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간다] ‘뒷금’ 하실거죠?

입력 2014.04.11 (23:13) 수정 2014.04.12 (00: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앞금'과 '뒷금'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금을 살 때는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데요. 부가세를 내고 사는 금을 '앞금', 부가세 없이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금을 '뒷금'이라고 합니다.

'앞금' 보다 '뒷금'거래가 월등히 많은 금 시장은 대표적인 지하경제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정부가 최근 음성적인 금 거래를 양성화하겠다는 목표로 한국거래소에 금시장을 개장했습니다.

그런데 금시장에서 양성적인 거래량은 미미한 반면 '뒷금' 거래는 여전합니다.

기자가 간다 오늘은 한국거래소 금시장의 한계와 '뒷금' 거래 실태를 심층취재했습니다.

김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국인의 금사랑은 유별납니다.

<인터뷰>> 이상영/김나형(서울 등촌동) : "(금 갖고 있는 거 있으세요?) 네, 아기 돌반지"

<인터뷰> 최옥분(인천 청천동) : "반지도 있고 목걸이도 있고 귀고리도 있고.."

<인터뷰> 김대수(경기도 안산시) : "현찰이나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는 거니까, 그렇게 많이 간직을 하려고 하는 거지. 옛날부터도."

한국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금을 갖고 있을까?

1인당 평균 보유한 금제품은 3개로 10명중 8명꼴로 금반지를, 5명꼴로 금목걸이를 갖고 있었습니다.

1인당 보유량은 42g, 즉 11돈 정도로 국민 전체 보유량은 최대 730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은행 보유량의 7배, 국제 시세로 30조 원어치가 넘습니다.

<인터뷰> 이상빈(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 "분단국가잖아요. 그래서 조금 불안한 심리가 있는데 그런 심리를 채워줄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바로 금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린 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금에 대한 선호가 높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금이 생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통되는 금은 수입금이거나 사람들이 내다 판 금 즉 '고금'입니다.

수입금 가운데는 밀수금이 많습니다.

<인터뷰> 이상빈(교수) : "금을 수입하려면 3% 관세를 물었고 10% 부가세를 내야 되잖아요. 그런 세제 때문에 밀수가 성행했고 그래서 밀수로 들어온 금을 또 거래하려면 음성적으로 할 수밖에 없잖아요."

소비자가 되판 고금 역시 대부분 음성적으로 거래됩니다.

이른바 '뒷금'입니다.

업계에선 한해 5조원에서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금과 금제품 거래량 가운데 '뒷금' 비율을 7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온현성(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장) : "국민정서가 금을 사고파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일반적으로 소매상이나 소비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금을 사고 파는 행위는 거의 양성화 돼있지 않았죠."

정부는 금 거래에서 탈세되는 부가가치세가 한 해에 적어도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달 24일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녹취> "골드바 1kg 짜리 하나가 5천만원입니까?"

금을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순도 99.99% 금이 단일 종목으로 거래됩니다.

금 수입업자와 생산업자가 금을 팔고, 금유통과 세공업체 등이 사는 구조입니다.

개인투자자는 증권사에 통해 매매할 수 있습니다.

거래 단위는 1g으로 가격이 공개시장을 통해 투명하게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예탁결제원이 금의 보관과 인출을 맡고, 조폐공사가 품질을 보증합니다.

음성적인 금거래를 흡수하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도 주어집니다.

장내 거래에는 부가세가 없고 매매 차익에 대해서도 소득세가 면제됩니다.

1kg 단위로 이뤄지는 실물금 인출 때만 부가가치세를 내면 됩니다.

<인터뷰> 정석호(한국거래소 일반상품부장) : "금시장 개설의 목적이 음성화된 금의 양성화였습니다.//우리나라 주얼리 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하는 그런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귀금속 도소매상이 밀집한 서울 종로3가.

곳곳에 현금영수증을 주고받자는 광고지가 붙어 있습니다.

상인들은 울상입니다.

<녹취> 귀금속업체 사장 : "장사가 안 되죠. 앉아서 밥 먹고 놀다 가죠."

올해부터 30만원 이상 귀금속을 현금 거래할 때 현금영수증 발행이 의무화됐습니다.

