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러시아의 시한폭탄 ‘민족 갈등’

입력 2013.10.16 (00:03) 수정 2013.10.1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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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현지시간 13일, 러시아에서 민족 갈등으로 대규모 폭동이 발생해 사백여 명이 체포되고 수십 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 슬라브계 청년이 남부 캅카스 지역 이주민에게 피살되면서, 눌러져 있던 민족 간의 갈등이 결국 폭발한 겁니다.

150여개 민족으로 구성된 러시아엔 다수인 슬라브계와 소수민족 사이의 갈등이 늘 사회 속에 시한폭탄처럼 자리잡고 있었는데요.

뿌리깊은 '인종 우월감'에 소수민족들이 지역 상권을 잡았다는 슬라브족의 경제적인 박탈감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그 폭탄이 또 다시 터지고 만 겁니다.

모스크바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연규선 특파원!

<질문> 2010년 모스크바 인종폭동 이후 단일 사건으로 최대 규모라는 이번 폭력 사태를 좀 정리해 주시죠.

<답변> 네, 이번 사건은 러시아 슬라브계 청년이 남부 캅카스 지역 출신으로 추정되는 청년에게 살해되면서 촉발됐습니다.

지난 14일 모스크바 남부 지역에서 모인 슬라브계 시위대들은 처음에는 조속한 범인 검거와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엔 지역 상권을 쥔 캅카스 지역 출신 이슬람계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고, 경찰과 지역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고 이들에 대한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더해지면서 대규모 폭동으로 변질된 겁니다.

<질문> 단순한 항의 집회에 고질적인 민족 갈등이 더해지면서 결국 폭력 소요 사태로 이어진 거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 남부 카프카스 이민자들이 러시아 여성들을 희롱하고 마약을 판매하는 등의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태가 커진 건데요.

현지 주민의 얘기 들어보시죠.

시위대는 주변 상가 건물에 난입해 유리창을 부수고, 물건을 약탈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 우익 민족주의자들의 구호인 "러시아인을 위한 러시아, 모스크바인을 위한 모스크바"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고, 결국 진압에 나선 경찰에 까지 격렬하게 저항하다, 4백 여명이 현장에서 연행됐습니다.

<질문> 이미 지난 2010년 12월엔 대대적으로 이 문제가 터져서 수도 모스크바가 '폭동의 도시'가 된 적도 있죠.

비슷한 문제가 이렇게 계속 반복된다면 러시아 정부의 대처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되는데요?

<답변> 2010년 당시의 폭동 역시 슬라브계 청년이 캅카스 청년들에게 살해되면서 촉발됐던 만큼 이번 사건과도 유사점이 있습니다.

당시 슬라브계와 캅카스 이슬람계 청년 5천 명이 연루된 민족간의 패싸움까지 일어날 만큼 사태는 심각했는데요.

결국 부상자가 30명 넘게 발생하고, 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경찰에 연행된 후에야 시위는 일단락됐습니다.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메드베데프(당시 러시아 대통령) :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최근의 폭력 행위는 범죄입니다. 연루자들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며,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사태가 격화되자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천명의 경찰과 군부, 심지어 연방보안국 요원들까지 동원해 한동안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워낙 민족간의 골이 뿌리깊었던 만큼 원천적인 해결에 애를 먹다가 결국 정부가 이 문제를 국가적 캠페인으로 삼고 꾸준히 관련 대책을 실시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질문> 러시아의 민족 갈등의 특징엔 이른바 '외국인 혐오증'이 있는데요.

비슬라브계 외모를 가진 카프카스계나 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에 대해서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는 겁니다.

지난 2007년 한국 여자 유학생이 자취집 인근에서 집단 폭행을 받았던 사건부터 시작해 2009년, 그리고 2010년까지 한국 유학생들 역시 이 스킨헤드들의 잇딴 습격을 받으면서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였죠.

당시 러시아 내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심각성이 많이 제기됐던 걸로 알고 있는데, 요샌 좀 어떻습니까?

<답변> 네, 러시아의 스킨헤드 뿐 아니라 유럽의 네오나치 등으로 불리는 이 극우 인종주의자들은 현재 유럽 거의 모든 나라에 조직을 갖고 느슨한 형태의 연대를 유지하면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위험한 행동을 일삼고 있는데요.

러시아에서도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와 함께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유사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 모스크바에만 스무 개가 넘는 스킨헤드 단체들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이들 극우 과격 민족주의자들은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2000년대 초반 지하철역 등에서 소수민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상대로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전 세계에 악명이 높았죠.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과 주동자들에 대한 강제 군입대 조치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대부분이 사라졌거나 존재는 있어도 활동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한 상탭니다.

<질문> 그렇군요.

2013년 현재 인구의 비중을 살펴보면 현재 러시아는 슬라브 계가 과반 이상인 80%를 차지하고 있구요, 나머지 20%가 150여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연방 국가인데요.

연규선 특파원, 그런 만큼 러시아에 있어 민족 갈등을 해결하는 건 무엇보다 시급한 '국가 차원의 과업' 아니갰습니까?

<답변> 네 무엇보다 많은 민족들을 하나로 묶어주던 사회주의가 사라진 지금의 러시아에서 이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캅카스 지역 이슬람 자치 공화국들의 분리 독립 요구가 거센데요, 슬라브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연방정부는 소수 민족을 달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러시아 정부로서도 민족 갈등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러시아 연방 자체가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 겁니다.

