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현장] ‘중2병’ 앓는 교실…멍드는 교사들

입력 2014.03.31 (15:20) 수정 2014.03.3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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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춘기 아이들을 일컫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중2병'이라는 건데요,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바로 이 중2병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어요.

당연히 웃자고 하는 얘긴데, 살펴보면 웃을수만은 없는 우리 교육의 슬픈 현실이 그 안에 있습니다.

서영민기자!

<질문>
'중2병'... 의학적인 질병이나 정신질환 같은 건 아니겠죠?

<답변>
네,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져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속어입니다.

당연히 의학적 질병은 아닙니다.

네, 사춘기 아이들이 겪게되는 심리적인 특성 가운데 한 단면을 얘기하는 신조업니다.

<질문>
자주 나타나는 특성이라면?

<답변>
네, 나는 남들과 다르다, 우월하다, 왜냐하면 나니까, 이런 식으로 좀 자기만의 착각에 빠져있는 학생들 있죠?

뭐 꼭 학생들만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걸 좀 얕잡아 일컫는건데요,

타인, 특히 또래 친구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게 되고 멋져보이려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아직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시기이다보니 안타깝게도 뭘 해도 좀 어설프죠.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최근 학교현장의 무질서한 교실 분위기와 연결되면서 일탈현상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거겠죠.

<질문>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답변>
흔히 하는 얘기로 아이들 반항 많이 하잖아요?

부모나 선생님한테 이유없이 대들거나, 어른들과는 대화 자체를 안 하려고 하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만 보는 식이라든가, 짜증이 많아져서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죠.

그런데 '교실붕괴' 혹은 '학급붕괴'라는 말 아시나요?

역시 일본에서 들어온 말인데요, 학생들의 비협조나 방해로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하거나, 사제간의 기본적인 질서조차 사라진, 그런 교실을 일컫는 말입니다.

단순히 수업 안듣고 잠을 자는 수준이 아닙니다.

수업시간에 허락도 없이 돌아다니고, 교실 바닥에 드러눕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권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건데요.

대드는 것은 물론, 교사를 성희롱하거나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학생들사이의 폭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부 선생님은 그래서 지금 학교현장은 '무정부 상태' 그 자체다, 희망이 없다라고 까지 이야기합니다.

<질문>
일부의 얘기겠죠?

학교현장의 전반적인 모습은 아니겠죠?

<답변>
네, 일반화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또 과거엔 특정 학교, 소수의 교실에서 벌어지는 문제였다면 지금은 광범위하게, 그것도 심각한 수준으로 변해버린 것도 분명합니다.

김중훈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점점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현재는 교실붕괴된 학급 수가 많아지고 저연령화될 분만 아니라, 사실상 교사의 지도력이 잘 미치지 않는, 학급학생들과 교사의 사이가 잘 작동하지 않는 서로 냉담한 서로 벽이 있는 그런 학급수가 광범위하게 늘어난 게 사실입니다. 상처를 많이 받고 학교에서 오히려 부적응하고 내가 학교가 무섭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예전엔 신규교사였는데 이제는 중견교사, 경력이 많은 교사에게서도 그런 문제가 발생됩니다. 어떤 분이냐면 우리가 생각하기엔 대부분 착하고 성실한, 온순한 분들입니다."

<질문>
교사들이 상처를 받고 학교가 무섭다, 라고까지 이야기한다구요?

<답변>
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들부터 한번 보시죠.

여선생님이 수업중인데 학생들이 떠들며 소란을 피웁니다.

<녹취> "선생님 애 낳으셨어요? 자연분만...인공분만...무슨 분만 하셨어요?"

농담 따먹기가 반복되는데

<녹취> "선생님 첫사랑은 누구? 첫 키스는 언제? 첫사랑! 첫사랑!"

무례한 말이 성희롱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녹취> "수업하자 쓸데없는 소리 말고..."

<녹취> "(첫 경험! 첫 경험!) 선생님 생리 시작한 때가 언제예요?"

정상적인 수업은 불가능하겠죠.

딸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학부모가 여교사를 폭행하는 영상도 있구요,

<녹취> "어디서 감히 나서. 어디다 대고..."

중학생이 건들거리면서, 반말로 선생님에게 대들기도 합니다.

<녹취> "말을 듣고 얘기하라고요, 싫은데 어쩌라고?"

<녹취> 교권 침해 경험 교사 : "아들보다 더한 학생들한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굉장히 충격으로 느꼈습니다. 교사로서의 자괴감 같은 것이 심하다 보니까..."

<질문>
이정도 되면 누구라도 두렵지 않을 수 없겠어요.

어디서부터 풀어봐야 할까요, 일선에서는 뭐라고들 하나요?