소비자가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은 업소를 신고하면, 업소는 50%의 과태료가 물고 신고자는 20%의 포상금을 지급받습니다.

오는 7월부터는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이 10만원 이상 귀금속 거래로 확대됩니다.

올들어 귀금속점 133곳이 현금영수증 미발행으로 국세청에 신고됐습니다.

업소에선 단골이 아닌 손님에 대해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녹취> 귀금속판매점 : "누구 인연으로 왔어요? 큰일나요 요새. 요새 잘못 사고팔면 큰일 나!"

<녹취> 귀금속판매점 : "신고해서 우리가 법적으로 걸리면 이 금액의 반을 물어야 돼요. 나중에 3번 정도 되면 영업정지에요."

정부는 한국거래소 금시장을 열어 정상적인 거래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 귀금속점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제로 음성적인 거래 차단에 나섰습니다.

전방위적 압박으로 '뒷금'을 뿌리뽑겠다는 건데, 시장의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취재진이 종로3가의 귀금속판매점에서 금을 직접 사봤습니다.

<녹취> 귀금속점 : "몇 돈이나 사시려고요? (취재진:한 30그램 정도.) 지금은 세금계산서 다 내야된다는 거 아세요 모르세요?"

'뒷금'은 안 판다던 업주는 현금을 보여주자 태도가 달라집니다.

<녹취> "(취재진 : 카드 말고 현금으로) 귀금속점 원래는 이게 부가세 같이 받아야돼요. 믿을만한 것 같아서 주기는 주는데.. 25.25g(7돈)짜리 123만 원만 줘."

아예 '뒷금'을 더 사라고 권하기까지 합니다.

<녹취> "이 참에 많이 사버리지 그래? 제일 싼 거야 요새."

취재진은 종로3가를 돌며 1시간만에 금덩이 3개를 샀습니다.

모두 '뒷금'입니다.

동네 금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현금만 내면 어디서든 쉽게 '뒷금'을 살 수 있습니다.

<녹취> A 금은방 업주 : "비싸게 팔면 손님이 삽니까? 안 사지. 손님이 저희보다 더 약은데...세파라치한테 걸리는 거지 일반 소비자한테 걸리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

<녹취> B 금은방 업주 : "오늘 같은 날 (3.75g/1돈에) 21만7천 원을 받으면 누가 금 사요? 안 사잖아요."

금은방 업주들은 금시장 개설과 현금영수증제만으로 '뒷금'을 몰아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녹취> 금은방 업주 : "시장에 정착되지는 않는다고 봐요. 왜 손님들도 싸게 사려고 하니까. 나만 안 걸리면 되는 거에요."

<녹취> 금은방 업주 : "부가세를 붙이게 되면 또 비싸다고 그래요, 손님들이요. 정착이 될 수 없어요."

유통업자가 고금이나 밀수금을 자료 없이 도매상에 넘기는 '뒷금'이 다시 소매상을 통해 자료 없이 소비자에게 팔리는 구조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뒷금'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데, 금시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취재진은 부산의 한국거래소 금시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이 출범 3주째를 맞았습니다.

금거래를 양성화 할 수 있는 통로는 만들어졌지만 가장 중요한 지표인 거래량이 매우 저조합니다.

금 시장 성공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

첫 주 평균 거래량은 4.1kg 둘째 주는 3.6kg 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주에는 3kg에도 못미쳤습니다.

국내 금 거래량의 1% 정도밖에 흡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물사업자 참여도 부진합니다.

생산업자 2개곳과 수입업자 1곳, 이렇게 3곳만 참여할 뿐입니다.

거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힙니다.

국제 금시세를 100으로 볼 때 한국거래소 금시장의 평균 시세는 101~102 수준입니다.

국내 도매 시세에 비해 최대 1% 가량 높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수입금에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 때문입니다.

서울의 한 금수입 전문업체입니다.

이 업체는 금시장에 팔기 위해 순금 30kg을 수입했다가 낭패를 당했습니다.

관세가 면제된다는 한국거래소의 설명을 믿고 금을 수입했지만 농특세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재수출했습니다.

