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장성택 실각…김정은 1인 체제 강화

입력 2013.12.07 (08:16) 수정 2013.12.0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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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북한 권력 2인자로 불리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 두 명이 공개 처형됐다는 소식을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녹취> 정청래(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지난 3일) :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장성택은 실각한 것으로 본다.' 라고 보고했습니다. "

<녹취> 조원진(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지난 3일) : "특히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공개처형 사실이 확인됐으며…"

통일부는 리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지난달 중순 쯤 공개 처형됐고, 장성택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추가 숙청도 이뤄지고 있다며 실각 설에 힘을 보탰다.

<녹취> 류길재(통일부 장관/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 긴급 간담회) : "장성택 소관의 조직과 연계 인물들에 대한 후속조치가 진행되고 있고, 장성택 역시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장성택은 지난달 6일,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일본 레슬링 선수 출신인 안토니오 이노키 의원 일행과 면담한 이후로 자취를 감췄는데, 일각에서 ‘가택연금설’도 제기됐지만, 신변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에 대한 ‘절대충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고, 당 지도부와 주민들에게 “신념에서 탈선하면 절대 용서치 않겠다“며 경고의 메시지도 내보내는 등 북한 내부의 동요를 차단하고 있다.

장성택 실각설과 측근들의 처형 소식은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의 주민들 사이에서도 오갔다고 한다.

<녹취> 북한 주민(지난 3일) : "(진짜 장성택이 떨어졌대?) 응. 나중에 좀 더 지내봐야지 어떻게 된 내막인지 알 수 있지. (누구 통해서 들었는데? 북쪽에서 나온 사람들한테?) 여기서 장사하는 중국 사람들이 말했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북한 권력의 2인자인 장성택이 전격 해임된 이유는 무엇일까?

장성택은 김정은과 함께 사실상 정권을 움직이는 실세로 평가받아 왔는데,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입장에선 장성택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반가울리 없다.

북한 최고 권력기관에서 장성택 측근의 비리혐의를 포착해 내사를 진행하며 그를 견제해왔다는 설이 있다.

과연 김정은에 의해 밀려난 것인지, 아니면 북한 내 권력투쟁인지를 두고 현재까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집권 2년차를 맞은 김정은이 자신의 ‘유일 통치’ 체제의 강화를 위해, 혈통인 그의 고모부마저 해임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인터뷰> 이승열(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박사) : "장성택이 상당히 이제 자기중심적으로 국가를 이끌어가고 있었거든요. 장성택이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서 실각했기 때문에 결국은 장성택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상당히 제어할 필요성을 느꼈던 어떤 세력이겠죠."

김정은은 지난 2년 동안 기존 실세들의 숙청과 인사를 반복하면서 권력을 공고화했는데, 이는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의 전형적인 패턴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정일 장례식 때 운구차를 호위했던 인물 7명 가운데 5명이 퇴진했을 뿐 아니라, 불과 2년 만에, 노동당과 내각 군부 주요 인사의 절반이 교체되며 권력구도가 재편됐다.
장성택 실각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알려면 그가 북한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인물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67세인 장성택은 1946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났다.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에 재학 중 만난 김일성의 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와 결혼하게 되면서, 신분 상승과 함께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는 김정일의 집권 기간에도 강력한 신임을 받으며 활동했고, 김정일의 사후엔 김정은 체제의 출범을 주도적으로 도와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

국정 관리 경험이 전무 했던 김정은 제1비서는 고모부인 장성택에게 크게 의존했다.

지난해 여름에 장성택은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모두 면담하는 등 정치적 위상을 보여줬다.

<인터뷰> 이주철(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김정은의 나이가 이제 20대 후반인 젊은 나이에서 국가의 대소사, 그리고 외교 정책 이런 문제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장성택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또 북한 내부에 있는 여러 권력, 여러 세력들 간에 조절이라든가 그 역할을 장성택이 해줬을 거라고 봅니다."

