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사랑 찾아 국경 넘어 중동의 ‘줄리엣’

입력 2013.11.26 (18:11) 수정 2013.11.2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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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선택했다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로미와 줄리엣, 옛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21세기에도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기 위해 목숨까지 건 중동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남성을 찾아 예멘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재판에 중동의 젊은이들과 인권단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연, 박수현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사랑을 찾아 국경을 넘은 주인공들 누구인가요?

<답변>

사우디아라바이의 22살 여성 후다 알-니란과 예멘의 25살 남성, 아라파트 모하메드 타하르 커플입니다.

알-니란은 결혼에 반대하는 집안의 뜻을 거부하고 연인과 함께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여성의 자유가 극히 제한적인 사우디에서는 매우 대범한 행동이 아닐 수 없는데요, 후다는 불법 입국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사우디로 추방됩니다.

<질문>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답변>

실정법을 어겼지만 양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녀를 지지하고 국제인권단체들도 그녀의 편을 들고 나서 예멘 정부도 이번 사건을 법대로만 처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일요일 재판이 열린 법정 앞에서 그녀를 지지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머리에 두른 띠에는 신부의 이름인 후다를 넣어 '우리 모두가 후다'라고 써넣었구요, '사랑과 평화의 문화 찬성 전쟁과 증오의 문화 반대' 라는 현수막을 들고, 연인과 함께 하고 싶은 그녀의 권리를 인정하라고 외쳤습니다.

법정 밖을 지킨 경찰들도 총기에 두 연인의 사진이 들어간 스티커를 붙이고 그들을 지지했습니다.

<녹취> 모크타르 알 샤라피(시민 운동가) : "사우디 소녀, 후다의 인도주의적 사건을 지지하기 위해서 연좌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예멘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이곳에 왔고 난민이 되기를 원합니다. 이것은 그녀의 권리입니다."

재판부는 결국 이날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후다가 유엔에 난민 자격 인정을 신청했기 때문에 먼저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재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압둘만 바라만(알 니란 측 변호사) : "그녀가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예멘 정부는 그녀를 추방할 권리가 없으며 그녀는 예멘 땅에서 자유롭게 거주 이전할 권리를 갖습니다."

<질문> 그녀의 이번 도주가 목숨을 건 행위로 간주되는 이유는 그녀가 사우디로 추방될 경우 명예살인 등으로 죽음에 처해질 수 도 있기 때문인 것이죠?

<답변>

예, 명예살인이라고 하면 가문의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해서 남자 보호자가 주로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죽이기까지 하는 걸 말하는데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성명을 통해 "후다가 과거 친척들로 부터 구타를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녀가 귀국하면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그녀를 귀국시켜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습니다.

<질문> 비슷한 이유로 끔찍하게 명예 살인을 당한 사건이 올해 바로 예멘에서 있었죠?

<답변>

네, 결혼에 반대하는 가족에게서 도망쳐 연인과 결혼한 예멘의 한 20대 여성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올 3월인데 예멘 남부 아덴시의 신혼집에서 한 신부가 오빠와 남동생 등 형제 4명의 총에 맞아 남편과 함께 숨졌습니다.

지난 달엔 15세 예멘 소녀가, 혼인 전 남자와 접촉하는 것이 금지된 관습을 깨고 약혼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도 있었습니다.

<질문> 대부분의 이슬람계 중동권 여성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죠?

<답변>

예, 지난달 말 세계 경제 포럼이 발표한 '2013 세계성차별지수' 순위를 보면 이슬람계 중동권 11개 나라가 모두 100위권 밖에 있습니다.

136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예멘이 136위로 꼴지를 차지했구요, 시리아가 133위, 사우디아라비아 127위, 레바논 123위 등을 기록했습니다.

중동권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아랍에미리트연합도 109위에 그쳤습니다.