<인터뷰> 황인호(금수입업체 과장) : "KRX쪽에서도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나 싶은데...농수산특별세라는 큰 장벽을 만나면서 저희가 어쩔 수 없이 수입했던 걸 다시 재반송시킬수밖에 없었습니다."

고금의 유입통로가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금시장의 매물은 수입금과 산업용 재활용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해 수십 톤씩 쏟아지는 고금은 금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없어 '뒷금'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인터뷰> 유동수(귀금속유통협회장) : "실물사업자들이 고금을 수집해서 골드바로 정련해서 (금시장에) 입고를 시켜서 거래를 해야되는데 일반 실물업자들이 금을 입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시중에 비해 거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국제 인증금도 조폐공사에서 다시 품질 검사를 받아야 입고할 수 있습니다.

실물 금 인출도 1kg 단위만 되는데다, 예탁결제원에서 인출하는데 적어도 하루가 걸립니다.

홍보도 부족해 일반 시민 대부분은 금시장 출범 자체를 모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지은(채상헌) : "부산에 금거래소 생긴 거 아나요? 몰라요. 처음 들어봐요. 이상영/김나영<인터뷰> 금거래소 개장한 거 아시나요? 아니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금은 고대로부터 희소성, 계량성, 휴대성, 내구성 같은 화폐의 속성을 모두 갖춘 궁극의 화폐로 평가돼 왔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역시 금은 화폐와 상품 2가지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빈(한양대 교수) : "금을 가지고 반지를 만든다 귀금속 제품을 만든다 이렇게 하면 상품이 되는 것이고, 금을갖다가 순수하게 골드바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라고 한다면 화폐로 쓰이는 기능이 있다고봅니다."

'앞금'과 '뒷금'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런 금의 속성에 걸맞지 않은 세금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식용이 아닌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화폐'로서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OECD 국가 가운데 골드바 같은 화폐적 속성의 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그나마 일본은 5%의 부가세를 골드바를 팔 때 소비자에게 환급해줍니다.

정부도 지난 해까지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세금을 환급해주며 4조원어치 고금을 양성화시켰습니다.

그런데 천2백억원이나 되는 세금을 돌려받은 사람은 금을 되판 소비자가 아닌 고금 수집업자였습니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선 합법적으로 금을 살 경우 바로 되팔더라도 17% 가량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인터뷰> 온현성(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장) : "원자재로 계속 10번 돌면 100%에요. 그렇잖아요. 그러면 그거 다 세금으로 환수해 버리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그렇게 때문에 (부가세) 기피를 하게 되고..."

이런 세금 때문에 우리나라의 '앞금' 시세는 늘 국제가격보다 10% 이상 비쌌고, 결국 '뒷금'이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정부가 현재 금과 금제품에서 걷는 세금은 한해에 1200억원 정도입니다.

금제품, 즉 주얼리 시장 규모는 5조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금제품에 대해서만 과세가 제대로 되더라도 한해에 5천억원의 세금을 걷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빈(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 "금을 가지고 있으면 가치가 전환되니까 그래서 그런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양면성을 잘 고려해서 금에 대한 세제가 개편돼야 된다고 봅니다. "

금시장에 대한 유통업자나 도소매업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지만 위험에 대비해 금을 사려고 하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투자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현물 금 없이 계좌 거래 위주인 시중은행의 골드뱅킹과 달리 현물금과 1대1 거래라는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실물금 보유의 장점과 계좌거래의 편의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공도현(한국거래소 금시장운영팀장) : "가격이 매수매도 양쪽 다 고려했을 때 저희가 저렴하고요. 수수료도 저렴하고 장기보관했을 때 품질이나 도난 위험도 없고 투자목적으로서는 당연히 저희가 유리한 상품입니다."

금시장 출범의 효과는 아직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도가 정비돼 금시장이 안착한다면, 국내 금 거래와 투자 관행이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럴 경우 순금을 사고 파는 거래 위주의 전국의 15000개 금은방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거래하는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멘트>

'뒷금'이 '앞금'보다 훨씬 많다면 '앞금'을 사는 사람만 손해를 보는 구죠인데요.

