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eye] ‘보이붐바’ 축제의 두 얼굴

입력 2013.07.13 (08:40) 수정 2013.07.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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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열의 나라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축제가 있죠?

뭐니뭐니 해도 삼바축제 아닌가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 축제는 달라 보이네요?

아마존에서 펼쳐지는 전통 축제인데 '보이붐바' 입니다.

리우 '삼바 축제'보다 규모가 더 커서 얘기 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답니다.
하지만 인디오들의 설화를 표현한 이 축제가 점점 상업화 되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아마존 한복판이 타락하고 있다고 박전식 특파원이 꼬집었는데요!

점점 멍들어 가고 있는 아마존 최대 축제 현장 속으로 함께 가 보시죠!

<리포트>

아마존 여객선들이 빼곡히 정박해 있는 마나우스 항구. 배 마다 승객들로 가득합니다.

'해먹'이라 불리는 브라질 간이침대를 걸어 놓고 17시간, 긴 항해를 기다리는 사람들...

다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인터뷰> 아지우송(아마존 여객선 승객) : "파린친스, 보이붐바 축제에 갑니다."

<인터뷰> 아니타(아마존 여객선 승객) : " 보이붐바 100주년 축제에 갑니다."

승객들을 보이붐바 축제로 안내할 여객선은 밤 새워 아마존강을 따라 내려갑니다.

아마존 밀림 한복판...

대도시를 떠나 온 배들로 가득한 이 곳, 인구 10만 명의 파린친스 섬입니다.

이 조그만 섬에 매년 '6월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 보이붐바 축제를 보기 위해 10만 명 넘는 관광객이 섬을 찾았습니다.

아슬아슬한 옷차림에 마음껏 젊음을 방출하는 여성들...

아마존 민속 축제 기간, 파린친스에는 젊은이들의 꾸밈없는 자유와 에너지로 활기가 넘쳐 납니다.

<인터뷰> 난다라(댄스 동호회원) : "우리는 아니타 댄스팀인 데요, 이 섬을 열광시키고, 우리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즐기기 위해서 왔습니다."

어둠이 내려 깔릴수록 축제 열기는 자꾸만 올라갑니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모인 보이붐바 전야제...

유명 가수들의 노래에 맞춰 너나 할 것 없이 마음껏 즐깁니다.

축제 대열에 94년 미국 월드컵 영웅 호마리우의 모습도 눈에 띕니다.

보이(Boi), 즉 '소'를 주인공으로 한 보이붐바 축제의 날...

축제에 쓰일 거대한 장식차량과 소품에 대한 최종 점검이 진행됩니다.

아마존 인디오들의 전설을 극으로 구성한 보이붐바 축제에는 사람과 동물 등 실제 생명체는 물론 상상속의 가공 괴물들이 총동원됩니다.

<인터뷰> 말로 브란덩(축제 차량 전문가) : "25년 간 보이붐바 차량을 만들어 왔습니다. 페인트도 칠하면서 직접 제작했습니다. "

보이붐바 공연은 붐보드로모(Bumbodromo)라 불리는 전용 경기장에서 진행됩니다.

붉은색과 푸른색 조명으로 양분돼 있는 이 거대한 건물에서 브라질 최대 규모의 축제, 아마존 보이붐바가 사흘밤 동안 펼쳐집니다.

공연장을 가득메운 만여 명의 관중 함성과 함께 아마존의 대서사시, 보이붐바 축제가 화려한 막을 올립니다.

홍군 가란치두(Garantido)와 청군 카프리쇼소(Caprichoso)가 맞대결을 펼치는 보이붐바...

높이 10미터가 넘는 기괴한 형상의 거대 조형물들이 쉼없이 등장합니다.

청군과 홍군 각각, 4천여 명씩의 참가자들은 맡은 역할에 따라 장장 3시간여 동안 거대한 종합 뮤지컬을 연출합니다.

<인터뷰> 하이스(보이붐바 출연자) : "올해 100주년이 된 이 축제에 참가하게 돼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제 책임감이 큽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소 혀를 구하기 위해 농장주의 소를 죽인 농부...

이 소를 살려내기 위해 애쓰는 성직자와 의사... 그리고 끝내 소를 살려 낸 주술사... 마지막으로 환생한 소와 농장주 딸의 애틋한 사랑이 보이붐바 공연의 주젭니다.

<인터뷰> 타이나(보이붐바 여주인공) : "제 역할은 농장주의 딸이자 소의 주인으로 저처럼 항상 유럽 이주민인 곱슬머리 백인이 여주인공을 맡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환타지를 표현한 보이붐바 축제의 백미는 열광적인 관중들입니다.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자신들의 팀을 응원하는 관중들도 공연의 중요 부분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축제가 점점 화려하게 대규모화 되면서 진통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보이붐바 100주년 공연을 위해 브라질 아마조나스 지방정부는 지난해 수백억 원을 투입해 전용경기장을 증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입을 늘리기 위해 무료 입장석을 크게 줄인 대신, 유료석과 VIP석을 대폭 확충했습니다.