<답변>
보수적이신 분들은 학교 현장에 체벌이 없어져서 그렇다, 못때리게 하니까 애들이 버릇이 없어져도 이렇게까지 없어지는거 아니냐, 하실 수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실제 그런 말을 꽤 들었구요,

혹은 피해 교사들이 대부분 여선생님이니까, 여선생님이 너무 많은게 문제다, 이렇게 진단하시는 분도 없지 않으시죠.

하지만 이건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보는 잘못된 시각이라는게 일선 교사들의 평갑니다.

인권의식이 높아진 요즘 학생들이 때린다고 맞고있을 리도 없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우리 교육현장에선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보다는, 꼭 체벌은 아닐지라도 강압적인 권위로만 억누르려고 하는 모습이 많습니다.

<질문>
좀 세게 안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강압적인 교육 방식이 문제다?

<답변>
공부하기 싫다고 해도 '공부나해' 강요하고, 입시대열에서 낙오하면 이 학생들이 설 자리가 없는, 그래서 수업중에 잠이나 자는, 자다 보니 화가나는, 그런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이미 강압적으로 대할 수 없어진 학생들을 교육할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이게 문제인겁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새로운 질서가 없기 때문에 아니면,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을 아직 찾기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나타난다, 이렇게 봐야된다는 겁니다.

사실 교대, 사범대, 요즘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학생들이 선생님 되기 위해서 무슨 준비를 하는지 보면, 시험준비합니다.

학생들 만나고, 달라진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지를 고민하는게 아니구요,

칸막이된 책상 앞에 앉아서 잡다한 지식이나 외우고 임용고시 준비한다는 거죠.

왜냐하면 사범대를 나와도 임용고시 통과해서 교사가 되는 비율이 절반이 안됩니다.

교대도, 그러면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 해야되거든요.

좋은 선생님 되는 준비보다, 일단 선생님 자체가 되는 준비가 우선인 상황인거죠.

<질문>
이게 하나마나한 얘기일 수 있어서 말하기도 좀 그렇습니다만, 입시위주의 우리 교육 현실 역시 본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겠죠?

<답변>
네, 모든 교육적 시도들이 입시 앞에 무너집니다.

좋은 대학 많이 보낼 수 없는 좋은 교육, 학부모도, 학교 관리자도, 학생들도 원하지 않거든요.

좋은 학교 가는 교육이 나쁜건 아닌데, 수업이 문제풀이 동영상 강의가 되고, 여기에 관심없는 학생들은 학교가 싫고, 이런 학생들에 치여서 선생님도 학교가 두려운,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일, 결코 쉽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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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현장] ‘중2병’ 앓는 교실…멍드는 교사들
    • 입력 2014-03-31 15:27:42
    • 수정2014-03-31 16: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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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춘기 아이들을 일컫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중2병'이라는 건데요,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바로 이 중2병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어요.

당연히 웃자고 하는 얘긴데, 살펴보면 웃을수만은 없는 우리 교육의 슬픈 현실이 그 안에 있습니다.

서영민기자!

<질문>
'중2병'... 의학적인 질병이나 정신질환 같은 건 아니겠죠?

<답변>
네,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져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속어입니다.

당연히 의학적 질병은 아닙니다.

네, 사춘기 아이들이 겪게되는 심리적인 특성 가운데 한 단면을 얘기하는 신조업니다.

<질문>
자주 나타나는 특성이라면?

<답변>
네, 나는 남들과 다르다, 우월하다, 왜냐하면 나니까, 이런 식으로 좀 자기만의 착각에 빠져있는 학생들 있죠?

뭐 꼭 학생들만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걸 좀 얕잡아 일컫는건데요,

타인, 특히 또래 친구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게 되고 멋져보이려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아직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시기이다보니 안타깝게도 뭘 해도 좀 어설프죠.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최근 학교현장의 무질서한 교실 분위기와 연결되면서 일탈현상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거겠죠.

<질문>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답변>
흔히 하는 얘기로 아이들 반항 많이 하잖아요?

부모나 선생님한테 이유없이 대들거나, 어른들과는 대화 자체를 안 하려고 하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만 보는 식이라든가, 짜증이 많아져서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죠.

그런데 '교실붕괴' 혹은 '학급붕괴'라는 말 아시나요?

역시 일본에서 들어온 말인데요, 학생들의 비협조나 방해로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하거나, 사제간의 기본적인 질서조차 사라진, 그런 교실을 일컫는 말입니다.

단순히 수업 안듣고 잠을 자는 수준이 아닙니다.

수업시간에 허락도 없이 돌아다니고, 교실 바닥에 드러눕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권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건데요.

대드는 것은 물론, 교사를 성희롱하거나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학생들사이의 폭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부 선생님은 그래서 지금 학교현장은 '무정부 상태' 그 자체다, 희망이 없다라고 까지 이야기합니다.

<질문>
일부의 얘기겠죠?

학교현장의 전반적인 모습은 아니겠죠?