푸틴 현 대통령 역시 여러 차례 '러시아의 힘은 다민족성'있다며, '이 힘을 어떻게 이용할지 모르고 칼을 휘두른다면, 위대한 러시아가 결국 내부갈등으로 찢겨 무너져내리게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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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러시아의 시한폭탄 ‘민족 갈등’
    • 입력 2013-10-16 06:54:51
    • 수정2013-10-16 07:15:24
    글로벌24
<앵커 멘트>

현지시간 13일, 러시아에서 민족 갈등으로 대규모 폭동이 발생해 사백여 명이 체포되고 수십 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 슬라브계 청년이 남부 캅카스 지역 이주민에게 피살되면서, 눌러져 있던 민족 간의 갈등이 결국 폭발한 겁니다.

150여개 민족으로 구성된 러시아엔 다수인 슬라브계와 소수민족 사이의 갈등이 늘 사회 속에 시한폭탄처럼 자리잡고 있었는데요.

뿌리깊은 '인종 우월감'에 소수민족들이 지역 상권을 잡았다는 슬라브족의 경제적인 박탈감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그 폭탄이 또 다시 터지고 만 겁니다.

모스크바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연규선 특파원!

<질문> 2010년 모스크바 인종폭동 이후 단일 사건으로 최대 규모라는 이번 폭력 사태를 좀 정리해 주시죠.

<답변> 네, 이번 사건은 러시아 슬라브계 청년이 남부 캅카스 지역 출신으로 추정되는 청년에게 살해되면서 촉발됐습니다.

지난 14일 모스크바 남부 지역에서 모인 슬라브계 시위대들은 처음에는 조속한 범인 검거와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엔 지역 상권을 쥔 캅카스 지역 출신 이슬람계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고, 경찰과 지역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고 이들에 대한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더해지면서 대규모 폭동으로 변질된 겁니다.

<질문> 단순한 항의 집회에 고질적인 민족 갈등이 더해지면서 결국 폭력 소요 사태로 이어진 거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 남부 카프카스 이민자들이 러시아 여성들을 희롱하고 마약을 판매하는 등의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태가 커진 건데요.

현지 주민의 얘기 들어보시죠.

시위대는 주변 상가 건물에 난입해 유리창을 부수고, 물건을 약탈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 우익 민족주의자들의 구호인 "러시아인을 위한 러시아, 모스크바인을 위한 모스크바"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고, 결국 진압에 나선 경찰에 까지 격렬하게 저항하다, 4백 여명이 현장에서 연행됐습니다.

<질문> 이미 지난 2010년 12월엔 대대적으로 이 문제가 터져서 수도 모스크바가 '폭동의 도시'가 된 적도 있죠.

비슷한 문제가 이렇게 계속 반복된다면 러시아 정부의 대처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되는데요?

<답변> 2010년 당시의 폭동 역시 슬라브계 청년이 캅카스 청년들에게 살해되면서 촉발됐던 만큼 이번 사건과도 유사점이 있습니다.

당시 슬라브계와 캅카스 이슬람계 청년 5천 명이 연루된 민족간의 패싸움까지 일어날 만큼 사태는 심각했는데요.

결국 부상자가 30명 넘게 발생하고, 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경찰에 연행된 후에야 시위는 일단락됐습니다.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메드베데프(당시 러시아 대통령) :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최근의 폭력 행위는 범죄입니다. 연루자들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며,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사태가 격화되자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천명의 경찰과 군부, 심지어 연방보안국 요원들까지 동원해 한동안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워낙 민족간의 골이 뿌리깊었던 만큼 원천적인 해결에 애를 먹다가 결국 정부가 이 문제를 국가적 캠페인으로 삼고 꾸준히 관련 대책을 실시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질문> 러시아의 민족 갈등의 특징엔 이른바 '외국인 혐오증'이 있는데요.

비슬라브계 외모를 가진 카프카스계나 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에 대해서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는 겁니다.

지난 2007년 한국 여자 유학생이 자취집 인근에서 집단 폭행을 받았던 사건부터 시작해 2009년, 그리고 2010년까지 한국 유학생들 역시 이 스킨헤드들의 잇딴 습격을 받으면서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였죠.

당시 러시아 내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심각성이 많이 제기됐던 걸로 알고 있는데, 요샌 좀 어떻습니까?

<답변> 네, 러시아의 스킨헤드 뿐 아니라 유럽의 네오나치 등으로 불리는 이 극우 인종주의자들은 현재 유럽 거의 모든 나라에 조직을 갖고 느슨한 형태의 연대를 유지하면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위험한 행동을 일삼고 있는데요.

러시아에서도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와 함께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유사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 모스크바에만 스무 개가 넘는 스킨헤드 단체들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이들 극우 과격 민족주의자들은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2000년대 초반 지하철역 등에서 소수민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상대로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전 세계에 악명이 높았죠.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과 주동자들에 대한 강제 군입대 조치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대부분이 사라졌거나 존재는 있어도 활동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한 상탭니다.

<질문> 그렇군요.

2013년 현재 인구의 비중을 살펴보면 현재 러시아는 슬라브 계가 과반 이상인 80%를 차지하고 있구요, 나머지 20%가 150여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연방 국가인데요.

연규선 특파원, 그런 만큼 러시아에 있어 민족 갈등을 해결하는 건 무엇보다 시급한 '국가 차원의 과업' 아니갰습니까?

<답변> 네 무엇보다 많은 민족들을 하나로 묶어주던 사회주의가 사라진 지금의 러시아에서 이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캅카스 지역 이슬람 자치 공화국들의 분리 독립 요구가 거센데요, 슬라브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연방정부는 소수 민족을 달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러시아 정부로서도 민족 갈등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러시아 연방 자체가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 겁니다.

푸틴 현 대통령 역시 여러 차례 '러시아의 힘은 다민족성'있다며, '이 힘을 어떻게 이용할지 모르고 칼을 휘두른다면, 위대한 러시아가 결국 내부갈등으로 찢겨 무너져내리게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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