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K팝 세계를 사로잡다

입력 2014.03.22 (08:39) 수정 2014.03.22 (09: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곳은 미국 남부 텍사스주 오스틴입니다.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란 이름의 대중음악 축제를 보고 계시는데요.

음악으로 시작해 이제는 영화 상영과 IT 신기술 전시까지 영역이 확대됐습니다.

핵심은 역시 음악축제인데요.

일종의 가요제로 출발해 28년째를 맞고 있는 오스틴의 음악축제에는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이 참가해 자신들만의 음악을 선보입니다.

올해는 우리 한국 뮤지션들이 다양한 형식의 K팝을 한자리에서 공연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거문고와 해금 등 국악기를 활용한 퓨전 국악 공연이 돋보였다고 합니다.

한국 뮤지션들의 합동 공연에는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나타나 관중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해 K-팝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습니다.

박영환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미국 남부 텍사스 주 주도 오스틴의 봄은 음악의 향연으로 시작됩니다.

북미 최대의 음악 축제인 SXSW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음악 축제로 온 도시는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듭니다.

열흘 동안 라이브 공연장이 몰려있는 중심가는 차량이 전면 통제됩니다.

오직 음악을 위해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섭니다.

스폰서가 없어서 공연장을 빌리지 못한 뮤지션들은 길거리 공연에 주력합니다.

전 세계에서 수 만 명의 음악산업 관계자가 오기에 캐스팅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음악의 거리에는 공연장 1,100 여 개가 줄지어 들어서 있습니다.

양쪽에 늘어선 건물 어디를 가도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만납니다.

오스틴이 미국 인디밴드의 고향이라는 말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맥주를 마시고 식사를 하며 음악에 빠져든 팬들의 모습에선 여유로운 풍류가 엿보입니다.

홀로 음악성을 발산하는 뮤지션들도 많습니다.

단 한 명의 관객 앞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을 합니다.

국적도 인종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오스틴의 거리에서 사람들은 음악을 매개로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됩니다.

이곳 오스틴은 매면 3월이면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2천 여 팀의 인디 밴드들로 성황을 이룹니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30여 만 명이 찾아옵니다.

16년 된 한국의 록 밴드 크라잉 넛도 공연에 앞서 음악의 거리를 찾았습니다.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 입니다.

<인터뷰> 김인수(크라잉넛 아코디언) : "새로운 친구를 많이 사귀고 아무래도 한국 에서 보다는 록 음악 본토에서 공연을 보니까 음악 기법이 넓은 것 같아요."

한국 뮤지션들의 K-팝 합동공연에는 공연 3시간 전부터 관객들이 몰려 수 십 미터가 넘는 긴 줄이 생겨났습니다.

<인터뷰> 매겐(K-팝 팬) : "예전에 미국서 아무도 케이 팝이 뭔지 몰랐죠. 요즘에는 제가 k-pop을 좋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이제는 상식으로 자리를 잡았죠."

한국 펑크록의 대명사인 크라잉넛의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는 일순간 달아오릅니다.

무대와 관객 사이의 간극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국 록커도 범접할 수 없는 빠른 리듬감과 흥겹고 폭발적인 에너지, 오스틴 공연을 전후로 미국 8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가진 크라잉넛은 한국식 록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한경록(크라잉넛 베이스) : "저희가 말 달리자를 연주할 때 팬들이 하도 점프하고 신나게 놀아가지고 무대가 무너질까봐 거기가 목조건물이었는데 신고가 들어와 가지고 경찰이..."

기반은 헤비메탈이지만 국악기가 흐름을 이끄는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는 팬들의 호기심을 자아냈습니다.

피리와 태평소, 생황, 해금, 거문고. 아쟁 같은 국악기의 깊고 그윽한 선율에 미국 팬들은 넋을 놓습니다.

음악전문가들은 잠비나이는 세계적 트렌드를 쫓기보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밴드라고 호평했습니다.

<인터뷰> 김보미(잠비나이 해금) : "악기가 신선하고 소리가 신선한 것도 플러스가 되고 기반이 록 음악이기에 때문에 미국 팬들도 편하게 듣는 것 같아요."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 잡은 일렉트로닉 음악은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즉흥성이 바로 매력입니다.

미국 팬들의 가슴을 깊게 파고들며 매료시킨 건 다름 아닌 한국적인 정취를 담은 흥겨운 멜로디였습니다.

<인터뷰> 죤(K-팝 팬) : "지금껏 제가 들어본 일렉트로닉 음악 중 최고예요. 정말 압동적인 무대였어요. 예전에 활동하던 좋은 뮤지션을 생각나게 해줬죠."

