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모저모] 베네수엘라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빈민가’

입력 2014.04.23 (11:14) 수정 2014.04.23 (14: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빈민가가 있습니다.

건설이 중단된 45층짜리 빌딩이 빈민들에게는 안전하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 있는 것인데요.

지구촌 이모저모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아빌라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 전망의 45층 건물.

베네수엘라에서 3번째로 높은 이 빌딩은 오성급 호텔도, 호화 아파트도 아닙니다.

'데이비드 타워'로 불리는 이 건물은 원래 금융센터로 쓰일 예정이었는데요.

1994년 건물 개발업자가 사망하고 베네수엘라 금융시장이 붕괴되자, 건설이 중단된 채 방치됐습니다.

빈민들이 이 건물을 차지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7년부터….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묵인해준 덕에 3천여 명이 둥지를 틀었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빈민가'가 형성됐습니다.

3년째 이 건물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범죄가 빈번한 카라카스 거리나 슬럼가보다 이곳이 훨씬 안전하다며 안도감을 나타냅니다.

<인터뷰> 다이스 루이즈(거주민) : "예전에 살던 빈민가는 매우 위험한 지역이었어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사건들을 목격했습니다."

대다수 카라카스 주민이 이 빌딩 거주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은데요.

건물을 불법 점유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고, 다른 빈민가와 마찬가지로 '범죄의 온상'이 될 우려가 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1년 반 사이에 이곳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복도를 깨끗이 치우고 벽 곳곳에 지켜야 할 내부 규율을 고지해뒀는데요.

자치회를 구성해 이를 지키지 않는 주민들에게 일종의 사회 봉사를 명하고, 치안 확보를 위해 경비도 세우고 있습니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채 갖춰지지 않았던 배관과 전기, 수도 시설도 힘을 모아 정비했습니다.

이제는 건물 안에 식료품 가게와 미용실 등 기본 편의 시설도 들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리암 피게로아(가게 운영 주민) : "처음에는 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익숙지 않았어요. 물도 전기도 쓸 수 없었고요. 하지만 월세를 내고 나면 음식을 살 돈이 없어서 이곳에 오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45층 초고층 빈민가...

국가의 쇠락을 상징했던 도시 흉물이 빈민들에게는 천국같은 보금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이모저모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이모저모] 베네수엘라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빈민가’
    • 입력 2014-04-23 11:14:49
    • 수정2014-04-23 14:45:21
    지구촌뉴스
<앵커 멘트>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빈민가가 있습니다.

건설이 중단된 45층짜리 빌딩이 빈민들에게는 안전하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 있는 것인데요.

지구촌 이모저모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아빌라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 전망의 45층 건물.

베네수엘라에서 3번째로 높은 이 빌딩은 오성급 호텔도, 호화 아파트도 아닙니다.

'데이비드 타워'로 불리는 이 건물은 원래 금융센터로 쓰일 예정이었는데요.

1994년 건물 개발업자가 사망하고 베네수엘라 금융시장이 붕괴되자, 건설이 중단된 채 방치됐습니다.

빈민들이 이 건물을 차지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7년부터….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묵인해준 덕에 3천여 명이 둥지를 틀었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빈민가'가 형성됐습니다.

3년째 이 건물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범죄가 빈번한 카라카스 거리나 슬럼가보다 이곳이 훨씬 안전하다며 안도감을 나타냅니다.

<인터뷰> 다이스 루이즈(거주민) : "예전에 살던 빈민가는 매우 위험한 지역이었어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사건들을 목격했습니다."

대다수 카라카스 주민이 이 빌딩 거주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은데요.

건물을 불법 점유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고, 다른 빈민가와 마찬가지로 '범죄의 온상'이 될 우려가 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1년 반 사이에 이곳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복도를 깨끗이 치우고 벽 곳곳에 지켜야 할 내부 규율을 고지해뒀는데요.

자치회를 구성해 이를 지키지 않는 주민들에게 일종의 사회 봉사를 명하고, 치안 확보를 위해 경비도 세우고 있습니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채 갖춰지지 않았던 배관과 전기, 수도 시설도 힘을 모아 정비했습니다.

이제는 건물 안에 식료품 가게와 미용실 등 기본 편의 시설도 들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리암 피게로아(가게 운영 주민) : "처음에는 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익숙지 않았어요. 물도 전기도 쓸 수 없었고요. 하지만 월세를 내고 나면 음식을 살 돈이 없어서 이곳에 오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45층 초고층 빈민가...

국가의 쇠락을 상징했던 도시 흉물이 빈민들에게는 천국같은 보금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이모저모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