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결식아동 뭘 먹나 봤더니…영양 불균형 우려

입력 2014.04.04 (21:25) 수정 2014.04.0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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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끼니를 거르는 초.중.고 학생을 위해 자치단체들이 마련한 급식카드입니다.

한끼에 4천 원.

가정 형편에 따라 매일 한끼 또는 두끼 분이 지급됩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사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치단체가 결식아동 지원 사업을 정부로부터 넘겨받은지 10년째.

그 동안 지원 아동수는 배 넘게 증가했고, 절반 정도가 '급식카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드 금액의 상당 부분을 편의점에서 쓰고 있어 문제입니다.

먼저 강나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친구와 함께 동네 편의점을 찾은 초등학교 6학년 이 모군.

진열대 앞에서 서성이다 삼각김밥 하나와 딸기 우유를 집어듭니다.

저소득층 결식아동으로 급식카드를 지원받는 이 군은 일주일에 최소 3차례,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합니다.

<인터뷰> 이OO(결식아동) : "점심에는 학교에서 먹고 저녁에는요 이거 먹고 대충 먹고...삼각김밥은 꼭 하고 마실 거하고..."

중학교 3학년 박 모군도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인터뷰> 박OO(결식아동) : "(평소에 뭐 많이 사먹어요?) 제일 많이 먹는 건 빵이요. (빵 먹으면 금방 배 꺼지지 않아요?) 빵을 많이 먹어요. 한 3,4개?"

실제로 서울지역 전자급식카드 사용액 200억 가운데 35%가 편의점에서 쓰였고, 지난해는 비중이 더 늘었습니다.

세 끼 식사 가운데 한 끼 이상을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한 셈입니다.

<인터뷰> 편의점 점주 : "삼각김밥을 애들이 맛으로 사는지 가격으로 사는지 그런 것도 가끔 염려되고.."

한 편의점 업체의 지난해 급식카드 매출 실적을 분석해 봤습니다.

결식아동들이 가장 많이 사먹은 편의점 판매식품 20개 품목 가운데 8개가 초코우유 등 가공유였고, 삼각김밥과 햄버거가 뒤를 이었습니다.

도시락 등 비교적 다양한 음식재료가 들어간 제품은 상위 스무개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기자 멘트>

결식아동들이 즐겨찾는 편의점입니다.

냉장실에 갖가지 식품들이 진열돼 있죠.

이 가운데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 먹는다는 삼각김밥.

식재료가 얼마나 들어갔을까요?

평균 17개 품목으로 학교 급식의 절반 수준입니다.

단백질 제공량은 1개에 4그램 꼴로 남자중학생 한 끼 권장량의(16.6g) 4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성장에 필수영양소인 비타민C와 칼슘은 한끼 권장량의 6%에 불과합니다.

제대로 된 영양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겁니다.

아이들이 흔히 한끼 식사로 때우는 삼각김밥 2개에 가공유 1개를 더하면 단백질과 칼슘은 보충되지만, 장 장애와 비만의 원인이 되는 나트륨과 당류 섭취가 기준보다 훨씬 많아진다는 게 문젭니다.

'전자 급식카드'로 살 수 있는 편의점 음식은 170여 개.

앞서 분석을 뒷받침하듯 이 가운데 66%는 어린이 식품 관리 기준에서 벗어나는 '빨간 신호등' 음식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렇다면,이들을 위해 자치단체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어떤 방안을 고민하고 마련해야 할까요?

<리포트>

14살 김 모양에게 전달되는 저녁 식사용 도시락입니다.

<녹취> "도시락 배달왔습니다."

구청이 결식아동을 위해 일주일에 한끼 이상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겁니다.

콩나물 무침과 야채고로케 등 5가지 반찬.

삼각김밥과 비교하면 단백질 양만도 2배 가까이 됩니다.

<인터뷰> 김 모 양(결식아동) : "편의점에서 맛있는 반찬은 없고, 배가 고플 때 때우는 것 같은데.. (도시락은)어머니의 정성이 느껴져요."

하지만 아동들의 영양을 고민하는 자치단체는 많지 않습니다.

자치단체마다 아동급식위원회가 있지만 어떤 음식을 제공할 지는 뒷전입니다.

<녹취> 00구청 결식아동 담당 공무원 : "위원회 규정도 자세히 나와있지는 않은데. 서울시나 조례로 표준안을 제시한다든지 세부적으로 정해놓으면 저희도 일하는게 편하고.."

서울의 경우 전자카드 사용 가맹점 가운데 66%가 편의점입니다.

카드 가맹점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한식당이 전체 가맹점의 12%인 9백여 곳에 불과해 아이들이 밥을 사 먹고 싶어도 사먹을 곳이 마당치 않습니다.

편의점측의 적절한 음식선택 안내도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권수연/호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인터뷰> "영양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게끔 삼각김밥 살 때는 같이 판매하는 과일이라든지, 여러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합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기 아동들을 위한 급식인만큼 영양까지 감안하는 세심한 배려가 절실합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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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결식아동 뭘 먹나 봤더니…영양 불균형 우려
    • 입력 2014-04-04 21:26:33
    • 수정2014-04-04 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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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끼니를 거르는 초.중.고 학생을 위해 자치단체들이 마련한 급식카드입니다.

