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오락가락 교육정책…혼선 자초

입력 2013.08.22 (21:25) 수정 2013.08.2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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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부터 대입 수능 원서 접수가 시작됐죠.

올해도 선택형 수능이 처음 실시되면서 변화된 입시 제도에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의 걱정이 많은데요.

여기에 대대적인 입시제도 개편이 곧 발표될 예정이어서 교육 현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사고처럼 거창하게 도입된 제도가 유명 무실해지는 사례까지 빈번해지면서 교육계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일선 학교의 분위기를 구영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자율형 사립고.

요즘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자사고 육성 정책이 폐지되면서, 다시 일반고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학교 수업에 불이익은 없을지 걱정이 많습니다.

<인터뷰> 김민종(자율형사립고 1학년) : "자사고라고 해서 왔는데 바뀌면 그게 제일 불안한 거죠...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자사고 교장들은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대표적인 고교 다양화 정책이라며 자사고 100개 육성을 약속해놓고 불과 4년만에 없던 일로 한다는 걸 납득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김병민(자율형사립고 협의회장) : "자사고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줄로 알고 기숙사까지 만들었는데 이제와서 무용지물이 된다면 누가 책임져야 되는건지..."

오락 가락하기는 서울의 혁신 학교도 마찬가집니다.

창의성과 자율성 교육을 한다며 불과 2년전에 문을 열었는데 교육감이 바뀌면서 잘못을 따지는 감사 대상이 됐습니다.

제도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선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침체된 일반고를 살리겠다며 도입이 발표된 이른바 거점 학교에 대해서도 일선에서는 냉소적입니다.

<인터뷰> 박범이('참교육 학부모회' 회장) : "정말 일반학교와 통합적으로 잘 운영될 것인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오래가는 정책이 되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몇년도 못갈 제도 아래 수많은 학교들이 간판을 붙였다 뗐다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지러울 뿐입니다.

<기자 멘트>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오년지 소계'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가 바뀔때마다 변화가 심했습니다.

그 대표적인게 바로 대학 입시 제돈데요.

지난 82년 예비교사가 학력고사로 바뀐 이래, 86년엔 논술 94년 수능 2008년 입학사정관, 그리고 올해 처음 시행되는 선택형 수능까지.

광복이후 입시엔 40여 차례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도 하나가 2년을 못간 셈이죠.

대대적인 제도 변화도 16차례로 4년마다 한 번 꼴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데요.

교육부는 내년부터 우리 교육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 입시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그제 발표까지 예고했다가 갑자기 연기했습니다.

당정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윤데요.

중.고교 교육을 좌지우지할 대형 정책을 발표 예정일 하루 전까지도 확정짓지 못한 겁니다.

이보다 앞서 한국사 수능 필수화도 사실상 결정된 것처럼 해놓고 성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다시 여론 수렴을 하겠다고 발을 뺐습니다.

<인터뷰> 서남수 : "좀더 국민들의 직접적인 의사를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 이전에 수렴하겠다."

정부가 바뀌거나 장관이나 교육감이 바뀐다고 교육 정책도 당연히 바뀌어야 할까요.

교육 강국이라 불리는 선진국은 어떻게 하고 있고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학생들의 국제성취도 평가에서 매번 최상위를 지키고 있는 교육 강국 핀란드.

개인별 맞춤 교육이 철저히 보장되는 9년제 종합 학교 체제가 일등 공신으로 꼽힙니다.

종합학교 도입이 의회에서 결정된 건 지난 63년이지만 실제 시행은 7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가진 겁니다.

그 뒤로도 핀란드의 교육개혁은 10년 주기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안정적인 정책이 가능한 건 사회적 합의와 함께 교육부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국가 교육위원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도상(핀란드연구소장/예정) : "전문가들이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고 전문가적으로 교육 정책을 실행한 것이다..."

우리도 부실 정책 도입과 폐지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놨던 독립적 교육 위원회 설립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성기선(가톨릭대 교수) : "사회 각개인사들로 구성된 교육위원회 등을 마련해서 교육 정책만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

토끼의 성급함 보다 늦더라도 꾸준한 거북이의 지혜가 우리 교육에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승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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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오락가락 교육정책…혼선 자초
    • 입력 2013-08-22 21:26:38
    • 수정2013-08-22 22: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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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대입 수능 원서 접수가 시작됐죠.

