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다이어트 부추기는 언론
입력 2013.10.06 (17:08)
수정 2013.10.0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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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에 맞춰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방송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프로그램은 과도한 체중 감량과 극단적인 몸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서 1년 만에 몸무게를 70kg 이상 뺐다고 소개돼 화제가 됐던 20대 여성이 돌연 숨지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에 비친 다이어트의 실태와 문제점, 이재원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이 기자! 언론 보도를 보면 이 여성이 숨진 이유가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하죠?
<답변>
네, 정확한 시신 부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와 유족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이 여성이 숨지기 직전까지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했던 게 사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2일, 대구의 한 모텔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여성은 한 케이블 방송을 통해 1년여 만에 몸무게를 70 킬로그램 이상 빼 다이어트 성공 사례로 알려진 신 모 씨였습니다.
경찰의 1차 조사 결과에선 급격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결핍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인터뷰>신 씨 아버지:“영양 부족으로 사망했다고 하더라고요. 후유증으로 영양 공급이 제대로 안돼서 후유증으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신 씨가 케이블 방송에 처음 출연한 건 지난해 1월. 신 씨는 방송에서 몸무게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가는 비만 여성으로 소개됐습니다.
<녹취>"하루를 음식 섭취와 수면으로 보내는 131kg 초고도 비만 화성인..."
이후 신 씨는 1년 여 동안 같은 방송에 네 차례 출연하면서 운동과 식단 조절 등으로 체중 감량에 도전했습니다.
몸무게가 기대한 만큼 줄지 않자 위를 의료용 밴드로 묶어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위 밴드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수술 후 신 씨의 몸무게는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터뷰>신 씨 고모:“진짜 새 모이만큼 조금씩 먹었는데, 그것도 두세 번만 먹으면 화장실 가서 구토를 하니까, 그래도 사람이 어느 정도 들어가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정도로 음식이 못 들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다이어트 후유증에 시달리던 신 씨는 결국 지난달 22일, 구토를 하다가 의식을 잃은 뒤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질문>
무리한 다이어트가 젊은 여성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여성을 출연시킨 해당 방송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습니까?
<답변>
방송에서는 비만 상태의 신 씨 모습을 주로 부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또 ‘위 밴드 수술’ 장면을 보여주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족들은 신 씨의 방송 출연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제작진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하루에 스무 시간 이상 자고, 음식 앞에선 절제력을 상실한 채 먹는 데 집중하는 여성.
방송에 출연한 신 씨의 모습입니다.
신 씨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우울하게 묘사됐고, 그 원인은 비만 때문인 것으로 비쳐졌습니다.
굳은 결심으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가 금세 포기한 후, 폭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송 내용은 비만인 사람은 게으르고 나약하다는 인식을 은연 중에 심어주게 됩니다.
또 신 씨가 체중 감량을 위해 받은 ‘위 밴드 수술’은 의학적으론 검증된 시술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방송에선 ‘매우 안전한 수술’이란 점만 강조하고 부작용은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강희철 (연세대 가정의학과 교수):“위 밴드 수술을 받는 사람들은 상담 과정 중에 충분히 이야기합니다. 이거 하면 무진장 불편할 겁니다. 그 대신 시간이 되면 적응은 됩니다. 또 한 가지 당신이 많이 먹어가지고 느꼈던 포만감, 남은 여생 가질 수 없습니다. 그것을 감수하고 받는 수술이에요.”
유족들은 특히 방송 출연을 조건으로 제작진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방송 출연 직전 신 씨의 몸무게는 110 킬로그램이었는데 제작진이 다이어트의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130 킬로그램까지 늘리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인터뷰>신 씨 고모:"사촌이 인터넷으로.. ‘제 친구가 몸무게 110kg 나가는 친구가 있습니다‘(라고) 소개를 하니까 (제작진이) ’130을 찌워라 그러면 출연 시켜 주겠다‘ 해서 일주일 만에 십 몇 킬로를 찌웠어요. 130kg으로 찌웠다고 하니까 방송에 출연하게 된 거예요.”
