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일본 내 북한’ 갈림길에 선 조총련
입력 2013.12.28 (08:07)
수정 2013.12.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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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재일동포 2만 여명이 모여 살고 있는 오사카의 코리아타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오사카 본부가 있습니다.
이렇다 할 간판이나 깃발은 보이지 않고 출입문엔 보험회사 문패만 걸려 있습니다.
5년 전, 빚에 몰려 대규모 빌딩을 잃고 철길옆 건물에서 옹색하게 지내는 탓일까?
입구에서 만난 남자직원은 이곳이 오사카 본부인지도 확인해주지 않고 자리를 피해버립니다.
<인터뷰> 조총련 오사카 본부 관계자 : "(총련 오사카 본부 여기 있다고 그러던데?)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 없으니까. 저 가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하면 오사카 본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건물도 사람도 없는 지역본부가 허다합니다.
재일동포사회에서 총련의 위상과 힘은 초라할 정도로 추락했습니다.
<인터뷰> 정갑수(원코리아페스티벌 대표) : "자그마한 사무실 하나 가지고 오사카 본부라고 하고 있는 그런 정도니까. (재일) 동포 속에서 지지가 없으니까. 조총련계 동포끼리라도……."
북한의 3대 세습과 경제난 속에 핵개발에 매달리는 모습에 일본 동포들이 적잖이 실망했고, ‘수령 우상화’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면서 총련의 조직력과 정치력은 갈수록 약화됐습니다.
<인터뷰> 조총련 관계자 : "지금은 사람 자체가 안 모입니다. 총련 쪽에, 지부 그런 것도 본부에 있는데, 건물 자체는 있는데 사람이 안 모입니다."
총련계 재일동포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재정위기도 심화됐습니다.
조선은행이 무너진데 이어, 도쿄의 중앙본부까지 차압당해 경매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브릿지> 장한식(도쿄) : "총련 본부 건물의 경매는 이미 예고된 기정사실입니다. 하지만 막상 본부건물이 사라질 경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총련계 동포 : "총련 중앙회관을 내주게 되면 그 자리에서 나오게 되면 그 순간에 총련이 없어지고 재일본 조선인 운동이라는 것이 망합니다."
최근 북한 권력 2인자 장성택의 전격 처형 역시, 조총련 내부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택을 비롯한 이른바 개방파는 북한뿐만 아니라, 조총련 내부에도 일정한 세력을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영화(간사이대 교수) : "조총련 조직 안에 있는 장성택파는 어떤 사람이냐 하면 상공인들, 돈을 갖고 있는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되는 그런 사람들이니까, 재정적인 문제로 약화되고 있는 조총련 조직이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최고 전성기이던 1960년대, 조총련은 48개 지방본부와 5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었습니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재일동포 9만 3천여 명을 북한으로 이주시킨 ‘북송사업’은 조총련의 막강한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와 외할아버지 고경택 역시, 이 시기에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동포 출신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난 악화와 핵개발로 국제여론이 등을 돌리면서 조총련 사정은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인터뷰> 진희관(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 "우선 총련 단원들의 숫자가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요. 그리고 총련의 재정이 악화되어서 지금 중앙기구라든가 일부 외곽단체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운, 그런 위기상황에 처해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특히, 지난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총련은 결정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현재 전체 회원 수는 전성기의 10분의 1 수준인 5만 명 이하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총련의 위상 하락에도 불구하고 '조선학교‘를 통한 교육 분야의 지도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도쿄 서북방 군마현에 위치한 ‘군마조선초중급학교’
초등학교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체육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기준, 차렷, 모여”
그러나 한 때 200개가 넘었던 조선학교는 53개로 줄어들었고, 학생 수도 5만 명에서 7천 6백여 명으로 대폭 감소하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조선학교는 북한 위주의 교육에서 빠르게 탈피하고 있습니다.
