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터키 에르도안 총리, ‘1조원대 부패자금’ 스캔들 휘말려

입력 2014.02.27 (18:01) 수정 2014.02.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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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수백만명이 그를 사랑하지만, 수백만명 이상이 그를 혐오한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이번달 터키 레제프 에르도안 총리를 평가한 말인데요.

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정치인 중의 한명, 에르도안 총리가 2003년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현지시간 이틀 전 아들과 무려 1조원이 넘는 돈을 뒤로 빼내려고 한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가 공개된 겁니다.

<녹취> 에르도안 녹음 파일 : "삼촌에게 얘기해라. 집에 있는 돈 모두 옮기라고"

유투브에 이 파일이 공개되면서 터키에서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중동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상황 들어보겠습니다. 두바이로 갑니다.

복창현 특파원!

<질문>
녹음파일 내용부터 자세히 전해주시죠?

<답변>
네.

문제의 녹음파일은 그제 유투브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됐습니다.

이 파일에는 에르도안 총리가 아들 빌랄과 현금을 숨기려는 계획을 논의한 통화가 담겨 있는데요.

터키 언론들은 파일에 이들이 숨기려 한 현금의 전체 규모가 나와있지는 않지만 최소 10억 달러, 우리돈 1조 7백여 원을 숨겼다는 설명이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에르도안 부자가 통화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17일, 터키 검경이 장관 세 명의 아들과 국책은행장 등 주요 인사를 뇌물 등의 혐의로 체포한 날입니다. 집권 정의개발당의 대형 뇌물수수로 비화된 이 사건은 두 달이 지나도록 터키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녹취> 빌랄 (아들/녹음 파일) : "사만드라와 말테페에 있는 돈 73만 달러와 30만 달러는 사업가 파익 으쉬크한테 100만 리라 빚을 지고 있어서 거기 보낼게요.

<녹취> 에르도안(총리) : "그렇게 정확히 집어서 말하지 마라. 알겠니?"

<녹취> 빌랄 (아들) : "알겠어요. 그런데 아버지, 지금 실시간으로 사찰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녹취> 에르도안(총리) : "그럴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가 이스탄불 경찰청에 뭘 해서…"

네 번에 걸쳐 에르도안 총리, 약 1조원에 이르는 현금을 어떻게 은폐할지를 상의합니다.

대화 말미 언급된 이스탄불 경찰청에 대해선 실제로 다음날 경찰청장이 경질되기도 했습니다.

'대도둑 에르도안의 비리 녹음' 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이번 파일은 공개된 지 사흘이 된 지금 무려 4백만이 넘는 조횟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질문>
하지만 당초 에르도안 총리 녹음파일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현재 에르도안 총리는 감청 파일이 편집된 것이며 검찰이 총리에 대한 '반역적 공격'을 하고 있다며 받아쳤구요.

또 국가 내부의 갱단이 정부를 전복하려 사법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에르도안(터키 총리) : "당신들이 녹음 파일을 갖고 당 대표를 만들거나, 직접 대표가 될 수 있을진 모릅니다. 하지만 집권당을 흐트러뜨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도청해서, 누가 유출했는지도 관심산데요.

총리 측은 야권과 결탁한 검찰 수사팀이 흘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터키 검찰과 경찰 사법부는 에르도안의 정적 페툴라 귤렌의 지지세력들이 대거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 망명중인 귤렌을 배후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야당과 전문가들은 음성이 자의적으로 편집됐다는 의혹에 대해 배경음에 변화가 없고 편집된 흔적이 없는 만큼 조작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질문>
1조 비리 스캔들 터키 시민들 계속해서 시위를 벌이고 있지요?

현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변>
현재 터키 야당과 시민들은 부패한 에르도안 정권이 터키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거세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수도 앙카라와 이즈미르, 안탈리아 등 10여개 터키 주요도시에서 이틀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부패를 없애자는 피켓을 들고 "모든 곳이 뇌물, 모든 곳이 부패"라며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위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시민

이에 대해 터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하고 시위를 주동한 수십명을 연행해 해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질문>
터키 정치권 발칵 뒤집혔는데..

복창현 특파원, 지금 터키는 다음달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8월 대선, 내년 총선까지 줄줄이 중요한 선거들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파문이 정국에 어떤 영향 미칠까요?

<답변>
네.

지난 12월 이후 줄기차게 총리 사퇴를 요구해 온 야당은 공세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총리가 속한 집권 정의개발당의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합니다만..

10년 이상 터키를 이끌어 오면서 경제 안정화를 가져왔다는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여론조사 순위에선 야당에 앞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민심의 중간점검 지점인 3월 지방선거 결과를 눈여겨 봐야 하는 상황이구요.

