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이한빈 “당연히 목표는 금메달!”

입력 2014.01.12 (07:36) 수정 2014.01.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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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약체'라는 평가를 많이 듣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그래도 중심을 지켜 주는 선수를 꼽자면 이한빈(26·성남시청)을 빼놓을 수 없다.

이한빈은 노진규(22·한국체대)와 함께 올 시즌 월드컵에서 남자 대표팀의 단 둘뿐인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다. 개인전 금·은·동메달을 한 개씩 따내 남자 대표팀에서 가장 많이 시상대에 올랐다.

보통 대표팀의 '에이스'들이 20대 초반부터 태극마크를 달곤 하는 것과 달리 2012년에야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데서 보이듯, 이한빈은 남다른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선수이기도 하다.

이한빈과 지난 10일 성남시 청사에서 열린 성남시청 직장운동부 창단식에서 만나 그동안의 사연과 앞으로 각오를 들어 보았다.

이한빈은 "자꾸 부상에 시달리다 보니 1년간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던 것이 19세 이후로 올 시즌이 처음"이라고 자신의 선수 인생을 돌이켰다.

이한빈은 서현고를 다니던 2006년 동계체전에서 고등부 1,000m 금메달을 따내는 등 늘 상위권을 휩쓸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2학년 때 왼쪽 발목이 부러진 이후 대학 시절 내내 매년 한 번씩은 발목을 다쳐 오랜 슬럼프를 겪었다.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고향팀인 성남시청에 입단하면서 안정을 찾아 2010-2011시즌 대표팀 합류 '0순위'로 꼽혔지만, 이번에는 불운이 겹쳤다.

대표 선발전에서 실격 판정을 받는 바람에 낙마한 데 이어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이 해체되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이한빈은 "운동할 곳도, 의욕도 없어 그만둘 생각을 했다"면서 "아버지께서도 군 입대 이야기를 꺼내시더라"고 당시의 절망적인 상황을 떠올렸다.

그때 손을 내민 곳이 현 대표팀 사령탑인 윤재명 감독이 이끄는 서울시청이었다.

서울시청에서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졸라맨 그는 2012년 동계체전에서 남자 일반부 2관왕에 오르고 처음으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하지만 부상의 악령은 그를 떠난 것이 아니었다. 시즌 도중 다시 왼 뒤꿈치에 피로 골절이 찾아와 부상과 싸우는 데 힘을 쏟아야 했다.

시즌을 마치고 태릉선수촌을 떠난 그는 마음을 편히 먹으면서 다시 컨디션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한빈은 "운동 욕심이 많다 보니 뒤처지기 싫어 개인 훈련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운동량은 줄이고 페이스를 유지하는 법을 익힌 것 같다"면서 "마음이 편
해지자 경기도 잘 풀렸다"고 했다.

결국 지난해 4월 선발전에서 이한빈은 전체 1위에 올라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는 아예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이한빈은 요즘 느낌이 좋다.

선발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왼쪽 발목이 아프지 않은데다 올해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이 재창단하면서 고향팀으로 돌아왔다.

이한빈은 "소속팀이 없을 때 도와주신 윤재명 감독님께 죄송해서 직접 말씀도 못 드렸다"면서 "하지만 윤 감독님께서 때가 됐다고 생각하셨는지 내게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고 감사
함과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성남시청 팀이 해체되던 당시 이한빈과 함께 아픔을 겪은 선수가 러시아 대표팀으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다.

이한빈은 한국체대 1학년 때 4학년이던 안현수와 한방을 썼고, 팀이 해체된 뒤에는 소속팀 없이 함께 운동하기도 했다.

안현수는 이한빈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선배이기도 하다.

이한빈은 "현수 형처럼 좋은 선수를 뒤따라 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케이팅 자세 등을 흡수하게 된다"면서 "페이스도 절로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소속팀이 없어 막막하던 시기에 둘을 가르치던 황익환 코치는 "너희 둘은 소치올림픽 결승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막연한 격려였지만, 두 선수 모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서 정말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열렸다.

비록 국적이 나뉘어 이제는 적으로 만나게 됐지만 힘겨운 시절을 함께 보낸 선·후배의 정은 여전히 끈끈하다.

이한빈은 "현수 형이 잠시 귀국해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결승전을 함께 치르고 나면 경기 결과가 어찌 나오든 상관없이 뜨겁게 포옹 한 번 해요'라고 말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결승전에서 만나서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한빈은 "당연히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최근 대표팀은 월드컵 시리즈에서의 설욕을 다짐하며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한빈은 "윤 감독님께서는 훈련에 자유를 주는 스타일이신데, 그것이 어린 선수들에게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여름에 많이 하지 못한 체력을 집중적으로 쌓는 중"이라고 설명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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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트트랙 이한빈 “당연히 목표는 금메달!”
    • 입력 2014-01-12 07:36:08
    • 수정2014-01-12 15:32:09
    연합뉴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약체'라는 평가를 많이 듣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그래도 중심을 지켜 주는 선수를 꼽자면 이한빈(26·성남시청)을 빼놓을 수 없다.