초중급 교실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를 내린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조선학교’를 더 이상 북한학교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브릿지> 장한식(군마현) : "이 학교만 하더라도 학생 가운데 약 절반은 국적이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점에서 조선학교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교육기관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오사카 외곽에 위치한 ‘코리아 국제학원’은 2008년 개교한 한국계 중고등학교로 한국어와 한국사, 한국지리 등 한국 관련 수업이 30% 이상입니다.
일본 열도에서 한글로 교육하는 한국계 학교는 이곳을 포함해 단 두 곳뿐인데, 그마저도 재정난으로 인해, 이 학교 학생 수는 80명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김용만(코리아국제학원 교장) : "학생 수가 정원에 차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운영 의 기본 경비를 재단에서 막대한 경비를 지원해주 지 않으면 학교가 지금 독자적으로 운영하기가 매우 힘들게 되어져 있는 것이 지금의 큰 문제입니다."
이처럼 일본 내 민족교육을 감당하기에 한국계 학교로는 턱없이 부족한 만큼 조선학교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안 곳곳, 한글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오사카의 재일동포 김창범씨 댁입니다.
두 아들을 ‘조선학교’에 보내는 김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한국어 공부를 합니다.
<녹취> “성장, 기록, 실현, 노력”
민족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이라고 김창범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김창범(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 "어릴 때 교육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민족심, 우리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없다면 인생을 나가는 자신이라고 할까."
조선학교는 재일동포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엮어주는 큰 원동력입니다.
20여 명의 조선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를 마련했습니다.
곧이어 기분 좋은 건배사가 이어집니다.
<인터뷰> 고슬기(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 "즐겁게 1년을 마칠 수 있게 돼서 행복합니다. 축배, 축배!"
‘김치와 전, 불고기’ 등 각자 장만해온 우리 음식을 함께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화목해 보입니다.
이처럼 조선학교 가정들끼리 함께 어울리는 문화를 통해, 우리의 풍습과 우리말을 지켜내며 민족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조선학교 마저 사라진다면, 이런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조선학교의 경제적 부담은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학교 교육비는 거의 무상인데 비해 조선학교는 한 달에 2-3만엔, 우리 돈으로 이삼십 만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창림(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비용을 충분히 감수할 만한 용의나 각오가 돼 있습니까?) 각오를 하지 않았다면 조선학교에 넣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선학교는 각오한 것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북한의 재정지원이 사실상 끊긴 이후 조선학교는 기본 운영마저 벅찰 정도입니다.
<인터뷰> 조선학교 교사 : "사용해야 할 돈도 없고 그러니까 (교육 자재)그런 것도 낡고 교원들의 인건비도 제대로 못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올해 초,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를 ‘고교 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지자체들 역시 학교지원을 속속 끊으면서 조선학교 대부분은 생존위기에 놓였습니다.
조선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반발했습니다.
<녹취> 이용상(도쿄 조선중고급학교 학생) : "저희들 조선인으로서의 존재 자체가 인정되느냐 부정되느냐의 문제입니다. 인정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싸울 겁니다."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폐지 소식에 일본의 시민단체들도 발 벗고 나섰습니다.
그들은 북한과 관련된 정치적인 문제들과 아이들 교육을 연관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하세가와 가즈오(고교 무상화 조선학교 배제 반대모임 사무국장) : "고교 무상화에서 조선학교가 배제됐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집회를 하자고 사람들에게 촉구해서 (고교) 무상화 문제에 대해서 계속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북한에 비해 재일동포 교육에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북한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조총련계와 민단계 모두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이일만(前 조선학교 교장) : "한국의 민간이 조선학교 도와준다, 재일동포 자녀들의 교육을 도와 나서겠다 하면은 압도적 다수의 우리 학부형들이 그것을 환영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신용상(前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 "(대한민국) 본국에서 적극적으로 나와 주시지 않으면 이 이상 민족교육은 어렵지 않은가......"
