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공익 위한 고발…돌아온 건 보복·불이익

입력 2014.01.16 (21:27) 수정 2014.01.1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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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제투명성기구가 해마다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를 색깔로 표시한 지도입니다.

빨간색이 진할수록 부패가 심한 나라인데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OECD 34개 나라 가운데 27위, 최하위권입니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겠다고 정부는 내부 고발자들의 공익 제보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려 정책이 제대로 되고 있는 걸까요?

내부고발자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포스코 계열사에서 일했던 정진극 씨.

지난 2012년, 회사의 문제점을 본사에 이어 국민권익위에 제보했습니다.

계열사에서 포스코 본사에 보고한 동반성장 실적이 조작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폭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에 대한 '동반성장 우수기업' 지정을 취소했습니다.

이후 정 씨는 회사 이미지를 떨어뜨렸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됐습니다.

<인터뷰> 정진극(내부고발자) : "이렇게 될 거라면 신고를 안 했을 것입니다. 생활하는 것도 힘듭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해고의 부당성을 확인하고 복직을 결정했지만, 회사는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 씨는 지금도 실직 상태입니다.

외국어고등학교 교사였던 김 모 씨.

2011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학교가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조작에 가담했던 김 씨는 죄책감에 비리를 고발했는데, 도 교육청 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학교재단은 동료 교사를 음해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김 씨를 파면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교사) :"괜한 짓을 한 거구나 생각을 했었고, 믿었던 동료들이 등을 돌릴 때 힘들었다."

내부고발자들에게 남은 건 포상이 아니라 따돌림과 불이익이었습니다.

<기자 멘트>

공익 차원의 내부고발을 권장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공익 신고자 보호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고발자의 신원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보복성 조치를 금지한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앞서 보신 김 교사의 경우는 어떨까요?

사립학교의 비리를 고발한 만큼 사립학교법에 해당되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공익 신고자 보호법은 의료법과 식품위생법 등 180개 법률과 관련된 사안만 다루는데 사립학교법은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결국 김 교사는 공익 신고자 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180개 법은 우리나라 전체 법률의 14%에 불과합니다.

이렇다 보니 사립학교 문제는 물론이고 차명계좌, 분식회계 같은 기업의 비리를 신고해도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공직자나 공공기관의 비리를 신고하도록 하는 '부패방지법'은 어떨까요.

국민권익위에만 신고하도록 돼 있고 언론이나 시민단체에 제보하면 보호받을 수 없어 법 적용이 제한적입니다.

또 권익위에 조사권한이 없어서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각지대가 많다 보니 공익 고발자들의 삶은 힘듭니다.

최근 한 조사를 보면 내부고발자 42명 가운데 파면, 해임 등 불이익을 당한 사람이 32명, 76%나 됩니다.

현재 OECD 가입국을 위주로 50여 개 나라가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8년, 세계적 금융그룹인 UBS의 전 직원 버켄펠드는 회사가 미국 고객들을 상대로 거액의 탈세를 도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은행은 막대한 과징금을 물게 됐고, 버켄펠드도 탈세 조장 혐의로 2년 6개월을 복역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브래들리 버켄펠드 : "만 9천 명의 국제 범죄자를 폭로했습니다. 내가 그걸로 감옥에 가야 합니까?"

하지만 석방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내부 고발을 장려하기 위해 총 과징금의 30%까지 포상금을 주는 규정에 따라 미 국세청이 1억 4백 만 달러, 우리 돈 천 백억 원을 줬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처럼 내부고발자에 대한 강력한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 1989년 만들어진 내부 고발자 보호법은 내부 고발자가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더라도 정황만 뒷받침 된다면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도록 개정됐습니다.

또 내부 고발과 이에 따른 보복성 인사 조치를 조사하는 정부의 전담 기관까지 있습니다.

<인터뷰> 척 그래슬리(미 상원의원) : "지금 워싱턴엔 그 어느 때보다 진실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고 정부의 비리를 시정해야 합니다."