취재진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위해 해당 케이블 방송사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건강을 위해 적절한 다이어트는 물론 필요하겠지만 방송이 다이어트를 과도하게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현재 우리 방송들이 비만을 다루는 방식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답변>
네,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메이크 오버 즉, 변신 프로그램을 보면 문제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리포트>
케이블 방송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자들은 살이 옷 밖으로 삐져나온 채 노출돼 있는 반면 진행자는 늘씬한 미모의 연예인입니다.
다이어트나 성형 등 외모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미모의 진행자를 내세워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출연자 모습과 대비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런 대비는 날씬한 건 좋은 것, 뚱뚱한 건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녹취>"돼지! 뚱땡이! 저 같은 사람들은 성격이라도 좋지 않으면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정도거든요."
출연자들이 겪은 안타까운 사연 소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녹취>"우울증이 되게 심했거든요. 맨날 술 마시고"
<녹취>"내가 이렇게 된 거 보면 너무 한심하고. 애한테 같이 죽자고"
시청자들에겐 뚱뚱하면 불행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뚱뚱하거나 못생겼다거나 그런 게 마치 어떤 모든 불행의 근원인 것처럼, 마치 요새 프로그램들이 그런 식으로 말을 하거든요. 어떤 사람이 굉장히 안 좋은 상태에 있는 걸 보여주고 그게 오직 다 그 사람의 외모 탓인 것처럼 외모 개조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식으로 낙인을 찍는 거죠."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도 특징입니다.
자칫 여성을 상품화하고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시키거나 다이어트나 성형에 대한 집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성형이나 다이어트 이후에 긍정적으로 달라진 삶을 보여주면서 외모를 바꾸거나 혹은 살을 뺐을 때 ‘너의 삶을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그런 방송을 시청자들이 보아 온다면, 나도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질문>
다이어트나 성형 관련 방송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비단 최근의 문제가 아닌데요, 이런 방송이 계속되는 이유는 뭐고, 언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답변>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관심에 상업주의가 편승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리포트>
외모를 바꿔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기획 의도를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방송을 통해 변화한 출연자의 전신 사진에 자세한 성형 부위와 총 비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방송 홈페이지에선 의사들의 프로필을 제공하고 병원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목적이 기획 의도와는 달리 광고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표시를 정확하게 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 정보를 찾아내기 마련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은 획일화된 미가 아니라 아름다움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외형에 있어서도 보다 다양한 외모의 기준들 사회적인 담론들. 어떤 특정 외모나 특정 몸무게만이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이 아니란 것들을 미디어가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인터뷰>김종갑 (건국대 영문과 교수/몸문화연구소장):"매스컴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하죠? 근데 사실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런 매스컴이 아름다움을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상으로 만드는 게 매스컴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가."
<답변>
방송이 시청률을 의식해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겁니다. 앞으로는 외모만이 아니라 마음 속 아름다움까지 표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보게 되길 기대합니다.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에 맞춰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방송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프로그램은 과도한 체중 감량과 극단적인 몸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서 1년 만에 몸무게를 70kg 이상 뺐다고 소개돼 화제가 됐던 20대 여성이 돌연 숨지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에 비친 다이어트의 실태와 문제점, 이재원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이 기자! 언론 보도를 보면 이 여성이 숨진 이유가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하죠?
<답변>
네, 정확한 시신 부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와 유족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이 여성이 숨지기 직전까지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했던 게 사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2일, 대구의 한 모텔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여성은 한 케이블 방송을 통해 1년여 만에 몸무게를 70 킬로그램 이상 빼 다이어트 성공 사례로 알려진 신 모 씨였습니다.
경찰의 1차 조사 결과에선 급격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결핍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인터뷰>신 씨 아버지:“영양 부족으로 사망했다고 하더라고요. 후유증으로 영양 공급이 제대로 안돼서 후유증으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신 씨가 케이블 방송에 처음 출연한 건 지난해 1월. 신 씨는 방송에서 몸무게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가는 비만 여성으로 소개됐습니다.