대한민국 사회가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쏟는 건 재일동포의 미래에 대한 투자일 뿐 아니라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재일동포 2만 여명이 모여 살고 있는 오사카의 코리아타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오사카 본부가 있습니다.
이렇다 할 간판이나 깃발은 보이지 않고 출입문엔 보험회사 문패만 걸려 있습니다.
5년 전, 빚에 몰려 대규모 빌딩을 잃고 철길옆 건물에서 옹색하게 지내는 탓일까?
입구에서 만난 남자직원은 이곳이 오사카 본부인지도 확인해주지 않고 자리를 피해버립니다.
<인터뷰> 조총련 오사카 본부 관계자 : "(총련 오사카 본부 여기 있다고 그러던데?)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 없으니까. 저 가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하면 오사카 본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건물도 사람도 없는 지역본부가 허다합니다.
재일동포사회에서 총련의 위상과 힘은 초라할 정도로 추락했습니다.
<인터뷰> 정갑수(원코리아페스티벌 대표) : "자그마한 사무실 하나 가지고 오사카 본부라고 하고 있는 그런 정도니까. (재일) 동포 속에서 지지가 없으니까. 조총련계 동포끼리라도……."
북한의 3대 세습과 경제난 속에 핵개발에 매달리는 모습에 일본 동포들이 적잖이 실망했고, ‘수령 우상화’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면서 총련의 조직력과 정치력은 갈수록 약화됐습니다.
<인터뷰> 조총련 관계자 : "지금은 사람 자체가 안 모입니다. 총련 쪽에, 지부 그런 것도 본부에 있는데, 건물 자체는 있는데 사람이 안 모입니다."
총련계 재일동포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재정위기도 심화됐습니다.
조선은행이 무너진데 이어, 도쿄의 중앙본부까지 차압당해 경매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브릿지> 장한식(도쿄) : "총련 본부 건물의 경매는 이미 예고된 기정사실입니다. 하지만 막상 본부건물이 사라질 경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총련계 동포 : "총련 중앙회관을 내주게 되면 그 자리에서 나오게 되면 그 순간에 총련이 없어지고 재일본 조선인 운동이라는 것이 망합니다."
최근 북한 권력 2인자 장성택의 전격 처형 역시, 조총련 내부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택을 비롯한 이른바 개방파는 북한뿐만 아니라, 조총련 내부에도 일정한 세력을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영화(간사이대 교수) : "조총련 조직 안에 있는 장성택파는 어떤 사람이냐 하면 상공인들, 돈을 갖고 있는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되는 그런 사람들이니까, 재정적인 문제로 약화되고 있는 조총련 조직이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최고 전성기이던 1960년대, 조총련은 48개 지방본부와 5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었습니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재일동포 9만 3천여 명을 북한으로 이주시킨 ‘북송사업’은 조총련의 막강한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와 외할아버지 고경택 역시, 이 시기에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동포 출신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난 악화와 핵개발로 국제여론이 등을 돌리면서 조총련 사정은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인터뷰> 진희관(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 "우선 총련 단원들의 숫자가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요. 그리고 총련의 재정이 악화되어서 지금 중앙기구라든가 일부 외곽단체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운, 그런 위기상황에 처해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특히, 지난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총련은 결정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현재 전체 회원 수는 전성기의 10분의 1 수준인 5만 명 이하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총련의 위상 하락에도 불구하고 '조선학교‘를 통한 교육 분야의 지도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도쿄 서북방 군마현에 위치한 ‘군마조선초중급학교’
초등학교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체육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기준, 차렷, 모여”
그러나 한 때 200개가 넘었던 조선학교는 53개로 줄어들었고, 학생 수도 5만 명에서 7천 6백여 명으로 대폭 감소하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조선학교는 북한 위주의 교육에서 빠르게 탈피하고 있습니다.
