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中 권력층 겨냥’ 부패와의 전쟁…어디까지?

입력 2013.09.18 (21:32) 수정 2013.09.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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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중국인들이 선물로 애용하는 과자 '월병'입니다.

중추절, 명절 때면 해마다 이렇게 금으로 만들었다는 3-4백만 원짜리 '황금 월병'까지 불티나게 팔렸는데, 뇌물이죠.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고 합니다. 이 '황금 월병'이 사라진 것입니다.

역시 선물 혹은 뇌물로 애용돼온 중국 술 '마오타이'입니다.

보통 십만 원대, 이렇게 비싼 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데, 올해 중추절을 앞두곤 판매가 줄면서 가격이 60%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수천 년 이어져온 뇌물 관행이 깨지고 있는 이유, '부패와의 전쟁' 때문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향락과 사치, 관료주의 등을 금지하는 이른바 '4반 노선'을 선포하고 감시에 나섰습니다.

그러자 상하이 시는 '선물등록제'라는 걸 내놨는데 명절 선물 받지 말고, 받았으면 한달 안에 자신 신고하라는 겁니다.

부패와의 전쟁, 말로만이 아닙니다.

이미 최고 권력층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베이징 박정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중국의 국유 기업을 총괄하는 장관급 공무원.

장제민 전 중국석유 회장이 40억원 대의 뇌물 수수 혐의로 사정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왕융춘 부사장 등 고위 임원들도 줄줄이 소환됐습니다.

<인터뷰> 안후이위성 : "중국 석유의 국장급 이상 간부들도 여권을 제출하도록 요구받았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석유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세력 이른바 석유방에 칼을 들이댄 겁니다.

중국의 대표적 국유기업인 중국 석유의 자산 규모는 6백조 원

이들은 국유기업을 장악. 석유 산업을 좌지우지하며 막대한 부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장제민 다음 순서는 석유방의 좌장인 전 정치국 상무위원 저우융캉이며 이미 가택 연금을 당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상무위원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당의 불문율이 깨지고 중국 정치권엔 일대 격변이 불가피합니다.

이 때문에 석유방에 대한 부패 조사는 국유기업 개혁의 신호탄이자 시진핑 주석과 반대 세력의 권력 투쟁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집권 이후 전방위적인 부패 청산에 나선 시진핑 주석의 다음 칼끝이 군부를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고위 장성들도 좌불 안석입니다.

<기자 멘트>

중국 권력층의 부패 실상,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군부 실세인 구쥔산.

대지 7천 제곱미터 호화 저택과 60여 명의 고용원...

그리고 마오타이주 만 병이 집에서 발견됐는데, 뇌물 등으로 축재한 재산이 3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경제 권력층인 류톄난.

정부 여러 명을 두고 이들을 위해 수십 개 통장에 뇌물로 받은 돈을 쌓아뒀다 들통났습니다.

최근 적발된 부패 관리 98%가 이런 정부를 두고 있었습니다.

숨겨둔 여인들을 통해 뇌물을 받고 청탁을 처리한 겁니다.

처벌받은 국장급이 100여 명, 일반 당원은 2,200여 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빙산의 일각입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 물러나면서 부패 척결 제대로 못하면 나라가 멸망할 수 있다고 한탄했습니다.

뒤이어 칼을 빼든 시진핑 주석, "호랑이든 파리든 다 잡겠다"면서 공직 사회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1당 독재, 절대 권력 구조에서 부패에 익숙해진 기득권층의 저항 등 적잖은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리포트>

비리 척결의 선봉에 선 중국 공산당 기율위원회가 비밀주의를 깨고 내부 조직을 공개했습니다.

서민 옷차림의 왕치산 기율위 서기는 비리 제보도 직접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고급 식당에는 얼씬도 않으며 숨죽인 관료 사회, 하지만 전방위적 사정 바람은 정적 제거용이란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 있습니다.

수사 대상이 된 저우융캉만 해도 한때 시진핑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다 몰락한 보시라이의 가장 확실한 후견자였습니다.

<녹취> 장스지(중국 정치 평론가) : "(고위층은) 정치적 해결이 어려운 갈등은 결국 법에 의존해 풀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거침없이 비리를 고발하던 유명 블로거들도 유언비어 유포 등의 혐의로 잇따라 구속되고 있습니다.

<녹취> 주루이펑(반부패사이트 운영 블로거) : "당국이 용기있게 말하는 블로거들을 인신공격하고 비방하기 시작했어요"

시진핑 지도부는 빗발치는 '공직자 재산공개' 여론에도 묵묵부답입니다.

