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기부 천사라더니…이웃에 수십억 원 투자 사기

입력 2013.07.31 (08:36) 수정 2013.07.3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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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년 이상 알고 지내던 동네 이웃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빌리고 이 돈을 가로챈 50대 여성이 붙잡혔습니다.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피해금액도 큰데요.

피의자가 그동안 철저히 자신을 포장해왔다면서요?

<기자 멘트>

그녀는 이웃들에게 단순히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높은 이자에 원금까지 되돌려주는 투자의 귀재인 것은 기본이고 기부 천사로도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자신의 과수원에서 나오는 과일들을 아낌없이 이웃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장학금으로 한 달에 1700만 원씩을 내놓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모든 행동이 더 큰 사기를 치기 위한 이른바 떡밥이었던 셈입니다.

게다가 장학 사업을 한다는 말도 거짓이었는데요.

사기를 치기 위해 10년 넘게 거짓 인생을 산 그녀를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에 사는 박 모 씨는 요즘 당최 손에 일이 잡히지 않습니다.

얼마 전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전재산을 날린 겁니다.

<녹취> 피해자 박 모 씨 (음성변조) : "내 정신이 아니죠. 일생 동안 번 돈인데 그렇게 털리고 나니까... 분통이 터지고 화병이 생겨서 잠도 못자고..."

평소 알고 지내던 쉰아홉 살 김 모 씨의 말만 믿고 거액을 투자한 박 씨.

마지막으로 투자할 땐 빚까지 냈다는데요.

<녹취> 피해자 박 모 씨 (음성변조) : "식당에서 (일해서) 번 돈, 제가 옛날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판 돈, 마지막에 (투자한) 돈은 우리 딸 집 (전세 담보) 대출 받아서 2천만 원 보태서 준 거예요. 이자까지 한 3억 원이 넘어요."

같은 동네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이 모 씨도 김 씨에게 수억 원을 투자했다 결국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이 모 씨 (음성변조) : "차용증도 써주고 계약서도 받고 그런 것을 했는데 소용이 없다고 해요. 다 거짓이래요. 맞는 말이 한 마디, 진짜 1%도 없어요. "

이렇게 김 씨에게 투자사기를 당한 사람은 모두 여덟 명.

피해액은 무려 24억 원이 넘습니다.

놀라운 건 사기를 친 김 씨가 10년 동안 이 동네에 살던 이웃이었다는 것.

<녹취> 피해자 이 모 씨 (음성변조) : "오래 (한 동네에) 같이 있었잖아요. 몇 년 됐으니까... 그럴 것이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어요."

그런 만큼 동네 주민 대부분은 여전히 그녀의 사기행각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그런 기미가 전혀 안 보이다가 갑자기 그렇게 하니까 어이가 없는 거죠. 누구도 예상을 못했어요. "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좌우지간 착했어요. 지금도 정말 이해가 안 가요."

동네에서 평판이 좋았다는 김 씨.

인근에서 3만 제곱미터가 넘는 큰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평소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과일을 나눠줬다고 합니다.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뭐든지 농사지은 것을 참외부터 토마토, 복숭아 해서 엄청 실어다 (동네 사람들에게) 다 풀었어요. 굉장히 (많이) 풀었어요. 부잣집이라서 저렇게 여유 있게 푸나보다... (생각했어요.)"

소문난 부자였던 김 씨는 부동산 경매 투자로도 많은 돈을 벌었다며 재력을 과시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 박 모 씨 (음성변조) : "현찰이 10억 원 정도 있고, 경매 받은 집도 (있고) 상가도 있고 하여튼 많다고 그랬어요. 땅 사놓은 것도 많고... 우리는 믿었죠."

그래서 이웃들에게 ‘투자의 귀재’라고 불렸다는 김 씨.

그런데 김 씨에겐 또 다른 애칭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기부천사’입니다.

<녹취> 피해자 박 모 씨 (음성변조) : "천사였죠, 천사. 돈 버는 것도 자기들이 좋은 일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어요.) "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장학금 후원을 한 달에 1700만 원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아주머니(피의자)를 엄청 존경했어요."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평상시 우리의 롤모델이었어요. 나중에 저렇게 살고 싶다... (생각했어요.)"

이웃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김 씨의 모습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김 씨는 재력가도, 기부천사도 아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 모 씨 (음성변조) : "그 당시에는 다 믿었지만 알고 보니까 전부 다 거짓말이었어요. 10년 동안 한 말이 전부 다!"