초중급 교실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를 내린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조선학교’를 더 이상 북한학교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브릿지> 장한식(군마현) : "이 학교만 하더라도 학생 가운데 약 절반은 국적이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점에서 조선학교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교육기관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오사카 외곽에 위치한 ‘코리아 국제학원’은 2008년 개교한 한국계 중고등학교로 한국어와 한국사, 한국지리 등 한국 관련 수업이 30% 이상입니다.
일본 열도에서 한글로 교육하는 한국계 학교는 이곳을 포함해 단 두 곳뿐인데, 그마저도 재정난으로 인해, 이 학교 학생 수는 80명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김용만(코리아국제학원 교장) : "학생 수가 정원에 차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운영 의 기본 경비를 재단에서 막대한 경비를 지원해주 지 않으면 학교가 지금 독자적으로 운영하기가 매우 힘들게 되어져 있는 것이 지금의 큰 문제입니다."
이처럼 일본 내 민족교육을 감당하기에 한국계 학교로는 턱없이 부족한 만큼 조선학교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안 곳곳, 한글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오사카의 재일동포 김창범씨 댁입니다.
두 아들을 ‘조선학교’에 보내는 김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한국어 공부를 합니다.
<녹취> “성장, 기록, 실현, 노력”
민족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이라고 김창범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김창범(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 "어릴 때 교육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민족심, 우리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없다면 인생을 나가는 자신이라고 할까."
조선학교는 재일동포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엮어주는 큰 원동력입니다.
20여 명의 조선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를 마련했습니다.
곧이어 기분 좋은 건배사가 이어집니다.
<인터뷰> 고슬기(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 "즐겁게 1년을 마칠 수 있게 돼서 행복합니다. 축배, 축배!"
‘김치와 전, 불고기’ 등 각자 장만해온 우리 음식을 함께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화목해 보입니다.
이처럼 조선학교 가정들끼리 함께 어울리는 문화를 통해, 우리의 풍습과 우리말을 지켜내며 민족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조선학교 마저 사라진다면, 이런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조선학교의 경제적 부담은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학교 교육비는 거의 무상인데 비해 조선학교는 한 달에 2-3만엔, 우리 돈으로 이삼십 만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창림(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비용을 충분히 감수할 만한 용의나 각오가 돼 있습니까?) 각오를 하지 않았다면 조선학교에 넣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선학교는 각오한 것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북한의 재정지원이 사실상 끊긴 이후 조선학교는 기본 운영마저 벅찰 정도입니다.
<인터뷰> 조선학교 교사 : "사용해야 할 돈도 없고 그러니까 (교육 자재)그런 것도 낡고 교원들의 인건비도 제대로 못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올해 초,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를 ‘고교 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지자체들 역시 학교지원을 속속 끊으면서 조선학교 대부분은 생존위기에 놓였습니다.
조선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반발했습니다.
<녹취> 이용상(도쿄 조선중고급학교 학생) : "저희들 조선인으로서의 존재 자체가 인정되느냐 부정되느냐의 문제입니다. 인정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싸울 겁니다."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폐지 소식에 일본의 시민단체들도 발 벗고 나섰습니다.
그들은 북한과 관련된 정치적인 문제들과 아이들 교육을 연관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하세가와 가즈오(고교 무상화 조선학교 배제 반대모임 사무국장) : "고교 무상화에서 조선학교가 배제됐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집회를 하자고 사람들에게 촉구해서 (고교) 무상화 문제에 대해서 계속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북한에 비해 재일동포 교육에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북한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조총련계와 민단계 모두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이일만(前 조선학교 교장) : "한국의 민간이 조선학교 도와준다, 재일동포 자녀들의 교육을 도와 나서겠다 하면은 압도적 다수의 우리 학부형들이 그것을 환영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신용상(前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 "(대한민국) 본국에서 적극적으로 나와 주시지 않으면 이 이상 민족교육은 어렵지 않은가......"
