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eye] 빛을 품은 얼음 건축

입력 2014.01.11 (08:42) 수정 2014.01.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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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동화 속에 나오는 도시를 옮겨 놓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매혹적입니다.

모든 게 큰 나라 중국 하얼빈의 빙등제가 만들어 낸 겨울 상품입니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은 실제 크기만 하다고 합니다.

화려한 조명은 웅장함에다가 아름다움까지 더 했네요

올해가 50년 째 축제라는데 최근 중국을 위협하는 스모그가 축제에 까지 악영향을 미쳤다는군요

빛과 얼음의 축제 하얼빈 빙등제로 손관수 특파원이 안내합니다.

<리포트>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드는 하얼빈..

그러나 빙등의 얼음 도시는 이때가 돼서야 서서히 잠에서 깨어납니다.

차가운 얼음 신체에 영혼의 불이 들어오듯.. 조금씩, 조금씩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이 은은한 아름다움은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욱 더 화려하고, 매혹적으로 변하며 여행객들을 유혹합니다.

"동화속 얼음나라가 이런 모습이련가?" 탄성이 절로 납니다.

<인터뷰> 구어쿤(선양 여행객) : "이렇게 예쁘고, 이렇게 많은 얼음 조각품들이 있을 줄은 오기전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정말 다 예쁘네요. 또 얼음 안의 등이 반짝거리며 바뀌니까 정말 (감동적)이네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얼음 조각품이 무려 1,500여개.. 그 규모와 정교함, 그리고 생동감이 영하 25도의 추위를 잊게 합니다.

손관수 하얼빈 제 뒤로 보이는 저 빌딩이 이번 빙등제의 상징인 주탑 건물인데요. 높이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50미터가 조금 못되는 46미터.. 20층 높이 건물인데요. 특히 얼음 기둥 사이 사이로 들어가 있는 LED 등이 마치 생명을 불어 넣은 듯.. 정말 생동감이 넘칩니다.

환상의 놀이공원에 온 듯 어른들이 아이들보다도 더 즐거워합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 아이에게 더 예쁜 추억을 남겨 주기 위해 엄마, 아빠가 더 야단입니다.

<녹취> "옆에 보면 안돼, 안돼.. 아빠를 봐 아빠를...하하하하..."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실내 무대는 빙등제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유럽 서커스단의 율동 넘치는 현란한 춤을 보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이번 문화 공연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북한 서커스단이었습니다.

이곳에선 여전히 신비의 나라로 불리는 북한.. 이번 빙등제에 특별 초청돼 처음 참가한 터라 관중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뜨거웠습니다.

<인터뷰> 허샤오예(상하이 여행객) : "저 사람들 북한에서 온 사람들 맞죠? 스케이트 타는 수준이 정말 높은데요."

빙등제에 쓰인 엄청난 얼음들은 과연 어디에서 조달한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쏭화강에 있습니다.

매년 12월 초순이면 이곳에선 대규모 얼음 채취 공사가 진행됩니다.

혹한에 꽁꽁 얼어붙은 쏭화강은 노다지나 다름없는 최고급 얼음공급장입니다.

손관수 하얼빈 한눈에 봐도 50센티는 족히 넘어 보이는 두터운 이 얼음들이 바로 얼음 빌딩을 만드는데 쓰이는 재료들인데요.

최소한 20만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를 인공적으로 조달하려 했다면 가능했을까요?

불가능했겠죠..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렇게 조달된 얼음이 대규모 건축 작업과 조각을 통해 빙등제를 빛내는 화려한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 빙등제를 하계 세계 박람회와 같이 발전시켜 얼음과 눈을 주제로 한 동계 세계 박람회로 만드는것이 향후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빙등제가 밤의 축제라면 빙설제는 낮의 축제입니다.

축제장 입구에서 여행객을 맞는 여신상의 섬세한 묘사와 따뜻한 눈빛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말의 해를 기념해 마련된 대형 조각품에선 눈을 박차고 뛰어나올 듯 생동감이 느껴지고...

대학생들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들이 여행객들을 더욱 즐겁게 합니다.

<인터뷰> 시애지텐(타이완 여행객) : "눈 조각품 중 움푹 들어간 빈 공간이 있는 게 아주 인상이 깊습니다. 그 안에 까지 들어가 조각을 했다는 것인데 어떻게 파냈는지 참 신기합니다."

낮의 축제 빙설제장은 놀이 동산이기도 합니다.

개가 끄는 썰매를 타고 북극 나라를 여행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하고.. 얼음판 위 놀이 자동차를 타보며 동심의 세계에 젖어봅니다.

