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현장] 팔만대장경 만여 장 손상…복구 시급

입력 2013.11.20 (15:07) 수정 2013.11.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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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보이자 세계기록유산인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일부 경판이 KBS 취재 결과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각한 상태에 있는 경판이 3백 장에 이르고 크고 작은 손상이 확인된 것만 만 여장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자리에 팔만대장경 훼손 문제를 취재한 탐사제작부 박재용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박 기자, 팔만대장경하면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온전하게 보존되어 온 걸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일부 경판의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니 정말 충격이네요?

어느 정도입니까?

<답변>

네, 저도 실제 현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팔만대장경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온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바람이었습니다.

마모가 심하게 되거나 모서리가 깨지는 등 상태가 안 좋은 경판만 한 3백 장 가까이 됐습니다.

화면을 보시면 이야기를 할까요?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 저 경판은 대반야바라밀다경 31권입니다.

뒷면을 보면 고려 국왕 고종의 명을 받들어 정유년에 제작한 것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여기서 정유년은 고종 24년, 즉 1237년에 해당됩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옻칠이 벗겨지고 마모가 심합니다.

경판 부위 가운데 훼손이 가장 많은 부분은 모서리입니다.

양쪽에 있어야 할 마구리, 즉 경판의 손잡이가 없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모서리를 보면 헤지고 깨져 있지 않습니까?

마치 찢겨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원형마저 손상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 톱을 사용해 글자까지 훼손한 경판도 볼 수 있고요, 어떤 경우는 의도적으로 자른 흔적까지 보입니다.

문화재전문위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관섭(박사/문화재전문위원) : "지금 현재의 경판의 상태를 봐서는 수리를 목적으로 이렇게 자른 경판도 있는 것 같고 또 이러한 경판은 왜 이렇게 잘랐을까 하는 경판도 저희들이 발견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와 이유는 저희들도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 경판 상태가 매우 심각한 것 같은데요, 이밖에도 경미한 손상을 입은 경판들도 많이 있지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경판 양쪽 끝엔 마구리라고 불리는 손잡이가 있는데요, 이것을 경판과 고정시키기 위해 구리 금속판인 장석과 못을 사용합니다.

이 부분의 손상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못이 빠지거나 장석이 깨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이런 현상은 경판을 넣다 뺏다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좀 구멍을 볼 수 있는 경판도 있고요, 못 주변에 생긴 곰팡이 흔적도 볼 수 있습니다.

또 벌레의 허물로 추정되는 이물질도 있었고요, 이렇게 볼 때 정도의 차는 있겠습니다만 현재 수리가 필요한 경판은 대략 만여 장에 이릅니다.

해인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성안 스님(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국장) : "아주 심각하다. 이런 경판들은 300판 미만 같습니다. 심각한 것은 금이 갔다거나 위험한 것은 그렇고. 나머지 경판들은 못이 하나 빠졌다든지 장석이 안 좋다든지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만 판 정도 고쳐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질문> 대체로 보면 상태가 양호하던데요... 글자가 마모되거나 모서리가 깨진 경판들은 왜 이렇게 됐죠?

<답변>

고려 시대 당시, 경판을 제조할 때 모두 좋은 나무만은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적당히 단단한 나무를 써야 하는데 무른 나무를 쓴거죠.

또 당시 몽고군 침입 등 전란 상태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대장경 사업이 국가 사업이다 보니까 공기를 맞춰야 했을 겁니다.

공기를 재촉하다 보니까 가끔 질이 떨어진 나무, 다시 말해 연한 나무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집니다.

왜 그러냐면 이런 나무들은 조각하기가 쉽거든요.

현재 글자가 마모되거나 모서리가 깨진 경판을 살펴보면 연한 재질의 나무를 사용한 게 대부분입니다.

<질문> 후대 수리 과정에서도 손상이 있었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방금 말씀드렸습니다만은 연한 재질의 나무로 만든 경판은 조선 초기에 와서 마모되기 시작합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인경, 즉 경판 인쇄를 많이 하게 되는데요, 세조 때만 50부를 인경해 전국의 사찰에 나눠 줬거든요, 이런 과정에서 상태가 안 좋은 경판들의 훼손도 가속화된 걸로 보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인경을 하게 됩니다.

일본 총독부는 만주국 국왕인 부의에게 대장경을 선물하기 위해 인경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낡고 부서진 경판을 수리합니다.

보통 마구리 부분이 많이 상했기 때문에 새 나무로 덧대거나 하는데요... 이때 사용한 못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팔만대장경은 보통 대장간에서 망치로 두들겨 만든 전통 못을 사용했습니다.

전통 못은 시간과 인력이 훨씬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값도 비쌉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주로 왜못 그러니까 공장에서 만든 못, 기다랗고 끝이 뾰족한 못 있지 않습니까?