<녹취>"하루를 음식 섭취와 수면으로 보내는 131kg 초고도 비만 화성인..."
이후 신 씨는 1년 여 동안 같은 방송에 네 차례 출연하면서 운동과 식단 조절 등으로 체중 감량에 도전했습니다.
몸무게가 기대한 만큼 줄지 않자 위를 의료용 밴드로 묶어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위 밴드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수술 후 신 씨의 몸무게는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터뷰>신 씨 고모:“진짜 새 모이만큼 조금씩 먹었는데, 그것도 두세 번만 먹으면 화장실 가서 구토를 하니까, 그래도 사람이 어느 정도 들어가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정도로 음식이 못 들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다이어트 후유증에 시달리던 신 씨는 결국 지난달 22일, 구토를 하다가 의식을 잃은 뒤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질문>
무리한 다이어트가 젊은 여성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여성을 출연시킨 해당 방송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습니까?
<답변>
방송에서는 비만 상태의 신 씨 모습을 주로 부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또 ‘위 밴드 수술’ 장면을 보여주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족들은 신 씨의 방송 출연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제작진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하루에 스무 시간 이상 자고, 음식 앞에선 절제력을 상실한 채 먹는 데 집중하는 여성.
방송에 출연한 신 씨의 모습입니다.
신 씨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우울하게 묘사됐고, 그 원인은 비만 때문인 것으로 비쳐졌습니다.
굳은 결심으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가 금세 포기한 후, 폭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송 내용은 비만인 사람은 게으르고 나약하다는 인식을 은연 중에 심어주게 됩니다.
또 신 씨가 체중 감량을 위해 받은 ‘위 밴드 수술’은 의학적으론 검증된 시술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방송에선 ‘매우 안전한 수술’이란 점만 강조하고 부작용은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강희철 (연세대 가정의학과 교수):“위 밴드 수술을 받는 사람들은 상담 과정 중에 충분히 이야기합니다. 이거 하면 무진장 불편할 겁니다. 그 대신 시간이 되면 적응은 됩니다. 또 한 가지 당신이 많이 먹어가지고 느꼈던 포만감, 남은 여생 가질 수 없습니다. 그것을 감수하고 받는 수술이에요.”
유족들은 특히 방송 출연을 조건으로 제작진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방송 출연 직전 신 씨의 몸무게는 110 킬로그램이었는데 제작진이 다이어트의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130 킬로그램까지 늘리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인터뷰>신 씨 고모:"사촌이 인터넷으로.. ‘제 친구가 몸무게 110kg 나가는 친구가 있습니다‘(라고) 소개를 하니까 (제작진이) ’130을 찌워라 그러면 출연 시켜 주겠다‘ 해서 일주일 만에 십 몇 킬로를 찌웠어요. 130kg으로 찌웠다고 하니까 방송에 출연하게 된 거예요.”
취재진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위해 해당 케이블 방송사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건강을 위해 적절한 다이어트는 물론 필요하겠지만 방송이 다이어트를 과도하게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현재 우리 방송들이 비만을 다루는 방식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답변>
네,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메이크 오버 즉, 변신 프로그램을 보면 문제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리포트>
케이블 방송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자들은 살이 옷 밖으로 삐져나온 채 노출돼 있는 반면 진행자는 늘씬한 미모의 연예인입니다.
다이어트나 성형 등 외모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미모의 진행자를 내세워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출연자 모습과 대비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런 대비는 날씬한 건 좋은 것, 뚱뚱한 건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녹취>"돼지! 뚱땡이! 저 같은 사람들은 성격이라도 좋지 않으면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정도거든요."