대한민국 사회가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쏟는 건 재일동포의 미래에 대한 투자일 뿐 아니라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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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일본 내 북한’ 갈림길에 선 조총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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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12-28 07:51:39
- 수정2013-12-28 08:21:09

<리포트>
재일동포 2만 여명이 모여 살고 있는 오사카의 코리아타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오사카 본부가 있습니다.
이렇다 할 간판이나 깃발은 보이지 않고 출입문엔 보험회사 문패만 걸려 있습니다.
5년 전, 빚에 몰려 대규모 빌딩을 잃고 철길옆 건물에서 옹색하게 지내는 탓일까?
입구에서 만난 남자직원은 이곳이 오사카 본부인지도 확인해주지 않고 자리를 피해버립니다.
<인터뷰> 조총련 오사카 본부 관계자 : "(총련 오사카 본부 여기 있다고 그러던데?)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 없으니까. 저 가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하면 오사카 본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건물도 사람도 없는 지역본부가 허다합니다.
재일동포사회에서 총련의 위상과 힘은 초라할 정도로 추락했습니다.
<인터뷰> 정갑수(원코리아페스티벌 대표) : "자그마한 사무실 하나 가지고 오사카 본부라고 하고 있는 그런 정도니까. (재일) 동포 속에서 지지가 없으니까. 조총련계 동포끼리라도……."
북한의 3대 세습과 경제난 속에 핵개발에 매달리는 모습에 일본 동포들이 적잖이 실망했고, ‘수령 우상화’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면서 총련의 조직력과 정치력은 갈수록 약화됐습니다.
<인터뷰> 조총련 관계자 : "지금은 사람 자체가 안 모입니다. 총련 쪽에, 지부 그런 것도 본부에 있는데, 건물 자체는 있는데 사람이 안 모입니다."
총련계 재일동포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재정위기도 심화됐습니다.
조선은행이 무너진데 이어, 도쿄의 중앙본부까지 차압당해 경매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브릿지> 장한식(도쿄) : "총련 본부 건물의 경매는 이미 예고된 기정사실입니다. 하지만 막상 본부건물이 사라질 경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총련계 동포 : "총련 중앙회관을 내주게 되면 그 자리에서 나오게 되면 그 순간에 총련이 없어지고 재일본 조선인 운동이라는 것이 망합니다."
최근 북한 권력 2인자 장성택의 전격 처형 역시, 조총련 내부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택을 비롯한 이른바 개방파는 북한뿐만 아니라, 조총련 내부에도 일정한 세력을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영화(간사이대 교수) : "조총련 조직 안에 있는 장성택파는 어떤 사람이냐 하면 상공인들, 돈을 갖고 있는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되는 그런 사람들이니까, 재정적인 문제로 약화되고 있는 조총련 조직이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최고 전성기이던 1960년대, 조총련은 48개 지방본부와 5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었습니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재일동포 9만 3천여 명을 북한으로 이주시킨 ‘북송사업’은 조총련의 막강한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와 외할아버지 고경택 역시, 이 시기에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동포 출신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난 악화와 핵개발로 국제여론이 등을 돌리면서 조총련 사정은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인터뷰> 진희관(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 "우선 총련 단원들의 숫자가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요. 그리고 총련의 재정이 악화되어서 지금 중앙기구라든가 일부 외곽단체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운, 그런 위기상황에 처해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특히, 지난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총련은 결정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현재 전체 회원 수는 전성기의 10분의 1 수준인 5만 명 이하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총련의 위상 하락에도 불구하고 '조선학교‘를 통한 교육 분야의 지도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도쿄 서북방 군마현에 위치한 ‘군마조선초중급학교’
초등학교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체육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기준, 차렷, 모여”
그러나 한 때 200개가 넘었던 조선학교는 53개로 줄어들었고, 학생 수도 5만 명에서 7천 6백여 명으로 대폭 감소하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조선학교는 북한 위주의 교육에서 빠르게 탈피하고 있습니다.