<인터뷰> 광저우 여행객 : "우리 광동은 현재 기온이 20도 정도인데 이곳은 영하 20도가 더 되잖아요. 온도 차가 50도나 되는거죠. 우리한테는 일종의 도전이죠."

하얼빈의 겨울 축제를 더욱 화려하게 수놓는 겨울 수영...

쏭화강 얼음을 깨고 만든 수영장에 열기가 가득합니다.

옷을 껴입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추워 보이는 이색 현장..

참가 선수들은 대부분 몇 년씩 동호회에서 겨울 수영을 연마해 온 베테랑들입니다.

<인터뷰> 자오광야오(하얼빈 시민) : "회사 안에 수영장이 있어요. 매일 아침 얼음을 깨고 수영을 합니다. 몸에 아주 좋아요. 젊은 사람도 몸을 단련해야죠. 제가 올해 33살인데 그렇게 안보이죠? 20살 같지 않아요?"

도전의 꿈을 이룬 이들에겐 오늘이 바로 최고의 날입니다.

<녹취>광시에서 온 여성 : "저는 광시 혁명 구역에서 왔습니다. 덩사오핑이 전투를 시작한 첫 지역이죠."

망고의 고장, 중국 망고의 고장 말입니다.

관중들에게도 오싹한 즐거움을 주는 겨울 수영..

하얼빈 겨울축제의 감초같은 행사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하얼빈 겨울축제도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눈이 많은 하얼빈도 최근에는 이전만큼 눈이 많지는 않아 이런 대규모 눈 축제엔 인공 눈을 써야 할 만큼 기후 환경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번 빙등제 개막일 하얼빈을 덮친 불청객 스모그는 더 큰 재앙의 경고 같았습니다.

개막일 당일 하얼빈의 미세 먼지 농도는 494. 기준치인 25의 20배에 육박하는 심각한 오염 수준으로 쏭화강에서 바라본 하얼빈 도심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가 더해져 이번 빙등제 개막식엔 화려한 불꽃 축제가 생략돼 많은 여행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50년 전인 1963년에 시작된 하얼빈 빙등제..

이젠 세계 3대 겨울 축제로 불릴만큼 명성이 높지만 난개발이 만들어낸 기후 변화의 역습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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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eye] 빛을 품은 얼음 건축
    • 입력 2014-01-11 09:59:28
    • 수정2014-01-11 11:25:1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동화 속에 나오는 도시를 옮겨 놓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매혹적입니다.

모든 게 큰 나라 중국 하얼빈의 빙등제가 만들어 낸 겨울 상품입니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은 실제 크기만 하다고 합니다.

화려한 조명은 웅장함에다가 아름다움까지 더 했네요

올해가 50년 째 축제라는데 최근 중국을 위협하는 스모그가 축제에 까지 악영향을 미쳤다는군요

빛과 얼음의 축제 하얼빈 빙등제로 손관수 특파원이 안내합니다.

<리포트>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드는 하얼빈..

그러나 빙등의 얼음 도시는 이때가 돼서야 서서히 잠에서 깨어납니다.

차가운 얼음 신체에 영혼의 불이 들어오듯.. 조금씩, 조금씩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이 은은한 아름다움은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욱 더 화려하고, 매혹적으로 변하며 여행객들을 유혹합니다.

"동화속 얼음나라가 이런 모습이련가?" 탄성이 절로 납니다.

<인터뷰> 구어쿤(선양 여행객) : "이렇게 예쁘고, 이렇게 많은 얼음 조각품들이 있을 줄은 오기전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정말 다 예쁘네요. 또 얼음 안의 등이 반짝거리며 바뀌니까 정말 (감동적)이네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얼음 조각품이 무려 1,500여개.. 그 규모와 정교함, 그리고 생동감이 영하 25도의 추위를 잊게 합니다.

손관수 하얼빈 제 뒤로 보이는 저 빌딩이 이번 빙등제의 상징인 주탑 건물인데요. 높이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50미터가 조금 못되는 46미터.. 20층 높이 건물인데요. 특히 얼음 기둥 사이 사이로 들어가 있는 LED 등이 마치 생명을 불어 넣은 듯.. 정말 생동감이 넘칩니다.

환상의 놀이공원에 온 듯 어른들이 아이들보다도 더 즐거워합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 아이에게 더 예쁜 추억을 남겨 주기 위해 엄마, 아빠가 더 야단입니다.

