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어떻게?

입력 2014.06.08 (17:25) 수정 2014.06.08 (18: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앞서 보신대로 이번 KBS 사태와 관련해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런 지적들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죠?

<답변>

네, 공영방송은 정치적인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공영방송 사장의 임명 방식 자체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사장 선임 구조를 바꾸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과 문제점 등을 구영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KBS가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의 정치적 편향성이 논란이 되는 것은 사장 선임 구조 자체의 문제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KBS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법률상으로 (방송법 46조 3항) KBS 이사는 11명으로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지명.여당 추천과 야당 추천이 3대 2인 방통위원에 따라 KBS 이사도 여당과 야당 성향이 각각 7명과 4명입니다.

이렇다보니 사장의 임명에 청와대 등 정치적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강형철(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정치의 구조가 그대로 KBS 이사진에 들어온단 말이죠. 이 사회의 지도급의 인사들이 모여서 중요한 우리 사회적 제도인 KBS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되는데 불행하게도 스스로 여당 이사. 야당 이사 해가지고..."

조금씩 제도상의 변화는 있었지만, 정치권력에서 독립될 수 없는 구조다보니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왔습니다.

1990년 4월 12일. KBS 서기원 사장의 첫 출근날.

KBS 사원들은 노태우 정권이 방송장악을 위해 정권의 뜻에 맞는 사장을 앉혔다며 저지에 나섰습니다.

곧바로 천여 명의 사복 경찰들이 투입됐고, 117명의 사원들이 강제로 연행됐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 첫 멘트(1990.4.12.) : "신임 사장을 반대하면서 제작 거부에 들어가서 KBS 방송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9시 뉴스도, 보도국 기자들이 스튜디오 안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끝에, 13분 만에 중단됐습니다.

사실, KBS는 1973년 국영방송에서 공영방송체제인 한국방송공사로 바뀌었지만 1980년대, KBS 9시 뉴스는 늘 대통령 소식부터 시작해 이른바 ‘땡전 뉴스’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녹취> "전두환 대통령은 점퍼차림 검소한 복장으로 청진동 골목을 찾아서..."

그러나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KBS에도 노동조합이 생기고 정치적 독립에 대한 요구가 시작됐습니다.

1989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9년 만에, 그날의 진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광주는 말한다> 가 방송됐습니다.

<녹취>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들은 그 오랜 세월동안 숨죽인 속삭임으로만 전해져왔다."

당시 시청률이 무려 70%에 달할 정도로 국민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당시 여당에서는 과거와 달라진 KBS의 태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녹취> 박희태(당시 민정당 대변인) : "우리가 믿고 사랑하던 KBS의 품위, 양식 깊이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지 실망치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노태우 정권은 당시 KBS 사장이었던 서영훈 사장에 대한 특별 감사를 통해, 서 사장을 해임했습니다.

이후 사장으로 임명된 인물이 유신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서기원 씨였습니다.

<녹취> "정권의 앞잡이어서 온 게 아니야...KBS 위기가 와있어 우리 힘으로..."

이후에도, KBS 사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정부성향의 인물로 따라서 바뀌었고, 그때마다 KBS는 홍역을 치렀습니다.

1998년엔, 임기를 1년 앞둔 홍두표 사장이 물러난 뒤 김대중 정부 출범을 전후로 정부조직개편 심의 위원장을 맡았던 박권상 사장이 취임했습니다.

2003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고문을 지낸 서동구씨가 KBS 사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그러나, 사원들의 출근저지 투쟁 등 반발로 8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녹취> "서동구 사장은 그 동안 특정정당의 언론정책고문을 지내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KBS 노조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아왔습니다."

이후 임명된 정연주 사장은, 정권 교체와 함께,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았습니다.

2008년, 감사원은 특별감사를 통해 부실 경영 등의 책임이 있다며, 정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이사회 해체하라!"

이사회는 야당이사들의 퇴장 속에 사장 해임안을 가결했습니다.

<녹취> 이동관(전 청와대 대변인) :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오전 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을 받아들여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습니다."

이에 앞서, 당시 박재완 청와대 수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BS를 정부 산하기관으로 잘못 규정하며 KBS 사장이 국정철학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해 또다시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논란을 빚었습니다.

