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한도 올해 농사 ‘풍년’ 예감

입력 2013.09.14 (07:50) 수정 2013.09.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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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늘 먹을거리가 부족한 북한에도 올해는 풍년이 들 것 같습니다.

태풍 같은 큰 자연재해도 없었고 비료도 제때 공급이 돼서 그렇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이 좀 나아질는지 살펴봤습니다.

조아란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올 초부터 떠들썩하게 농업 생산량 증대를 외쳤던 북한. 봄 농사가 시작할 쯤, 북한 전 지역은 벼 모판 만들기로 분주했습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지난 3월 31일) : "개성시 평화협동농장에서 벼 모판 씨뿌리기가 시작됐습니다. 벼 모판 씨뿌리기를 적기에 와닥닥(빠르게) 끝낼 일념으로 모판 만들기를 비롯한 준비를 착실히 해 온 이곳 농업 근로자들은..."

이렇게 생산된 모판으로 모내기를 하게 되는데요. 최근에는 이앙기, 즉 모내기 기계 도입으로 모내기가 훨씬 쉽고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조선중앙 TV는 전합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 : "이 모내는 기계로 모내기를 하면 속도와 질을 원만히 보장합니다. 평당 포기수와 모 꽂는 깊이를 정확히 보장하기 때문에 모 사양률을 높입니다. 이 기계는 비록 크진 않지만 모내기를 보장하는 데서 아주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매년 이렇게 북한은 국가적인 행사처럼 모내기에 열을 올리는데요,그런 노력에 비해 수확량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곡물생산량이 다소 좋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유엔세계식량계획은 2012년 가을과 13년 초여름의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92만 2천여 톤으로 한해 전 445만여 톤에 비해 10% 정도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추정치가 맞다면 북한주민들의 최소 곡물 소요량에 거의 근접하는 것으로 , 2000년대 중반 이후 식량사정이 가장 좋은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식량이 군사용으로만 전용되지 않는다면 식량난이 상당부분 해소된다는 얘기입니다.

북한 곡물생산량의 증가는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의 대대적인 농업개혁이 농업 생산량 확대에 한 몫을 했다고 분석합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김정은 체제에서 먹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농업의 개혁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농업 개혁 조치가 가시적으로 성과가 나오면서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다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올 초 신년사에서 농업 개혁의 의지를 강조했었습니다."

<녹취>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지난 1월 1일) : "농업과 경공업은 여전히 올해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입니다. 농사에 국가적인 힘을 집중하고 농업생산의 과학화, 집약화 수준을 높여 올해 알곡 생산 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북한은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농업개혁을 단행했는데요, 기존의 협동농장을 개편해 포전 농업 형태로 전환하고 수확량의 일정부분은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농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인센티브제가 도입되면서 농업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농장을 개편해가지고 5명에서 15명 정도의 가족농이나 개인농 형태로 농지를 분양을 해가지고 하면 분양받은 농민들이 일정한 목표 이상을 생산하게 되면 국가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납부를 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농민들의 소유로 해가지고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그러한 어떤 농업 개혁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모내기철에는 농사가 곧 전투라는 구호를 내 걸기도 합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 : "오늘의 모내기 전투장은 단순한 농장 벌이 아닙니다. 식량 문제를 기어이 해결해서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한 사생결단이 벌어지는 결전장이나 같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5월, 우리가 생산하는 한 알 한 알의 쌀은 미제 침략자들에게 퍼붓는 멸적의 총탄과 같다고 하는 등 과격한 표현으로 주민들을 독려했습니다.

<녹취> 김일한(동국대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국가의 존망이 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절대 절명의 문제이기 때문에 최대한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는 거죠. 그 중에 이제 가장 대표적인 게 미제를 동원한다든가 적개심을 불러일으켜서 ‘저 놈들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쌀을 생산해야 된다.’ 라는 그런 노력까지도 같이 하고 있는 거죠."