출연자들이 겪은 안타까운 사연 소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녹취>"우울증이 되게 심했거든요. 맨날 술 마시고"
<녹취>"내가 이렇게 된 거 보면 너무 한심하고. 애한테 같이 죽자고"
시청자들에겐 뚱뚱하면 불행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뚱뚱하거나 못생겼다거나 그런 게 마치 어떤 모든 불행의 근원인 것처럼, 마치 요새 프로그램들이 그런 식으로 말을 하거든요. 어떤 사람이 굉장히 안 좋은 상태에 있는 걸 보여주고 그게 오직 다 그 사람의 외모 탓인 것처럼 외모 개조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식으로 낙인을 찍는 거죠."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도 특징입니다.
자칫 여성을 상품화하고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시키거나 다이어트나 성형에 대한 집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성형이나 다이어트 이후에 긍정적으로 달라진 삶을 보여주면서 외모를 바꾸거나 혹은 살을 뺐을 때 ‘너의 삶을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그런 방송을 시청자들이 보아 온다면, 나도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질문>
다이어트나 성형 관련 방송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비단 최근의 문제가 아닌데요, 이런 방송이 계속되는 이유는 뭐고, 언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답변>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관심에 상업주의가 편승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리포트>
외모를 바꿔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기획 의도를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방송을 통해 변화한 출연자의 전신 사진에 자세한 성형 부위와 총 비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방송 홈페이지에선 의사들의 프로필을 제공하고 병원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목적이 기획 의도와는 달리 광고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표시를 정확하게 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 정보를 찾아내기 마련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은 획일화된 미가 아니라 아름다움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외형에 있어서도 보다 다양한 외모의 기준들 사회적인 담론들. 어떤 특정 외모나 특정 몸무게만이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이 아니란 것들을 미디어가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인터뷰>김종갑 (건국대 영문과 교수/몸문화연구소장):"매스컴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하죠? 근데 사실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런 매스컴이 아름다움을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상으로 만드는 게 매스컴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가."
<답변>
방송이 시청률을 의식해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겁니다. 앞으로는 외모만이 아니라 마음 속 아름다움까지 표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보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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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한 다이어트 부추기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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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10-06 15:49:08
- 수정2013-10-06 22:48:49

<앵커 멘트>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에 맞춰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방송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프로그램은 과도한 체중 감량과 극단적인 몸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서 1년 만에 몸무게를 70kg 이상 뺐다고 소개돼 화제가 됐던 20대 여성이 돌연 숨지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에 비친 다이어트의 실태와 문제점, 이재원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이 기자! 언론 보도를 보면 이 여성이 숨진 이유가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하죠?
<답변>
네, 정확한 시신 부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와 유족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이 여성이 숨지기 직전까지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했던 게 사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2일, 대구의 한 모텔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여성은 한 케이블 방송을 통해 1년여 만에 몸무게를 70 킬로그램 이상 빼 다이어트 성공 사례로 알려진 신 모 씨였습니다.
경찰의 1차 조사 결과에선 급격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결핍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인터뷰>신 씨 아버지:“영양 부족으로 사망했다고 하더라고요. 후유증으로 영양 공급이 제대로 안돼서 후유증으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신 씨가 케이블 방송에 처음 출연한 건 지난해 1월. 신 씨는 방송에서 몸무게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가는 비만 여성으로 소개됐습니다.
<녹취>"하루를 음식 섭취와 수면으로 보내는 131kg 초고도 비만 화성인..."
이후 신 씨는 1년 여 동안 같은 방송에 네 차례 출연하면서 운동과 식단 조절 등으로 체중 감량에 도전했습니다.
몸무게가 기대한 만큼 줄지 않자 위를 의료용 밴드로 묶어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위 밴드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수술 후 신 씨의 몸무게는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터뷰>신 씨 고모:“진짜 새 모이만큼 조금씩 먹었는데, 그것도 두세 번만 먹으면 화장실 가서 구토를 하니까, 그래도 사람이 어느 정도 들어가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정도로 음식이 못 들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다이어트 후유증에 시달리던 신 씨는 결국 지난달 22일, 구토를 하다가 의식을 잃은 뒤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질문>
무리한 다이어트가 젊은 여성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여성을 출연시킨 해당 방송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습니까?
