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부풀린 수요 예측에 예산 ‘줄줄’

입력 2013.07.04 (21:27) 수정 2013.07.0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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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 천안 논산 고속도로와 창원에 있는 마창대교는 민간자본으로 지어진 시설들입니다.

이렇게 민간 자본이 지어서 운영하는 기반시설의 경우 수익이 원래 예측치를 밑돌면 정부가 적자의 상당액을 예산으로 보전해 주고 있습니다.

'최소 운영수익보장제'입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최소 운영수익보장제 때문에 지출된 예산이 벌써 2조 6천억 원이나 됩니다.

처음부터 이용 예상치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지면서 재정 낭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은주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과 인천공항을 잇는 고속도로.

개통한 지 12년이 지났는데도 차량 통행이 뜸합니다.

통행량이 당초 예측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녹취> 국토부 관계자 : "민자 사업 제일 초기여서 기본적인 자료도 부족했고 여건같은 것들이 바뀔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고요."

통행량이 예측을 크게 밑돌면서 정부는 인천공항 고속도로 사업자에게 지금까지 9천 억 원 가까이를 물어줬습니다.

개통 이후 20년 동안에는 예측된 통행료 수입의 80%까지 정부가 보장해 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2년 전 개통된 부산 김해간 경전철의 하루 이용객은 3만여 명.

당초 예측한 17만여 명의 5분의 1도 안됩니다.

하지만 최소 운영수익을 보장해 주기로 했기 때문에, 부산시와 김해시는 지난 2011년 석 달 동안에만 150억 원을 물어줬습니다.

이런데도 수요를 예측한 기관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한국교통연구원(음성변조) : "지자체가 그게 상황이 아니면 바꿔줘야 되는데 계속 밀고 갔다는 게 문제죠. 재검토하라 이런게 없으니까. "

시민단체는 한국교통연구원을 상대로 소송까지 냈습니다.

<인터뷰> 박영태(김해경전철시민대책위 대표) : "이것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결국 김해 시민들이 1년에 650억 원을 부담해야되고..."

빗나간 수요 예측에 예산만 줄줄 새고 있습니다.

십여 년 전부터 지자체들은 이런 경전철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차세대 대중교통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용률이 높아지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집에서 역이 가까워야 하고 배차 간격과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 등도 감안해야 합니다.

이렇게 따졌을 때 버스나 자가용보다 경전철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이용객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감사원에 적발된 한 경전철의 수요 예측에서는 이런 조건들을 빼고 경전철 예상 이용객을 부풀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또 교통 시설의 수요 예측에서는 지역별 통행량 등을 자세히 조사해 놓은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도록 법으로 정해놨는데, 이를 무시하고 부정확한 자료를 사용해 예상 수요를 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데는 기반 시설이 꼭 필요한 지보다는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우선 짓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되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형 공사는 보통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립니다.

수요 예측을 부풀린 기관에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해도 실제 이용객을 확인할 수 있는 완공 이후에는 공소 시효가 끝나 버려 처벌도 어렵습니다.

바로 각종 기반 시설 사업에서 예측 부풀리기가 계속돼온 이유입니다.

그에 따른 부담은 국민이 고스란히 집니다.

해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개통 10주년인 부산 광안대교.

이용 차량은 하루 9만여 대로 예측 수요의 95%에 이르고 영업이익은 한해 190억 원이나 됩니다.

광안대교는 해운대 일대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치적 홍보나 표심 잡기가 아닌 실질적 필요에 따라 계획돼 예상 이용차량을 부풀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고경섭(광안대교관리사업단 팀장) : "정치적 측면이 고려되지 않았고 순수하게 비용을 낭비하지 않고 도로건설을 위해서 정확한 산출을 했기 때문에..."

이처럼 기반시설이 꼭 필요한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공사 착공 전에 제3의 독립기관이 1차 수요 예측 조사를 검증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손의영(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 "독립된 기관에서 수요측정을 해서 재조정 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협약을 맺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요 예측 조사를 여러 기관으로부터 받아보도록 법제화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측 수요를 부풀린 기관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묻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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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부풀린 수요 예측에 예산 ‘줄줄’
    • 입력 2013-07-04 21:29:52
    • 수정2013-07-08 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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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 천안 논산 고속도로와 창원에 있는 마창대교는 민간자본으로 지어진 시설들입니다.

