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맹물 기름’으로 주유하면 대형사고

<앵커 멘트>

15년 전, 공군 전투기가 이륙 1분 만에 추락해 조종사 한 명이 숨진 사고가 있었습니다.

기름 대신 물을 넣었기 때문인데, 그래서 '맹물 전투기' 사고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차량이 더 문제입니다.

물 섞인 연료 때문에 주행 도중 멈춰서는 이른바 '맹물 차량' 사고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적발된 '품질 부적합 석유'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물 섞인 기름'이었고, 문제가 돼 적발된 경우만도 170건이나 됐습니다.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맹물 기름'의 원인과 방지대책을 강나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속도로에 멈춰선 차량, 뒤따르던 차들이 급하게 속도를 줄이더니, 화물차에 받혀 화면에서 사라집니다.

강영석씨도 주행 도중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기름에 물이 섞인 '맹물 차량'은 곧바로 사고위험에 노출됩니다.

<인터뷰> 강영석('물 섞인 기름' 피해자) : "가다 울컥울컥 그러더라고요. 엔진이 울컥울컥.. 제가 생각하기엔 연료가 제대로 안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료가..."

수분 섞인 기름을 주유했을 때 실제로 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시뮬레이터를 통해 직접 실험해봤습니다.

정상 기름을 주유했을 때 이상이 없던 엔진, 경유에 20%의 물을 섞어보니, 10분도 되지 않아 굉음과 함께 엔진이 서 버립니다.

<인터뷰> 이호근(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엔진의 각종 부품의 윤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마모가 심해지고 결국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아주 많은 수리비가 발생하는..."

기름에 왜 물이 섞이는 걸까?

주유소 기름탱크 안팎의 온도차이로 탱크 안쪽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 현상'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또 낡은 탱크 외벽에 틈새가 생겨 눈,비가 유입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탱크에 빈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수시로 수분을 제거해야 하지만 비용을 이유로 소홀히 하기 일쑵니다.

<녹취> 주유소 관계자(음성변조) : "기름을 많이 채워놓음 결로현상이 덜 생기는거에요. 이게 연료 탱크가 반 정도 차있게 되면 결로현상이 많이 오는거죠."

또 수분 등 이물질을 걸러주는 차량 연료필터를 정기적으로 교환할 경우 맹물차 사고 위험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