더욱 강화되는 내부 고발자 보호는 미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보루가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주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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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공익 위한 고발…돌아온 건 보복·불이익
    • 입력 2014-01-16 21:31:37
    • 수정2014-01-16 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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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제투명성기구가 해마다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를 색깔로 표시한 지도입니다.

빨간색이 진할수록 부패가 심한 나라인데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OECD 34개 나라 가운데 27위, 최하위권입니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겠다고 정부는 내부 고발자들의 공익 제보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려 정책이 제대로 되고 있는 걸까요?

내부고발자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포스코 계열사에서 일했던 정진극 씨.

지난 2012년, 회사의 문제점을 본사에 이어 국민권익위에 제보했습니다.

계열사에서 포스코 본사에 보고한 동반성장 실적이 조작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폭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에 대한 '동반성장 우수기업' 지정을 취소했습니다.

이후 정 씨는 회사 이미지를 떨어뜨렸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됐습니다.

<인터뷰> 정진극(내부고발자) : "이렇게 될 거라면 신고를 안 했을 것입니다. 생활하는 것도 힘듭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해고의 부당성을 확인하고 복직을 결정했지만, 회사는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 씨는 지금도 실직 상태입니다.

외국어고등학교 교사였던 김 모 씨.

2011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학교가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조작에 가담했던 김 씨는 죄책감에 비리를 고발했는데, 도 교육청 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학교재단은 동료 교사를 음해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김 씨를 파면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교사) :"괜한 짓을 한 거구나 생각을 했었고, 믿었던 동료들이 등을 돌릴 때 힘들었다."

내부고발자들에게 남은 건 포상이 아니라 따돌림과 불이익이었습니다.

<기자 멘트>

공익 차원의 내부고발을 권장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공익 신고자 보호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고발자의 신원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보복성 조치를 금지한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앞서 보신 김 교사의 경우는 어떨까요?

사립학교의 비리를 고발한 만큼 사립학교법에 해당되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공익 신고자 보호법은 의료법과 식품위생법 등 180개 법률과 관련된 사안만 다루는데 사립학교법은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결국 김 교사는 공익 신고자 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180개 법은 우리나라 전체 법률의 14%에 불과합니다.

이렇다 보니 사립학교 문제는 물론이고 차명계좌, 분식회계 같은 기업의 비리를 신고해도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공직자나 공공기관의 비리를 신고하도록 하는 '부패방지법'은 어떨까요.

국민권익위에만 신고하도록 돼 있고 언론이나 시민단체에 제보하면 보호받을 수 없어 법 적용이 제한적입니다.

또 권익위에 조사권한이 없어서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각지대가 많다 보니 공익 고발자들의 삶은 힘듭니다.

최근 한 조사를 보면 내부고발자 42명 가운데 파면, 해임 등 불이익을 당한 사람이 32명, 76%나 됩니다.

현재 OECD 가입국을 위주로 50여 개 나라가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8년, 세계적 금융그룹인 UBS의 전 직원 버켄펠드는 회사가 미국 고객들을 상대로 거액의 탈세를 도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은행은 막대한 과징금을 물게 됐고, 버켄펠드도 탈세 조장 혐의로 2년 6개월을 복역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브래들리 버켄펠드 : "만 9천 명의 국제 범죄자를 폭로했습니다. 내가 그걸로 감옥에 가야 합니까?"

하지만 석방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내부 고발을 장려하기 위해 총 과징금의 30%까지 포상금을 주는 규정에 따라 미 국세청이 1억 4백 만 달러, 우리 돈 천 백억 원을 줬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처럼 내부고발자에 대한 강력한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 1989년 만들어진 내부 고발자 보호법은 내부 고발자가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더라도 정황만 뒷받침 된다면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도록 개정됐습니다.

또 내부 고발과 이에 따른 보복성 인사 조치를 조사하는 정부의 전담 기관까지 있습니다.

<인터뷰> 척 그래슬리(미 상원의원) : "지금 워싱턴엔 그 어느 때보다 진실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고 정부의 비리를 시정해야 합니다."

더욱 강화되는 내부 고발자 보호는 미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보루가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주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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