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경찰 간부, 부하 처제 성폭행 논란

<앵커 멘트>

최근 현직 경찰관이 동료 경찰관의 처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소개로 만난 피해 여성이 술에 취하자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건데요.

김기흥 기자, 지금 경찰관과 피해 여성은 각각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멘트>

해당 경찰은 성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성은 자신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강제로 이뤄진 성폭행이라는 건데요.

사건은 두 달 전에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진행 상황을 보면 경찰서에 진정서를 낸 여성이 갑자기 이를 취하했고 그 이후에 해당 경찰을 처벌해달라며 다시 진정서를 경찰서에 제출했는데요.

그렇다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동료 경찰의 처제를 성폭행했다는 이번 사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1일, 한 30대 여성이 이곳에 진정서를 제출했는데요.

자신이 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해당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8월 1일 날 (피해자가) 여기 와서 이야기를 했잖아. 진정을 내고. 그래서 진정서를 받아서 지금 조사 진행 중에 있는 사안이지.”

여성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지목한 사람은 놀랍게도, 이곳에 근무하는 김 모 경위.

그리고 이 여성은 김 모 경위와 같은 경찰서 소속 이 모 경사의 처제였던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사건은 두 달 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경사는 평소 꼼꼼하고 일처리가 정확한 김 경위를 신뢰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아직 미혼이던 김 경위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겠다면서 처제를 소개시켜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만난 지 일주일이 지난 7월 초 이 경사의 처제는 김 경위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김 경위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몸을 가눌 수 없었던 자신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는 겁니다.

그 후 김 경위는 이 일을 무마시키기 위해 이 경사 처제의 부모님을 만나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징계를 받을지도 모르니 서로 동의하고 성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써달라고 처제에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김 경위의 거듭된 설득에 넘어간 처제는 허위 진술서를 써주고 신고를 취하했는데요.

<녹취> 해당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1차로 신고해놓고 자기(처제)가 동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자필 진술서를 써줬고. (당시 성폭행 혐의는) 끝났다, 일단락이 되어 버렸다는 거야.”

하지만 진술서를 손에 넣은 김 경위는 그 때부터 이 경사의 처제 전화를 피하기 시작했고 김 경위의 부모는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며 반대를 해왔다고 합니다.

갈등의 골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자, 이 경사의 처제는 억울하다면서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는데요.

하지만 김 경위는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해당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다른 성폭행 사건과는 다르게 양측 주장이, 생각이 대립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결과에 따라) 수사를 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 경위는 경찰서에서 계속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요.

<녹취> “(현재 근무하고 계세요?) 외근 나가셨습니다. (언제쯤 들어오시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해당 경찰서는 지난 5월, 전국 최초로 성폭력 전담 수사팀이 신설됐는데요.

하지만 이번 사건이 벌어진 지 두 달이 지나도록 김 경위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해당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김 경위는) 근무 중이지. 정상 근무 중이고 남자 직원이 시인을 하면 적절한 대응 조치를 하는데 이쪽은 부인하고 저쪽은 했다고 하고 서로 상반된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김 경위의 입장은 어떨까요.

취재진은 동료 경찰을 통해 여러 번 취해봤지만 결국 김 경위를 만나지 못했는데요.

김 경위가 여전히 이 경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김 경위를 감싸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재희(시민) :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내부 경찰들이 수사한다는 게 모순인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경찰이 범죄에 연루됐는데도 신변의 변화 없이 업무를 본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윤호(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성폭행 혐의의) 결과가 확정이 나기 전까지는 당분간 일차적으로 맡은 업무를 중단할 수 있도록 대기발령을 할 수도 있고...”

그리고 감찰의 기능을 보다 체계적이고 중립적으로 갖추지 위해 실질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윤호(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외국에서는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된 민간인 소청심사위원에서 (감찰을) 하거나 경찰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경찰 비리조사나 불만을 감찰하는 경우가 있죠.”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중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이 성폭행 사건을 해당 경찰서 인근의 경찰서에서 수사하도록 지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