올해도 선택형 수능이 처음 실시되면서 변화된 입시 제도에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의 걱정이 많은데요.

여기에 대대적인 입시제도 개편이 곧 발표될 예정이어서 교육 현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사고처럼 거창하게 도입된 제도가 유명 무실해지는 사례까지 빈번해지면서 교육계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일선 학교의 분위기를 구영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자율형 사립고.

요즘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자사고 육성 정책이 폐지되면서, 다시 일반고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학교 수업에 불이익은 없을지 걱정이 많습니다.

<인터뷰> 김민종(자율형사립고 1학년) : "자사고라고 해서 왔는데 바뀌면 그게 제일 불안한 거죠...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자사고 교장들은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대표적인 고교 다양화 정책이라며 자사고 100개 육성을 약속해놓고 불과 4년만에 없던 일로 한다는 걸 납득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김병민(자율형사립고 협의회장) : "자사고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줄로 알고 기숙사까지 만들었는데 이제와서 무용지물이 된다면 누가 책임져야 되는건지..."

오락 가락하기는 서울의 혁신 학교도 마찬가집니다.

창의성과 자율성 교육을 한다며 불과 2년전에 문을 열었는데 교육감이 바뀌면서 잘못을 따지는 감사 대상이 됐습니다.

제도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선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침체된 일반고를 살리겠다며 도입이 발표된 이른바 거점 학교에 대해서도 일선에서는 냉소적입니다.

<인터뷰> 박범이('참교육 학부모회' 회장) : "정말 일반학교와 통합적으로 잘 운영될 것인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오래가는 정책이 되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몇년도 못갈 제도 아래 수많은 학교들이 간판을 붙였다 뗐다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지러울 뿐입니다.

<기자 멘트>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오년지 소계'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가 바뀔때마다 변화가 심했습니다.

그 대표적인게 바로 대학 입시 제돈데요.

지난 82년 예비교사가 학력고사로 바뀐 이래, 86년엔 논술 94년 수능 2008년 입학사정관, 그리고 올해 처음 시행되는 선택형 수능까지.

광복이후 입시엔 40여 차례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도 하나가 2년을 못간 셈이죠.

대대적인 제도 변화도 16차례로 4년마다 한 번 꼴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데요.

교육부는 내년부터 우리 교육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 입시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그제 발표까지 예고했다가 갑자기 연기했습니다.

당정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윤데요.

중.고교 교육을 좌지우지할 대형 정책을 발표 예정일 하루 전까지도 확정짓지 못한 겁니다.

이보다 앞서 한국사 수능 필수화도 사실상 결정된 것처럼 해놓고 성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다시 여론 수렴을 하겠다고 발을 뺐습니다.

<인터뷰> 서남수 : "좀더 국민들의 직접적인 의사를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 이전에 수렴하겠다."

정부가 바뀌거나 장관이나 교육감이 바뀐다고 교육 정책도 당연히 바뀌어야 할까요.

교육 강국이라 불리는 선진국은 어떻게 하고 있고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학생들의 국제성취도 평가에서 매번 최상위를 지키고 있는 교육 강국 핀란드.

개인별 맞춤 교육이 철저히 보장되는 9년제 종합 학교 체제가 일등 공신으로 꼽힙니다.

종합학교 도입이 의회에서 결정된 건 지난 63년이지만 실제 시행은 7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가진 겁니다.

그 뒤로도 핀란드의 교육개혁은 10년 주기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안정적인 정책이 가능한 건 사회적 합의와 함께 교육부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국가 교육위원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도상(핀란드연구소장/예정) : "전문가들이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고 전문가적으로 교육 정책을 실행한 것이다..."

우리도 부실 정책 도입과 폐지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놨던 독립적 교육 위원회 설립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성기선(가톨릭대 교수) : "사회 각개인사들로 구성된 교육위원회 등을 마련해서 교육 정책만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

토끼의 성급함 보다 늦더라도 꾸준한 거북이의 지혜가 우리 교육에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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