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전망은?

입력 2013.07.13 (07:57) 수정 2013.07.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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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먼저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폐쇄 석 달여 만에 정상 가동의 희망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열린 2차 남북실무회담에서 일단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측의 ‘선 재발 방지 보장’ 요구와 북측의 ‘설비 점검 정비 뒤 재가동’ 주장이 맞서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입주 기업들은 오는 15일 열리는 3차 실무회담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아란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오후 5시. 북한은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갑작스런 문건을 전달했습니다.

바로 개성 공단 관계자의 방북을 허용한다는 것.

북한은 문건에서 장마철 공단 설비, 자재 피해와 관련해 기업 관계자들의 긴급대책 수립을 위한 공단 방문을 허용하겠다며 방문 날짜를 알려주면 통행, 통신 등 필요한 보장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단행한 지 91일 만입니다.

북한의 방북 허용 발표가 있기 전인 같은 날 오전, 개성공단 입주 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단 내 장비를 국외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강창범(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간사) : "지금 현재 상황이 지금 기한을 넘겨버렸기 때문에 정상화된다고 해도 비용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 지금 예상되기 때문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오늘 같이 이런 결단을 내리는 것 아닌가.."

이 같은 개성 공단 입주 기업들의 이전 움직임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방북을 허용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의 갑작스런 방북 허용에 우리 정부는 다음날인 지난 4일, 역으로 제안을 내 놓았습니다.

바로 남북 실무회담.

<녹취> 김형석(통일부 대변인/지난 4일) : "이번 실무 회담 제의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석 달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입주기업들이 공장 가동 중단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더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인 6일, 남과 북은 우여곡절 끝에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 무박 2일간 12번의 회의를 거쳐 개성공단의 재가동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녹취> 서호(실무회담 우리측 대표) :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국제적 규범에 부합하는 발전적 정상화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회담 결과를 전하는 북한의 보도도 신속했습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지난 6일) : "회담에서는 남측기업들의 장마철 피해를 줄이고 개성공업지구를 정상화하기 위한 문제들을 합의하고 합의서를 채택했습니다."

통상, 주요 사안은 하루 뒤에 보도하는 북한 매체의 관행으로 볼 때, 이례적이라는 분석입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 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이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 이런 남북관계에서 대화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을 신속하게 보도함으로써 북한이 의도하고 있는 체제결속이라든지 그 다음에 김정은 체제의 대외 과시, 그런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6월 남북 회담도 일방적으로 무산시키고 계속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던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 연구소 연구위원) : "개성공단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외화 자체가 중단되면서 북한의 경제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개성공단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는 외자 유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입장에서는 외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싶어 하는 그러한 의지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의 희망도 잠시, 지난 10일에 가졌던 2차 실무회담에서 남과 북은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였습니다.

우선 우리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기업 활동이 제약되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의 제도적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북한 측은 설비 점검과 정비를 매듭짓고 재가동부터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또,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강조했지만, 북한 측은 민족 경제발전과 6.15 공동선언 정신 등을 앞세웠습니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은 기본적으로 6.15 정신이라는, 6.15 합의 정신이라는 민족 공조를 우선시하는 그런 입장인 반면에 우리 정부는 국제 공조를 통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그런 정책 기조를 보여 왔습니다.그래서 민족 공조와 국제 공조의 충돌도 벌어져왔던 거고 그런 맥락에서 남부한의 견해 차이가 계속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2차 실무회담은 구체적인 성과 없이 마무리됐는데요.

북한은 이날 저녁 담화를 통해 성과 없이 끝난 회담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지난 10일) : "남측은 공업지구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현실적인 제안도 없이 나와 공업지구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는 부당한 주장만 고집하며 회담 진전에 의도적으로 난관을 조성했습니다. "

개성공단 폐쇄 이후 석 달 만에 재개 된 방북 허용에 노심초사하던 기업인들은 일단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가동 중단된 개성공단에 회생의 희망이 보이기 때문인데요.

입주기업들은 성과 없이 끝난 2차 실무회담과는 달리 3차 회담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합의로 입주 기업들은 한 시름 놨습니다.