장기적으로 국민 정서와 세제 사이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기자가 간다] ‘뒷금’ 하실거죠?
    • 입력 2014-04-11 19:57:08
    • 수정2014-04-12 00:19:36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앞금'과 '뒷금'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금을 살 때는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데요. 부가세를 내고 사는 금을 '앞금', 부가세 없이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금을 '뒷금'이라고 합니다.

'앞금' 보다 '뒷금'거래가 월등히 많은 금 시장은 대표적인 지하경제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정부가 최근 음성적인 금 거래를 양성화하겠다는 목표로 한국거래소에 금시장을 개장했습니다.

그런데 금시장에서 양성적인 거래량은 미미한 반면 '뒷금' 거래는 여전합니다.

기자가 간다 오늘은 한국거래소 금시장의 한계와 '뒷금' 거래 실태를 심층취재했습니다.

김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국인의 금사랑은 유별납니다.

<인터뷰>> 이상영/김나형(서울 등촌동) : "(금 갖고 있는 거 있으세요?) 네, 아기 돌반지"

<인터뷰> 최옥분(인천 청천동) : "반지도 있고 목걸이도 있고 귀고리도 있고.."

<인터뷰> 김대수(경기도 안산시) : "현찰이나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는 거니까, 그렇게 많이 간직을 하려고 하는 거지. 옛날부터도."

한국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금을 갖고 있을까?

1인당 평균 보유한 금제품은 3개로 10명중 8명꼴로 금반지를, 5명꼴로 금목걸이를 갖고 있었습니다.

1인당 보유량은 42g, 즉 11돈 정도로 국민 전체 보유량은 최대 730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은행 보유량의 7배, 국제 시세로 30조 원어치가 넘습니다.

<인터뷰> 이상빈(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 "분단국가잖아요. 그래서 조금 불안한 심리가 있는데 그런 심리를 채워줄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바로 금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린 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금에 대한 선호가 높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금이 생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통되는 금은 수입금이거나 사람들이 내다 판 금 즉 '고금'입니다.

수입금 가운데는 밀수금이 많습니다.

<인터뷰> 이상빈(교수) : "금을 수입하려면 3% 관세를 물었고 10% 부가세를 내야 되잖아요. 그런 세제 때문에 밀수가 성행했고 그래서 밀수로 들어온 금을 또 거래하려면 음성적으로 할 수밖에 없잖아요."

소비자가 되판 고금 역시 대부분 음성적으로 거래됩니다.

이른바 '뒷금'입니다.

업계에선 한해 5조원에서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금과 금제품 거래량 가운데 '뒷금' 비율을 7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온현성(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장) : "국민정서가 금을 사고파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일반적으로 소매상이나 소비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금을 사고 파는 행위는 거의 양성화 돼있지 않았죠."

정부는 금 거래에서 탈세되는 부가가치세가 한 해에 적어도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달 24일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녹취> "골드바 1kg 짜리 하나가 5천만원입니까?"

금을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순도 99.99% 금이 단일 종목으로 거래됩니다.

금 수입업자와 생산업자가 금을 팔고, 금유통과 세공업체 등이 사는 구조입니다.

개인투자자는 증권사에 통해 매매할 수 있습니다.

거래 단위는 1g으로 가격이 공개시장을 통해 투명하게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예탁결제원이 금의 보관과 인출을 맡고, 조폐공사가 품질을 보증합니다.

음성적인 금거래를 흡수하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도 주어집니다.

장내 거래에는 부가세가 없고 매매 차익에 대해서도 소득세가 면제됩니다.

1kg 단위로 이뤄지는 실물금 인출 때만 부가가치세를 내면 됩니다.

<인터뷰> 정석호(한국거래소 일반상품부장) : "금시장 개설의 목적이 음성화된 금의 양성화였습니다.//우리나라 주얼리 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하는 그런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귀금속 도소매상이 밀집한 서울 종로3가.

곳곳에 현금영수증을 주고받자는 광고지가 붙어 있습니다.

상인들은 울상입니다.

<녹취> 귀금속업체 사장 : "장사가 안 되죠. 앉아서 밥 먹고 놀다 가죠."

올해부터 30만원 이상 귀금속을 현금 거래할 때 현금영수증 발행이 의무화됐습니다.