또, 2009년, 김인규 전 KBS 사장 역시 출근 첫날부터 낙하산 사장 논란 속에 노조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김 전 사장은 2008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전략실장을 지냈습니다.

이처럼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KBS 사장 자리에 앉는 과정에서 KBS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KBS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시절 공약을 내놓은바 있습니다.

<녹취> 박근혜 후보 공약 연설 : "공영방송 이사회가 우리 사회의 다원성을 균형 있게 반영하도록 하고 공영방송 사장선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투명하게 하겠습니다."

특히 지난해 4월, 이 문제도 논의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가 꾸려졌지만, ‘공전 특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다만, 지난 달 초 개정된 방송법에는, KBS 사장이 선임에 앞서서 국회의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도록 해서 능력과 자격을 검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사장과 이사는 당원이나 공무원 뿐 아니라, 공직 퇴직이후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등은 될 수 없도록, 결격 사유를 강화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높이도록 했습니다.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방송공정성 특위에서 유력하게 논의됐던 내용 중 하나는 이른바 ‘특별다수제’입니다.

사장 선임 등에서, 이사들 과반이 아닌 3분의 2 등 절대 다수의 찬성을 요건으로 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 강형철(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적어도 야당 측에 한사람의 표를 더 얻도록 하자. 야당도 싫어하고 절대 안 돼 하는 사람들은 하지 말자라는 게 특별다수제이고 이 특별다수제에 대해서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이나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이 다 동일하게 한번 해보자..."

또, 현재 여야 KBS 이사회 이사들의 여야 비율도 너무 한쪽에 치우친다는 문제제기도 많습니다.

<인터뷰> 윤석민(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이사회 저는 지금 7대 4 구조 말 안됩니다. 정치적으로 만약에 구성할 수밖에 없다면 저는 11명이라면 6대 5 그렇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장을 선임하는데 참여하는 인원을 늘리고, 다원성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독일의 공영방송 ZDF의 경우, 방송위원회에서 사장 선임에 참여하는 인원이 77명입니다.

또, 이 위원들은 각계각층의 추천 인사들로 채워집니다.

하지만, 제도의 변화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정치적인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겁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이 아니라 국왕의 허가서인 이른바 ‘칙허장’에 따라, BBC트러스트라는 독립규제기구의 규제를 받습니다.

정부의 직접 규제를 피해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BBC 사장을 임명하는 BBC 트러스트 위원 12명은 문화부 장관이 추천하고, 총리가 지명해 여왕이 임명하는 만큼, 역시 정치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C가 세계적 공영방송으로 인정받는 것은 BBC 의 사장과 구성원들의 노력, 그리고 국민들의 신뢰가 더해진 결과물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0년 BBC 사장이 된 그렉 다이크. 그는, 당시 블레어 총리와 가까운, 친 여 성향의 인물이었지만, BBC는 정부 비판에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003년엔 정부가 이라크 전 참전 합리화를 위해 대량살상무기 위험성을 과장하는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폭로했고, 이 일로 그렉 다이크는 사임을 했습니다. 결국 이듬해, 실제로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녹취> 그렉 다이크(전 BBC 사장/2004년 10월 13일 방송협회 초청강연) : "(BBC) 길리건 기자의 보도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이라크 전에 대한 정보가 잘못됐음을 알게 됐습니다. 정당과 방송사의 목적은 다른 것입니다."

제도만으로 본다면 BBC가 정치적인 영향력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BBC 사장에 대한 정파적 논란이 거의 없는 것은 이처럼 공영방송에 대한 스스로의,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인식 자체가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은 KBS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터뷰> 윤석민(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일단 KBS 사장이 되면 그 KBS사장직의 엄중함을 스스로 내면화해서 그 이후부터는 사람이 달라지는 어떤 공영방송을 실천해 내는 바로 그러한 사장의 역할을 다른 어떤 것보다도 앞세우고 하는 그런 정치문화 이것이 자리 잡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같은 문제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때문에, KBS가 공영방송으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지만, 조직 내부의 노력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기자 멘트>

공영방송 KBS의 주인은 정부도, 사장도 아닌 국민입니다.

KBS는 진통의 시기를 거치면서 공영방송이 진실을 축소하거나 왜곡할 때 시청자는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는 뼈아픈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회생의 기회를 우리 사회가 놓쳐서는 안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공영방송 지배구조 어떻게?
    • 입력 2014-06-08 17:44:19
    • 수정2014-06-08 18:01:07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앞서 보신대로 이번 KBS 사태와 관련해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런 지적들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죠?