무려 10년 동안이나 동네 사람들 누구도 김 씨를 의심하지 않았던 겁니다.

<인터뷰> 강다혜(경장/화성 서부경찰서 경제2팀) : "그냥 말 뿐이었어요. (불우 학생들) 학교도 다 보내고 유학도 보내고 결혼도 시키고 심지어 미국에서 목사가 된 사람도 있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얘기하니까 사람들이 말만으로도 믿은 것 같아요."

전문가는 김 씨의 ‘기부천사’ 이미지가 이웃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합니다.

<녹취> 염건령(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돈이 많다,' '착하다,' '사회에 기여한다,' 이 세 가지가 그냥 믿어버리는 상황을 조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학 사업을 한다거나 사회복지사업을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요즘 많이 포장을 해요, 전문 사기범들이."

그렇게 동네 사람들의 환심을 얻은 김 씨는 2009년부터 이들에게서 투자 명목으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약속한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꼬박꼬박 되돌려 줬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습니다.

<인터뷰> 강다혜(경장/화성 서부경찰서 경제2팀) : "(돈을) 빌려줬는데 더 많은 돈으로 금방 갚고 이런 식으로 몇 차례 하다 보니까 피해자들이 쉽게 믿고 점점 더 큰 금액을 빌려주고 (피의자가) 안 갚더라도 믿고 기다리게 된 거죠. 그러다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고요."

결국 김 씨는 여덟 명에게 수십 억 원을 가로채 달아났고, 잠적 5개월 만인 지난 24일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하지만 김 씨 통장에 있어야 할 돈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인터뷰> 강다혜(경장/화성 서부경찰서 경제2팀) : "통장 잔고는 0원이었어요. 다른 채무를 돌려막기 하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생활비로 쓰거나 가족들에게 용돈을 주거나 아니면 수표로 인출한 것으로 확인이 됐어요."

피해자들은 김 씨가 가로챈 돈이 김 씨의 가족에게 흘러들어갔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김 씨의 가족은 여전히 이 동네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부인(피의자가)이 (도망을) 갔는데 자기네들은 상관없다는 거예요. 당신들이 이자 많이 받아먹으려고 그런 것 아니냐며 되레 큰소리 치고... 그러더니 아들은 외제차 뽑아서 가지고 다니고..."

김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한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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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기부 천사라더니…이웃에 수십억 원 투자 사기
    • 입력 2013-07-31 08:39:08
    • 수정2013-07-31 08: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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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년 이상 알고 지내던 동네 이웃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빌리고 이 돈을 가로챈 50대 여성이 붙잡혔습니다.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피해금액도 큰데요.

피의자가 그동안 철저히 자신을 포장해왔다면서요?

<기자 멘트>

그녀는 이웃들에게 단순히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높은 이자에 원금까지 되돌려주는 투자의 귀재인 것은 기본이고 기부 천사로도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자신의 과수원에서 나오는 과일들을 아낌없이 이웃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장학금으로 한 달에 1700만 원씩을 내놓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모든 행동이 더 큰 사기를 치기 위한 이른바 떡밥이었던 셈입니다.

게다가 장학 사업을 한다는 말도 거짓이었는데요.

사기를 치기 위해 10년 넘게 거짓 인생을 산 그녀를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에 사는 박 모 씨는 요즘 당최 손에 일이 잡히지 않습니다.

얼마 전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전재산을 날린 겁니다.

<녹취> 피해자 박 모 씨 (음성변조) : "내 정신이 아니죠. 일생 동안 번 돈인데 그렇게 털리고 나니까... 분통이 터지고 화병이 생겨서 잠도 못자고..."

평소 알고 지내던 쉰아홉 살 김 모 씨의 말만 믿고 거액을 투자한 박 씨.

마지막으로 투자할 땐 빚까지 냈다는데요.

<녹취> 피해자 박 모 씨 (음성변조) : "식당에서 (일해서) 번 돈, 제가 옛날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판 돈, 마지막에 (투자한) 돈은 우리 딸 집 (전세 담보) 대출 받아서 2천만 원 보태서 준 거예요. 이자까지 한 3억 원이 넘어요."

같은 동네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이 모 씨도 김 씨에게 수억 원을 투자했다 결국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이 모 씨 (음성변조) : "차용증도 써주고 계약서도 받고 그런 것을 했는데 소용이 없다고 해요. 다 거짓이래요. 맞는 말이 한 마디, 진짜 1%도 없어요. "

이렇게 김 씨에게 투자사기를 당한 사람은 모두 여덟 명.

피해액은 무려 24억 원이 넘습니다.