<녹취> 옥성석(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 : "석 달 동안 정말로 어떤 가슴에 한이 맺히는 그런 세월이었습니다. 정상화 회담 합의가 돼 가지고 폐쇄는 면했구나 하고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방북 허용이 마냥 기쁜 것만도 아닙니다.

가동이 중단 된 채 석 달을 보내면서 존폐 위기에 선 기업도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강희정(개성공단 입주업체 이사) : "절반은 사실 권고사직으로 다 퇴사를 시켰고요. 남은 인원 중에서 거의 이제 휴가라고는 해야 되겠죠."

또 개성공단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어진 것도 큰 문젭니다.

<녹취> 옥성석(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 : "지금 개성공단에 대한 바이어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정상화가 된다 하더라도 개성공단의 신뢰를 어떻게 해서 바이어한테 인식을 시켜서 주문을 받아 올 것인가 하는 이 부분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사안이 아닌가..."

개성 공단은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의 하나로 그해 8월 9일 남측의 현대아산과 북측이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해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해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마련한 역사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지난 2010년 9월에는 입주기업 생산액이 10억 달러를, 2012년 1월에는 북한 근로자가 5만 명을 돌파할 만큼 규모도 커지고 있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경제 협력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남북 긴장 관계 완화의 상징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인터뷰> 남광규(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 "남과 북 사이에 최초로 이뤄진 경제 협력의 구체적 결과물이기 때문에 향후 한반도의 어떤 평화를 창출해나가는데 있어가지고 중요한 사업이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북한은 왜 개성공단 폐쇄를 강행했을까요?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던 북한이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폐쇄 조치를 강행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남북한의 유일한 연결 고리인 개성공단 카드를 통해서 남쪽을 압박하기 위해서 개성공단의 근로자를 철수시키고 통행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연간 1억 달러.

이 돈은 북한이 무역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큰 규몹니다.

때문에 개성 공단 폐쇄는 북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큽니다.

지금까지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추산하는 피해 규모는 1조 원 수준.

<녹취> 성현상(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피해대책분과위원장) : "기업의 고통은 말도 못합니다. 이게 왜 그랬는지 기업들은 지금 이유도 모르고 이 작은 기업들이 지금 고통을 다 당하고 있는데"

남북 투자 보장 합의서에는 재산권 보호 의무가 명시 돼 있지만 이번처럼 실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명확한 배상 절차가 없습니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3개월 이상 조업이 중단되면서 전혀 수입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대출, 금융 대출이라는 것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고 기업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재기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금융 지원을 받았으면 하는 그런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입주 기업들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미비한 수준입니다.

<녹취> 유동옥(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 : "대부분의 회사들은 거의 고사 직전에 있습니다. 운전 자금 확보를 위해서 그간 각 기업들이 했던 그런 것을 보상해주는 보험이건 보상이건 빨리 신속하게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정상화
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불합리한 세무제도 때문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개성공단에 관련된 법과 규정 등에 대해 일방적으로 개정하면서 부당한 조치들을 많이 취했습니다. "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이 합의 사항을 준수하고 일방적으로 세금에 대한 부과를 한다든지 세금에 대한 벌칙 규정을 만드는 사항들은 좀 철회하고 남북 간 합의에 의해서 해나가는 이런 어떤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경제 협력이 아닌, 남북 관계의 실질적 매개체인 만큼, 개성공단 정상화 방안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합니다.

<인터뷰> 남광규(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 연구소 교수) : "개성공단에서 뭔가 대화의 실마리가 풀려야만 이 남북 관계가, 남북 대화가 좀 더 새로운 발전적인 방향으로 들어갈 수가 있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상당히 불안한 정세, 이런 부분이 좀 대화 국면이나 향후 긍정적인 어떠한 상황으로 변화되어질 수 있는 그런 어떤 작은 계기로 작용되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죠."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경제에도 타격이 컸지만 우리 기업의 생존권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재가동이 아닌,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과 북의 진정성 있는 개선 의지가 필요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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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전망은?
    • 입력 2013-07-13 09:56:27
    • 수정2013-07-13 16:40:21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먼저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폐쇄 석 달여 만에 정상 가동의 희망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열린 2차 남북실무회담에서 일단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측의 ‘선 재발 방지 보장’ 요구와 북측의 ‘설비 점검 정비 뒤 재가동’ 주장이 맞서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입주 기업들은 오는 15일 열리는 3차 실무회담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아란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오후 5시. 북한은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갑작스런 문건을 전달했습니다.