<답변>

네, 공영방송은 정치적인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공영방송 사장의 임명 방식 자체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사장 선임 구조를 바꾸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과 문제점 등을 구영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KBS가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의 정치적 편향성이 논란이 되는 것은 사장 선임 구조 자체의 문제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KBS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법률상으로 (방송법 46조 3항) KBS 이사는 11명으로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지명.여당 추천과 야당 추천이 3대 2인 방통위원에 따라 KBS 이사도 여당과 야당 성향이 각각 7명과 4명입니다.

이렇다보니 사장의 임명에 청와대 등 정치적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강형철(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정치의 구조가 그대로 KBS 이사진에 들어온단 말이죠. 이 사회의 지도급의 인사들이 모여서 중요한 우리 사회적 제도인 KBS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되는데 불행하게도 스스로 여당 이사. 야당 이사 해가지고..."

조금씩 제도상의 변화는 있었지만, 정치권력에서 독립될 수 없는 구조다보니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왔습니다.

1990년 4월 12일. KBS 서기원 사장의 첫 출근날.

KBS 사원들은 노태우 정권이 방송장악을 위해 정권의 뜻에 맞는 사장을 앉혔다며 저지에 나섰습니다.

곧바로 천여 명의 사복 경찰들이 투입됐고, 117명의 사원들이 강제로 연행됐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 첫 멘트(1990.4.12.) : "신임 사장을 반대하면서 제작 거부에 들어가서 KBS 방송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9시 뉴스도, 보도국 기자들이 스튜디오 안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끝에, 13분 만에 중단됐습니다.

사실, KBS는 1973년 국영방송에서 공영방송체제인 한국방송공사로 바뀌었지만 1980년대, KBS 9시 뉴스는 늘 대통령 소식부터 시작해 이른바 ‘땡전 뉴스’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녹취> "전두환 대통령은 점퍼차림 검소한 복장으로 청진동 골목을 찾아서..."

그러나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KBS에도 노동조합이 생기고 정치적 독립에 대한 요구가 시작됐습니다.

1989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9년 만에, 그날의 진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광주는 말한다> 가 방송됐습니다.

<녹취>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들은 그 오랜 세월동안 숨죽인 속삭임으로만 전해져왔다."

당시 시청률이 무려 70%에 달할 정도로 국민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당시 여당에서는 과거와 달라진 KBS의 태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녹취> 박희태(당시 민정당 대변인) : "우리가 믿고 사랑하던 KBS의 품위, 양식 깊이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지 실망치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노태우 정권은 당시 KBS 사장이었던 서영훈 사장에 대한 특별 감사를 통해, 서 사장을 해임했습니다.

이후 사장으로 임명된 인물이 유신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서기원 씨였습니다.

<녹취> "정권의 앞잡이어서 온 게 아니야...KBS 위기가 와있어 우리 힘으로..."

이후에도, KBS 사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정부성향의 인물로 따라서 바뀌었고, 그때마다 KBS는 홍역을 치렀습니다.

1998년엔, 임기를 1년 앞둔 홍두표 사장이 물러난 뒤 김대중 정부 출범을 전후로 정부조직개편 심의 위원장을 맡았던 박권상 사장이 취임했습니다.

2003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고문을 지낸 서동구씨가 KBS 사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그러나, 사원들의 출근저지 투쟁 등 반발로 8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녹취> "서동구 사장은 그 동안 특정정당의 언론정책고문을 지내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KBS 노조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아왔습니다."

이후 임명된 정연주 사장은, 정권 교체와 함께,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았습니다.

2008년, 감사원은 특별감사를 통해 부실 경영 등의 책임이 있다며, 정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이사회 해체하라!"

이사회는 야당이사들의 퇴장 속에 사장 해임안을 가결했습니다.

<녹취> 이동관(전 청와대 대변인) :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오전 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을 받아들여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습니다."

이에 앞서, 당시 박재완 청와대 수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BS를 정부 산하기관으로 잘못 규정하며 KBS 사장이 국정철학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해 또다시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논란을 빚었습니다.