이한빈은 노진규(22·한국체대)와 함께 올 시즌 월드컵에서 남자 대표팀의 단 둘뿐인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다. 개인전 금·은·동메달을 한 개씩 따내 남자 대표팀에서 가장 많이 시상대에 올랐다.

보통 대표팀의 '에이스'들이 20대 초반부터 태극마크를 달곤 하는 것과 달리 2012년에야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데서 보이듯, 이한빈은 남다른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선수이기도 하다.

이한빈과 지난 10일 성남시 청사에서 열린 성남시청 직장운동부 창단식에서 만나 그동안의 사연과 앞으로 각오를 들어 보았다.

이한빈은 "자꾸 부상에 시달리다 보니 1년간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던 것이 19세 이후로 올 시즌이 처음"이라고 자신의 선수 인생을 돌이켰다.

이한빈은 서현고를 다니던 2006년 동계체전에서 고등부 1,000m 금메달을 따내는 등 늘 상위권을 휩쓸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2학년 때 왼쪽 발목이 부러진 이후 대학 시절 내내 매년 한 번씩은 발목을 다쳐 오랜 슬럼프를 겪었다.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고향팀인 성남시청에 입단하면서 안정을 찾아 2010-2011시즌 대표팀 합류 '0순위'로 꼽혔지만, 이번에는 불운이 겹쳤다.

대표 선발전에서 실격 판정을 받는 바람에 낙마한 데 이어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이 해체되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이한빈은 "운동할 곳도, 의욕도 없어 그만둘 생각을 했다"면서 "아버지께서도 군 입대 이야기를 꺼내시더라"고 당시의 절망적인 상황을 떠올렸다.

그때 손을 내민 곳이 현 대표팀 사령탑인 윤재명 감독이 이끄는 서울시청이었다.

서울시청에서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졸라맨 그는 2012년 동계체전에서 남자 일반부 2관왕에 오르고 처음으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하지만 부상의 악령은 그를 떠난 것이 아니었다. 시즌 도중 다시 왼 뒤꿈치에 피로 골절이 찾아와 부상과 싸우는 데 힘을 쏟아야 했다.

시즌을 마치고 태릉선수촌을 떠난 그는 마음을 편히 먹으면서 다시 컨디션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한빈은 "운동 욕심이 많다 보니 뒤처지기 싫어 개인 훈련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운동량은 줄이고 페이스를 유지하는 법을 익힌 것 같다"면서 "마음이 편
해지자 경기도 잘 풀렸다"고 했다.

결국 지난해 4월 선발전에서 이한빈은 전체 1위에 올라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는 아예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이한빈은 요즘 느낌이 좋다.

선발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왼쪽 발목이 아프지 않은데다 올해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이 재창단하면서 고향팀으로 돌아왔다.

이한빈은 "소속팀이 없을 때 도와주신 윤재명 감독님께 죄송해서 직접 말씀도 못 드렸다"면서 "하지만 윤 감독님께서 때가 됐다고 생각하셨는지 내게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고 감사
함과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성남시청 팀이 해체되던 당시 이한빈과 함께 아픔을 겪은 선수가 러시아 대표팀으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다.

이한빈은 한국체대 1학년 때 4학년이던 안현수와 한방을 썼고, 팀이 해체된 뒤에는 소속팀 없이 함께 운동하기도 했다.

안현수는 이한빈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선배이기도 하다.

이한빈은 "현수 형처럼 좋은 선수를 뒤따라 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케이팅 자세 등을 흡수하게 된다"면서 "페이스도 절로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소속팀이 없어 막막하던 시기에 둘을 가르치던 황익환 코치는 "너희 둘은 소치올림픽 결승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막연한 격려였지만, 두 선수 모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서 정말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열렸다.

비록 국적이 나뉘어 이제는 적으로 만나게 됐지만 힘겨운 시절을 함께 보낸 선·후배의 정은 여전히 끈끈하다.

이한빈은 "현수 형이 잠시 귀국해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결승전을 함께 치르고 나면 경기 결과가 어찌 나오든 상관없이 뜨겁게 포옹 한 번 해요'라고 말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결승전에서 만나서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한빈은 "당연히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최근 대표팀은 월드컵 시리즈에서의 설욕을 다짐하며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한빈은 "윤 감독님께서는 훈련에 자유를 주는 스타일이신데, 그것이 어린 선수들에게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여름에 많이 하지 못한 체력을 집중적으로 쌓는 중"이라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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