모내기 시기엔 주민들은 물론이고 최전방 군인들까지 동원됩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 : "언제나 군대와 인민은 어렵고 힘들 때마다 한 전에서 함께 싸우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력포기업 류현 협동농장의 모내기를 제 철에 질적으로 끝내기 위하여 인민의 군대로서의 자신의 본분을 다해나가겠습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이렇게 북한이 모든 인력, 군인들까지 동원해가지고 하는 것은 결국은 이 식량 문제를 해결해야만 김정은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적 체제를 공고화시킬 수 있다. 이런 어떤 북한 내의 절박한 경제 사정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올해 작황이 괜찮은 이유 중의 하나는 상대적으로 자연재해가 적었던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한해 평균 강우량의 2배 가까운 비가 쏟아졌던 북한 평안남도 안주시는 80%가 물에 잠기는 수해를 입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이런 비 피해가 농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녹취> 권태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올해 여름에, 7월 달이죠. 비가 굉장히 많이 왔습니다. 그래서 홍수 피해가 좀 있었는데 농작물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제가 추정하기로는 농작물, 홍수로 인한 피해가 2만 톤 이내라고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작황이 나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는 비료 공급을 꼽을 수 있는데요,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비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때를 맞춰 비료를 뿌린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 : "수백 톤의 질 좋은 부식 퇴비와 도시 거름을 마련해서 백성 협동농장에 실어다줌으로써 당면한 농사 차비에 떨쳐나선 이 곳 농업 근로자들의 투쟁을 고무해주었습니다."

<녹취> 권태진(한국농업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올해 비료 공급은 괜찮다고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비료의 수입 시기가 좀 빨랐습니다. 영농 철에 맞춰서 비료를 수입했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지난해보다 비료의 공급 상황이 올해 나아졌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죠."

하지만 올해 농업 생산량이 늘었다고 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는 평가할 수 없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유엔세계식량계획은 북한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의 곡물 소요량을 543만 톤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자체 생산량이 492만 톤이라고 볼 때 지금 북한은 50만 톤 정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북한은 이 가운데 30만 톤은 중국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수입할 계획입니다.

결국 20만 톤의 식량이 부족하단 얘긴데 이 부족분은 국제사회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북한의 처지입니다.

하지만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의 대북지원 규모는 해 2월에는 6천 톤, 4월에는 4천 톤, 6월에는 3천 톤, 8월에는 2천 50톤 등으로 매달 줄어들고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달 북한 주민에게 지원한 식량은 2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김일한(동국대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 "2007년부터 최근까지 세계 곡물 가격이 2007년 대비해서 3배가 올라있습니다. 그러니까 똑같은 돈으로도 3분의 1밖에 살 수가 없는 거죠. 도네이션을 받아도. 물론 이제 도네이션 액수가 자꾸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곡물 가격까지 3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상태에서 지원할 수 있는 양은 갈수록 줄어드는 거죠."

이런 사정을 감안해, 최근 우리 정부도 인도적 대북 지원을 점차 늘리고는 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2일, 세계보건기구의 대북 인도적 사업에 63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9억 5천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민간단체의 식량지원을 위한 밀가루 1,000톤과 옥수수 1,200톤, 분유 16톤, 수해지원을 위한 국수 25톤과 밀가루 200톤 등은 반출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빵 재료 외에는 식량지원 승인을 사실상 보류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단순 식량이나 곡물 지원은 아직은 분배 투명성 확보나 전용 가능성 등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 했습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의 영유아라든지 영유아에 대한, 취약 계층에 대한 의약품이라든지, 그 다음에 영양식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지원을 하겠지만 지원 자체가 투명하지 못한다든지, 그 다음에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아마 통제를 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식량 부족을 겪는 것은 식량배급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의 곡물가격마저 연중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식량부족분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해결할 요량이라면 분배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선결과제입니다.