바로 개성 공단 관계자의 방북을 허용한다는 것.

북한은 문건에서 장마철 공단 설비, 자재 피해와 관련해 기업 관계자들의 긴급대책 수립을 위한 공단 방문을 허용하겠다며 방문 날짜를 알려주면 통행, 통신 등 필요한 보장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단행한 지 91일 만입니다.

북한의 방북 허용 발표가 있기 전인 같은 날 오전, 개성공단 입주 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단 내 장비를 국외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강창범(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간사) : "지금 현재 상황이 지금 기한을 넘겨버렸기 때문에 정상화된다고 해도 비용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 지금 예상되기 때문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오늘 같이 이런 결단을 내리는 것 아닌가.."

이 같은 개성 공단 입주 기업들의 이전 움직임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방북을 허용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의 갑작스런 방북 허용에 우리 정부는 다음날인 지난 4일, 역으로 제안을 내 놓았습니다.

바로 남북 실무회담.

<녹취> 김형석(통일부 대변인/지난 4일) : "이번 실무 회담 제의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석 달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입주기업들이 공장 가동 중단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더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인 6일, 남과 북은 우여곡절 끝에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 무박 2일간 12번의 회의를 거쳐 개성공단의 재가동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녹취> 서호(실무회담 우리측 대표) :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국제적 규범에 부합하는 발전적 정상화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회담 결과를 전하는 북한의 보도도 신속했습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지난 6일) : "회담에서는 남측기업들의 장마철 피해를 줄이고 개성공업지구를 정상화하기 위한 문제들을 합의하고 합의서를 채택했습니다."

통상, 주요 사안은 하루 뒤에 보도하는 북한 매체의 관행으로 볼 때, 이례적이라는 분석입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 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이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 이런 남북관계에서 대화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을 신속하게 보도함으로써 북한이 의도하고 있는 체제결속이라든지 그 다음에 김정은 체제의 대외 과시, 그런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6월 남북 회담도 일방적으로 무산시키고 계속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던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 연구소 연구위원) : "개성공단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외화 자체가 중단되면서 북한의 경제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개성공단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는 외자 유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입장에서는 외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싶어 하는 그러한 의지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의 희망도 잠시, 지난 10일에 가졌던 2차 실무회담에서 남과 북은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였습니다.

우선 우리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기업 활동이 제약되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의 제도적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북한 측은 설비 점검과 정비를 매듭짓고 재가동부터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또,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강조했지만, 북한 측은 민족 경제발전과 6.15 공동선언 정신 등을 앞세웠습니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은 기본적으로 6.15 정신이라는, 6.15 합의 정신이라는 민족 공조를 우선시하는 그런 입장인 반면에 우리 정부는 국제 공조를 통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그런 정책 기조를 보여 왔습니다.그래서 민족 공조와 국제 공조의 충돌도 벌어져왔던 거고 그런 맥락에서 남부한의 견해 차이가 계속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2차 실무회담은 구체적인 성과 없이 마무리됐는데요.

북한은 이날 저녁 담화를 통해 성과 없이 끝난 회담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지난 10일) : "남측은 공업지구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현실적인 제안도 없이 나와 공업지구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는 부당한 주장만 고집하며 회담 진전에 의도적으로 난관을 조성했습니다. "

개성공단 폐쇄 이후 석 달 만에 재개 된 방북 허용에 노심초사하던 기업인들은 일단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가동 중단된 개성공단에 회생의 희망이 보이기 때문인데요.

입주기업들은 성과 없이 끝난 2차 실무회담과는 달리 3차 회담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합의로 입주 기업들은 한 시름 놨습니다.

