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감히 날 신고해?”…보복 범죄 급증

입력 2013.11.25 (08:36) 수정 2013.11.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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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옛 애인을 폭행하고 복역했던 남성이 출소한 후 피해자를 또다시 찾아가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는데요.

얼마 전 경찰이 이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김기흥 기자와 함께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옛 애인이 자신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한 거죠?

<기자 멘트>

수감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출소 뒤 보복 범죄를 저지른 건데요.

폭행 때문에 징역을 살았지만 수감 생활 내내 또 다른 범죄를 계획했던 겁니다.

이렇다보니, 피해를 당하면 당연히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제는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조차 못하는 사회가 되는 게 아닌가 우려되는데요.

보복범죄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대구시 남구의 한 주택가.

지난 6월 26일 밤 9시쯤, 43살 김 모씨는 자신의 집 근처에 살고 있던 박 모 여인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박 씨와 오랜 연인 사이였던 김 씨는 그녀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동언(경위/대구 남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21시부터 그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장시간에 걸쳐서 술을 마시면서...”

박 씨가 술에 취하자 김 씨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주먹과 발로 박 씨의 얼굴과 가슴 등 온몸을 마구 때리고, 화상까지 입혔는데요.

<인터뷰> 이동언(경위/대구 남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전치) 6주 정도 진단이 나왔습니다. 신체 여러 곳에 화상 상처가 심했습니다.”

몇 시간 뒤에야 정신을 차린 박 씨는 경찰에 김 씨를 신고했습니다.

<인터뷰> 이동언(경위/대구 남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피의자한테 폭행을 당하고 낮에 피해자가 직접 집에서 112에 신고를 해서.”

수사에 나선 경찰은 김 씨의 지인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지난 18일, 대구의 한 식당에서 김 씨를 붙잡았는데요.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김00씨 아니냐고 하면서 할 말 있다고 하면서 데리고 나가시던데. 형사라고 해서 손님인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어요.”

김씨는 5년 전,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박 씨에게 보복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인터뷰> 이동언(경위/대구 남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자기가 그렇게 했다고 시인을 했습니다. 앙심을 품고 그렇게 보복 폭행을 가하고.”

당시 김 씨의 잦은 폭행에 시달리던 박 씨는 이를 견디다 못해 김 씨를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인터뷰> 이동언(경위/대구 남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2009년 3월, 피해자를 (상습)폭행한 것 때문에 총 4년 6개월 형을 살고 지난 1월 6일에 만기 출소한 겁니다.”

하지만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 씨는 또다시 박 씨에게 접근했던 것!

그리고 자신을 신고해 징역까지 살게 한 박 씨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던 김 씨는 결국 사건 당일, 박 씨의 집으로 찾아가 폭행을 저지른 겁니다.

<인터뷰> 이웃주민(음성변조) : “(나 같으면) 여기 못 산다. 무서워서 어떻게 돌아다니나.”

<인터뷰> 이웃주민(음성변조) : “불안하죠, 당연히. 나와서 또 해코지 할까봐.”

<기자 멘트>

이처럼 범죄를 저지른 뒤 자신을 신고하거나 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 앙갚음을 하는 보복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서울 동대문에서 보복성 폭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리포트>

10월 12일 아침 8시쯤, 56살 고 모씨는 한 찜질방으로 찾아가 최모 씨를 폭행했는데요.

지난해 6월, 최 씨의 찜질방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다 최 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1년 넘게 수감생활을 했기 때문인데요.

출소 후, 자신을 경찰에 신고했던 최 씨에게 앙심을 품고 다시 찜질방을 찾아가 빈 병을 던지고 유리창을 깨는 등 또다시 행패를 부린 건데요.

지난 5월에는 강원도 동해에서 보복 살인까지 일어났습니다.

사건은 7일 밤, 57살 김 모씨는 이웃에 살던 68살 임 모 여인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술을 마시다 둔기로 마구 때렸는데요.

그리고 정신을 잃은 임 씨를 손수레에 실어 인근 바다에 빠뜨렸습니다.

그 순간 의식을 찾은 임 씨가 허우적대며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김 씨는 외면했습니다.

<녹취> 김00(보복 살인 피의자/음성변조) : “너 죽고 나 죽고 오늘 한 번 해보자. 똑바로 말해. 네가 신고한 거 맞지? 하니까 그제야 맞다고.”

15년 전, 동네 상점에서 술을 훔친 혐의로 10개월 동안 수감된 적이 있는 김 씨는 당시 자신을 경찰에 신고했던 사람이 임 씨라는 소문을 들은 뒤 앙심을 품어오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는데요.

이처럼 경찰에 신고하거나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사전 주의 조치를 (가해자가) 출소하기 전에 해준다든지 신고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없이. 쉽게 공격당할 수 있고 보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는 120여건의 보복 범죄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235건으로 무려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현행법상 보복 범죄는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해 엄격히 단죄하고 있지만, 범죄 신고자나 증인을 보호하는 대책은 여전히 크게 미흡한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는데요.

<인터뷰> 염건령(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경찰한테 물리적인 경호를 해달라고 해도 법적 근거가 없는 겁니다. 기껏 보호조치라고 해봐야 조서 내용 중에 이름이나 주민번호를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런 내용밖에 없기 때문에...”