이렇게 민간 자본이 지어서 운영하는 기반시설의 경우 수익이 원래 예측치를 밑돌면 정부가 적자의 상당액을 예산으로 보전해 주고 있습니다.

'최소 운영수익보장제'입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최소 운영수익보장제 때문에 지출된 예산이 벌써 2조 6천억 원이나 됩니다.

처음부터 이용 예상치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지면서 재정 낭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은주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과 인천공항을 잇는 고속도로.

개통한 지 12년이 지났는데도 차량 통행이 뜸합니다.

통행량이 당초 예측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녹취> 국토부 관계자 : "민자 사업 제일 초기여서 기본적인 자료도 부족했고 여건같은 것들이 바뀔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고요."

통행량이 예측을 크게 밑돌면서 정부는 인천공항 고속도로 사업자에게 지금까지 9천 억 원 가까이를 물어줬습니다.

개통 이후 20년 동안에는 예측된 통행료 수입의 80%까지 정부가 보장해 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2년 전 개통된 부산 김해간 경전철의 하루 이용객은 3만여 명.

당초 예측한 17만여 명의 5분의 1도 안됩니다.

하지만 최소 운영수익을 보장해 주기로 했기 때문에, 부산시와 김해시는 지난 2011년 석 달 동안에만 150억 원을 물어줬습니다.

이런데도 수요를 예측한 기관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한국교통연구원(음성변조) : "지자체가 그게 상황이 아니면 바꿔줘야 되는데 계속 밀고 갔다는 게 문제죠. 재검토하라 이런게 없으니까. "

시민단체는 한국교통연구원을 상대로 소송까지 냈습니다.

<인터뷰> 박영태(김해경전철시민대책위 대표) : "이것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결국 김해 시민들이 1년에 650억 원을 부담해야되고..."

빗나간 수요 예측에 예산만 줄줄 새고 있습니다.

십여 년 전부터 지자체들은 이런 경전철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차세대 대중교통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용률이 높아지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집에서 역이 가까워야 하고 배차 간격과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 등도 감안해야 합니다.

이렇게 따졌을 때 버스나 자가용보다 경전철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이용객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감사원에 적발된 한 경전철의 수요 예측에서는 이런 조건들을 빼고 경전철 예상 이용객을 부풀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또 교통 시설의 수요 예측에서는 지역별 통행량 등을 자세히 조사해 놓은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도록 법으로 정해놨는데, 이를 무시하고 부정확한 자료를 사용해 예상 수요를 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데는 기반 시설이 꼭 필요한 지보다는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우선 짓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되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형 공사는 보통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립니다.

수요 예측을 부풀린 기관에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해도 실제 이용객을 확인할 수 있는 완공 이후에는 공소 시효가 끝나 버려 처벌도 어렵습니다.

바로 각종 기반 시설 사업에서 예측 부풀리기가 계속돼온 이유입니다.

그에 따른 부담은 국민이 고스란히 집니다.

해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개통 10주년인 부산 광안대교.

이용 차량은 하루 9만여 대로 예측 수요의 95%에 이르고 영업이익은 한해 190억 원이나 됩니다.

광안대교는 해운대 일대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치적 홍보나 표심 잡기가 아닌 실질적 필요에 따라 계획돼 예상 이용차량을 부풀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고경섭(광안대교관리사업단 팀장) : "정치적 측면이 고려되지 않았고 순수하게 비용을 낭비하지 않고 도로건설을 위해서 정확한 산출을 했기 때문에..."

이처럼 기반시설이 꼭 필요한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공사 착공 전에 제3의 독립기관이 1차 수요 예측 조사를 검증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손의영(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 "독립된 기관에서 수요측정을 해서 재조정 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협약을 맺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요 예측 조사를 여러 기관으로부터 받아보도록 법제화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측 수요를 부풀린 기관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묻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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