<답변>
방송에서는 비만 상태의 신 씨 모습을 주로 부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또 ‘위 밴드 수술’ 장면을 보여주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족들은 신 씨의 방송 출연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제작진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하루에 스무 시간 이상 자고, 음식 앞에선 절제력을 상실한 채 먹는 데 집중하는 여성.
방송에 출연한 신 씨의 모습입니다.
신 씨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우울하게 묘사됐고, 그 원인은 비만 때문인 것으로 비쳐졌습니다.
굳은 결심으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가 금세 포기한 후, 폭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송 내용은 비만인 사람은 게으르고 나약하다는 인식을 은연 중에 심어주게 됩니다.
또 신 씨가 체중 감량을 위해 받은 ‘위 밴드 수술’은 의학적으론 검증된 시술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방송에선 ‘매우 안전한 수술’이란 점만 강조하고 부작용은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강희철 (연세대 가정의학과 교수):“위 밴드 수술을 받는 사람들은 상담 과정 중에 충분히 이야기합니다. 이거 하면 무진장 불편할 겁니다. 그 대신 시간이 되면 적응은 됩니다. 또 한 가지 당신이 많이 먹어가지고 느꼈던 포만감, 남은 여생 가질 수 없습니다. 그것을 감수하고 받는 수술이에요.”
유족들은 특히 방송 출연을 조건으로 제작진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방송 출연 직전 신 씨의 몸무게는 110 킬로그램이었는데 제작진이 다이어트의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130 킬로그램까지 늘리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인터뷰>신 씨 고모:"사촌이 인터넷으로.. ‘제 친구가 몸무게 110kg 나가는 친구가 있습니다‘(라고) 소개를 하니까 (제작진이) ’130을 찌워라 그러면 출연 시켜 주겠다‘ 해서 일주일 만에 십 몇 킬로를 찌웠어요. 130kg으로 찌웠다고 하니까 방송에 출연하게 된 거예요.”
취재진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위해 해당 케이블 방송사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건강을 위해 적절한 다이어트는 물론 필요하겠지만 방송이 다이어트를 과도하게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현재 우리 방송들이 비만을 다루는 방식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답변>
네,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메이크 오버 즉, 변신 프로그램을 보면 문제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리포트>
케이블 방송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자들은 살이 옷 밖으로 삐져나온 채 노출돼 있는 반면 진행자는 늘씬한 미모의 연예인입니다.
다이어트나 성형 등 외모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미모의 진행자를 내세워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출연자 모습과 대비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런 대비는 날씬한 건 좋은 것, 뚱뚱한 건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녹취>"돼지! 뚱땡이! 저 같은 사람들은 성격이라도 좋지 않으면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정도거든요."
출연자들이 겪은 안타까운 사연 소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녹취>"우울증이 되게 심했거든요. 맨날 술 마시고"
<녹취>"내가 이렇게 된 거 보면 너무 한심하고. 애한테 같이 죽자고"
시청자들에겐 뚱뚱하면 불행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뚱뚱하거나 못생겼다거나 그런 게 마치 어떤 모든 불행의 근원인 것처럼, 마치 요새 프로그램들이 그런 식으로 말을 하거든요. 어떤 사람이 굉장히 안 좋은 상태에 있는 걸 보여주고 그게 오직 다 그 사람의 외모 탓인 것처럼 외모 개조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식으로 낙인을 찍는 거죠."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도 특징입니다.