밤은 깊어갔고 새벽 공연이 진행될 무렵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케이 팝 공연장을 찾아와 1시간가량 자리를 지켰습니다.

관객들 사이에서 손을 흔들며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재범(합합 가수) : "레이디 가가 왔다고 특별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영광이죠."

K-팝이 단순한 호기심과 인기를 넘어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터뷰> 홍상표(한국 컨텐츠 진흥원 원장) : "한국 뮤지션 공연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고 세계적 팝스타인 레이디 가가가 직접 참석한 건 한국 인디 음악에 대한 좋은 평가와 기대를 반영한 것입니다."

록과 크로스오버, 힙합, 댄스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7시간 동안 연속 공연을 벌인 건 한국이 유일합니다.

K-팝의 다양성과 깊이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인터뷰> 켄(K-팝 팬) : "한국 음악은 현재 미국음악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인 것 같아요.정말 감동적인 무대였어요."

공연장 한 켠에 자리한 한국 뮤지션 홍보창구도 붐볐습니다.

CD와 뮤지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가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녹취> "샤워하고 머리를 손질해 난 보기가 좋아. 그녀를 만날 준비가 돼 있어. OK! 그녀는 지금 문을 닫고 있군. 웃음 지으며 다가가니 그녀는 저리 비켜 하며 등 돌리며 가버리네."

7년 전 오스틴에 발을 내딛었던 록밴드 YB는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원곡을 편곡하고 영어로 가사를 바꾼 시가렛 걸(Cigarette Girl)을 선보였습니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의 하납니다.

<인터뷰> 윤도현(YB밴드) : "송창식 선배님의 곡을 영어로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기쁘게 생각하고 의미도 있어요."

송창식이 풀어낸 사랑과 웃음, 풍자가 외국 팬들에게 제대로 먹힐지 궁금해집니다.

<인터뷰> 폴 김(만두 엔터테인먼트 사장) : "미국인들도 뉴 사운드와 새로운 브랜드의 엔터테인먼트를 찾는 거 같아요. 전통적인 록이라든가 이런 게 조금 퇴조하거든요."

<인터뷰> 제임스(SXSW 총감독) : "한국 뮤지션 공연을 직접 봤을 때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웠죠. 팬들은 폭발적이였고 정말이지 대단했어요."

K-팝 공연에 쏟아진 관객들의 열광과 환호는 케이 팝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음악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eye] K팝 세계를 사로잡다
    • 입력 2014-03-22 09:04:19
    • 수정2014-03-22 09:10:1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곳은 미국 남부 텍사스주 오스틴입니다.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란 이름의 대중음악 축제를 보고 계시는데요.

음악으로 시작해 이제는 영화 상영과 IT 신기술 전시까지 영역이 확대됐습니다.

핵심은 역시 음악축제인데요.

일종의 가요제로 출발해 28년째를 맞고 있는 오스틴의 음악축제에는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이 참가해 자신들만의 음악을 선보입니다.

올해는 우리 한국 뮤지션들이 다양한 형식의 K팝을 한자리에서 공연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거문고와 해금 등 국악기를 활용한 퓨전 국악 공연이 돋보였다고 합니다.

한국 뮤지션들의 합동 공연에는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나타나 관중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해 K-팝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습니다.

박영환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미국 남부 텍사스 주 주도 오스틴의 봄은 음악의 향연으로 시작됩니다.

북미 최대의 음악 축제인 SXSW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음악 축제로 온 도시는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듭니다.

열흘 동안 라이브 공연장이 몰려있는 중심가는 차량이 전면 통제됩니다.

오직 음악을 위해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섭니다.

스폰서가 없어서 공연장을 빌리지 못한 뮤지션들은 길거리 공연에 주력합니다.

전 세계에서 수 만 명의 음악산업 관계자가 오기에 캐스팅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음악의 거리에는 공연장 1,100 여 개가 줄지어 들어서 있습니다.

양쪽에 늘어선 건물 어디를 가도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만납니다.

오스틴이 미국 인디밴드의 고향이라는 말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맥주를 마시고 식사를 하며 음악에 빠져든 팬들의 모습에선 여유로운 풍류가 엿보입니다.

홀로 음악성을 발산하는 뮤지션들도 많습니다.

단 한 명의 관객 앞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을 합니다.

국적도 인종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오스틴의 거리에서 사람들은 음악을 매개로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됩니다.

이곳 오스틴은 매면 3월이면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2천 여 팀의 인디 밴드들로 성황을 이룹니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30여 만 명이 찾아옵니다.

16년 된 한국의 록 밴드 크라잉 넛도 공연에 앞서 음악의 거리를 찾았습니다.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 입니다.