최근 북한당국이 의약품 같은 인도적 지원 물품분배상황에 대한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만큼 식량지원 문제에서도 남북이 노력하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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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북한도 올해 농사 ‘풍년’ 예감
    • 입력 2013-09-14 06:46:57
    • 수정2013-09-14 08: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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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늘 먹을거리가 부족한 북한에도 올해는 풍년이 들 것 같습니다.

태풍 같은 큰 자연재해도 없었고 비료도 제때 공급이 돼서 그렇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이 좀 나아질는지 살펴봤습니다.

조아란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올 초부터 떠들썩하게 농업 생산량 증대를 외쳤던 북한. 봄 농사가 시작할 쯤, 북한 전 지역은 벼 모판 만들기로 분주했습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지난 3월 31일) : "개성시 평화협동농장에서 벼 모판 씨뿌리기가 시작됐습니다. 벼 모판 씨뿌리기를 적기에 와닥닥(빠르게) 끝낼 일념으로 모판 만들기를 비롯한 준비를 착실히 해 온 이곳 농업 근로자들은..."

이렇게 생산된 모판으로 모내기를 하게 되는데요. 최근에는 이앙기, 즉 모내기 기계 도입으로 모내기가 훨씬 쉽고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조선중앙 TV는 전합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 : "이 모내는 기계로 모내기를 하면 속도와 질을 원만히 보장합니다. 평당 포기수와 모 꽂는 깊이를 정확히 보장하기 때문에 모 사양률을 높입니다. 이 기계는 비록 크진 않지만 모내기를 보장하는 데서 아주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매년 이렇게 북한은 국가적인 행사처럼 모내기에 열을 올리는데요,그런 노력에 비해 수확량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곡물생산량이 다소 좋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유엔세계식량계획은 2012년 가을과 13년 초여름의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92만 2천여 톤으로 한해 전 445만여 톤에 비해 10% 정도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추정치가 맞다면 북한주민들의 최소 곡물 소요량에 거의 근접하는 것으로 , 2000년대 중반 이후 식량사정이 가장 좋은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식량이 군사용으로만 전용되지 않는다면 식량난이 상당부분 해소된다는 얘기입니다.

북한 곡물생산량의 증가는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의 대대적인 농업개혁이 농업 생산량 확대에 한 몫을 했다고 분석합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김정은 체제에서 먹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농업의 개혁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농업 개혁 조치가 가시적으로 성과가 나오면서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다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올 초 신년사에서 농업 개혁의 의지를 강조했었습니다."

<녹취>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지난 1월 1일) : "농업과 경공업은 여전히 올해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입니다. 농사에 국가적인 힘을 집중하고 농업생산의 과학화, 집약화 수준을 높여 올해 알곡 생산 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북한은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농업개혁을 단행했는데요, 기존의 협동농장을 개편해 포전 농업 형태로 전환하고 수확량의 일정부분은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농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인센티브제가 도입되면서 농업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농장을 개편해가지고 5명에서 15명 정도의 가족농이나 개인농 형태로 농지를 분양을 해가지고 하면 분양받은 농민들이 일정한 목표 이상을 생산하게 되면 국가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납부를 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농민들의 소유로 해가지고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그러한 어떤 농업 개혁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모내기철에는 농사가 곧 전투라는 구호를 내 걸기도 합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 : "오늘의 모내기 전투장은 단순한 농장 벌이 아닙니다. 식량 문제를 기어이 해결해서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한 사생결단이 벌어지는 결전장이나 같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5월, 우리가 생산하는 한 알 한 알의 쌀은 미제 침략자들에게 퍼붓는 멸적의 총탄과 같다고 하는 등 과격한 표현으로 주민들을 독려했습니다.

<녹취> 김일한(동국대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국가의 존망이 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절대 절명의 문제이기 때문에 최대한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는 거죠. 그 중에 이제 가장 대표적인 게 미제를 동원한다든가 적개심을 불러일으켜서 ‘저 놈들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쌀을 생산해야 된다.’ 라는 그런 노력까지도 같이 하고 있는 거죠."