장성택은 노동당과 행정부, 그리고 군부 세군데 권력기관에서 여러 직책을 맡고 있는데, 돈과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는 핵심 요직들이다.

그러나 장성택이 가진 권력은 김정일 정권부터 늘 견제를 받아왔다.

장성택의 입지가 커질 때마다 실각됐고, 그 후에 재기를 반복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과거에도 장성택은 분파 혐의로, 월권 혐의로 두 번이나 혁명화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장성택이라는 인물이 워낙 좀 너그럽고 리더십이 있고, 그래서 그 밑에 따르는 사람들이 많고. 김정일이나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이권 때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장성택에 대해 붙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010년 9월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고, 2012년 최고 권력자가 된 이후 3년여 동안 빠른 시간 안에 국정관리 경험을 터득한 김정은이 자신감을 찾아가면서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자, 장성택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움직이던 장성택 세력의 퇴진으로 북한 내 ‘권력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앞으로 새로운 권력지도가 형성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누가 2인자가 되는지도 관심사다.

현재로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인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터뷰> 이승열(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박사) : "북한 권력은 김정은을 최고 필두로 해서, 그 다음에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그 다음에 군부 인사들이 상당 부분 권력의 중심으로 돌아설 겁니다. 북한 내에서 이 권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세력은 역시 군부 밖에 없다고 보는 거죠. 최룡해가 상당히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요."

지난 5월, 최룡해가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는데, 북중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장성택을 제치고 방문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올해 7월,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는 최룡해가 김정은을 대신해 전쟁준비를 연설하기도 했다.

<녹취> 최룡해(북한군 총정치국장/지난 7월, 전승절 기념 열병식) : "전체 인민군장병들과 인민들은 총창 위에 평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나라의 방위력을 강화하여 그 어떤 외세의 침략도 단호히 물리칠 수 있게 튼튼히 준비하며 앞날의 전투동원태세를 견지하여야 하겠습니다."

장성택의 김정은 공개 활동 수행횟수도 올해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해 106회로 1위였지만, 올해엔 절반 수준인 52회에 불과했다.

반면 최룡해는 두 배가 넘는 횟수로 장성택을 제치며 수행인물 1위에 올랐다.

북한에서 최고 권력자 수행횟수는 곧 권력의 척도인데, 이를 통해 최룡해가 장성택의 권력을 능가한 것으로 추정하는 분석도 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장성택의 힘이 많이 빠진 상황에서 결국은 장성택 측근의 월권행위, 분파 행위도 더욱더 쉽게 견제 받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룡해는 김일성의 동료이자 ‘혁명 1세대’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세대에 걸쳐 북한 정권에서 실세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최룡해 역시, 2인자가 되더라도 1인 지배체제인 북한 권력구조의 특성상 강력한 2인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제한된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터뷰> 이주철(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최룡해가 2인자의 지위에 있다, 그렇게 볼 순 있겠죠. 그렇지만 장성택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누구도 독자적인 권력으로서 2인자는 아니다. 그 김정은을 지원하는 의미로서 2인자일 따름이지 독자적인 세력을 가진 2인자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장성택 측근들의 처형과 숙청작업으로 김정은을 향한 당과 군부 엘리트들의 충성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보인다.

과연 장성택이 실각했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퇴진인지 북한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질 않아 여러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의 실각이 기정사실일 때, 북한 내부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장성택은 북한의 경제개혁과 개방을 진두지휘했고, 군부 강경파들이 주장한 3차 핵실험에도 소극적인 비교적 온건파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물러난 이후, 북한의 경제 방향과 남북관계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장성택이 북한의 해외 투자 유치와 관련해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 이 분야에서는 일정한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예상이 됩니다. 북한의 대남 정책은 현재와 같이 적당한 정도의 긴장, 그리고 실용적인 타협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그런 구도로 당분간 굴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연이은 북한 권력의 재편이 북한 내부와 대외정책에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강력한 후견인 없이도 김정은 1인 지배체제는 안정화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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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07 08: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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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북한 권력 2인자로 불리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 두 명이 공개 처형됐다는 소식을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녹취> 정청래(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지난 3일) :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장성택은 실각한 것으로 본다.' 라고 보고했습니다. "

<녹취> 조원진(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지난 3일) : "특히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공개처형 사실이 확인됐으며…"

통일부는 리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지난달 중순 쯤 공개 처형됐고, 장성택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추가 숙청도 이뤄지고 있다며 실각 설에 힘을 보탰다.