소비자가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은 업소를 신고하면, 업소는 50%의 과태료가 물고 신고자는 20%의 포상금을 지급받습니다.

오는 7월부터는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이 10만원 이상 귀금속 거래로 확대됩니다.

올들어 귀금속점 133곳이 현금영수증 미발행으로 국세청에 신고됐습니다.

업소에선 단골이 아닌 손님에 대해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녹취> 귀금속판매점 : "누구 인연으로 왔어요? 큰일나요 요새. 요새 잘못 사고팔면 큰일 나!"

<녹취> 귀금속판매점 : "신고해서 우리가 법적으로 걸리면 이 금액의 반을 물어야 돼요. 나중에 3번 정도 되면 영업정지에요."

정부는 한국거래소 금시장을 열어 정상적인 거래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 귀금속점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제로 음성적인 거래 차단에 나섰습니다.

전방위적 압박으로 '뒷금'을 뿌리뽑겠다는 건데, 시장의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취재진이 종로3가의 귀금속판매점에서 금을 직접 사봤습니다.

<녹취> 귀금속점 : "몇 돈이나 사시려고요? (취재진:한 30그램 정도.) 지금은 세금계산서 다 내야된다는 거 아세요 모르세요?"

'뒷금'은 안 판다던 업주는 현금을 보여주자 태도가 달라집니다.

<녹취> "(취재진 : 카드 말고 현금으로) 귀금속점 원래는 이게 부가세 같이 받아야돼요. 믿을만한 것 같아서 주기는 주는데.. 25.25g(7돈)짜리 123만 원만 줘."

아예 '뒷금'을 더 사라고 권하기까지 합니다.

<녹취> "이 참에 많이 사버리지 그래? 제일 싼 거야 요새."

취재진은 종로3가를 돌며 1시간만에 금덩이 3개를 샀습니다.

모두 '뒷금'입니다.

동네 금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현금만 내면 어디서든 쉽게 '뒷금'을 살 수 있습니다.

<녹취> A 금은방 업주 : "비싸게 팔면 손님이 삽니까? 안 사지. 손님이 저희보다 더 약은데...세파라치한테 걸리는 거지 일반 소비자한테 걸리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

<녹취> B 금은방 업주 : "오늘 같은 날 (3.75g/1돈에) 21만7천 원을 받으면 누가 금 사요? 안 사잖아요."

금은방 업주들은 금시장 개설과 현금영수증제만으로 '뒷금'을 몰아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녹취> 금은방 업주 : "시장에 정착되지는 않는다고 봐요. 왜 손님들도 싸게 사려고 하니까. 나만 안 걸리면 되는 거에요."

<녹취> 금은방 업주 : "부가세를 붙이게 되면 또 비싸다고 그래요, 손님들이요. 정착이 될 수 없어요."

유통업자가 고금이나 밀수금을 자료 없이 도매상에 넘기는 '뒷금'이 다시 소매상을 통해 자료 없이 소비자에게 팔리는 구조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뒷금'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데, 금시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취재진은 부산의 한국거래소 금시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이 출범 3주째를 맞았습니다.

금거래를 양성화 할 수 있는 통로는 만들어졌지만 가장 중요한 지표인 거래량이 매우 저조합니다.

금 시장 성공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

첫 주 평균 거래량은 4.1kg 둘째 주는 3.6kg 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주에는 3kg에도 못미쳤습니다.

국내 금 거래량의 1% 정도밖에 흡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물사업자 참여도 부진합니다.

생산업자 2개곳과 수입업자 1곳, 이렇게 3곳만 참여할 뿐입니다.

거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힙니다.

국제 금시세를 100으로 볼 때 한국거래소 금시장의 평균 시세는 101~102 수준입니다.

국내 도매 시세에 비해 최대 1% 가량 높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수입금에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 때문입니다.

서울의 한 금수입 전문업체입니다.

이 업체는 금시장에 팔기 위해 순금 30kg을 수입했다가 낭패를 당했습니다.

관세가 면제된다는 한국거래소의 설명을 믿고 금을 수입했지만 농특세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재수출했습니다.

