 여인을 불러냈습니다.

그리고 최 여인에게 수면제를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한 다음, 차량으로 옮겨, 살해했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서씨는) 졸피뎀(수면제) 가루를 갈아서 소지를 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막걸리에 타서 (최 여인에게) 주니까 바로 최 여인이 혼절을 합니다. 그 다음 (서씨는) 신 피의자에게 빨리 오라고 연락했습니다.”

실종사고로 위장하기 위한 모든 과정은 짜여 진 각본대로 잘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어두운 새벽에 사진을 찍다가 실수로 최 여인이 바다에 빠졌다는 점, 그리고 최 여인의 보험금 수령자가 신씨로 되어 있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살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사건 당일, 신 씨 등의 이동 경로와 통화내역, 등을 확보했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서 피의자의) 카카오톡, 자기가 써놓는 글에 ‘내 생에 5월은 최고의 계절’이라고 써 놓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서서히 자기들(세 사람의) 계획대로 간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40여 일 만에 깊은 바다 속에서 떠오른 시신 그리고 경찰의 끈질긴 과학 수사 덕에 단순 실종 사건은 결국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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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보험금 노린 살인…실종 위장까지
    • 입력 2013-06-13 08:38:38
    • 수정2013-06-13 13: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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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두 달 전에 30대 여성이 고흥 앞바다에서 실종됐는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남 여수의 한 바닷가에서 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보험 사기극을 벌이다가 배신을 당해 실제로 피해자가 된 건데요.

김기흥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사기와 배신...정말 영화 소재 같은 일이 벌어졌네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반전에 반전이 있었는데요.

우선 단순 실종 사건에서 살해 사건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보험금을 타기 위한 자작극 쯤에서 계획됐지만 결국은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까지 하는 살해 사건으로 막을 내리게 됐는데요.

이 모든 것이 바로 돈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바다는 지난 주 추악한 살해 사건의 그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는데요.

완전 범죄를 꿈꾼 이들의 결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전남 여수의 다리 밑.

썰물 때에 바다 속에 감춰져 있던 한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철망에 감싸져 있던 건 시신이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 (딸이) 엄마 백야도에서 시신이 떴다던데 엄마 백야도 사람이 그랬는가 하고 전화가 왔더라고요. 그래서 아니야”

<인터뷰> 김범진(경장/여수해양경찰서) : “철망으로 (시신을) 감싸고 그 뒤에 돌을 같이 시신에 함께 묶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시신이 너무 부패 돼 신원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유일한 단서라곤 이 철그물망 뿐, 과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줄 단서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시신의 일부가 철그물망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신의 일부를 수거해서 겨우 지문을 채취했습니다.”

감식결과, 35살의 최 모 여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최 여인은 고흥의 한 다리에서 실수로 바다에 빠져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다 최 여인은 바다를 떠돌게 된 걸까요?

지난 4월 23일, 새벽 5시 쯤, 119 상황실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녹취> 서 모씨 : “여기 사람이 빠졌어요. (사람이 어디에 빠졌어요?) 바다요. 같이 사진 찍다가…, 빠졌어요.”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최 여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현장을 가서 봐라 형사들이 (실종신고 장소를) 가보니까 새벽 5시에 가로등도 켜져 있지 않는 그곳에서 야경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게다가 실종 전날 밤, 최 여인을 집까지 데려다 줬던 직장 동료는 특별한 약속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 여인의 직장동료 : “(실종 전날) 집 앞까지 데려다 줬기 때문에 그날 끝나고 (헤어지고) 그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최 여인이 약속이 있다고 하던가요?) 그런 말은 없어요. 집에서 밥을 해먹을 거라고, 찌개 해먹는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실종된 지 40여 일 만에 숨진 최 여인이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실종됐다는 곳에서 20킬로미터나 떨어진 엉뚱한 장소에서 발견됐습니다.

서서히 드러난 범인의 윤곽!

실종신고를 했던 주부 두 명 외에도 여기에는 사채업자 신모 씨가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최 여인이 숨질 경우, 4억 4천만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준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최 여인, 등) 세 여인은 피부 마사지 숍이라든지 미용실에서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서 피의자는 최 여인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요. 이때 사채업자(신 씨)를 소개해 준 거예요.”

사채업자인 신 씨를 중심으로 채무 관계가 얽혀있던 세 여인

3년 전부터 알고 지냈던 이들이 어쩌다 최 여인을 살해하게 됐을까요?

이혼 후 마트에서 일을 하며 힘들게 혼자 살았다는 최 여인, 서씨를 통해 사채업자인 신 씨를 소개받으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신 씨는 최 여인에게 거액의 돈을 챙길 수 있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고 하는데요.

사고사를 위장해 보험금을 나눠 갖자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사채업자 신 씨가 피해자(최 여인)한테 (빌려준) 돈도 좀 많고 하니까 보험이라도 들어서 당신(최 여인)이 실종된 걸로 하면 보험금이 나오면 당신하고, 둘이 나눠쓰자고 제의합니다.”

거액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최 여인은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사이 4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금 수령인을 신 씨 앞으로 바꿔놓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한 은밀한 거래 그런데 이 사실을 서씨와 김 씨가 알게 되면서 일이 꼬여 버렸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최 피해자를 실종된 걸로 하고, 보험금을 타서 우리 넷이 나누자. 그러다가 최 여인을 죽여 버리자 그리고 ‘보험금을 우리 세 명이 분배하자'라고 실질적인 범행을 모의했습니다.”

이혼 후 가족과 8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최 여인이 결국, 세 사람의 희생양이 돼 버렸습니다.

<인터뷰> 서모 씨(피의자) : “대부업자 (신 씨)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

범행은 4개월여 동안 치밀하게 준비됐습니다.

사건 당일, 서씨와 김 씨는 한 음식점으로 최 여인을 불러냈습니다.

그리고 최 여인에게 수면제를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한 다음, 차량으로 옮겨, 살해했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서씨는) 졸피뎀(수면제) 가루를 갈아서 소지를 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막걸리에 타서 (최 여인에게) 주니까 바로 최 여인이 혼절을 합니다. 그 다음 (서씨는) 신 피의자에게 빨리 오라고 연락했습니다.”

실종사고로 위장하기 위한 모든 과정은 짜여 진 각본대로 잘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어두운 새벽에 사진을 찍다가 실수로 최 여인이 바다에 빠졌다는 점, 그리고 최 여인의 보험금 수령자가 신씨로 되어 있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살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사건 당일, 신 씨 등의 이동 경로와 통화내역, 등을 확보했습니다.

<인터뷰> 김희태(경정/여수해양경찰서) : “(서 피의자의) 카카오톡, 자기가 써놓는 글에 ‘내 생에 5월은 최고의 계절’이라고 써 놓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서서히 자기들(세 사람의) 계획대로 간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40여 일 만에 깊은 바다 속에서 떠오른 시신 그리고 경찰의 끈질긴 과학 수사 덕에 단순 실종 사건은 결국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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