한끼에 4천 원.

가정 형편에 따라 매일 한끼 또는 두끼 분이 지급됩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사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치단체가 결식아동 지원 사업을 정부로부터 넘겨받은지 10년째.

그 동안 지원 아동수는 배 넘게 증가했고, 절반 정도가 '급식카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드 금액의 상당 부분을 편의점에서 쓰고 있어 문제입니다.

먼저 강나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친구와 함께 동네 편의점을 찾은 초등학교 6학년 이 모군.

진열대 앞에서 서성이다 삼각김밥 하나와 딸기 우유를 집어듭니다.

저소득층 결식아동으로 급식카드를 지원받는 이 군은 일주일에 최소 3차례,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합니다.

<인터뷰> 이OO(결식아동) : "점심에는 학교에서 먹고 저녁에는요 이거 먹고 대충 먹고...삼각김밥은 꼭 하고 마실 거하고..."

중학교 3학년 박 모군도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인터뷰> 박OO(결식아동) : "(평소에 뭐 많이 사먹어요?) 제일 많이 먹는 건 빵이요. (빵 먹으면 금방 배 꺼지지 않아요?) 빵을 많이 먹어요. 한 3,4개?"

실제로 서울지역 전자급식카드 사용액 200억 가운데 35%가 편의점에서 쓰였고, 지난해는 비중이 더 늘었습니다.

세 끼 식사 가운데 한 끼 이상을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한 셈입니다.

<인터뷰> 편의점 점주 : "삼각김밥을 애들이 맛으로 사는지 가격으로 사는지 그런 것도 가끔 염려되고.."

한 편의점 업체의 지난해 급식카드 매출 실적을 분석해 봤습니다.

결식아동들이 가장 많이 사먹은 편의점 판매식품 20개 품목 가운데 8개가 초코우유 등 가공유였고, 삼각김밥과 햄버거가 뒤를 이었습니다.

도시락 등 비교적 다양한 음식재료가 들어간 제품은 상위 스무개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기자 멘트>

결식아동들이 즐겨찾는 편의점입니다.

냉장실에 갖가지 식품들이 진열돼 있죠.

이 가운데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 먹는다는 삼각김밥.

식재료가 얼마나 들어갔을까요?

평균 17개 품목으로 학교 급식의 절반 수준입니다.

단백질 제공량은 1개에 4그램 꼴로 남자중학생 한 끼 권장량의(16.6g) 4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성장에 필수영양소인 비타민C와 칼슘은 한끼 권장량의 6%에 불과합니다.

제대로 된 영양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겁니다.

아이들이 흔히 한끼 식사로 때우는 삼각김밥 2개에 가공유 1개를 더하면 단백질과 칼슘은 보충되지만, 장 장애와 비만의 원인이 되는 나트륨과 당류 섭취가 기준보다 훨씬 많아진다는 게 문젭니다.

'전자 급식카드'로 살 수 있는 편의점 음식은 170여 개.

앞서 분석을 뒷받침하듯 이 가운데 66%는 어린이 식품 관리 기준에서 벗어나는 '빨간 신호등' 음식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렇다면,이들을 위해 자치단체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어떤 방안을 고민하고 마련해야 할까요?

<리포트>

14살 김 모양에게 전달되는 저녁 식사용 도시락입니다.

<녹취> "도시락 배달왔습니다."

구청이 결식아동을 위해 일주일에 한끼 이상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겁니다.

콩나물 무침과 야채고로케 등 5가지 반찬.

삼각김밥과 비교하면 단백질 양만도 2배 가까이 됩니다.

<인터뷰> 김 모 양(결식아동) : "편의점에서 맛있는 반찬은 없고, 배가 고플 때 때우는 것 같은데.. (도시락은)어머니의 정성이 느껴져요."

하지만 아동들의 영양을 고민하는 자치단체는 많지 않습니다.

자치단체마다 아동급식위원회가 있지만 어떤 음식을 제공할 지는 뒷전입니다.

<녹취> 00구청 결식아동 담당 공무원 : "위원회 규정도 자세히 나와있지는 않은데. 서울시나 조례로 표준안을 제시한다든지 세부적으로 정해놓으면 저희도 일하는게 편하고.."

서울의 경우 전자카드 사용 가맹점 가운데 66%가 편의점입니다.

카드 가맹점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한식당이 전체 가맹점의 12%인 9백여 곳에 불과해 아이들이 밥을 사 먹고 싶어도 사먹을 곳이 마당치 않습니다.

편의점측의 적절한 음식선택 안내도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권수연/호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인터뷰> "영양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게끔 삼각김밥 살 때는 같이 판매하는 과일이라든지, 여러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합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기 아동들을 위한 급식인만큼 영양까지 감안하는 세심한 배려가 절실합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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