<인터뷰> 오마르 아지스(아마조나스 주지사) : "보이붐바 축제는 아마존의 대표적 문화 상품이면서도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대표적 경제활동입니다."

하지만 수익증대를 꾀하는 지방정부의 정책에 주민들의 불만이 큽니다.

<인터뷰> 헤지나(파린친스 주민) : "주정부가 돈벌이에 눈이 멀어 높은 사람들과 돈 있는 사람들 자리는 늘리면서도, 정작 우리 주민들 자리는 늘리지 않아 몇 시간씩 기다리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또 언제부턴가 다국적 기업 광고가 의무적으로 공연에 포함되는 등 그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보이붐바 축제 기간 아마존 한복판의 이 조그만 도시는 수만의 젊은 인파가 뿜어내는 자유의 열기로 잠들지 않는 환락의 도시로 변하고 있습니다.

보이붐바 공연 직후인 새벽 2시가 되면, 인파는 최절정에 달합니다.

초저녁부터 마신 술로 인사불성 상태의 사람들이 널려 있고, 곳곳에 각종 폭력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보이붐바 축제 기간 최대 골칫거리는 매춘. 돈과 쾌락을 쫒아 대도시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군중 속에 뒤섞여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나이 어린 소녀들까지 매춘시장에 개입돼 있다는 겁니다.

<녹취> "(몇명 가능해요?) 다섯명 이상 있어요. (나이는?) 아까 말한 대로에요. (15살부터?) 17살까지... (가격은?) 200~300 헤알 정도..."


<인터뷰> 메이리(주민) :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축제 동안 매춘을 합니다. 사람들도 그래서 더 많이 오고 있어요."

이 때문에 보이붐바 축제가 끝나면 아마존의 작은 도시 파린친스는 몸살을 앓습니다.

<인터뷰> 파멜라(중학생/15살) : "부주의한 여학생들이 축제가 끝나면 임신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발견됩니다. "

점점 상업화 돼가는 아마존 축제의 그늘에서 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열광적인 축제는 이 모든 것들을 덮어버리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신화를 품고 100년을 이어 온 보이붐바 축제...

그 규모와 화려함으로 어느 새 삼바축제 못지않은 브라질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상업화와 타락의 위험성이 점점 커지면서 아마존의 순수한 인디오 문화를 표현한다는 당초 취지도 점점 퇴색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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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eye] ‘보이붐바’ 축제의 두 얼굴
    • 입력 2013-07-13 10:53:28
    • 수정2013-07-13 10:59:0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정열의 나라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축제가 있죠?

뭐니뭐니 해도 삼바축제 아닌가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 축제는 달라 보이네요?

아마존에서 펼쳐지는 전통 축제인데 '보이붐바' 입니다.

리우 '삼바 축제'보다 규모가 더 커서 얘기 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답니다.
하지만 인디오들의 설화를 표현한 이 축제가 점점 상업화 되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아마존 한복판이 타락하고 있다고 박전식 특파원이 꼬집었는데요!

점점 멍들어 가고 있는 아마존 최대 축제 현장 속으로 함께 가 보시죠!

<리포트>

아마존 여객선들이 빼곡히 정박해 있는 마나우스 항구. 배 마다 승객들로 가득합니다.

'해먹'이라 불리는 브라질 간이침대를 걸어 놓고 17시간, 긴 항해를 기다리는 사람들...

다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인터뷰> 아지우송(아마존 여객선 승객) : "파린친스, 보이붐바 축제에 갑니다."

<인터뷰> 아니타(아마존 여객선 승객) : " 보이붐바 100주년 축제에 갑니다."

승객들을 보이붐바 축제로 안내할 여객선은 밤 새워 아마존강을 따라 내려갑니다.

아마존 밀림 한복판...

대도시를 떠나 온 배들로 가득한 이 곳, 인구 10만 명의 파린친스 섬입니다.

이 조그만 섬에 매년 '6월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 보이붐바 축제를 보기 위해 10만 명 넘는 관광객이 섬을 찾았습니다.

아슬아슬한 옷차림에 마음껏 젊음을 방출하는 여성들...

아마존 민속 축제 기간, 파린친스에는 젊은이들의 꾸밈없는 자유와 에너지로 활기가 넘쳐 납니다.

<인터뷰> 난다라(댄스 동호회원) : "우리는 아니타 댄스팀인 데요, 이 섬을 열광시키고, 우리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즐기기 위해서 왔습니다."

어둠이 내려 깔릴수록 축제 열기는 자꾸만 올라갑니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모인 보이붐바 전야제...

유명 가수들의 노래에 맞춰 너나 할 것 없이 마음껏 즐깁니다.

축제 대열에 94년 미국 월드컵 영웅 호마리우의 모습도 눈에 띕니다.

보이(Boi), 즉 '소'를 주인공으로 한 보이붐바 축제의 날...