초중급 교실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를 내린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조선학교’를 더 이상 북한학교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브릿지> 장한식(군마현) : "이 학교만 하더라도 학생 가운데 약 절반은 국적이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점에서 조선학교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교육기관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오사카 외곽에 위치한 ‘코리아 국제학원’은 2008년 개교한 한국계 중고등학교로 한국어와 한국사, 한국지리 등 한국 관련 수업이 30% 이상입니다.
일본 열도에서 한글로 교육하는 한국계 학교는 이곳을 포함해 단 두 곳뿐인데, 그마저도 재정난으로 인해, 이 학교 학생 수는 80명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김용만(코리아국제학원 교장) : "학생 수가 정원에 차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운영 의 기본 경비를 재단에서 막대한 경비를 지원해주 지 않으면 학교가 지금 독자적으로 운영하기가 매우 힘들게 되어져 있는 것이 지금의 큰 문제입니다."
이처럼 일본 내 민족교육을 감당하기에 한국계 학교로는 턱없이 부족한 만큼 조선학교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안 곳곳, 한글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오사카의 재일동포 김창범씨 댁입니다.
두 아들을 ‘조선학교’에 보내는 김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한국어 공부를 합니다.
<녹취> “성장, 기록, 실현, 노력”
민족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이라고 김창범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김창범(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 "어릴 때 교육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민족심, 우리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없다면 인생을 나가는 자신이라고 할까."
조선학교는 재일동포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엮어주는 큰 원동력입니다.
20여 명의 조선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를 마련했습니다.
곧이어 기분 좋은 건배사가 이어집니다.
<인터뷰> 고슬기(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 "즐겁게 1년을 마칠 수 있게 돼서 행복합니다. 축배, 축배!"
‘김치와 전, 불고기’ 등 각자 장만해온 우리 음식을 함께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화목해 보입니다.
이처럼 조선학교 가정들끼리 함께 어울리는 문화를 통해, 우리의 풍습과 우리말을 지켜내며 민족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조선학교 마저 사라진다면, 이런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조선학교의 경제적 부담은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학교 교육비는 거의 무상인데 비해 조선학교는 한 달에 2-3만엔, 우리 돈으로 이삼십 만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창림(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비용을 충분히 감수할 만한 용의나 각오가 돼 있습니까?) 각오를 하지 않았다면 조선학교에 넣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선학교는 각오한 것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북한의 재정지원이 사실상 끊긴 이후 조선학교는 기본 운영마저 벅찰 정도입니다.
<인터뷰> 조선학교 교사 : "사용해야 할 돈도 없고 그러니까 (교육 자재)그런 것도 낡고 교원들의 인건비도 제대로 못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올해 초,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를 ‘고교 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지자체들 역시 학교지원을 속속 끊으면서 조선학교 대부분은 생존위기에 놓였습니다.
조선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반발했습니다.
<녹취> 이용상(도쿄 조선중고급학교 학생) : "저희들 조선인으로서의 존재 자체가 인정되느냐 부정되느냐의 문제입니다. 인정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싸울 겁니다."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폐지 소식에 일본의 시민단체들도 발 벗고 나섰습니다.
그들은 북한과 관련된 정치적인 문제들과 아이들 교육을 연관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하세가와 가즈오(고교 무상화 조선학교 배제 반대모임 사무국장) : "고교 무상화에서 조선학교가 배제됐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집회를 하자고 사람들에게 촉구해서 (고교) 무상화 문제에 대해서 계속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북한에 비해 재일동포 교육에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북한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조총련계와 민단계 모두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이일만(前 조선학교 교장) : "한국의 민간이 조선학교 도와준다, 재일동포 자녀들의 교육을 도와 나서겠다 하면은 압도적 다수의 우리 학부형들이 그것을 환영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신용상(前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 "(대한민국) 본국에서 적극적으로 나와 주시지 않으면 이 이상 민족교육은 어렵지 않은가......"