<답변>
네, 일반화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또 과거엔 특정 학교, 소수의 교실에서 벌어지는 문제였다면 지금은 광범위하게, 그것도 심각한 수준으로 변해버린 것도 분명합니다.

김중훈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점점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현재는 교실붕괴된 학급 수가 많아지고 저연령화될 분만 아니라, 사실상 교사의 지도력이 잘 미치지 않는, 학급학생들과 교사의 사이가 잘 작동하지 않는 서로 냉담한 서로 벽이 있는 그런 학급수가 광범위하게 늘어난 게 사실입니다. 상처를 많이 받고 학교에서 오히려 부적응하고 내가 학교가 무섭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예전엔 신규교사였는데 이제는 중견교사, 경력이 많은 교사에게서도 그런 문제가 발생됩니다. 어떤 분이냐면 우리가 생각하기엔 대부분 착하고 성실한, 온순한 분들입니다."

<질문>
교사들이 상처를 받고 학교가 무섭다, 라고까지 이야기한다구요?

<답변>
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들부터 한번 보시죠.

여선생님이 수업중인데 학생들이 떠들며 소란을 피웁니다.

<녹취> "선생님 애 낳으셨어요? 자연분만...인공분만...무슨 분만 하셨어요?"

농담 따먹기가 반복되는데

<녹취> "선생님 첫사랑은 누구? 첫 키스는 언제? 첫사랑! 첫사랑!"

무례한 말이 성희롱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녹취> "수업하자 쓸데없는 소리 말고..."

<녹취> "(첫 경험! 첫 경험!) 선생님 생리 시작한 때가 언제예요?"

정상적인 수업은 불가능하겠죠.

딸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학부모가 여교사를 폭행하는 영상도 있구요,

<녹취> "어디서 감히 나서. 어디다 대고..."

중학생이 건들거리면서, 반말로 선생님에게 대들기도 합니다.

<녹취> "말을 듣고 얘기하라고요, 싫은데 어쩌라고?"

<녹취> 교권 침해 경험 교사 : "아들보다 더한 학생들한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굉장히 충격으로 느꼈습니다. 교사로서의 자괴감 같은 것이 심하다 보니까..."

<질문>
이정도 되면 누구라도 두렵지 않을 수 없겠어요.

어디서부터 풀어봐야 할까요, 일선에서는 뭐라고들 하나요?

<답변>
보수적이신 분들은 학교 현장에 체벌이 없어져서 그렇다, 못때리게 하니까 애들이 버릇이 없어져도 이렇게까지 없어지는거 아니냐, 하실 수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실제 그런 말을 꽤 들었구요,

혹은 피해 교사들이 대부분 여선생님이니까, 여선생님이 너무 많은게 문제다, 이렇게 진단하시는 분도 없지 않으시죠.

하지만 이건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보는 잘못된 시각이라는게 일선 교사들의 평갑니다.

인권의식이 높아진 요즘 학생들이 때린다고 맞고있을 리도 없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우리 교육현장에선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보다는, 꼭 체벌은 아닐지라도 강압적인 권위로만 억누르려고 하는 모습이 많습니다.

<질문>
좀 세게 안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강압적인 교육 방식이 문제다?

<답변>
공부하기 싫다고 해도 '공부나해' 강요하고, 입시대열에서 낙오하면 이 학생들이 설 자리가 없는, 그래서 수업중에 잠이나 자는, 자다 보니 화가나는, 그런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이미 강압적으로 대할 수 없어진 학생들을 교육할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이게 문제인겁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새로운 질서가 없기 때문에 아니면,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을 아직 찾기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나타난다, 이렇게 봐야된다는 겁니다.

사실 교대, 사범대, 요즘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학생들이 선생님 되기 위해서 무슨 준비를 하는지 보면, 시험준비합니다.

학생들 만나고, 달라진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지를 고민하는게 아니구요,

칸막이된 책상 앞에 앉아서 잡다한 지식이나 외우고 임용고시 준비한다는 거죠.

왜냐하면 사범대를 나와도 임용고시 통과해서 교사가 되는 비율이 절반이 안됩니다.

교대도, 그러면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 해야되거든요.

좋은 선생님 되는 준비보다, 일단 선생님 자체가 되는 준비가 우선인 상황인거죠.

<질문>
이게 하나마나한 얘기일 수 있어서 말하기도 좀 그렇습니다만, 입시위주의 우리 교육 현실 역시 본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겠죠?

<답변>
네, 모든 교육적 시도들이 입시 앞에 무너집니다.

좋은 대학 많이 보낼 수 없는 좋은 교육, 학부모도, 학교 관리자도, 학생들도 원하지 않거든요.

좋은 학교 가는 교육이 나쁜건 아닌데, 수업이 문제풀이 동영상 강의가 되고, 여기에 관심없는 학생들은 학교가 싫고, 이런 학생들에 치여서 선생님도 학교가 두려운,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일, 결코 쉽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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