축제에 쓰일 거대한 장식차량과 소품에 대한 최종 점검이 진행됩니다.

아마존 인디오들의 전설을 극으로 구성한 보이붐바 축제에는 사람과 동물 등 실제 생명체는 물론 상상속의 가공 괴물들이 총동원됩니다.

<인터뷰> 말로 브란덩(축제 차량 전문가) : "25년 간 보이붐바 차량을 만들어 왔습니다. 페인트도 칠하면서 직접 제작했습니다. "

보이붐바 공연은 붐보드로모(Bumbodromo)라 불리는 전용 경기장에서 진행됩니다.

붉은색과 푸른색 조명으로 양분돼 있는 이 거대한 건물에서 브라질 최대 규모의 축제, 아마존 보이붐바가 사흘밤 동안 펼쳐집니다.

공연장을 가득메운 만여 명의 관중 함성과 함께 아마존의 대서사시, 보이붐바 축제가 화려한 막을 올립니다.

홍군 가란치두(Garantido)와 청군 카프리쇼소(Caprichoso)가 맞대결을 펼치는 보이붐바...

높이 10미터가 넘는 기괴한 형상의 거대 조형물들이 쉼없이 등장합니다.

청군과 홍군 각각, 4천여 명씩의 참가자들은 맡은 역할에 따라 장장 3시간여 동안 거대한 종합 뮤지컬을 연출합니다.

<인터뷰> 하이스(보이붐바 출연자) : "올해 100주년이 된 이 축제에 참가하게 돼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제 책임감이 큽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소 혀를 구하기 위해 농장주의 소를 죽인 농부...

이 소를 살려내기 위해 애쓰는 성직자와 의사... 그리고 끝내 소를 살려 낸 주술사... 마지막으로 환생한 소와 농장주 딸의 애틋한 사랑이 보이붐바 공연의 주젭니다.

<인터뷰> 타이나(보이붐바 여주인공) : "제 역할은 농장주의 딸이자 소의 주인으로 저처럼 항상 유럽 이주민인 곱슬머리 백인이 여주인공을 맡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환타지를 표현한 보이붐바 축제의 백미는 열광적인 관중들입니다.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자신들의 팀을 응원하는 관중들도 공연의 중요 부분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축제가 점점 화려하게 대규모화 되면서 진통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보이붐바 100주년 공연을 위해 브라질 아마조나스 지방정부는 지난해 수백억 원을 투입해 전용경기장을 증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입을 늘리기 위해 무료 입장석을 크게 줄인 대신, 유료석과 VIP석을 대폭 확충했습니다.

<인터뷰> 오마르 아지스(아마조나스 주지사) : "보이붐바 축제는 아마존의 대표적 문화 상품이면서도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대표적 경제활동입니다."

하지만 수익증대를 꾀하는 지방정부의 정책에 주민들의 불만이 큽니다.

<인터뷰> 헤지나(파린친스 주민) : "주정부가 돈벌이에 눈이 멀어 높은 사람들과 돈 있는 사람들 자리는 늘리면서도, 정작 우리 주민들 자리는 늘리지 않아 몇 시간씩 기다리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또 언제부턴가 다국적 기업 광고가 의무적으로 공연에 포함되는 등 그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보이붐바 축제 기간 아마존 한복판의 이 조그만 도시는 수만의 젊은 인파가 뿜어내는 자유의 열기로 잠들지 않는 환락의 도시로 변하고 있습니다.

보이붐바 공연 직후인 새벽 2시가 되면, 인파는 최절정에 달합니다.

초저녁부터 마신 술로 인사불성 상태의 사람들이 널려 있고, 곳곳에 각종 폭력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보이붐바 축제 기간 최대 골칫거리는 매춘. 돈과 쾌락을 쫒아 대도시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군중 속에 뒤섞여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나이 어린 소녀들까지 매춘시장에 개입돼 있다는 겁니다.

<녹취> "(몇명 가능해요?) 다섯명 이상 있어요. (나이는?) 아까 말한 대로에요. (15살부터?) 17살까지... (가격은?) 200~300 헤알 정도..."


<인터뷰> 메이리(주민) :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축제 동안 매춘을 합니다. 사람들도 그래서 더 많이 오고 있어요."

이 때문에 보이붐바 축제가 끝나면 아마존의 작은 도시 파린친스는 몸살을 앓습니다.

<인터뷰> 파멜라(중학생/15살) : "부주의한 여학생들이 축제가 끝나면 임신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발견됩니다. "

점점 상업화 돼가는 아마존 축제의 그늘에서 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열광적인 축제는 이 모든 것들을 덮어버리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신화를 품고 100년을 이어 온 보이붐바 축제...

그 규모와 화려함으로 어느 새 삼바축제 못지않은 브라질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상업화와 타락의 위험성이 점점 커지면서 아마존의 순수한 인디오 문화를 표현한다는 당초 취지도 점점 퇴색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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