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퇴치, 둥관의 고민

입력 2014.03.22 (08:31) 수정 2014.03.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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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중국의 제조업 중심지, 쉽게 말해 중국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남부 광둥성의 둥관입니다.

둥관은 19세기 아편전쟁 때 청나라 관리가 영국의 아편을 몰수해 불태운 곳으로도 유명한데요.

지금은 중국 최대의 성매매 도시라는 부끄러운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참다못한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성매매 퇴치에 나섰습니다.

성매매 종사자들은 물론 관련된 공직자들도 엄벌에 처함으로써 성매매의 뿌리를 뽑고 있습니다.

성매매 단속으로 관련 업종이 된서리를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그런데 정상적인 제조업체들까지 인력난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박정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최대의 공업 벨트인 광둥성 주장 삼각주 광저우와 선전, 그리고 둥관은 주장 삼각주의 핵심 도시들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둥관은 청나라 대신 임칙서가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몰수해 불태운 역사가 남아 있는 곳.

1840년 아편 전쟁 당시 시골의 작은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중국 제조업의 메카로 이름이 높습니다.

<인터뷰>류젠화(둥관 시민) : "둥관은 제조업으로 유명합니다. 선전과 광저우 사이에 위치해 둥관의 제조업과 전자 산업은 세계가 주목합니다."

하지만 둥관은 부끄러운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의 성매매 도시로 유명합니다.

2008년 경제 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여성들이 유흥업소로 대거 유입되면서 둥관의 성 산업은 규모가 더욱 커졌습니다.

지난 달 중국 관영 CCTV가 고발한 둥관의 성 매매 실태입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들이 패션쇼를 하듯 무대에 나오자 업소 주인은 홈쇼핑의 호스트처럼 여성을 소개합니다.

<녹취> "지금 나온 882번은 후베이 출신입니다. 긴 머리가 매력적입니다. 이런 스타일을 원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또 다른 호텔은 객실에 비밀 유리방을 설치했습니다.

손님들은 여성들이 민망한 차림으로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성매매 대상을 고를 수 있습니다.

<녹취> "안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쇼를 보고 선택하면 됩니다. 이 여성들은 800위안(14만 원)입니다. "

성매매가 활발하다보니 이른바 둥관식 서비스란 말도 생겼습니다.

20개 이상의 서비스 항목이 표준화돼 있고, 불만시 환불도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녹취> "침대에서 2시간 동안 모든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면 됩니다. "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중국 당국이 성매매 퇴치에 나섰습니다.

황색 즉 저질을 쓸어낸다는 뜻에서 성매매와의 전쟁은 중국말로 사오황으로 불립니다.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성매매 혐의자 9백여 명이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둥관시 공안국장 등 업소와 연결된 공무원들도 줄줄이 면직됐습니다.

이번 사오황은 후춘화 광둥성 당 서기의 작품입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강력을 지원을 받고 있는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라 성매매 단속에도 힘이 실려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후춘화(중국 광둥성 당서기) : "광둥성은 성 산업과 도박, 마약을 절대 용인하지 않고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모두 30명의 간부들에게도 책임을 물었습니다. "

강력한 성매매 단속에 관련 업종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중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성매매와의 전쟁이 40여일 넘게 계속되면서 둥관 경제, 그 가운데서도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둥관 시내 중심에 위치한 5성급 호텔 3층의 룸살롱은 고위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내부 수리중라는 팻말만 걸려 있습니다.

일부 중급 호텔들은 단속이 계속되자 아예 호텔 문을 닫았습니다.

퇴폐 영업을 해온 사우나는 물론 발마사지 업소들까지 영업을 포기한 채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호텔 문 닫은 건가요?) 문 닫았어요 (언제부터요?) 강력한 단속 있고 나서요."

둥관의 성 산업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최대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업소 여성들은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난 겁니다.

<인터뷰> 유흥업소 여성 : "(원래 업소에 몇 명이나 있었나요?) 백 명요 (지금은요?) 아무도 없어요. (어디로 간 거죠?) 일부는 고향으로 가고 일부는 다른 지방, 정말 먼 곳으로 가고.."