이 왜못을 사용했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왜못을 박으면 나무에 금이 쉽게 가기 때문입니다.

지금 보면 왜못 주위에 금이 가 있는 경우가 많고 또 거기를 중심으로 부식이 된 경우도 많습니다.

소목장인 엄태조 선생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엄태조(소목장) : "조선 못은 대장간에 친 못은 무린 부분을 찾아가며 하다 보니까 금을 안내고 못이 들어갔고 왜못은 강하다 보니까 나무를 빠개면서 들어갔다라는 거죠."

<질문> 후대에 수리하는 과정에서 너무 망가졌거나 하면 어떻게 했나요? 새로 만들어 보충했나요?

<답변>

네, 보충했습니다.

경판이 빠져 있거나 너무 훼손된 경우 후대, 즉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에 새로 만들어 집어넣습니다.

문제는 이렇다 보니 현재 장경판전에 있는 팔만대장경 경판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통 팔만대장경의 경판 수로 알려진 81,258장은 1915년 조선총독부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지난 1962년 문화재 당국이 팔만대장경을 국보 제32호로 지정할 당시 밝힌 경판 수도 81,258장이었습니다.

그 뒤 몇 차례 조사가 이뤄졌으나 후대에 만들어진 중복판 등으로 인해 판수가 확정되지 못했습니다.

최근 해인사 팔만대장경 연구원이 조사한 것이 있는데 이때는 81,350장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빨리 팔만대장경의 전체 경판 수를 명확히 확정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 박 기자, 상황이 이런데 조계종이나 해인사 측의 반응은 없습니까?

<답변>

네, 조계종이 KBS 보도와 관련해 전면적인 실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조계종 측은 우선 팔만대장경 경판들의 손상 정도를 파악한 뒤 기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팔만대장경의 경우 경판 수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우선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 뒤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경판을 전수 조사한 뒤 상태가 심각한 경판부터 보존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박 기자, 그러면 팔만대장경 경판을 어떻게 하면 우리 후손들에게 보다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느냐 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

박 기자께서도 직접 장경판전에 들어가서 팔만대장경판들을 살펴 봤을텐데요, 옻칠한 경판과 옻칠하지 않은 경판과는 많은 차이가 있던 가요?

<답변>

네, 차이가 있었습니다.

옻칠된 경판은 마구리 등에 여전히 옻이 남아서 자줏빛이 납니다.

이것과 옻칠되지 않은 경판을 비교해 보면 옻칠된 경판이 상대적으로 충해가 적고 상태도 훨씬 양호합니다.

옻칠이 방충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옻칠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우루시올이라는 물질이 70% 가량 차지하고 있는데 이게 우리가 흔히 '옻오른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바로 알레르기 유발 항원입니다.

이 성분은 동시에 균이나 곰팡이들을 끌어 들여 꼼짝 못하게 해서 사멸시키는 그런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옻칠은 또 불과 물에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상해(성균관대 명예교수) : "경판에 글자 새긴 부분을 보호해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해충 그리고 좀 이런 것들로부터 보호를 해야 하는데 그 당시 우리 선조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까지도 신경을 쓴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옻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질문> 팔만대장경처럼 여러 사람에 의해서 조각되어지고 그 개수가 8만여 개가 되는 경우 3D 스캔을 해서 원 데이터를 축적해 놓은 것이 필요하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대장경판을 3D 스캔 즉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떠놓으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용합니다.

단, 엄청난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단점입니다.

우선 3D 스캔은 스캔을 일단 해 놓으면 8만여 개나 되는 대장경판이 만약 손상되더라도 3D 프린터로 똑같이 찍어낼 수 있습니다.

즉 입체적인 원천 테이타가 확보된다는 것이죠.

연구를 위해서도 3D 작업이 필요한데요, 과거 인경을 하면서 먹 찌거기가 글자 사이에 낀 경판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글자들이 잘 안 보이는데요, 3D 작업을 통하게 되면 거의 100% 판독이 가능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입니다.

최영호 동아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최영호(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현실적으로 우리가 해인사 팔만대장경 자체를 열람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문화재 보존 차원이라든지 그 다음에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어렵기 때문에 이것을 통해서 가상 박물관을 만든다던지 체험 박물관을 만든다던지 이런 것들을 하는데 있어서 원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질문> 팔만대장경을 잘 아시는 분들은 현재 대장경과 관련해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화재라고들 합니다.

화재 예방책은 잘 마련돼 있겠죠?

<답변>

숭례문 화재 사고 이후 문화재 화재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화재에 취약한 건 사실입니다.

따라서 최근 장경판전 주변에 방수포라든지 소화기 등 소화 장비가 대폭 증강됐습니다.