자칫 여성을 상품화하고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시키거나 다이어트나 성형에 대한 집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성형이나 다이어트 이후에 긍정적으로 달라진 삶을 보여주면서 외모를 바꾸거나 혹은 살을 뺐을 때 ‘너의 삶을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그런 방송을 시청자들이 보아 온다면, 나도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질문>
다이어트나 성형 관련 방송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비단 최근의 문제가 아닌데요, 이런 방송이 계속되는 이유는 뭐고, 언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답변>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관심에 상업주의가 편승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리포트>
외모를 바꿔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기획 의도를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방송을 통해 변화한 출연자의 전신 사진에 자세한 성형 부위와 총 비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방송 홈페이지에선 의사들의 프로필을 제공하고 병원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목적이 기획 의도와는 달리 광고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표시를 정확하게 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 정보를 찾아내기 마련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은 획일화된 미가 아니라 아름다움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외형에 있어서도 보다 다양한 외모의 기준들 사회적인 담론들. 어떤 특정 외모나 특정 몸무게만이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이 아니란 것들을 미디어가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인터뷰>김종갑 (건국대 영문과 교수/몸문화연구소장):"매스컴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하죠? 근데 사실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런 매스컴이 아름다움을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상으로 만드는 게 매스컴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가."
<답변>
방송이 시청률을 의식해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겁니다. 앞으로는 외모만이 아니라 마음 속 아름다움까지 표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보게 되길 기대합니다.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에 맞춰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방송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프로그램은 과도한 체중 감량과 극단적인 몸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서 1년 만에 몸무게를 70kg 이상 뺐다고 소개돼 화제가 됐던 20대 여성이 돌연 숨지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에 비친 다이어트의 실태와 문제점, 이재원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이 기자! 언론 보도를 보면 이 여성이 숨진 이유가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하죠?
<답변>
네, 정확한 시신 부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와 유족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이 여성이 숨지기 직전까지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했던 게 사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2일, 대구의 한 모텔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여성은 한 케이블 방송을 통해 1년여 만에 몸무게를 70 킬로그램 이상 빼 다이어트 성공 사례로 알려진 신 모 씨였습니다.
경찰의 1차 조사 결과에선 급격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결핍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인터뷰>신 씨 아버지:“영양 부족으로 사망했다고 하더라고요. 후유증으로 영양 공급이 제대로 안돼서 후유증으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신 씨가 케이블 방송에 처음 출연한 건 지난해 1월. 신 씨는 방송에서 몸무게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가는 비만 여성으로 소개됐습니다.
<녹취>"하루를 음식 섭취와 수면으로 보내는 131kg 초고도 비만 화성인..."
이후 신 씨는 1년 여 동안 같은 방송에 네 차례 출연하면서 운동과 식단 조절 등으로 체중 감량에 도전했습니다.
몸무게가 기대한 만큼 줄지 않자 위를 의료용 밴드로 묶어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위 밴드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수술 후 신 씨의 몸무게는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터뷰>신 씨 고모:“진짜 새 모이만큼 조금씩 먹었는데, 그것도 두세 번만 먹으면 화장실 가서 구토를 하니까, 그래도 사람이 어느 정도 들어가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정도로 음식이 못 들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다이어트 후유증에 시달리던 신 씨는 결국 지난달 22일, 구토를 하다가 의식을 잃은 뒤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질문>
무리한 다이어트가 젊은 여성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여성을 출연시킨 해당 방송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습니까?
<답변>
방송에서는 비만 상태의 신 씨 모습을 주로 부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또 ‘위 밴드 수술’ 장면을 보여주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족들은 신 씨의 방송 출연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제작진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하루에 스무 시간 이상 자고, 음식 앞에선 절제력을 상실한 채 먹는 데 집중하는 여성.
방송에 출연한 신 씨의 모습입니다.
신 씨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우울하게 묘사됐고, 그 원인은 비만 때문인 것으로 비쳐졌습니다.
굳은 결심으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가 금세 포기한 후, 폭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송 내용은 비만인 사람은 게으르고 나약하다는 인식을 은연 중에 심어주게 됩니다.
