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재취업 보고서 ‘공생의 그늘’

입력 2013.12.22 (07:18) 수정 2013.12.22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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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장차관 같은 고위공직자들이 퇴직후 사외이사나 고문으로 대기업에 재취업하는 경우 많은데요.

KBS 탐사보도팀이 최근 5년간 고위퇴직자들이 사기업에 재취업하겠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1200여 건을 심층분석했습니다.

공아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최근 5년 동안 고위퇴직자들이 사기업에 재취업하겠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건수는 모두 1203건입니다.

이 가운데 삼성이 압도적 1위였습니다.

모철민 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 장차관급 인사들이 즐비합니다.

다음으로는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이 42건으로, 이귀남 전 법무장관,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룹 총수가 구속돼 재판중인 SK와 한화그룹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럼 기업들이 선호하는 퇴직공무원들은 어느 부처 출신일까?

부처별로 30대 그룹에 재취업하는 비율을 따져보니 의외로 고용노동부가 1위였습니다.

삼성그룹이 고위 퇴직자들을 대거영입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경제검찰이라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뒤를 이었고, 검찰과 국정원 역시 55%가 30대 그룹으로 향했습니다.

청와대 출신은 38%였지만 행정관 등 낮은 직급 인사들도 퇴직 후 안정된 직장을 찾았습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직자가 자본금 50억 이상, 외형거래액 150억 이상의 업체에 재취업할 경우에만 재취업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을 악용한 꼼수 재취업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출신의 최봉식 전 정책금융공사 부사장. 지난 2월 퇴직해 현대그룹에 재취업했습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현대그룹은 정책금융공사의 손자회사인 산업은행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업무연관성이 높은 회사에 재취업했지만 최 씨는 공직자 윤리위의 심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서류상으론 그룹 내의 소규모 계열사에 취업한 걸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식 심사를 받았다면 사실상 취업이 불가능했습니다.

<녹취> 최봉식(현대그룹 고문) : "(재취업) 심사를 받으셨나요? 이렇게 피하실 게 아니라, 실제로 고문 역할을 하고 계시잖아요.)"

여기에 지난 5년 동안 공직자 윤리위에 재취업하겠다고 신고한 고위 공직자 가운데 93%가 심사를 통과하면서 봐주기식 심사가 아니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2011년 퇴직한 이귀남 전 법무장관.

기업 4곳에 사외이사와 고문으로 재취업했지만 3곳에 대해서는 사전 심사를 받지 않아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적발됐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공직자 윤리위 심사위원 명단을 보면 이 전 장관은 지난 2009년 법무차관 시절 윤리위 심사위원이었습니다.

<녹취> 공직자 윤리위 관계자(음성변조) : "(심사위원까지 하셨는데 임의취업을 세 건이나...) 그건 제가 판단할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직자윤리위 정부 심사위원 33명중 11명은 이 전 장관처럼 퇴직 뒤 본인들도 재취업 심사를 받았습니다.

역대 민간위원은 23명. 이 가운데 13명은 법조계 인사로 대부분 로펌 소속이었습니다. 공직에 있었던 인사도 상당수였습니다.

고위공직자 재취업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사위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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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22 07:24:44
    • 수정2013-12-22 07: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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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 같은 고위공직자들이 퇴직후 사외이사나 고문으로 대기업에 재취업하는 경우 많은데요.

KBS 탐사보도팀이 최근 5년간 고위퇴직자들이 사기업에 재취업하겠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1200여 건을 심층분석했습니다.

공아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최근 5년 동안 고위퇴직자들이 사기업에 재취업하겠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건수는 모두 1203건입니다.

이 가운데 삼성이 압도적 1위였습니다.

모철민 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 장차관급 인사들이 즐비합니다.

다음으로는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이 42건으로, 이귀남 전 법무장관,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룹 총수가 구속돼 재판중인 SK와 한화그룹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럼 기업들이 선호하는 퇴직공무원들은 어느 부처 출신일까?

부처별로 30대 그룹에 재취업하는 비율을 따져보니 의외로 고용노동부가 1위였습니다.

삼성그룹이 고위 퇴직자들을 대거영입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경제검찰이라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뒤를 이었고, 검찰과 국정원 역시 55%가 30대 그룹으로 향했습니다.

청와대 출신은 38%였지만 행정관 등 낮은 직급 인사들도 퇴직 후 안정된 직장을 찾았습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직자가 자본금 50억 이상, 외형거래액 150억 이상의 업체에 재취업할 경우에만 재취업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을 악용한 꼼수 재취업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출신의 최봉식 전 정책금융공사 부사장. 지난 2월 퇴직해 현대그룹에 재취업했습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현대그룹은 정책금융공사의 손자회사인 산업은행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업무연관성이 높은 회사에 재취업했지만 최 씨는 공직자 윤리위의 심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서류상으론 그룹 내의 소규모 계열사에 취업한 걸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식 심사를 받았다면 사실상 취업이 불가능했습니다.

<녹취> 최봉식(현대그룹 고문) : "(재취업) 심사를 받으셨나요? 이렇게 피하실 게 아니라, 실제로 고문 역할을 하고 계시잖아요.)"

여기에 지난 5년 동안 공직자 윤리위에 재취업하겠다고 신고한 고위 공직자 가운데 93%가 심사를 통과하면서 봐주기식 심사가 아니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2011년 퇴직한 이귀남 전 법무장관.

기업 4곳에 사외이사와 고문으로 재취업했지만 3곳에 대해서는 사전 심사를 받지 않아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적발됐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공직자 윤리위 심사위원 명단을 보면 이 전 장관은 지난 2009년 법무차관 시절 윤리위 심사위원이었습니다.

<녹취> 공직자 윤리위 관계자(음성변조) : "(심사위원까지 하셨는데 임의취업을 세 건이나...) 그건 제가 판단할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직자윤리위 정부 심사위원 33명중 11명은 이 전 장관처럼 퇴직 뒤 본인들도 재취업 심사를 받았습니다.

역대 민간위원은 23명. 이 가운데 13명은 법조계 인사로 대부분 로펌 소속이었습니다. 공직에 있었던 인사도 상당수였습니다.

고위공직자 재취업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사위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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