보복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범죄 가능성이 큰 가해자의 감시를 강화하고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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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25 08:39:36
    • 수정2013-11-25 09: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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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옛 애인을 폭행하고 복역했던 남성이 출소한 후 피해자를 또다시 찾아가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는데요.

얼마 전 경찰이 이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김기흥 기자와 함께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옛 애인이 자신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한 거죠?

<기자 멘트>

수감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출소 뒤 보복 범죄를 저지른 건데요.

폭행 때문에 징역을 살았지만 수감 생활 내내 또 다른 범죄를 계획했던 겁니다.

이렇다보니, 피해를 당하면 당연히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제는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조차 못하는 사회가 되는 게 아닌가 우려되는데요.

보복범죄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대구시 남구의 한 주택가.

지난 6월 26일 밤 9시쯤, 43살 김 모씨는 자신의 집 근처에 살고 있던 박 모 여인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박 씨와 오랜 연인 사이였던 김 씨는 그녀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동언(경위/대구 남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21시부터 그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장시간에 걸쳐서 술을 마시면서...”

박 씨가 술에 취하자 김 씨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주먹과 발로 박 씨의 얼굴과 가슴 등 온몸을 마구 때리고, 화상까지 입혔는데요.

<인터뷰> 이동언(경위/대구 남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전치) 6주 정도 진단이 나왔습니다. 신체 여러 곳에 화상 상처가 심했습니다.”

몇 시간 뒤에야 정신을 차린 박 씨는 경찰에 김 씨를 신고했습니다.

<인터뷰> 이동언(경위/대구 남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피의자한테 폭행을 당하고 낮에 피해자가 직접 집에서 112에 신고를 해서.”

수사에 나선 경찰은 김 씨의 지인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지난 18일, 대구의 한 식당에서 김 씨를 붙잡았는데요.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김00씨 아니냐고 하면서 할 말 있다고 하면서 데리고 나가시던데. 형사라고 해서 손님인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어요.”

김씨는 5년 전,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박 씨에게 보복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인터뷰> 이동언(경위/대구 남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자기가 그렇게 했다고 시인을 했습니다. 앙심을 품고 그렇게 보복 폭행을 가하고.”

당시 김 씨의 잦은 폭행에 시달리던 박 씨는 이를 견디다 못해 김 씨를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인터뷰> 이동언(경위/대구 남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2009년 3월, 피해자를 (상습)폭행한 것 때문에 총 4년 6개월 형을 살고 지난 1월 6일에 만기 출소한 겁니다.”

하지만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 씨는 또다시 박 씨에게 접근했던 것!

그리고 자신을 신고해 징역까지 살게 한 박 씨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던 김 씨는 결국 사건 당일, 박 씨의 집으로 찾아가 폭행을 저지른 겁니다.

<인터뷰> 이웃주민(음성변조) : “(나 같으면) 여기 못 산다. 무서워서 어떻게 돌아다니나.”

<인터뷰> 이웃주민(음성변조) : “불안하죠, 당연히. 나와서 또 해코지 할까봐.”

<기자 멘트>

이처럼 범죄를 저지른 뒤 자신을 신고하거나 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 앙갚음을 하는 보복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서울 동대문에서 보복성 폭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리포트>

10월 12일 아침 8시쯤, 56살 고 모씨는 한 찜질방으로 찾아가 최모 씨를 폭행했는데요.

지난해 6월, 최 씨의 찜질방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다 최 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1년 넘게 수감생활을 했기 때문인데요.

출소 후, 자신을 경찰에 신고했던 최 씨에게 앙심을 품고 다시 찜질방을 찾아가 빈 병을 던지고 유리창을 깨는 등 또다시 행패를 부린 건데요.

지난 5월에는 강원도 동해에서 보복 살인까지 일어났습니다.

사건은 7일 밤, 57살 김 모씨는 이웃에 살던 68살 임 모 여인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술을 마시다 둔기로 마구 때렸는데요.

그리고 정신을 잃은 임 씨를 손수레에 실어 인근 바다에 빠뜨렸습니다.

그 순간 의식을 찾은 임 씨가 허우적대며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김 씨는 외면했습니다.

<녹취> 김00(보복 살인 피의자/음성변조) : “너 죽고 나 죽고 오늘 한 번 해보자. 똑바로 말해. 네가 신고한 거 맞지? 하니까 그제야 맞다고.”

15년 전, 동네 상점에서 술을 훔친 혐의로 10개월 동안 수감된 적이 있는 김 씨는 당시 자신을 경찰에 신고했던 사람이 임 씨라는 소문을 들은 뒤 앙심을 품어오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는데요.

이처럼 경찰에 신고하거나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사전 주의 조치를 (가해자가) 출소하기 전에 해준다든지 신고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없이. 쉽게 공격당할 수 있고 보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는 120여건의 보복 범죄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235건으로 무려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현행법상 보복 범죄는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해 엄격히 단죄하고 있지만, 범죄 신고자나 증인을 보호하는 대책은 여전히 크게 미흡한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는데요.

<인터뷰> 염건령(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경찰한테 물리적인 경호를 해달라고 해도 법적 근거가 없는 겁니다. 기껏 보호조치라고 해봐야 조서 내용 중에 이름이나 주민번호를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런 내용밖에 없기 때문에...”

보복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범죄 가능성이 큰 가해자의 감시를 강화하고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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