이들 여성이 주 고객인 업종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집니다.

업소 여성들이 찾던 미용실과 옷가게 등엔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무려 500억 위안, 우리돈 8조 원 규모의 시장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자가용 택시 영업 : "손님이 80% 줄었습니다. 전에 100명의 손님이 있었다면 지금은 20명밖에 없어요. "

성매매와의 전쟁으로 세계의 공장 둥관의 만성적인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특히 제조업에서 일할 젊은 여성 노동력이 부족합니다.

외지 여성들이 성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오해받을까봐 둥관에 오기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현재 둥관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둥관에 산다는 사실을 감출 지경입니다.

<인터뷰> 제조업 근로자 : "친구들이 어디서 일하느냐 물었을 때 만약 둥관이라고 하면 접대업에 종사하는 것 아니냐 오해가 걱정되는 거죠. 그래서 보통은 둥관에서 일한다고 말 안하죠. "

둥관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인력난을 겪기는 마찬가집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한국의 중견 기업, 완제품의 검사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최근 교대 근무를 없애고 공장 가동 시간을 단축했습니다.

<인터뷰> 서만석(창성전자 둥관지사장) : "작년에는 일주일 이내에 저희가 필요한 인원을 다 채울 수가 있었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광고를 하고 외부에 사람을 찾으러 나가도 필요한 인원을 다 못 채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둥관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서울 강남구 면적(39) 두배 규모의 쑹산후 하이테크 산업 단지, 대학과 기업의 첨단 기술 연구소와 생명공학, 금융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습니다.

둥관은 쑹산후를 발판으로 앞으로도 중국 최고의 투자 환경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인터뷰> 정성화9무역투자진흥공사 광저우 무역관 부관장) : "성매매와의 전쟁은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제거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국 남부 도시들이 그동안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둥관 성매매와의 전쟁, 사오황은 둥관 경제가 건강해지기 위해 이겨내야 할 성장통일 수 있습니다.

둥관이 성매매 도시의 오명을 털고 명실상부한 제조업 중심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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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 퇴치, 둥관의 고민
    • 입력 2014-03-22 09:01:49
    • 수정2014-03-22 09:10:1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중국의 제조업 중심지, 쉽게 말해 중국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남부 광둥성의 둥관입니다.

둥관은 19세기 아편전쟁 때 청나라 관리가 영국의 아편을 몰수해 불태운 곳으로도 유명한데요.

지금은 중국 최대의 성매매 도시라는 부끄러운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참다못한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성매매 퇴치에 나섰습니다.

성매매 종사자들은 물론 관련된 공직자들도 엄벌에 처함으로써 성매매의 뿌리를 뽑고 있습니다.

성매매 단속으로 관련 업종이 된서리를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그런데 정상적인 제조업체들까지 인력난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박정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최대의 공업 벨트인 광둥성 주장 삼각주 광저우와 선전, 그리고 둥관은 주장 삼각주의 핵심 도시들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둥관은 청나라 대신 임칙서가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몰수해 불태운 역사가 남아 있는 곳.

1840년 아편 전쟁 당시 시골의 작은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중국 제조업의 메카로 이름이 높습니다.

<인터뷰>류젠화(둥관 시민) : "둥관은 제조업으로 유명합니다. 선전과 광저우 사이에 위치해 둥관의 제조업과 전자 산업은 세계가 주목합니다."

하지만 둥관은 부끄러운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의 성매매 도시로 유명합니다.

2008년 경제 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여성들이 유흥업소로 대거 유입되면서 둥관의 성 산업은 규모가 더욱 커졌습니다.

지난 달 중국 관영 CCTV가 고발한 둥관의 성 매매 실태입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들이 패션쇼를 하듯 무대에 나오자 업소 주인은 홈쇼핑의 호스트처럼 여성을 소개합니다.

<녹취> "지금 나온 882번은 후베이 출신입니다. 긴 머리가 매력적입니다. 이런 스타일을 원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또 다른 호텔은 객실에 비밀 유리방을 설치했습니다.

손님들은 여성들이 민망한 차림으로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성매매 대상을 고를 수 있습니다.