<인터뷰> 황인호(금수입업체 과장) : "KRX쪽에서도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나 싶은데...농수산특별세라는 큰 장벽을 만나면서 저희가 어쩔 수 없이 수입했던 걸 다시 재반송시킬수밖에 없었습니다."

고금의 유입통로가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금시장의 매물은 수입금과 산업용 재활용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해 수십 톤씩 쏟아지는 고금은 금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없어 '뒷금'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인터뷰> 유동수(귀금속유통협회장) : "실물사업자들이 고금을 수집해서 골드바로 정련해서 (금시장에) 입고를 시켜서 거래를 해야되는데 일반 실물업자들이 금을 입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시중에 비해 거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국제 인증금도 조폐공사에서 다시 품질 검사를 받아야 입고할 수 있습니다.

실물 금 인출도 1kg 단위만 되는데다, 예탁결제원에서 인출하는데 적어도 하루가 걸립니다.

홍보도 부족해 일반 시민 대부분은 금시장 출범 자체를 모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지은(채상헌) : "부산에 금거래소 생긴 거 아나요? 몰라요. 처음 들어봐요. 이상영/김나영<인터뷰> 금거래소 개장한 거 아시나요? 아니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금은 고대로부터 희소성, 계량성, 휴대성, 내구성 같은 화폐의 속성을 모두 갖춘 궁극의 화폐로 평가돼 왔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역시 금은 화폐와 상품 2가지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빈(한양대 교수) : "금을 가지고 반지를 만든다 귀금속 제품을 만든다 이렇게 하면 상품이 되는 것이고, 금을갖다가 순수하게 골드바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라고 한다면 화폐로 쓰이는 기능이 있다고봅니다."

'앞금'과 '뒷금'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런 금의 속성에 걸맞지 않은 세금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식용이 아닌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화폐'로서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OECD 국가 가운데 골드바 같은 화폐적 속성의 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그나마 일본은 5%의 부가세를 골드바를 팔 때 소비자에게 환급해줍니다.

정부도 지난 해까지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세금을 환급해주며 4조원어치 고금을 양성화시켰습니다.

그런데 천2백억원이나 되는 세금을 돌려받은 사람은 금을 되판 소비자가 아닌 고금 수집업자였습니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선 합법적으로 금을 살 경우 바로 되팔더라도 17% 가량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인터뷰> 온현성(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장) : "원자재로 계속 10번 돌면 100%에요. 그렇잖아요. 그러면 그거 다 세금으로 환수해 버리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그렇게 때문에 (부가세) 기피를 하게 되고..."

이런 세금 때문에 우리나라의 '앞금' 시세는 늘 국제가격보다 10% 이상 비쌌고, 결국 '뒷금'이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정부가 현재 금과 금제품에서 걷는 세금은 한해에 1200억원 정도입니다.

금제품, 즉 주얼리 시장 규모는 5조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금제품에 대해서만 과세가 제대로 되더라도 한해에 5천억원의 세금을 걷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빈(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 "금을 가지고 있으면 가치가 전환되니까 그래서 그런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양면성을 잘 고려해서 금에 대한 세제가 개편돼야 된다고 봅니다. "

금시장에 대한 유통업자나 도소매업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지만 위험에 대비해 금을 사려고 하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투자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현물 금 없이 계좌 거래 위주인 시중은행의 골드뱅킹과 달리 현물금과 1대1 거래라는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실물금 보유의 장점과 계좌거래의 편의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공도현(한국거래소 금시장운영팀장) : "가격이 매수매도 양쪽 다 고려했을 때 저희가 저렴하고요. 수수료도 저렴하고 장기보관했을 때 품질이나 도난 위험도 없고 투자목적으로서는 당연히 저희가 유리한 상품입니다."

금시장 출범의 효과는 아직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도가 정비돼 금시장이 안착한다면, 국내 금 거래와 투자 관행이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럴 경우 순금을 사고 파는 거래 위주의 전국의 15000개 금은방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거래하는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멘트>

'뒷금'이 '앞금'보다 훨씬 많다면 '앞금'을 사는 사람만 손해를 보는 구죠인데요.

장기적으로 국민 정서와 세제 사이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