한편 재집권을 노리는 상황에서 당규상 총리 4연임이 불가능한 만큼 8월 대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던 에르도안 총리 역시 이번 지방선거에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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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터키 에르도안 총리, ‘1조원대 부패자금’ 스캔들 휘말려
    • 입력 2014-02-27 19:39:27
    • 수정2014-02-27 20:18:41
    글로벌24
<앵커 멘트>

"수백만명이 그를 사랑하지만, 수백만명 이상이 그를 혐오한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이번달 터키 레제프 에르도안 총리를 평가한 말인데요.

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정치인 중의 한명, 에르도안 총리가 2003년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현지시간 이틀 전 아들과 무려 1조원이 넘는 돈을 뒤로 빼내려고 한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가 공개된 겁니다.

<녹취> 에르도안 녹음 파일 : "삼촌에게 얘기해라. 집에 있는 돈 모두 옮기라고"

유투브에 이 파일이 공개되면서 터키에서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중동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상황 들어보겠습니다. 두바이로 갑니다.

복창현 특파원!

<질문>
녹음파일 내용부터 자세히 전해주시죠?

<답변>
네.

문제의 녹음파일은 그제 유투브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됐습니다.

이 파일에는 에르도안 총리가 아들 빌랄과 현금을 숨기려는 계획을 논의한 통화가 담겨 있는데요.

터키 언론들은 파일에 이들이 숨기려 한 현금의 전체 규모가 나와있지는 않지만 최소 10억 달러, 우리돈 1조 7백여 원을 숨겼다는 설명이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에르도안 부자가 통화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17일, 터키 검경이 장관 세 명의 아들과 국책은행장 등 주요 인사를 뇌물 등의 혐의로 체포한 날입니다. 집권 정의개발당의 대형 뇌물수수로 비화된 이 사건은 두 달이 지나도록 터키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녹취> 빌랄 (아들/녹음 파일) : "사만드라와 말테페에 있는 돈 73만 달러와 30만 달러는 사업가 파익 으쉬크한테 100만 리라 빚을 지고 있어서 거기 보낼게요.

<녹취> 에르도안(총리) : "그렇게 정확히 집어서 말하지 마라. 알겠니?"

<녹취> 빌랄 (아들) : "알겠어요. 그런데 아버지, 지금 실시간으로 사찰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녹취> 에르도안(총리) : "그럴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가 이스탄불 경찰청에 뭘 해서…"

네 번에 걸쳐 에르도안 총리, 약 1조원에 이르는 현금을 어떻게 은폐할지를 상의합니다.

대화 말미 언급된 이스탄불 경찰청에 대해선 실제로 다음날 경찰청장이 경질되기도 했습니다.

'대도둑 에르도안의 비리 녹음' 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이번 파일은 공개된 지 사흘이 된 지금 무려 4백만이 넘는 조횟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질문>
하지만 당초 에르도안 총리 녹음파일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현재 에르도안 총리는 감청 파일이 편집된 것이며 검찰이 총리에 대한 '반역적 공격'을 하고 있다며 받아쳤구요.

또 국가 내부의 갱단이 정부를 전복하려 사법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에르도안(터키 총리) : "당신들이 녹음 파일을 갖고 당 대표를 만들거나, 직접 대표가 될 수 있을진 모릅니다. 하지만 집권당을 흐트러뜨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도청해서, 누가 유출했는지도 관심산데요.

총리 측은 야권과 결탁한 검찰 수사팀이 흘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터키 검찰과 경찰 사법부는 에르도안의 정적 페툴라 귤렌의 지지세력들이 대거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 망명중인 귤렌을 배후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야당과 전문가들은 음성이 자의적으로 편집됐다는 의혹에 대해 배경음에 변화가 없고 편집된 흔적이 없는 만큼 조작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질문>
1조 비리 스캔들 터키 시민들 계속해서 시위를 벌이고 있지요?

현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변>
현재 터키 야당과 시민들은 부패한 에르도안 정권이 터키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거세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수도 앙카라와 이즈미르, 안탈리아 등 10여개 터키 주요도시에서 이틀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부패를 없애자는 피켓을 들고 "모든 곳이 뇌물, 모든 곳이 부패"라며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위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시민

이에 대해 터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하고 시위를 주동한 수십명을 연행해 해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질문>
터키 정치권 발칵 뒤집혔는데..

복창현 특파원, 지금 터키는 다음달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8월 대선, 내년 총선까지 줄줄이 중요한 선거들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파문이 정국에 어떤 영향 미칠까요?

<답변>
네.

지난 12월 이후 줄기차게 총리 사퇴를 요구해 온 야당은 공세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총리가 속한 집권 정의개발당의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합니다만..

10년 이상 터키를 이끌어 오면서 경제 안정화를 가져왔다는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여론조사 순위에선 야당에 앞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민심의 중간점검 지점인 3월 지방선거 결과를 눈여겨 봐야 하는 상황이구요.

한편 재집권을 노리는 상황에서 당규상 총리 4연임이 불가능한 만큼 8월 대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던 에르도안 총리 역시 이번 지방선거에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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