<녹취> "안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쇼를 보고 선택하면 됩니다. 이 여성들은 800위안(14만 원)입니다. "

성매매가 활발하다보니 이른바 둥관식 서비스란 말도 생겼습니다.

20개 이상의 서비스 항목이 표준화돼 있고, 불만시 환불도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녹취> "침대에서 2시간 동안 모든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면 됩니다. "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중국 당국이 성매매 퇴치에 나섰습니다.

황색 즉 저질을 쓸어낸다는 뜻에서 성매매와의 전쟁은 중국말로 사오황으로 불립니다.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성매매 혐의자 9백여 명이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둥관시 공안국장 등 업소와 연결된 공무원들도 줄줄이 면직됐습니다.

이번 사오황은 후춘화 광둥성 당 서기의 작품입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강력을 지원을 받고 있는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라 성매매 단속에도 힘이 실려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후춘화(중국 광둥성 당서기) : "광둥성은 성 산업과 도박, 마약을 절대 용인하지 않고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모두 30명의 간부들에게도 책임을 물었습니다. "

강력한 성매매 단속에 관련 업종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중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성매매와의 전쟁이 40여일 넘게 계속되면서 둥관 경제, 그 가운데서도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둥관 시내 중심에 위치한 5성급 호텔 3층의 룸살롱은 고위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내부 수리중라는 팻말만 걸려 있습니다.

일부 중급 호텔들은 단속이 계속되자 아예 호텔 문을 닫았습니다.

퇴폐 영업을 해온 사우나는 물론 발마사지 업소들까지 영업을 포기한 채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호텔 문 닫은 건가요?) 문 닫았어요 (언제부터요?) 강력한 단속 있고 나서요."

둥관의 성 산업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최대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업소 여성들은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난 겁니다.

<인터뷰> 유흥업소 여성 : "(원래 업소에 몇 명이나 있었나요?) 백 명요 (지금은요?) 아무도 없어요. (어디로 간 거죠?) 일부는 고향으로 가고 일부는 다른 지방, 정말 먼 곳으로 가고.."

이들 여성이 주 고객인 업종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집니다.

업소 여성들이 찾던 미용실과 옷가게 등엔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무려 500억 위안, 우리돈 8조 원 규모의 시장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자가용 택시 영업 : "손님이 80% 줄었습니다. 전에 100명의 손님이 있었다면 지금은 20명밖에 없어요. "

성매매와의 전쟁으로 세계의 공장 둥관의 만성적인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특히 제조업에서 일할 젊은 여성 노동력이 부족합니다.

외지 여성들이 성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오해받을까봐 둥관에 오기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현재 둥관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둥관에 산다는 사실을 감출 지경입니다.

<인터뷰> 제조업 근로자 : "친구들이 어디서 일하느냐 물었을 때 만약 둥관이라고 하면 접대업에 종사하는 것 아니냐 오해가 걱정되는 거죠. 그래서 보통은 둥관에서 일한다고 말 안하죠. "

둥관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인력난을 겪기는 마찬가집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한국의 중견 기업, 완제품의 검사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최근 교대 근무를 없애고 공장 가동 시간을 단축했습니다.

<인터뷰> 서만석(창성전자 둥관지사장) : "작년에는 일주일 이내에 저희가 필요한 인원을 다 채울 수가 있었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광고를 하고 외부에 사람을 찾으러 나가도 필요한 인원을 다 못 채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둥관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서울 강남구 면적(39) 두배 규모의 쑹산후 하이테크 산업 단지, 대학과 기업의 첨단 기술 연구소와 생명공학, 금융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습니다.

둥관은 쑹산후를 발판으로 앞으로도 중국 최고의 투자 환경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인터뷰> 정성화9무역투자진흥공사 광저우 무역관 부관장) : "성매매와의 전쟁은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제거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국 남부 도시들이 그동안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둥관 성매매와의 전쟁, 사오황은 둥관 경제가 건강해지기 위해 이겨내야 할 성장통일 수 있습니다.

둥관이 성매매 도시의 오명을 털고 명실상부한 제조업 중심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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