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무속인 28명 사기 당하고도 ‘쉬쉬’

입력 2013.07.08 (08:35) 수정 2013.07.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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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래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무속인들 찾는 분들 많은데요.

그런데 무속인들도 자신들이 어떤 일을 당할지 예상하기 어려운가 봅니다.

무속인 28명이 60대 여성에게 사기를 당한 건데요.

피해자들은 모두 사주와 관상을 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김기흥 기자, 어떻게 서른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같은 수법의 사기를 당했을까요?

<기자 멘트>

그 수법을 보면 정말 그럴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이 사건을 접하고 드는 첫번째 생각은 피해를 당한 곳은 어느 점집인지 몰라도 거기는 가면 안되겠구나 였습니다.

사기를 당한 무속인들 역시 그런 점을 가장 걱정했는데요.

피해를 당했지만 소문이 날까봐 신고를 하지 못했고 사기꾼은 그런 점을 이용해 2년 넘게 무속인들을 상대로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수 많은 무속인들이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여성이 은행 안으로 들어섭니다.

이 여성이 현금인출기에서 백만 원을 찾는 동안 함께 온 다른 여성이 초조하게 밖에서 기다리는데요.

돈을 찾은 여성은 무속인 이 모 씨.

밖에서 기다리던 여성은 무속인을 찾아온 손님인 63살 김 모 씨였습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아들이 두 달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는데 (저승 가는) 길을 닦으러 왔다고, 처음에 그랬어요.”

교통사고로 숨진 아들의 천도제를 지내겠다며 무속인을 찾아왔다는 김 씨.

그런데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김 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아이고, 이놈아 또 무면허로 중앙선 침범해서 사고를 내면 어떻게 하느냐(하면서) ….”

막내 아들이 교통사고를 냈다는 내용.

그렇게 정신없이 통화를 하던 김 씨가 자신에게 대뜸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1500만 원이 있어야 당장 합의를 보는데 자기한테 있는 돈이 100만 원 모자라대요. 그러면서 금팔찌를 빼놓으면서 나한테 100만 원만 해달라고 자식이 그렇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돈을 안 빌려주겠어요? 자식이 그렇다는데.”

당장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김 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자식 키우는 엄마 마음으로 돈을 빌려줬다는 무속인 이 씨.

하지만 두시간 뒤 돈을 갖고 오겠다던 김 씨는 하루가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는데요.

김 씨가 맡겨놓고 간 금팔찌도 가짜였습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금은방에 가서 물어봤죠. 그게 가짜라고 속았다는 것이죠. ‘아주머니 당했네요. 당했어’ 그러더라고요.”

그때 서야 모든 게 사기라는 걸 알게 된 이 씨.

그런데 김 씨에게 당한 무속인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00동에서 한 군데, 00동에서 두 군데, 우리 집 한 군데. 그렇게 네 군데에서 사기를 당했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지난 2011년부터 전국을 돌며 사기행각을 벌인 김 씨.

그녀에게 당한 무속인은 28명, 피해액은 2천9백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빌린 돈이 소액인데다 수천만 원짜리 굿을 받겠다는 약속에 적지 않은 무속인들이 속아 넘어갔습니다.

<인터뷰> 이정석(경위/청주 상당경찰서 경제팀) : “거액의 굿을 한다고 하면 무속인들이 돈을 많이 버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 때문에 쉽게 속지 않았나하는….”

경찰 수사 결과 김 씨는 동종 수법의 전과까지 있었습니다.

무속인들만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왔습니다.

<인터뷰> 이정석(경위/청주 상당경찰서 경제팀) : “예전에 안 좋은 일로 인해서 2천만 원짜리 굿을 하겠다고 해서 무속인에게 2천만 원을 줬는데 이 무속인이 굿을 해주지 않고 잠적을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무속인에게 원한을 갖고 처음에 범행을 시작하게 된 건데요.”

하지만 2년 넘게 무속인들만 골라 간 큰 사기행각을 벌였던 데는 김 씨만의 노림수가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아요. 창피해서 남한테 얘기도 못하고.”

무속인들은 사기를 당해도 쉽게 신고하지 못 할 거라 생각한 건데요.

김 씨의 예상은 맞아떨어졌습니다.

<인터뷰> 이정석(경위/청주 상당경찰서 경제팀) :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 달라는 의미로 찾아가는 무속집인데 그런 무속집이 사기를 당했다 그러면 신뢰도가 많이 떨어질뿐더러 영업에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무속인 중에서도 신고를 꺼려서요, 소문이 날까 봐.”

결국 사주와 관상을 보고 미래를 점친다는 무속인들이 도리어 사기를 당한 셈인데요.

그렇다면 피해 무속인들은 김 씨가 전과 19범의 사기꾼인지, 그리고 자신들이 사기를 당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걸까요?

<녹취>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그런 것까지 알면 신이게요. 우리도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손님)이 온다고 다 들여다보는 게 아니에요.”

관상이라는 건 사주를 푼 다음에야 정확히 볼 수 있다는 말로 변명 아닌 변명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생년월일, 나이, 성, 이름, (출생)시를 알아야 정확하게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 정보가 안 들어가면 잘 안 나와요. 그것을 물어볼 사이도 없이 사기를 당한 거예요.”

한 역술인은 피해자 가운데는 실력이 없는 무속인도 있었겠지만 결국 과욕이 불러온 결과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백운산(역술인) : “과욕을 부려서 내가 2백만 원 빌려줘도 천만 원짜리 굿 한다고 하니까 8백만 원이 남는다, 이런 뜻에서 욕심을 부려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

남의 앞날을 점친다면서 정작 자신들의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무속인들.

