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세금·효율적 복지가 성공 요인

입력 2013.10.02 (21:16) 수정 2013.10.0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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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주 연속 조명중인 국민적 의제 복지, 오늘은 그 필수 조건인 돈, 즉, 세금 문제를 따져봅니다.

먼저 우리는 세금을 얼마나 낼까요?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즉 조세부담률로 보니 20%가 채 안됩니다.

복지 좋다는 북유럽 국가들은 30~40%나 됩니다.

복지만큼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는 건데요.

그렇지만 세금은 고통스런 것이어서 적정한 복지와 세금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어갈지가 고민입니다.

우리 앞서 이 의제와 씨름한 외국 사례가 참고가 되겠죠?

먼저, 독일부터 가봅니다.

베를린, 이영섭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아이들의 장난감을 정리하는 올해 53살의 마리나 랑에 씨.

홀로 12살 아들을 키우는 랑에 씨는 정부 구직센터를 통해 이곳에서 일하면서 월급 120만 원에 추가 복지지원까지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리나 랑에(어린이놀이터교사) : "급여지원 14만 원, 임대지원 62만 원, 그리고 자녀수당으로 27만 원을 추가로 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대 25살까지 지급되는 자녀수당이 꾸준히 증가해 독일 가족복지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한때 과도한 복지 지출로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은 지난 2003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대수술을 벌였습니다.

관대했던 실업급여 등 복지제도를 정비해 낭비 요인을 없앤 겁니다.

<인터뷰> 로베르트 트래틴(노동복지사) : "구직센터에서 제공하는 직업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거부할 경우는 1차로 실업급여의 30%가 삭감됩니다."

하르츠 개혁 당시 -4.2%였던 정부 재정적자는 4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고, 경제도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독일의 조세부담률은 23%로 우리보다 4% 포인트 높은데다, 경제성장을 통해 세수가 늘어나면서 복지 재원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일이 세금과 복지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온 데 비해 과다한 복지지출을 지속해온 일부 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재정위기를 맞았는데요.

계속해서 그리스에서 김성모 특파원이 전합니다.

<리포트>

그리스의 한 요양원입니다.

최근 요양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이곳을 떠나는 노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로 연금액이 30% 정도 줄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소피아 미시우(86세, 전직 의사) : "연금이 월 1,350 유로(200만 원) 정도 였는데 지금은 950유로(140만 원) 정도 됩니다."

지난 2009년까지 그리스에선 퇴직한 뒤에 연금으로 연봉의 95% 수준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20년만 일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더 일하지 않고 조기 퇴직하는 연금 생활자가 많았습니다.

또 의료와 교육은 무료로 제공됐습니다.

이렇게 복지혜택은 많은데 조세부담률은 20%로 우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보니, 정부 빚만 늘어나 결국 파탄에 이른 겁니다.

<인터뷰> 디미트리스 카치카스(유럽 국제 연구소 책임 연구원) : "재정 지출이 적절치 못했는데 (복지정책의) 체계적 계획이 없었고 돈을 써도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계획적이지 못한 복지를 시행해온 그리스는 세계적 금융 위기를 맞아 구제 금융을 받는 신세가 되며 6년째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자 멘트>

우리보다 조세부담률이 높은 선진국을 보면 세수의 절반 정도가 소득세와 일반소비세, 즉 부가가치세입니다.

기업 유치를 위해 각 나라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세와 소비세 비중이 높은 건데요.

우리나라는 이 두 세금의 비중이 3분의 1이 채 안됩니다.

세금을 더 걷는다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늘릴 여지가 있다는 건데, 증세에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하는 게 참 어려운 문제죠.

그제 전해드린 KBS 여론조사를 보면 복지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국민이 60%로 나타났는데, 거꾸로 보면 반대하는 국민도 40%나 된다는 겁니다.

경제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 합니다.

일본도 어제 아베 총리가 소비세율 인상을 발표했는데요.