또 신 씨가 체중 감량을 위해 받은 ‘위 밴드 수술’은 의학적으론 검증된 시술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방송에선 ‘매우 안전한 수술’이란 점만 강조하고 부작용은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강희철 (연세대 가정의학과 교수):“위 밴드 수술을 받는 사람들은 상담 과정 중에 충분히 이야기합니다. 이거 하면 무진장 불편할 겁니다. 그 대신 시간이 되면 적응은 됩니다. 또 한 가지 당신이 많이 먹어가지고 느꼈던 포만감, 남은 여생 가질 수 없습니다. 그것을 감수하고 받는 수술이에요.”
유족들은 특히 방송 출연을 조건으로 제작진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방송 출연 직전 신 씨의 몸무게는 110 킬로그램이었는데 제작진이 다이어트의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130 킬로그램까지 늘리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인터뷰>신 씨 고모:"사촌이 인터넷으로.. ‘제 친구가 몸무게 110kg 나가는 친구가 있습니다‘(라고) 소개를 하니까 (제작진이) ’130을 찌워라 그러면 출연 시켜 주겠다‘ 해서 일주일 만에 십 몇 킬로를 찌웠어요. 130kg으로 찌웠다고 하니까 방송에 출연하게 된 거예요.”
취재진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위해 해당 케이블 방송사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건강을 위해 적절한 다이어트는 물론 필요하겠지만 방송이 다이어트를 과도하게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현재 우리 방송들이 비만을 다루는 방식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답변>
네,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메이크 오버 즉, 변신 프로그램을 보면 문제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리포트>
케이블 방송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자들은 살이 옷 밖으로 삐져나온 채 노출돼 있는 반면 진행자는 늘씬한 미모의 연예인입니다.
다이어트나 성형 등 외모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미모의 진행자를 내세워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출연자 모습과 대비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런 대비는 날씬한 건 좋은 것, 뚱뚱한 건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녹취>"돼지! 뚱땡이! 저 같은 사람들은 성격이라도 좋지 않으면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정도거든요."
출연자들이 겪은 안타까운 사연 소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녹취>"우울증이 되게 심했거든요. 맨날 술 마시고"
<녹취>"내가 이렇게 된 거 보면 너무 한심하고. 애한테 같이 죽자고"
시청자들에겐 뚱뚱하면 불행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뚱뚱하거나 못생겼다거나 그런 게 마치 어떤 모든 불행의 근원인 것처럼, 마치 요새 프로그램들이 그런 식으로 말을 하거든요. 어떤 사람이 굉장히 안 좋은 상태에 있는 걸 보여주고 그게 오직 다 그 사람의 외모 탓인 것처럼 외모 개조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식으로 낙인을 찍는 거죠."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도 특징입니다.
자칫 여성을 상품화하고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시키거나 다이어트나 성형에 대한 집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성형이나 다이어트 이후에 긍정적으로 달라진 삶을 보여주면서 외모를 바꾸거나 혹은 살을 뺐을 때 ‘너의 삶을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그런 방송을 시청자들이 보아 온다면, 나도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질문>
다이어트나 성형 관련 방송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비단 최근의 문제가 아닌데요, 이런 방송이 계속되는 이유는 뭐고, 언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답변>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관심에 상업주의가 편승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리포트>
외모를 바꿔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기획 의도를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방송을 통해 변화한 출연자의 전신 사진에 자세한 성형 부위와 총 비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방송 홈페이지에선 의사들의 프로필을 제공하고 병원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목적이 기획 의도와는 달리 광고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표시를 정확하게 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 정보를 찾아내기 마련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은 획일화된 미가 아니라 아름다움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외형에 있어서도 보다 다양한 외모의 기준들 사회적인 담론들. 어떤 특정 외모나 특정 몸무게만이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이 아니란 것들을 미디어가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인터뷰>김종갑 (건국대 영문과 교수/몸문화연구소장):"매스컴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하죠? 근데 사실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런 매스컴이 아름다움을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상으로 만드는 게 매스컴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가."
<답변>
방송이 시청률을 의식해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겁니다. 앞으로는 외모만이 아니라 마음 속 아름다움까지 표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보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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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기자 l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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