<녹취> "옆에 보면 안돼, 안돼.. 아빠를 봐 아빠를...하하하하..."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실내 무대는 빙등제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유럽 서커스단의 율동 넘치는 현란한 춤을 보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이번 문화 공연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북한 서커스단이었습니다.

이곳에선 여전히 신비의 나라로 불리는 북한.. 이번 빙등제에 특별 초청돼 처음 참가한 터라 관중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뜨거웠습니다.

<인터뷰> 허샤오예(상하이 여행객) : "저 사람들 북한에서 온 사람들 맞죠? 스케이트 타는 수준이 정말 높은데요."

빙등제에 쓰인 엄청난 얼음들은 과연 어디에서 조달한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쏭화강에 있습니다.

매년 12월 초순이면 이곳에선 대규모 얼음 채취 공사가 진행됩니다.

혹한에 꽁꽁 얼어붙은 쏭화강은 노다지나 다름없는 최고급 얼음공급장입니다.

손관수 하얼빈 한눈에 봐도 50센티는 족히 넘어 보이는 두터운 이 얼음들이 바로 얼음 빌딩을 만드는데 쓰이는 재료들인데요.

최소한 20만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를 인공적으로 조달하려 했다면 가능했을까요?

불가능했겠죠..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렇게 조달된 얼음이 대규모 건축 작업과 조각을 통해 빙등제를 빛내는 화려한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 빙등제를 하계 세계 박람회와 같이 발전시켜 얼음과 눈을 주제로 한 동계 세계 박람회로 만드는것이 향후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빙등제가 밤의 축제라면 빙설제는 낮의 축제입니다.

축제장 입구에서 여행객을 맞는 여신상의 섬세한 묘사와 따뜻한 눈빛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말의 해를 기념해 마련된 대형 조각품에선 눈을 박차고 뛰어나올 듯 생동감이 느껴지고...

대학생들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들이 여행객들을 더욱 즐겁게 합니다.

<인터뷰> 시애지텐(타이완 여행객) : "눈 조각품 중 움푹 들어간 빈 공간이 있는 게 아주 인상이 깊습니다. 그 안에 까지 들어가 조각을 했다는 것인데 어떻게 파냈는지 참 신기합니다."

낮의 축제 빙설제장은 놀이 동산이기도 합니다.

개가 끄는 썰매를 타고 북극 나라를 여행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하고.. 얼음판 위 놀이 자동차를 타보며 동심의 세계에 젖어봅니다.

<인터뷰> 광저우 여행객 : "우리 광동은 현재 기온이 20도 정도인데 이곳은 영하 20도가 더 되잖아요. 온도 차가 50도나 되는거죠. 우리한테는 일종의 도전이죠."

하얼빈의 겨울 축제를 더욱 화려하게 수놓는 겨울 수영...

쏭화강 얼음을 깨고 만든 수영장에 열기가 가득합니다.

옷을 껴입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추워 보이는 이색 현장..

참가 선수들은 대부분 몇 년씩 동호회에서 겨울 수영을 연마해 온 베테랑들입니다.

<인터뷰> 자오광야오(하얼빈 시민) : "회사 안에 수영장이 있어요. 매일 아침 얼음을 깨고 수영을 합니다. 몸에 아주 좋아요. 젊은 사람도 몸을 단련해야죠. 제가 올해 33살인데 그렇게 안보이죠? 20살 같지 않아요?"

도전의 꿈을 이룬 이들에겐 오늘이 바로 최고의 날입니다.

<녹취>광시에서 온 여성 : "저는 광시 혁명 구역에서 왔습니다. 덩사오핑이 전투를 시작한 첫 지역이죠."

망고의 고장, 중국 망고의 고장 말입니다.

관중들에게도 오싹한 즐거움을 주는 겨울 수영..

하얼빈 겨울축제의 감초같은 행사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하얼빈 겨울축제도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눈이 많은 하얼빈도 최근에는 이전만큼 눈이 많지는 않아 이런 대규모 눈 축제엔 인공 눈을 써야 할 만큼 기후 환경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번 빙등제 개막일 하얼빈을 덮친 불청객 스모그는 더 큰 재앙의 경고 같았습니다.

개막일 당일 하얼빈의 미세 먼지 농도는 494. 기준치인 25의 20배에 육박하는 심각한 오염 수준으로 쏭화강에서 바라본 하얼빈 도심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가 더해져 이번 빙등제 개막식엔 화려한 불꽃 축제가 생략돼 많은 여행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50년 전인 1963년에 시작된 하얼빈 빙등제..

이젠 세계 3대 겨울 축제로 불릴만큼 명성이 높지만 난개발이 만들어낸 기후 변화의 역습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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