이와 함께 인력도 보강하고 CCTV 등 설치해 경비실에서 해인사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력과 장비가 보충됐더라도 한순간의 방심이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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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현장] 팔만대장경 만여 장 손상…복구 시급
    • 입력 2013-11-20 15:17:03
    • 수정2013-11-20 15: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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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이자 세계기록유산인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일부 경판이 KBS 취재 결과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각한 상태에 있는 경판이 3백 장에 이르고 크고 작은 손상이 확인된 것만 만 여장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자리에 팔만대장경 훼손 문제를 취재한 탐사제작부 박재용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박 기자, 팔만대장경하면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온전하게 보존되어 온 걸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일부 경판의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니 정말 충격이네요?

어느 정도입니까?

<답변>

네, 저도 실제 현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팔만대장경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온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바람이었습니다.

마모가 심하게 되거나 모서리가 깨지는 등 상태가 안 좋은 경판만 한 3백 장 가까이 됐습니다.

화면을 보시면 이야기를 할까요?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 저 경판은 대반야바라밀다경 31권입니다.

뒷면을 보면 고려 국왕 고종의 명을 받들어 정유년에 제작한 것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여기서 정유년은 고종 24년, 즉 1237년에 해당됩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옻칠이 벗겨지고 마모가 심합니다.

경판 부위 가운데 훼손이 가장 많은 부분은 모서리입니다.

양쪽에 있어야 할 마구리, 즉 경판의 손잡이가 없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모서리를 보면 헤지고 깨져 있지 않습니까?

마치 찢겨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원형마저 손상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 톱을 사용해 글자까지 훼손한 경판도 볼 수 있고요, 어떤 경우는 의도적으로 자른 흔적까지 보입니다.

문화재전문위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관섭(박사/문화재전문위원) : "지금 현재의 경판의 상태를 봐서는 수리를 목적으로 이렇게 자른 경판도 있는 것 같고 또 이러한 경판은 왜 이렇게 잘랐을까 하는 경판도 저희들이 발견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와 이유는 저희들도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 경판 상태가 매우 심각한 것 같은데요, 이밖에도 경미한 손상을 입은 경판들도 많이 있지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경판 양쪽 끝엔 마구리라고 불리는 손잡이가 있는데요, 이것을 경판과 고정시키기 위해 구리 금속판인 장석과 못을 사용합니다.

이 부분의 손상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못이 빠지거나 장석이 깨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이런 현상은 경판을 넣다 뺏다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좀 구멍을 볼 수 있는 경판도 있고요, 못 주변에 생긴 곰팡이 흔적도 볼 수 있습니다.

또 벌레의 허물로 추정되는 이물질도 있었고요, 이렇게 볼 때 정도의 차는 있겠습니다만 현재 수리가 필요한 경판은 대략 만여 장에 이릅니다.

해인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성안 스님(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국장) : "아주 심각하다. 이런 경판들은 300판 미만 같습니다. 심각한 것은 금이 갔다거나 위험한 것은 그렇고. 나머지 경판들은 못이 하나 빠졌다든지 장석이 안 좋다든지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만 판 정도 고쳐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질문> 대체로 보면 상태가 양호하던데요... 글자가 마모되거나 모서리가 깨진 경판들은 왜 이렇게 됐죠?

<답변>

고려 시대 당시, 경판을 제조할 때 모두 좋은 나무만은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적당히 단단한 나무를 써야 하는데 무른 나무를 쓴거죠.

또 당시 몽고군 침입 등 전란 상태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대장경 사업이 국가 사업이다 보니까 공기를 맞춰야 했을 겁니다.

공기를 재촉하다 보니까 가끔 질이 떨어진 나무, 다시 말해 연한 나무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집니다.

왜 그러냐면 이런 나무들은 조각하기가 쉽거든요.

현재 글자가 마모되거나 모서리가 깨진 경판을 살펴보면 연한 재질의 나무를 사용한 게 대부분입니다.

<질문> 후대 수리 과정에서도 손상이 있었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방금 말씀드렸습니다만은 연한 재질의 나무로 만든 경판은 조선 초기에 와서 마모되기 시작합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인경, 즉 경판 인쇄를 많이 하게 되는데요, 세조 때만 50부를 인경해 전국의 사찰에 나눠 줬거든요, 이런 과정에서 상태가 안 좋은 경판들의 훼손도 가속화된 걸로 보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인경을 하게 됩니다.

일본 총독부는 만주국 국왕인 부의에게 대장경을 선물하기 위해 인경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낡고 부서진 경판을 수리합니다.

보통 마구리 부분이 많이 상했기 때문에 새 나무로 덧대거나 하는데요... 이때 사용한 못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팔만대장경은 보통 대장간에서 망치로 두들겨 만든 전통 못을 사용했습니다.

전통 못은 시간과 인력이 훨씬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값도 비쌉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주로 왜못 그러니까 공장에서 만든 못, 기다랗고 끝이 뾰족한 못 있지 않습니까?