대한민국 사회가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쏟는 건 재일동포의 미래에 대한 투자일 뿐 아니라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재일동포 2만 여명이 모여 살고 있는 오사카의 코리아타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오사카 본부가 있습니다.
이렇다 할 간판이나 깃발은 보이지 않고 출입문엔 보험회사 문패만 걸려 있습니다.
5년 전, 빚에 몰려 대규모 빌딩을 잃고 철길옆 건물에서 옹색하게 지내는 탓일까?
입구에서 만난 남자직원은 이곳이 오사카 본부인지도 확인해주지 않고 자리를 피해버립니다.
<인터뷰> 조총련 오사카 본부 관계자 : "(총련 오사카 본부 여기 있다고 그러던데?)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 없으니까. 저 가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하면 오사카 본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건물도 사람도 없는 지역본부가 허다합니다.
재일동포사회에서 총련의 위상과 힘은 초라할 정도로 추락했습니다.
<인터뷰> 정갑수(원코리아페스티벌 대표) : "자그마한 사무실 하나 가지고 오사카 본부라고 하고 있는 그런 정도니까. (재일) 동포 속에서 지지가 없으니까. 조총련계 동포끼리라도……."
북한의 3대 세습과 경제난 속에 핵개발에 매달리는 모습에 일본 동포들이 적잖이 실망했고, ‘수령 우상화’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면서 총련의 조직력과 정치력은 갈수록 약화됐습니다.
<인터뷰> 조총련 관계자 : "지금은 사람 자체가 안 모입니다. 총련 쪽에, 지부 그런 것도 본부에 있는데, 건물 자체는 있는데 사람이 안 모입니다."
총련계 재일동포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재정위기도 심화됐습니다.
조선은행이 무너진데 이어, 도쿄의 중앙본부까지 차압당해 경매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브릿지> 장한식(도쿄) : "총련 본부 건물의 경매는 이미 예고된 기정사실입니다. 하지만 막상 본부건물이 사라질 경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총련계 동포 : "총련 중앙회관을 내주게 되면 그 자리에서 나오게 되면 그 순간에 총련이 없어지고 재일본 조선인 운동이라는 것이 망합니다."
최근 북한 권력 2인자 장성택의 전격 처형 역시, 조총련 내부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택을 비롯한 이른바 개방파는 북한뿐만 아니라, 조총련 내부에도 일정한 세력을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영화(간사이대 교수) : "조총련 조직 안에 있는 장성택파는 어떤 사람이냐 하면 상공인들, 돈을 갖고 있는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되는 그런 사람들이니까, 재정적인 문제로 약화되고 있는 조총련 조직이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최고 전성기이던 1960년대, 조총련은 48개 지방본부와 5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었습니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재일동포 9만 3천여 명을 북한으로 이주시킨 ‘북송사업’은 조총련의 막강한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와 외할아버지 고경택 역시, 이 시기에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동포 출신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난 악화와 핵개발로 국제여론이 등을 돌리면서 조총련 사정은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인터뷰> 진희관(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 "우선 총련 단원들의 숫자가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요. 그리고 총련의 재정이 악화되어서 지금 중앙기구라든가 일부 외곽단체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운, 그런 위기상황에 처해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특히, 지난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총련은 결정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현재 전체 회원 수는 전성기의 10분의 1 수준인 5만 명 이하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총련의 위상 하락에도 불구하고 '조선학교‘를 통한 교육 분야의 지도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도쿄 서북방 군마현에 위치한 ‘군마조선초중급학교’
초등학교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체육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기준, 차렷, 모여”
그러나 한 때 200개가 넘었던 조선학교는 53개로 줄어들었고, 학생 수도 5만 명에서 7천 6백여 명으로 대폭 감소하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조선학교는 북한 위주의 교육에서 빠르게 탈피하고 있습니다.