<녹취> 류길재(통일부 장관/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 긴급 간담회) : "장성택 소관의 조직과 연계 인물들에 대한 후속조치가 진행되고 있고, 장성택 역시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장성택은 지난달 6일,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일본 레슬링 선수 출신인 안토니오 이노키 의원 일행과 면담한 이후로 자취를 감췄는데, 일각에서 ‘가택연금설’도 제기됐지만, 신변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에 대한 ‘절대충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고, 당 지도부와 주민들에게 “신념에서 탈선하면 절대 용서치 않겠다“며 경고의 메시지도 내보내는 등 북한 내부의 동요를 차단하고 있다.

장성택 실각설과 측근들의 처형 소식은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의 주민들 사이에서도 오갔다고 한다.

<녹취> 북한 주민(지난 3일) : "(진짜 장성택이 떨어졌대?) 응. 나중에 좀 더 지내봐야지 어떻게 된 내막인지 알 수 있지. (누구 통해서 들었는데? 북쪽에서 나온 사람들한테?) 여기서 장사하는 중국 사람들이 말했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북한 권력의 2인자인 장성택이 전격 해임된 이유는 무엇일까?

장성택은 김정은과 함께 사실상 정권을 움직이는 실세로 평가받아 왔는데,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입장에선 장성택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반가울리 없다.

북한 최고 권력기관에서 장성택 측근의 비리혐의를 포착해 내사를 진행하며 그를 견제해왔다는 설이 있다.

과연 김정은에 의해 밀려난 것인지, 아니면 북한 내 권력투쟁인지를 두고 현재까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집권 2년차를 맞은 김정은이 자신의 ‘유일 통치’ 체제의 강화를 위해, 혈통인 그의 고모부마저 해임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인터뷰> 이승열(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박사) : "장성택이 상당히 이제 자기중심적으로 국가를 이끌어가고 있었거든요. 장성택이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서 실각했기 때문에 결국은 장성택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상당히 제어할 필요성을 느꼈던 어떤 세력이겠죠."

김정은은 지난 2년 동안 기존 실세들의 숙청과 인사를 반복하면서 권력을 공고화했는데, 이는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의 전형적인 패턴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정일 장례식 때 운구차를 호위했던 인물 7명 가운데 5명이 퇴진했을 뿐 아니라, 불과 2년 만에, 노동당과 내각 군부 주요 인사의 절반이 교체되며 권력구도가 재편됐다.
장성택 실각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알려면 그가 북한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인물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67세인 장성택은 1946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났다.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에 재학 중 만난 김일성의 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와 결혼하게 되면서, 신분 상승과 함께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는 김정일의 집권 기간에도 강력한 신임을 받으며 활동했고, 김정일의 사후엔 김정은 체제의 출범을 주도적으로 도와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

국정 관리 경험이 전무 했던 김정은 제1비서는 고모부인 장성택에게 크게 의존했다.

지난해 여름에 장성택은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모두 면담하는 등 정치적 위상을 보여줬다.

<인터뷰> 이주철(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김정은의 나이가 이제 20대 후반인 젊은 나이에서 국가의 대소사, 그리고 외교 정책 이런 문제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장성택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또 북한 내부에 있는 여러 권력, 여러 세력들 간에 조절이라든가 그 역할을 장성택이 해줬을 거라고 봅니다."