당장 아베노믹스로 회복 기미를 보이던 일본 경제가 소비 위축으로 다시 거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도 결국 증세를 한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증세 폭을 찾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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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정 세금·효율적 복지가 성공 요인
    • 입력 2013-10-02 21:18:47
    • 수정2013-10-02 22: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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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주 연속 조명중인 국민적 의제 복지, 오늘은 그 필수 조건인 돈, 즉, 세금 문제를 따져봅니다.

먼저 우리는 세금을 얼마나 낼까요?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즉 조세부담률로 보니 20%가 채 안됩니다.

복지 좋다는 북유럽 국가들은 30~40%나 됩니다.

복지만큼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는 건데요.

그렇지만 세금은 고통스런 것이어서 적정한 복지와 세금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어갈지가 고민입니다.

우리 앞서 이 의제와 씨름한 외국 사례가 참고가 되겠죠?

먼저, 독일부터 가봅니다.

베를린, 이영섭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아이들의 장난감을 정리하는 올해 53살의 마리나 랑에 씨.

홀로 12살 아들을 키우는 랑에 씨는 정부 구직센터를 통해 이곳에서 일하면서 월급 120만 원에 추가 복지지원까지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리나 랑에(어린이놀이터교사) : "급여지원 14만 원, 임대지원 62만 원, 그리고 자녀수당으로 27만 원을 추가로 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대 25살까지 지급되는 자녀수당이 꾸준히 증가해 독일 가족복지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한때 과도한 복지 지출로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은 지난 2003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대수술을 벌였습니다.

관대했던 실업급여 등 복지제도를 정비해 낭비 요인을 없앤 겁니다.

<인터뷰> 로베르트 트래틴(노동복지사) : "구직센터에서 제공하는 직업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거부할 경우는 1차로 실업급여의 30%가 삭감됩니다."

하르츠 개혁 당시 -4.2%였던 정부 재정적자는 4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고, 경제도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독일의 조세부담률은 23%로 우리보다 4% 포인트 높은데다, 경제성장을 통해 세수가 늘어나면서 복지 재원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일이 세금과 복지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온 데 비해 과다한 복지지출을 지속해온 일부 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재정위기를 맞았는데요.

계속해서 그리스에서 김성모 특파원이 전합니다.

<리포트>

그리스의 한 요양원입니다.

최근 요양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이곳을 떠나는 노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로 연금액이 30% 정도 줄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소피아 미시우(86세, 전직 의사) : "연금이 월 1,350 유로(200만 원) 정도 였는데 지금은 950유로(140만 원) 정도 됩니다."

지난 2009년까지 그리스에선 퇴직한 뒤에 연금으로 연봉의 95% 수준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20년만 일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더 일하지 않고 조기 퇴직하는 연금 생활자가 많았습니다.

또 의료와 교육은 무료로 제공됐습니다.

이렇게 복지혜택은 많은데 조세부담률은 20%로 우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보니, 정부 빚만 늘어나 결국 파탄에 이른 겁니다.

<인터뷰> 디미트리스 카치카스(유럽 국제 연구소 책임 연구원) : "재정 지출이 적절치 못했는데 (복지정책의) 체계적 계획이 없었고 돈을 써도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계획적이지 못한 복지를 시행해온 그리스는 세계적 금융 위기를 맞아 구제 금융을 받는 신세가 되며 6년째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자 멘트>

우리보다 조세부담률이 높은 선진국을 보면 세수의 절반 정도가 소득세와 일반소비세, 즉 부가가치세입니다.

기업 유치를 위해 각 나라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세와 소비세 비중이 높은 건데요.

우리나라는 이 두 세금의 비중이 3분의 1이 채 안됩니다.

세금을 더 걷는다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늘릴 여지가 있다는 건데, 증세에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하는 게 참 어려운 문제죠.

그제 전해드린 KBS 여론조사를 보면 복지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국민이 60%로 나타났는데, 거꾸로 보면 반대하는 국민도 40%나 된다는 겁니다.

경제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 합니다.

일본도 어제 아베 총리가 소비세율 인상을 발표했는데요.

당장 아베노믹스로 회복 기미를 보이던 일본 경제가 소비 위축으로 다시 거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도 결국 증세를 한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증세 폭을 찾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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