초중급 교실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를 내린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조선학교’를 더 이상 북한학교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브릿지> 장한식(군마현) : "이 학교만 하더라도 학생 가운데 약 절반은 국적이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점에서 조선학교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교육기관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오사카 외곽에 위치한 ‘코리아 국제학원’은 2008년 개교한 한국계 중고등학교로 한국어와 한국사, 한국지리 등 한국 관련 수업이 30% 이상입니다.
일본 열도에서 한글로 교육하는 한국계 학교는 이곳을 포함해 단 두 곳뿐인데, 그마저도 재정난으로 인해, 이 학교 학생 수는 80명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김용만(코리아국제학원 교장) : "학생 수가 정원에 차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운영 의 기본 경비를 재단에서 막대한 경비를 지원해주 지 않으면 학교가 지금 독자적으로 운영하기가 매우 힘들게 되어져 있는 것이 지금의 큰 문제입니다."
이처럼 일본 내 민족교육을 감당하기에 한국계 학교로는 턱없이 부족한 만큼 조선학교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안 곳곳, 한글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오사카의 재일동포 김창범씨 댁입니다.
두 아들을 ‘조선학교’에 보내는 김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한국어 공부를 합니다.
<녹취> “성장, 기록, 실현, 노력”
민족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이라고 김창범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김창범(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 "어릴 때 교육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민족심, 우리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없다면 인생을 나가는 자신이라고 할까."
조선학교는 재일동포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엮어주는 큰 원동력입니다.
20여 명의 조선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를 마련했습니다.
곧이어 기분 좋은 건배사가 이어집니다.
<인터뷰> 고슬기(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 "즐겁게 1년을 마칠 수 있게 돼서 행복합니다. 축배, 축배!"
‘김치와 전, 불고기’ 등 각자 장만해온 우리 음식을 함께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화목해 보입니다.
이처럼 조선학교 가정들끼리 함께 어울리는 문화를 통해, 우리의 풍습과 우리말을 지켜내며 민족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조선학교 마저 사라진다면, 이런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조선학교의 경제적 부담은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학교 교육비는 거의 무상인데 비해 조선학교는 한 달에 2-3만엔, 우리 돈으로 이삼십 만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창림(조선학교 학부모/한국 국적) "(비용을 충분히 감수할 만한 용의나 각오가 돼 있습니까?) 각오를 하지 않았다면 조선학교에 넣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선학교는 각오한 것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북한의 재정지원이 사실상 끊긴 이후 조선학교는 기본 운영마저 벅찰 정도입니다.
<인터뷰> 조선학교 교사 : "사용해야 할 돈도 없고 그러니까 (교육 자재)그런 것도 낡고 교원들의 인건비도 제대로 못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올해 초,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를 ‘고교 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지자체들 역시 학교지원을 속속 끊으면서 조선학교 대부분은 생존위기에 놓였습니다.
조선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반발했습니다.
<녹취> 이용상(도쿄 조선중고급학교 학생) : "저희들 조선인으로서의 존재 자체가 인정되느냐 부정되느냐의 문제입니다. 인정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싸울 겁니다."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폐지 소식에 일본의 시민단체들도 발 벗고 나섰습니다.
그들은 북한과 관련된 정치적인 문제들과 아이들 교육을 연관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하세가와 가즈오(고교 무상화 조선학교 배제 반대모임 사무국장) : "고교 무상화에서 조선학교가 배제됐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집회를 하자고 사람들에게 촉구해서 (고교) 무상화 문제에 대해서 계속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북한에 비해 재일동포 교육에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북한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조총련계와 민단계 모두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이일만(前 조선학교 교장) : "한국의 민간이 조선학교 도와준다, 재일동포 자녀들의 교육을 도와 나서겠다 하면은 압도적 다수의 우리 학부형들이 그것을 환영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신용상(前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 "(대한민국) 본국에서 적극적으로 나와 주시지 않으면 이 이상 민족교육은 어렵지 않은가......"
대한민국 사회가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쏟는 건 재일동포의 미래에 대한 투자일 뿐 아니라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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