또, 2009년, 김인규 전 KBS 사장 역시 출근 첫날부터 낙하산 사장 논란 속에 노조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김 전 사장은 2008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전략실장을 지냈습니다.

이처럼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KBS 사장 자리에 앉는 과정에서 KBS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KBS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시절 공약을 내놓은바 있습니다.

<녹취> 박근혜 후보 공약 연설 : "공영방송 이사회가 우리 사회의 다원성을 균형 있게 반영하도록 하고 공영방송 사장선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투명하게 하겠습니다."

특히 지난해 4월, 이 문제도 논의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가 꾸려졌지만, ‘공전 특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다만, 지난 달 초 개정된 방송법에는, KBS 사장이 선임에 앞서서 국회의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도록 해서 능력과 자격을 검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사장과 이사는 당원이나 공무원 뿐 아니라, 공직 퇴직이후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등은 될 수 없도록, 결격 사유를 강화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높이도록 했습니다.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방송공정성 특위에서 유력하게 논의됐던 내용 중 하나는 이른바 ‘특별다수제’입니다.

사장 선임 등에서, 이사들 과반이 아닌 3분의 2 등 절대 다수의 찬성을 요건으로 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 강형철(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적어도 야당 측에 한사람의 표를 더 얻도록 하자. 야당도 싫어하고 절대 안 돼 하는 사람들은 하지 말자라는 게 특별다수제이고 이 특별다수제에 대해서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이나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이 다 동일하게 한번 해보자..."

또, 현재 여야 KBS 이사회 이사들의 여야 비율도 너무 한쪽에 치우친다는 문제제기도 많습니다.

<인터뷰> 윤석민(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이사회 저는 지금 7대 4 구조 말 안됩니다. 정치적으로 만약에 구성할 수밖에 없다면 저는 11명이라면 6대 5 그렇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장을 선임하는데 참여하는 인원을 늘리고, 다원성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독일의 공영방송 ZDF의 경우, 방송위원회에서 사장 선임에 참여하는 인원이 77명입니다.

또, 이 위원들은 각계각층의 추천 인사들로 채워집니다.

하지만, 제도의 변화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정치적인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겁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이 아니라 국왕의 허가서인 이른바 ‘칙허장’에 따라, BBC트러스트라는 독립규제기구의 규제를 받습니다.

정부의 직접 규제를 피해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BBC 사장을 임명하는 BBC 트러스트 위원 12명은 문화부 장관이 추천하고, 총리가 지명해 여왕이 임명하는 만큼, 역시 정치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C가 세계적 공영방송으로 인정받는 것은 BBC 의 사장과 구성원들의 노력, 그리고 국민들의 신뢰가 더해진 결과물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0년 BBC 사장이 된 그렉 다이크. 그는, 당시 블레어 총리와 가까운, 친 여 성향의 인물이었지만, BBC는 정부 비판에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003년엔 정부가 이라크 전 참전 합리화를 위해 대량살상무기 위험성을 과장하는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폭로했고, 이 일로 그렉 다이크는 사임을 했습니다. 결국 이듬해, 실제로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녹취> 그렉 다이크(전 BBC 사장/2004년 10월 13일 방송협회 초청강연) : "(BBC) 길리건 기자의 보도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이라크 전에 대한 정보가 잘못됐음을 알게 됐습니다. 정당과 방송사의 목적은 다른 것입니다."

제도만으로 본다면 BBC가 정치적인 영향력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BBC 사장에 대한 정파적 논란이 거의 없는 것은 이처럼 공영방송에 대한 스스로의,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인식 자체가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은 KBS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터뷰> 윤석민(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일단 KBS 사장이 되면 그 KBS사장직의 엄중함을 스스로 내면화해서 그 이후부터는 사람이 달라지는 어떤 공영방송을 실천해 내는 바로 그러한 사장의 역할을 다른 어떤 것보다도 앞세우고 하는 그런 정치문화 이것이 자리 잡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같은 문제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때문에, KBS가 공영방송으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지만, 조직 내부의 노력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기자 멘트>

공영방송 KBS의 주인은 정부도, 사장도 아닌 국민입니다.

KBS는 진통의 시기를 거치면서 공영방송이 진실을 축소하거나 왜곡할 때 시청자는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는 뼈아픈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회생의 기회를 우리 사회가 놓쳐서는 안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