목숨을 건 사우디 여성의 사랑이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그리고 그 결과가 아직도 심각하기만 한 중동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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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사랑 찾아 국경 넘어 중동의 ‘줄리엣’
    • 입력 2013-11-26 19:08:19
    • 수정2013-11-26 19:12:45
    글로벌24
<앵커 멘트>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선택했다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로미와 줄리엣, 옛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21세기에도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기 위해 목숨까지 건 중동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남성을 찾아 예멘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재판에 중동의 젊은이들과 인권단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연, 박수현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사랑을 찾아 국경을 넘은 주인공들 누구인가요?

<답변>

사우디아라바이의 22살 여성 후다 알-니란과 예멘의 25살 남성, 아라파트 모하메드 타하르 커플입니다.

알-니란은 결혼에 반대하는 집안의 뜻을 거부하고 연인과 함께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여성의 자유가 극히 제한적인 사우디에서는 매우 대범한 행동이 아닐 수 없는데요, 후다는 불법 입국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사우디로 추방됩니다.

<질문>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답변>

실정법을 어겼지만 양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녀를 지지하고 국제인권단체들도 그녀의 편을 들고 나서 예멘 정부도 이번 사건을 법대로만 처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일요일 재판이 열린 법정 앞에서 그녀를 지지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머리에 두른 띠에는 신부의 이름인 후다를 넣어 '우리 모두가 후다'라고 써넣었구요, '사랑과 평화의 문화 찬성 전쟁과 증오의 문화 반대' 라는 현수막을 들고, 연인과 함께 하고 싶은 그녀의 권리를 인정하라고 외쳤습니다.

법정 밖을 지킨 경찰들도 총기에 두 연인의 사진이 들어간 스티커를 붙이고 그들을 지지했습니다.

<녹취> 모크타르 알 샤라피(시민 운동가) : "사우디 소녀, 후다의 인도주의적 사건을 지지하기 위해서 연좌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예멘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이곳에 왔고 난민이 되기를 원합니다. 이것은 그녀의 권리입니다."

재판부는 결국 이날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후다가 유엔에 난민 자격 인정을 신청했기 때문에 먼저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재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압둘만 바라만(알 니란 측 변호사) : "그녀가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예멘 정부는 그녀를 추방할 권리가 없으며 그녀는 예멘 땅에서 자유롭게 거주 이전할 권리를 갖습니다."

<질문> 그녀의 이번 도주가 목숨을 건 행위로 간주되는 이유는 그녀가 사우디로 추방될 경우 명예살인 등으로 죽음에 처해질 수 도 있기 때문인 것이죠?

<답변>

예, 명예살인이라고 하면 가문의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해서 남자 보호자가 주로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죽이기까지 하는 걸 말하는데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성명을 통해 "후다가 과거 친척들로 부터 구타를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녀가 귀국하면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그녀를 귀국시켜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습니다.

<질문> 비슷한 이유로 끔찍하게 명예 살인을 당한 사건이 올해 바로 예멘에서 있었죠?

<답변>

네, 결혼에 반대하는 가족에게서 도망쳐 연인과 결혼한 예멘의 한 20대 여성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올 3월인데 예멘 남부 아덴시의 신혼집에서 한 신부가 오빠와 남동생 등 형제 4명의 총에 맞아 남편과 함께 숨졌습니다.

지난 달엔 15세 예멘 소녀가, 혼인 전 남자와 접촉하는 것이 금지된 관습을 깨고 약혼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도 있었습니다.

<질문> 대부분의 이슬람계 중동권 여성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죠?

<답변>

예, 지난달 말 세계 경제 포럼이 발표한 '2013 세계성차별지수' 순위를 보면 이슬람계 중동권 11개 나라가 모두 100위권 밖에 있습니다.

136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예멘이 136위로 꼴지를 차지했구요, 시리아가 133위, 사우디아라비아 127위, 레바논 123위 등을 기록했습니다.

중동권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아랍에미리트연합도 109위에 그쳤습니다.

목숨을 건 사우디 여성의 사랑이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그리고 그 결과가 아직도 심각하기만 한 중동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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