경찰은 김 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한 무속인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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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무속인 28명 사기 당하고도 ‘쉬쉬’
    • 입력 2013-07-08 08:39:44
    • 수정2013-07-08 0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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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래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무속인들 찾는 분들 많은데요.

그런데 무속인들도 자신들이 어떤 일을 당할지 예상하기 어려운가 봅니다.

무속인 28명이 60대 여성에게 사기를 당한 건데요.

피해자들은 모두 사주와 관상을 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김기흥 기자, 어떻게 서른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같은 수법의 사기를 당했을까요?

<기자 멘트>

그 수법을 보면 정말 그럴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이 사건을 접하고 드는 첫번째 생각은 피해를 당한 곳은 어느 점집인지 몰라도 거기는 가면 안되겠구나 였습니다.

사기를 당한 무속인들 역시 그런 점을 가장 걱정했는데요.

피해를 당했지만 소문이 날까봐 신고를 하지 못했고 사기꾼은 그런 점을 이용해 2년 넘게 무속인들을 상대로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수 많은 무속인들이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여성이 은행 안으로 들어섭니다.

이 여성이 현금인출기에서 백만 원을 찾는 동안 함께 온 다른 여성이 초조하게 밖에서 기다리는데요.

돈을 찾은 여성은 무속인 이 모 씨.

밖에서 기다리던 여성은 무속인을 찾아온 손님인 63살 김 모 씨였습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아들이 두 달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는데 (저승 가는) 길을 닦으러 왔다고, 처음에 그랬어요.”

교통사고로 숨진 아들의 천도제를 지내겠다며 무속인을 찾아왔다는 김 씨.

그런데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김 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아이고, 이놈아 또 무면허로 중앙선 침범해서 사고를 내면 어떻게 하느냐(하면서) ….”

막내 아들이 교통사고를 냈다는 내용.

그렇게 정신없이 통화를 하던 김 씨가 자신에게 대뜸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1500만 원이 있어야 당장 합의를 보는데 자기한테 있는 돈이 100만 원 모자라대요. 그러면서 금팔찌를 빼놓으면서 나한테 100만 원만 해달라고 자식이 그렇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돈을 안 빌려주겠어요? 자식이 그렇다는데.”

당장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김 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자식 키우는 엄마 마음으로 돈을 빌려줬다는 무속인 이 씨.

하지만 두시간 뒤 돈을 갖고 오겠다던 김 씨는 하루가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는데요.

김 씨가 맡겨놓고 간 금팔찌도 가짜였습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금은방에 가서 물어봤죠. 그게 가짜라고 속았다는 것이죠. ‘아주머니 당했네요. 당했어’ 그러더라고요.”

그때 서야 모든 게 사기라는 걸 알게 된 이 씨.

그런데 김 씨에게 당한 무속인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00동에서 한 군데, 00동에서 두 군데, 우리 집 한 군데. 그렇게 네 군데에서 사기를 당했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지난 2011년부터 전국을 돌며 사기행각을 벌인 김 씨.

그녀에게 당한 무속인은 28명, 피해액은 2천9백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빌린 돈이 소액인데다 수천만 원짜리 굿을 받겠다는 약속에 적지 않은 무속인들이 속아 넘어갔습니다.

<인터뷰> 이정석(경위/청주 상당경찰서 경제팀) : “거액의 굿을 한다고 하면 무속인들이 돈을 많이 버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 때문에 쉽게 속지 않았나하는….”

경찰 수사 결과 김 씨는 동종 수법의 전과까지 있었습니다.

무속인들만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왔습니다.

<인터뷰> 이정석(경위/청주 상당경찰서 경제팀) : “예전에 안 좋은 일로 인해서 2천만 원짜리 굿을 하겠다고 해서 무속인에게 2천만 원을 줬는데 이 무속인이 굿을 해주지 않고 잠적을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무속인에게 원한을 갖고 처음에 범행을 시작하게 된 건데요.”

하지만 2년 넘게 무속인들만 골라 간 큰 사기행각을 벌였던 데는 김 씨만의 노림수가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아요. 창피해서 남한테 얘기도 못하고.”

무속인들은 사기를 당해도 쉽게 신고하지 못 할 거라 생각한 건데요.

김 씨의 예상은 맞아떨어졌습니다.

<인터뷰> 이정석(경위/청주 상당경찰서 경제팀) :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 달라는 의미로 찾아가는 무속집인데 그런 무속집이 사기를 당했다 그러면 신뢰도가 많이 떨어질뿐더러 영업에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무속인 중에서도 신고를 꺼려서요, 소문이 날까 봐.”

결국 사주와 관상을 보고 미래를 점친다는 무속인들이 도리어 사기를 당한 셈인데요.

그렇다면 피해 무속인들은 김 씨가 전과 19범의 사기꾼인지, 그리고 자신들이 사기를 당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걸까요?

<녹취>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그런 것까지 알면 신이게요. 우리도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손님)이 온다고 다 들여다보는 게 아니에요.”

관상이라는 건 사주를 푼 다음에야 정확히 볼 수 있다는 말로 변명 아닌 변명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피해 무속인 (음성변조) : “생년월일, 나이, 성, 이름, (출생)시를 알아야 정확하게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 정보가 안 들어가면 잘 안 나와요. 그것을 물어볼 사이도 없이 사기를 당한 거예요.”

한 역술인은 피해자 가운데는 실력이 없는 무속인도 있었겠지만 결국 과욕이 불러온 결과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백운산(역술인) : “과욕을 부려서 내가 2백만 원 빌려줘도 천만 원짜리 굿 한다고 하니까 8백만 원이 남는다, 이런 뜻에서 욕심을 부려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

남의 앞날을 점친다면서 정작 자신들의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무속인들.

경찰은 김 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한 무속인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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