모내기 시기엔 주민들은 물론이고 최전방 군인들까지 동원됩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 : "언제나 군대와 인민은 어렵고 힘들 때마다 한 전에서 함께 싸우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력포기업 류현 협동농장의 모내기를 제 철에 질적으로 끝내기 위하여 인민의 군대로서의 자신의 본분을 다해나가겠습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이렇게 북한이 모든 인력, 군인들까지 동원해가지고 하는 것은 결국은 이 식량 문제를 해결해야만 김정은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적 체제를 공고화시킬 수 있다. 이런 어떤 북한 내의 절박한 경제 사정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올해 작황이 괜찮은 이유 중의 하나는 상대적으로 자연재해가 적었던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한해 평균 강우량의 2배 가까운 비가 쏟아졌던 북한 평안남도 안주시는 80%가 물에 잠기는 수해를 입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이런 비 피해가 농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녹취> 권태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올해 여름에, 7월 달이죠. 비가 굉장히 많이 왔습니다. 그래서 홍수 피해가 좀 있었는데 농작물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제가 추정하기로는 농작물, 홍수로 인한 피해가 2만 톤 이내라고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작황이 나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는 비료 공급을 꼽을 수 있는데요,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비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때를 맞춰 비료를 뿌린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조선 중앙 TV : "수백 톤의 질 좋은 부식 퇴비와 도시 거름을 마련해서 백성 협동농장에 실어다줌으로써 당면한 농사 차비에 떨쳐나선 이 곳 농업 근로자들의 투쟁을 고무해주었습니다."

<녹취> 권태진(한국농업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올해 비료 공급은 괜찮다고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비료의 수입 시기가 좀 빨랐습니다. 영농 철에 맞춰서 비료를 수입했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지난해보다 비료의 공급 상황이 올해 나아졌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죠."

하지만 올해 농업 생산량이 늘었다고 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는 평가할 수 없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유엔세계식량계획은 북한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의 곡물 소요량을 543만 톤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자체 생산량이 492만 톤이라고 볼 때 지금 북한은 50만 톤 정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북한은 이 가운데 30만 톤은 중국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수입할 계획입니다.

결국 20만 톤의 식량이 부족하단 얘긴데 이 부족분은 국제사회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북한의 처지입니다.

하지만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의 대북지원 규모는 해 2월에는 6천 톤, 4월에는 4천 톤, 6월에는 3천 톤, 8월에는 2천 50톤 등으로 매달 줄어들고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달 북한 주민에게 지원한 식량은 2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김일한(동국대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 "2007년부터 최근까지 세계 곡물 가격이 2007년 대비해서 3배가 올라있습니다. 그러니까 똑같은 돈으로도 3분의 1밖에 살 수가 없는 거죠. 도네이션을 받아도. 물론 이제 도네이션 액수가 자꾸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곡물 가격까지 3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상태에서 지원할 수 있는 양은 갈수록 줄어드는 거죠."

이런 사정을 감안해, 최근 우리 정부도 인도적 대북 지원을 점차 늘리고는 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2일, 세계보건기구의 대북 인도적 사업에 63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9억 5천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민간단체의 식량지원을 위한 밀가루 1,000톤과 옥수수 1,200톤, 분유 16톤, 수해지원을 위한 국수 25톤과 밀가루 200톤 등은 반출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빵 재료 외에는 식량지원 승인을 사실상 보류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단순 식량이나 곡물 지원은 아직은 분배 투명성 확보나 전용 가능성 등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 했습니다.

<녹취>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의 영유아라든지 영유아에 대한, 취약 계층에 대한 의약품이라든지, 그 다음에 영양식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지원을 하겠지만 지원 자체가 투명하지 못한다든지, 그 다음에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아마 통제를 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식량 부족을 겪는 것은 식량배급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의 곡물가격마저 연중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식량부족분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해결할 요량이라면 분배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선결과제입니다.

최근 북한당국이 의약품 같은 인도적 지원 물품분배상황에 대한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만큼 식량지원 문제에서도 남북이 노력하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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