<인터뷰> 김인수(크라잉넛 아코디언) : "새로운 친구를 많이 사귀고 아무래도 한국 에서 보다는 록 음악 본토에서 공연을 보니까 음악 기법이 넓은 것 같아요."

한국 뮤지션들의 K-팝 합동공연에는 공연 3시간 전부터 관객들이 몰려 수 십 미터가 넘는 긴 줄이 생겨났습니다.

<인터뷰> 매겐(K-팝 팬) : "예전에 미국서 아무도 케이 팝이 뭔지 몰랐죠. 요즘에는 제가 k-pop을 좋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이제는 상식으로 자리를 잡았죠."

한국 펑크록의 대명사인 크라잉넛의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는 일순간 달아오릅니다.

무대와 관객 사이의 간극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국 록커도 범접할 수 없는 빠른 리듬감과 흥겹고 폭발적인 에너지, 오스틴 공연을 전후로 미국 8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가진 크라잉넛은 한국식 록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한경록(크라잉넛 베이스) : "저희가 말 달리자를 연주할 때 팬들이 하도 점프하고 신나게 놀아가지고 무대가 무너질까봐 거기가 목조건물이었는데 신고가 들어와 가지고 경찰이..."

기반은 헤비메탈이지만 국악기가 흐름을 이끄는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는 팬들의 호기심을 자아냈습니다.

피리와 태평소, 생황, 해금, 거문고. 아쟁 같은 국악기의 깊고 그윽한 선율에 미국 팬들은 넋을 놓습니다.

음악전문가들은 잠비나이는 세계적 트렌드를 쫓기보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밴드라고 호평했습니다.

<인터뷰> 김보미(잠비나이 해금) : "악기가 신선하고 소리가 신선한 것도 플러스가 되고 기반이 록 음악이기에 때문에 미국 팬들도 편하게 듣는 것 같아요."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 잡은 일렉트로닉 음악은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즉흥성이 바로 매력입니다.

미국 팬들의 가슴을 깊게 파고들며 매료시킨 건 다름 아닌 한국적인 정취를 담은 흥겨운 멜로디였습니다.

<인터뷰> 죤(K-팝 팬) : "지금껏 제가 들어본 일렉트로닉 음악 중 최고예요. 정말 압동적인 무대였어요. 예전에 활동하던 좋은 뮤지션을 생각나게 해줬죠."

밤은 깊어갔고 새벽 공연이 진행될 무렵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케이 팝 공연장을 찾아와 1시간가량 자리를 지켰습니다.

관객들 사이에서 손을 흔들며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재범(합합 가수) : "레이디 가가 왔다고 특별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영광이죠."

K-팝이 단순한 호기심과 인기를 넘어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터뷰> 홍상표(한국 컨텐츠 진흥원 원장) : "한국 뮤지션 공연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고 세계적 팝스타인 레이디 가가가 직접 참석한 건 한국 인디 음악에 대한 좋은 평가와 기대를 반영한 것입니다."

록과 크로스오버, 힙합, 댄스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7시간 동안 연속 공연을 벌인 건 한국이 유일합니다.

K-팝의 다양성과 깊이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인터뷰> 켄(K-팝 팬) : "한국 음악은 현재 미국음악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인 것 같아요.정말 감동적인 무대였어요."

공연장 한 켠에 자리한 한국 뮤지션 홍보창구도 붐볐습니다.

CD와 뮤지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가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녹취> "샤워하고 머리를 손질해 난 보기가 좋아. 그녀를 만날 준비가 돼 있어. OK! 그녀는 지금 문을 닫고 있군. 웃음 지으며 다가가니 그녀는 저리 비켜 하며 등 돌리며 가버리네."

7년 전 오스틴에 발을 내딛었던 록밴드 YB는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원곡을 편곡하고 영어로 가사를 바꾼 시가렛 걸(Cigarette Girl)을 선보였습니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의 하납니다.

<인터뷰> 윤도현(YB밴드) : "송창식 선배님의 곡을 영어로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기쁘게 생각하고 의미도 있어요."

송창식이 풀어낸 사랑과 웃음, 풍자가 외국 팬들에게 제대로 먹힐지 궁금해집니다.

<인터뷰> 폴 김(만두 엔터테인먼트 사장) : "미국인들도 뉴 사운드와 새로운 브랜드의 엔터테인먼트를 찾는 거 같아요. 전통적인 록이라든가 이런 게 조금 퇴조하거든요."

<인터뷰> 제임스(SXSW 총감독) : "한국 뮤지션 공연을 직접 봤을 때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웠죠. 팬들은 폭발적이였고 정말이지 대단했어요."

K-팝 공연에 쏟아진 관객들의 열광과 환호는 케이 팝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음악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