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다니는 회사?’ 어린이날 논란의 편지

입력 2014.05.05 (07:29) 수정 2014.05.0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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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대기업이 어린이날마다 일을 해야하는 하청업체 직원 자녀들에게 편지와 상품권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청업체 직원들은 이 편지를 받을 때 마다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찌된 사연인지 이철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통신대기업의 하청업체 소속 인터넷 설치 기사 김 모 씨, 고객 서비스를 위해 올해도 어린이날에 일을 해야 합니다.

휴일 수당도 따로 없습니다.

일하는 것보다 이들의 기분을 더 자극하는 건 원청 대기업이 자녀 앞으로 보내는 편지.

아빠가 다니는 회사의 네트워크 부문장 아저씨가 보낸다는 글은 어린이 날에도 아빠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건 아빠가 세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 어린이 날에는 하청업체 기사들의 자녀들에게 이런 편지와 함께 만원 짜리 상품권 2장이 보내졌습니다.

언뜻 좋은 취지로 보이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은 다릅니다.

<인터뷰> 김OO(인터넷 설치기사) : "같이 있지도 못하고 일하러 나가야 되는데 이건 뭐 희롱하는 것도 아니고."

이들을 자극한 건 '아빠가 다니는 회사'라는 문구...

겉으로는 하청업체 직원이어서 불법파견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OO(인터넷 설치기사) : "(자기 회사 직원으로) 인정도 안하면서 그런 식으로 써 있는 것도 불쾌하구요. '아빠 이런 좋은 회사 다녀?'라고는 하는데 대기업에 다닌다고 좋아라 하기는 합니다."

<인터뷰> 윤OO(공인노무사) " "이런 편지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이 통신 대기업이)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한 고용 주체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자료가 아닌가."

통신 대기업은 선의로 시작한 일인데 부적절한 표현이 물의를 빚은 것 같다며 앞으로는 편지를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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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05 07: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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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이 어린이날마다 일을 해야하는 하청업체 직원 자녀들에게 편지와 상품권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청업체 직원들은 이 편지를 받을 때 마다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찌된 사연인지 이철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통신대기업의 하청업체 소속 인터넷 설치 기사 김 모 씨, 고객 서비스를 위해 올해도 어린이날에 일을 해야 합니다.

휴일 수당도 따로 없습니다.

일하는 것보다 이들의 기분을 더 자극하는 건 원청 대기업이 자녀 앞으로 보내는 편지.

아빠가 다니는 회사의 네트워크 부문장 아저씨가 보낸다는 글은 어린이 날에도 아빠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건 아빠가 세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 어린이 날에는 하청업체 기사들의 자녀들에게 이런 편지와 함께 만원 짜리 상품권 2장이 보내졌습니다.

언뜻 좋은 취지로 보이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은 다릅니다.

<인터뷰> 김OO(인터넷 설치기사) : "같이 있지도 못하고 일하러 나가야 되는데 이건 뭐 희롱하는 것도 아니고."

이들을 자극한 건 '아빠가 다니는 회사'라는 문구...

겉으로는 하청업체 직원이어서 불법파견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OO(인터넷 설치기사) : "(자기 회사 직원으로) 인정도 안하면서 그런 식으로 써 있는 것도 불쾌하구요. '아빠 이런 좋은 회사 다녀?'라고는 하는데 대기업에 다닌다고 좋아라 하기는 합니다."

<인터뷰> 윤OO(공인노무사) " "이런 편지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이 통신 대기업이)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한 고용 주체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자료가 아닌가."

통신 대기업은 선의로 시작한 일인데 부적절한 표현이 물의를 빚은 것 같다며 앞으로는 편지를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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