<녹취> 옥성석(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 : "석 달 동안 정말로 어떤 가슴에 한이 맺히는 그런 세월이었습니다. 정상화 회담 합의가 돼 가지고 폐쇄는 면했구나 하고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방북 허용이 마냥 기쁜 것만도 아닙니다.

가동이 중단 된 채 석 달을 보내면서 존폐 위기에 선 기업도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강희정(개성공단 입주업체 이사) : "절반은 사실 권고사직으로 다 퇴사를 시켰고요. 남은 인원 중에서 거의 이제 휴가라고는 해야 되겠죠."

또 개성공단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어진 것도 큰 문젭니다.

<녹취> 옥성석(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 : "지금 개성공단에 대한 바이어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정상화가 된다 하더라도 개성공단의 신뢰를 어떻게 해서 바이어한테 인식을 시켜서 주문을 받아 올 것인가 하는 이 부분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사안이 아닌가..."

개성 공단은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의 하나로 그해 8월 9일 남측의 현대아산과 북측이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해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해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마련한 역사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지난 2010년 9월에는 입주기업 생산액이 10억 달러를, 2012년 1월에는 북한 근로자가 5만 명을 돌파할 만큼 규모도 커지고 있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경제 협력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남북 긴장 관계 완화의 상징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인터뷰> 남광규(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 "남과 북 사이에 최초로 이뤄진 경제 협력의 구체적 결과물이기 때문에 향후 한반도의 어떤 평화를 창출해나가는데 있어가지고 중요한 사업이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북한은 왜 개성공단 폐쇄를 강행했을까요?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던 북한이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폐쇄 조치를 강행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남북한의 유일한 연결 고리인 개성공단 카드를 통해서 남쪽을 압박하기 위해서 개성공단의 근로자를 철수시키고 통행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연간 1억 달러.

이 돈은 북한이 무역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큰 규몹니다.

때문에 개성 공단 폐쇄는 북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큽니다.

지금까지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추산하는 피해 규모는 1조 원 수준.

<녹취> 성현상(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피해대책분과위원장) : "기업의 고통은 말도 못합니다. 이게 왜 그랬는지 기업들은 지금 이유도 모르고 이 작은 기업들이 지금 고통을 다 당하고 있는데"

남북 투자 보장 합의서에는 재산권 보호 의무가 명시 돼 있지만 이번처럼 실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명확한 배상 절차가 없습니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3개월 이상 조업이 중단되면서 전혀 수입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대출, 금융 대출이라는 것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고 기업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재기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금융 지원을 받았으면 하는 그런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입주 기업들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미비한 수준입니다.

<녹취> 유동옥(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 : "대부분의 회사들은 거의 고사 직전에 있습니다. 운전 자금 확보를 위해서 그간 각 기업들이 했던 그런 것을 보상해주는 보험이건 보상이건 빨리 신속하게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정상화
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불합리한 세무제도 때문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개성공단에 관련된 법과 규정 등에 대해 일방적으로 개정하면서 부당한 조치들을 많이 취했습니다. "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이 합의 사항을 준수하고 일방적으로 세금에 대한 부과를 한다든지 세금에 대한 벌칙 규정을 만드는 사항들은 좀 철회하고 남북 간 합의에 의해서 해나가는 이런 어떤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경제 협력이 아닌, 남북 관계의 실질적 매개체인 만큼, 개성공단 정상화 방안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합니다.

<인터뷰> 남광규(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 연구소 교수) : "개성공단에서 뭔가 대화의 실마리가 풀려야만 이 남북 관계가, 남북 대화가 좀 더 새로운 발전적인 방향으로 들어갈 수가 있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상당히 불안한 정세, 이런 부분이 좀 대화 국면이나 향후 긍정적인 어떠한 상황으로 변화되어질 수 있는 그런 어떤 작은 계기로 작용되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죠."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경제에도 타격이 컸지만 우리 기업의 생존권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재가동이 아닌,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과 북의 진정성 있는 개선 의지가 필요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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