이 왜못을 사용했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왜못을 박으면 나무에 금이 쉽게 가기 때문입니다.

지금 보면 왜못 주위에 금이 가 있는 경우가 많고 또 거기를 중심으로 부식이 된 경우도 많습니다.

소목장인 엄태조 선생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엄태조(소목장) : "조선 못은 대장간에 친 못은 무린 부분을 찾아가며 하다 보니까 금을 안내고 못이 들어갔고 왜못은 강하다 보니까 나무를 빠개면서 들어갔다라는 거죠."

<질문> 후대에 수리하는 과정에서 너무 망가졌거나 하면 어떻게 했나요? 새로 만들어 보충했나요?

<답변>

네, 보충했습니다.

경판이 빠져 있거나 너무 훼손된 경우 후대, 즉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에 새로 만들어 집어넣습니다.

문제는 이렇다 보니 현재 장경판전에 있는 팔만대장경 경판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통 팔만대장경의 경판 수로 알려진 81,258장은 1915년 조선총독부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지난 1962년 문화재 당국이 팔만대장경을 국보 제32호로 지정할 당시 밝힌 경판 수도 81,258장이었습니다.

그 뒤 몇 차례 조사가 이뤄졌으나 후대에 만들어진 중복판 등으로 인해 판수가 확정되지 못했습니다.

최근 해인사 팔만대장경 연구원이 조사한 것이 있는데 이때는 81,350장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빨리 팔만대장경의 전체 경판 수를 명확히 확정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 박 기자, 상황이 이런데 조계종이나 해인사 측의 반응은 없습니까?

<답변>

네, 조계종이 KBS 보도와 관련해 전면적인 실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조계종 측은 우선 팔만대장경 경판들의 손상 정도를 파악한 뒤 기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팔만대장경의 경우 경판 수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우선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 뒤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경판을 전수 조사한 뒤 상태가 심각한 경판부터 보존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박 기자, 그러면 팔만대장경 경판을 어떻게 하면 우리 후손들에게 보다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느냐 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

박 기자께서도 직접 장경판전에 들어가서 팔만대장경판들을 살펴 봤을텐데요, 옻칠한 경판과 옻칠하지 않은 경판과는 많은 차이가 있던 가요?

<답변>

네, 차이가 있었습니다.

옻칠된 경판은 마구리 등에 여전히 옻이 남아서 자줏빛이 납니다.

이것과 옻칠되지 않은 경판을 비교해 보면 옻칠된 경판이 상대적으로 충해가 적고 상태도 훨씬 양호합니다.

옻칠이 방충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옻칠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우루시올이라는 물질이 70% 가량 차지하고 있는데 이게 우리가 흔히 '옻오른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바로 알레르기 유발 항원입니다.

이 성분은 동시에 균이나 곰팡이들을 끌어 들여 꼼짝 못하게 해서 사멸시키는 그런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옻칠은 또 불과 물에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상해(성균관대 명예교수) : "경판에 글자 새긴 부분을 보호해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해충 그리고 좀 이런 것들로부터 보호를 해야 하는데 그 당시 우리 선조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까지도 신경을 쓴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옻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질문> 팔만대장경처럼 여러 사람에 의해서 조각되어지고 그 개수가 8만여 개가 되는 경우 3D 스캔을 해서 원 데이터를 축적해 놓은 것이 필요하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대장경판을 3D 스캔 즉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떠놓으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용합니다.

단, 엄청난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단점입니다.

우선 3D 스캔은 스캔을 일단 해 놓으면 8만여 개나 되는 대장경판이 만약 손상되더라도 3D 프린터로 똑같이 찍어낼 수 있습니다.

즉 입체적인 원천 테이타가 확보된다는 것이죠.

연구를 위해서도 3D 작업이 필요한데요, 과거 인경을 하면서 먹 찌거기가 글자 사이에 낀 경판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글자들이 잘 안 보이는데요, 3D 작업을 통하게 되면 거의 100% 판독이 가능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입니다.

최영호 동아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최영호(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현실적으로 우리가 해인사 팔만대장경 자체를 열람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문화재 보존 차원이라든지 그 다음에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어렵기 때문에 이것을 통해서 가상 박물관을 만든다던지 체험 박물관을 만든다던지 이런 것들을 하는데 있어서 원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질문> 팔만대장경을 잘 아시는 분들은 현재 대장경과 관련해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화재라고들 합니다.

화재 예방책은 잘 마련돼 있겠죠?

<답변>

숭례문 화재 사고 이후 문화재 화재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화재에 취약한 건 사실입니다.

따라서 최근 장경판전 주변에 방수포라든지 소화기 등 소화 장비가 대폭 증강됐습니다.

이와 함께 인력도 보강하고 CCTV 등 설치해 경비실에서 해인사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력과 장비가 보충됐더라도 한순간의 방심이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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