현 권력의 이른바 진짜 '살아있는 호랑이'까지 건드릴 수 있을지, 중국판 '부패와의 전쟁'의 진정성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KBS 뉴스 김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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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中 권력층 겨냥’ 부패와의 전쟁…어디까지?
    • 입력 2013-09-18 21:34:50
    • 수정2013-09-19 00: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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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선물로 애용하는 과자 '월병'입니다.

중추절, 명절 때면 해마다 이렇게 금으로 만들었다는 3-4백만 원짜리 '황금 월병'까지 불티나게 팔렸는데, 뇌물이죠.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고 합니다. 이 '황금 월병'이 사라진 것입니다.

역시 선물 혹은 뇌물로 애용돼온 중국 술 '마오타이'입니다.

보통 십만 원대, 이렇게 비싼 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데, 올해 중추절을 앞두곤 판매가 줄면서 가격이 60%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수천 년 이어져온 뇌물 관행이 깨지고 있는 이유, '부패와의 전쟁' 때문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향락과 사치, 관료주의 등을 금지하는 이른바 '4반 노선'을 선포하고 감시에 나섰습니다.

그러자 상하이 시는 '선물등록제'라는 걸 내놨는데 명절 선물 받지 말고, 받았으면 한달 안에 자신 신고하라는 겁니다.

부패와의 전쟁, 말로만이 아닙니다.

이미 최고 권력층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베이징 박정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중국의 국유 기업을 총괄하는 장관급 공무원.

장제민 전 중국석유 회장이 40억원 대의 뇌물 수수 혐의로 사정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왕융춘 부사장 등 고위 임원들도 줄줄이 소환됐습니다.

<인터뷰> 안후이위성 : "중국 석유의 국장급 이상 간부들도 여권을 제출하도록 요구받았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석유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세력 이른바 석유방에 칼을 들이댄 겁니다.

중국의 대표적 국유기업인 중국 석유의 자산 규모는 6백조 원

이들은 국유기업을 장악. 석유 산업을 좌지우지하며 막대한 부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장제민 다음 순서는 석유방의 좌장인 전 정치국 상무위원 저우융캉이며 이미 가택 연금을 당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상무위원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당의 불문율이 깨지고 중국 정치권엔 일대 격변이 불가피합니다.

이 때문에 석유방에 대한 부패 조사는 국유기업 개혁의 신호탄이자 시진핑 주석과 반대 세력의 권력 투쟁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집권 이후 전방위적인 부패 청산에 나선 시진핑 주석의 다음 칼끝이 군부를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고위 장성들도 좌불 안석입니다.

<기자 멘트>

중국 권력층의 부패 실상,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군부 실세인 구쥔산.

대지 7천 제곱미터 호화 저택과 60여 명의 고용원...

그리고 마오타이주 만 병이 집에서 발견됐는데, 뇌물 등으로 축재한 재산이 3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경제 권력층인 류톄난.

정부 여러 명을 두고 이들을 위해 수십 개 통장에 뇌물로 받은 돈을 쌓아뒀다 들통났습니다.

최근 적발된 부패 관리 98%가 이런 정부를 두고 있었습니다.

숨겨둔 여인들을 통해 뇌물을 받고 청탁을 처리한 겁니다.

처벌받은 국장급이 100여 명, 일반 당원은 2,200여 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빙산의 일각입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 물러나면서 부패 척결 제대로 못하면 나라가 멸망할 수 있다고 한탄했습니다.

뒤이어 칼을 빼든 시진핑 주석, "호랑이든 파리든 다 잡겠다"면서 공직 사회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1당 독재, 절대 권력 구조에서 부패에 익숙해진 기득권층의 저항 등 적잖은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리포트>

비리 척결의 선봉에 선 중국 공산당 기율위원회가 비밀주의를 깨고 내부 조직을 공개했습니다.

서민 옷차림의 왕치산 기율위 서기는 비리 제보도 직접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고급 식당에는 얼씬도 않으며 숨죽인 관료 사회, 하지만 전방위적 사정 바람은 정적 제거용이란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 있습니다.

수사 대상이 된 저우융캉만 해도 한때 시진핑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다 몰락한 보시라이의 가장 확실한 후견자였습니다.

<녹취> 장스지(중국 정치 평론가) : "(고위층은) 정치적 해결이 어려운 갈등은 결국 법에 의존해 풀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거침없이 비리를 고발하던 유명 블로거들도 유언비어 유포 등의 혐의로 잇따라 구속되고 있습니다.

<녹취> 주루이펑(반부패사이트 운영 블로거) : "당국이 용기있게 말하는 블로거들을 인신공격하고 비방하기 시작했어요"

시진핑 지도부는 빗발치는 '공직자 재산공개' 여론에도 묵묵부답입니다.

현 권력의 이른바 진짜 '살아있는 호랑이'까지 건드릴 수 있을지, 중국판 '부패와의 전쟁'의 진정성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KBS 뉴스 김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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