장성택은 노동당과 행정부, 그리고 군부 세군데 권력기관에서 여러 직책을 맡고 있는데, 돈과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는 핵심 요직들이다.

그러나 장성택이 가진 권력은 김정일 정권부터 늘 견제를 받아왔다.

장성택의 입지가 커질 때마다 실각됐고, 그 후에 재기를 반복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과거에도 장성택은 분파 혐의로, 월권 혐의로 두 번이나 혁명화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장성택이라는 인물이 워낙 좀 너그럽고 리더십이 있고, 그래서 그 밑에 따르는 사람들이 많고. 김정일이나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이권 때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장성택에 대해 붙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010년 9월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고, 2012년 최고 권력자가 된 이후 3년여 동안 빠른 시간 안에 국정관리 경험을 터득한 김정은이 자신감을 찾아가면서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자, 장성택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움직이던 장성택 세력의 퇴진으로 북한 내 ‘권력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앞으로 새로운 권력지도가 형성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누가 2인자가 되는지도 관심사다.

현재로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인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터뷰> 이승열(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박사) : "북한 권력은 김정은을 최고 필두로 해서, 그 다음에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그 다음에 군부 인사들이 상당 부분 권력의 중심으로 돌아설 겁니다. 북한 내에서 이 권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세력은 역시 군부 밖에 없다고 보는 거죠. 최룡해가 상당히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요."

지난 5월, 최룡해가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는데, 북중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장성택을 제치고 방문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올해 7월,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는 최룡해가 김정은을 대신해 전쟁준비를 연설하기도 했다.

<녹취> 최룡해(북한군 총정치국장/지난 7월, 전승절 기념 열병식) : "전체 인민군장병들과 인민들은 총창 위에 평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나라의 방위력을 강화하여 그 어떤 외세의 침략도 단호히 물리칠 수 있게 튼튼히 준비하며 앞날의 전투동원태세를 견지하여야 하겠습니다."

장성택의 김정은 공개 활동 수행횟수도 올해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해 106회로 1위였지만, 올해엔 절반 수준인 52회에 불과했다.

반면 최룡해는 두 배가 넘는 횟수로 장성택을 제치며 수행인물 1위에 올랐다.

북한에서 최고 권력자 수행횟수는 곧 권력의 척도인데, 이를 통해 최룡해가 장성택의 권력을 능가한 것으로 추정하는 분석도 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장성택의 힘이 많이 빠진 상황에서 결국은 장성택 측근의 월권행위, 분파 행위도 더욱더 쉽게 견제 받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룡해는 김일성의 동료이자 ‘혁명 1세대’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세대에 걸쳐 북한 정권에서 실세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최룡해 역시, 2인자가 되더라도 1인 지배체제인 북한 권력구조의 특성상 강력한 2인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제한된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터뷰> 이주철(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최룡해가 2인자의 지위에 있다, 그렇게 볼 순 있겠죠. 그렇지만 장성택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누구도 독자적인 권력으로서 2인자는 아니다. 그 김정은을 지원하는 의미로서 2인자일 따름이지 독자적인 세력을 가진 2인자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장성택 측근들의 처형과 숙청작업으로 김정은을 향한 당과 군부 엘리트들의 충성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보인다.

과연 장성택이 실각했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퇴진인지 북한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질 않아 여러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의 실각이 기정사실일 때, 북한 내부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장성택은 북한의 경제개혁과 개방을 진두지휘했고, 군부 강경파들이 주장한 3차 핵실험에도 소극적인 비교적 온건파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물러난 이후, 북한의 경제 방향과 남북관계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장성택이 북한의 해외 투자 유치와 관련해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 이 분야에서는 일정한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예상이 됩니다. 북한의 대남 정책은 현재와 같이 적당한 정도의 긴장, 그리고 실용적인 타협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그런 구도로 당분간 굴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연이은 북한 권력의 재편이 북한 내부와 대외정책에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강력한 후견인 없이도 김정은 1인 지배체제는 안정화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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