놀라운 건 사기를 친 김 씨가 10년 동안 이 동네에 살던 이웃이었다는 것.

<녹취> 피해자 이 모 씨 (음성변조) : "오래 (한 동네에) 같이 있었잖아요. 몇 년 됐으니까... 그럴 것이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어요."

그런 만큼 동네 주민 대부분은 여전히 그녀의 사기행각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그런 기미가 전혀 안 보이다가 갑자기 그렇게 하니까 어이가 없는 거죠. 누구도 예상을 못했어요. "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좌우지간 착했어요. 지금도 정말 이해가 안 가요."

동네에서 평판이 좋았다는 김 씨.

인근에서 3만 제곱미터가 넘는 큰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평소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과일을 나눠줬다고 합니다.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뭐든지 농사지은 것을 참외부터 토마토, 복숭아 해서 엄청 실어다 (동네 사람들에게) 다 풀었어요. 굉장히 (많이) 풀었어요. 부잣집이라서 저렇게 여유 있게 푸나보다... (생각했어요.)"

소문난 부자였던 김 씨는 부동산 경매 투자로도 많은 돈을 벌었다며 재력을 과시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 박 모 씨 (음성변조) : "현찰이 10억 원 정도 있고, 경매 받은 집도 (있고) 상가도 있고 하여튼 많다고 그랬어요. 땅 사놓은 것도 많고... 우리는 믿었죠."

그래서 이웃들에게 ‘투자의 귀재’라고 불렸다는 김 씨.

그런데 김 씨에겐 또 다른 애칭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기부천사’입니다.

<녹취> 피해자 박 모 씨 (음성변조) : "천사였죠, 천사. 돈 버는 것도 자기들이 좋은 일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어요.) "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장학금 후원을 한 달에 1700만 원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아주머니(피의자)를 엄청 존경했어요."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평상시 우리의 롤모델이었어요. 나중에 저렇게 살고 싶다... (생각했어요.)"

이웃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김 씨의 모습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김 씨는 재력가도, 기부천사도 아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 모 씨 (음성변조) : "그 당시에는 다 믿었지만 알고 보니까 전부 다 거짓말이었어요. 10년 동안 한 말이 전부 다!"

무려 10년 동안이나 동네 사람들 누구도 김 씨를 의심하지 않았던 겁니다.

<인터뷰> 강다혜(경장/화성 서부경찰서 경제2팀) : "그냥 말 뿐이었어요. (불우 학생들) 학교도 다 보내고 유학도 보내고 결혼도 시키고 심지어 미국에서 목사가 된 사람도 있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얘기하니까 사람들이 말만으로도 믿은 것 같아요."

전문가는 김 씨의 ‘기부천사’ 이미지가 이웃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합니다.

<녹취> 염건령(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돈이 많다,' '착하다,' '사회에 기여한다,' 이 세 가지가 그냥 믿어버리는 상황을 조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학 사업을 한다거나 사회복지사업을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요즘 많이 포장을 해요, 전문 사기범들이."

그렇게 동네 사람들의 환심을 얻은 김 씨는 2009년부터 이들에게서 투자 명목으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약속한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꼬박꼬박 되돌려 줬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습니다.

<인터뷰> 강다혜(경장/화성 서부경찰서 경제2팀) : "(돈을) 빌려줬는데 더 많은 돈으로 금방 갚고 이런 식으로 몇 차례 하다 보니까 피해자들이 쉽게 믿고 점점 더 큰 금액을 빌려주고 (피의자가) 안 갚더라도 믿고 기다리게 된 거죠. 그러다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고요."

결국 김 씨는 여덟 명에게 수십 억 원을 가로채 달아났고, 잠적 5개월 만인 지난 24일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하지만 김 씨 통장에 있어야 할 돈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인터뷰> 강다혜(경장/화성 서부경찰서 경제2팀) : "통장 잔고는 0원이었어요. 다른 채무를 돌려막기 하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생활비로 쓰거나 가족들에게 용돈을 주거나 아니면 수표로 인출한 것으로 확인이 됐어요."

피해자들은 김 씨가 가로챈 돈이 김 씨의 가족에게 흘러들어갔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김 씨의 가족은 여전히 이 동네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 (음성변조) : "부인(피의자가)이 (도망을) 갔는데 자기네들은 상관없다는 거예요. 당신들이 이자 많이 받아먹으려고 그런 것 아니냐며 되레 큰소리 치고... 그러더니 아들은 외제차 뽑아서 가지고 다니고..."

김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한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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