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쌀 시장 개방 ‘성난 농심’…농민 보호 대책은?

입력 2014.07.18 (21:04) 수정 2014.07.1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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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을 선언하자 가장 걱정이 많아진 건 바로 농민들이겠죠.

국내 쌀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먼저 쌀 시장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입장, 이진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 "쌀개방 막아내고 식량주권 사수하자!"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을 선언하던 그 시각.

청사 앞에서는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농민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일부 농민은 쌀을 뿌리면서 청사에 들어가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세계무역기구와 협상도 제대로 해 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식량 주권'을 내놓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농민단체 대표들은 항의의 표시로 삭발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김명호(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우리의 쌀독을 돈 많은 곡물회사에 맡겨놓고 우리는 제대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국민한테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시위는 농촌 지역에서도 잇따랐습니다.

성난 농민들은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점옥(창녕군 영산면) : "앞으로 쌀이 이렇게 무너지면 과연 무슨 농사를 지어서 농민이 농업을 지켜나가야 할지 아주 답답하고..."

쌀 전업농들은 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임종완(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 : "쌀 종합대책이 마련되지 않고는 쌀 개방해서는 절대로 할 수가 없다. 인정할 수가 없다. 그랬을 때는 대정부 투쟁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시장 개방에 찬성하는 농민 단체들도 관세율이 최소한 400%는 넘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기자 멘트>

농민들이 왜 이렇게 반발하는 걸까요?

국산 쌀 80킬로그램 가격은 17만 5천 원 정도로 미국 쌀보다 2.8배, 중국 쌀보다는 2배 정도 비쌉니다.

이대로 쌀 시장이 개방되면 국산 쌀을 먹는 사람이 크게 줄어 쌀 농가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정부는 외국 쌀에 높은 관세, 그러니까 세금을 많이 매겨서 이 가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가격 기준으로 300% 관세를 매기면 미국 쌀과 중국 쌀이 국내 쌀보다 더 비싸집니다.

정부는 그래서 300%에서 500%의 높은 관세를 매겨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이렇게 되면 현재 의무수입 물량 41만 톤 외에는 추가로 수입되는 쌀은 거의 없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농민들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관세율이 낮아져서 결국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국내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는데요,

안다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대한 높은 관세 장벽을 만들고, 그 장벽만큼은 지키겠다는 게 정부 대책의 핵심입니다.

FTA 협상 등에서 상대국이 쌀 관세 인하를 요구해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녹취> 이동필(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모든 FTA(자유무역협정),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하더라도 쌀은 계속 양허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입니다."

높은 관세 장벽에도 쌀 수입이 급증하면 추가로 특별 긴급관세를 매기겠다고도 했습니다.

정부는 국내로 들어온 쌀에 대해선 국산 쌀과 섞어 파는 것을 금지하고, 농가의 소득 감소분을 보전해주는 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등 안전망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쌀 농가들의 공동 경영과 이모작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장기 처방도 내놨습니다.

<인터뷰> 정영일(농정연구센터 이사장) : "밀이라든지 콩이라든지 이런 것을 재배를 늘려서 논의 활용도도 높이고 식량자급률도 높이고 그런 쪽에서 보완하도록..."

앞서 일본과 타이완도 고율 관세와 수입쌀 용도 제한 등을 통해 쌀 산업을 보호해왔습니다.

일본이 최근 국제사회로부터 쌀 관세율 인하 압력에 시달리는 만큼 우리도 관세율 인하 시에는 국회 동의를 거치는 등의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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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쌀 시장 개방 ‘성난 농심’…농민 보호 대책은?
    • 입력 2014-07-18 21:06:10
    • 수정2014-07-18 22: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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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을 선언하자 가장 걱정이 많아진 건 바로 농민들이겠죠.

국내 쌀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먼저 쌀 시장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입장, 이진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 "쌀개방 막아내고 식량주권 사수하자!"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을 선언하던 그 시각.

청사 앞에서는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농민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일부 농민은 쌀을 뿌리면서 청사에 들어가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세계무역기구와 협상도 제대로 해 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식량 주권'을 내놓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농민단체 대표들은 항의의 표시로 삭발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김명호(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우리의 쌀독을 돈 많은 곡물회사에 맡겨놓고 우리는 제대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국민한테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시위는 농촌 지역에서도 잇따랐습니다.

성난 농민들은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점옥(창녕군 영산면) : "앞으로 쌀이 이렇게 무너지면 과연 무슨 농사를 지어서 농민이 농업을 지켜나가야 할지 아주 답답하고..."

쌀 전업농들은 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임종완(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 : "쌀 종합대책이 마련되지 않고는 쌀 개방해서는 절대로 할 수가 없다. 인정할 수가 없다. 그랬을 때는 대정부 투쟁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시장 개방에 찬성하는 농민 단체들도 관세율이 최소한 400%는 넘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기자 멘트>

농민들이 왜 이렇게 반발하는 걸까요?

국산 쌀 80킬로그램 가격은 17만 5천 원 정도로 미국 쌀보다 2.8배, 중국 쌀보다는 2배 정도 비쌉니다.

이대로 쌀 시장이 개방되면 국산 쌀을 먹는 사람이 크게 줄어 쌀 농가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정부는 외국 쌀에 높은 관세, 그러니까 세금을 많이 매겨서 이 가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가격 기준으로 300% 관세를 매기면 미국 쌀과 중국 쌀이 국내 쌀보다 더 비싸집니다.

정부는 그래서 300%에서 500%의 높은 관세를 매겨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이렇게 되면 현재 의무수입 물량 41만 톤 외에는 추가로 수입되는 쌀은 거의 없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농민들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관세율이 낮아져서 결국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국내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는데요,

안다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대한 높은 관세 장벽을 만들고, 그 장벽만큼은 지키겠다는 게 정부 대책의 핵심입니다.

FTA 협상 등에서 상대국이 쌀 관세 인하를 요구해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녹취> 이동필(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모든 FTA(자유무역협정),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하더라도 쌀은 계속 양허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입니다."

높은 관세 장벽에도 쌀 수입이 급증하면 추가로 특별 긴급관세를 매기겠다고도 했습니다.

정부는 국내로 들어온 쌀에 대해선 국산 쌀과 섞어 파는 것을 금지하고, 농가의 소득 감소분을 보전해주는 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등 안전망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쌀 농가들의 공동 경영과 이모작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장기 처방도 내놨습니다.

<인터뷰> 정영일(농정연구센터 이사장) : "밀이라든지 콩이라든지 이런 것을 재배를 늘려서 논의 활용도도 높이고 식량자급률도 높이고 그런 쪽에서 보완하도록..."

앞서 일본과 타이완도 고율 관세와 수입쌀 용도 제한 등을 통해 쌀 산업을 보호해왔습니다.

일본이 최근 국제사회로부터 쌀 관세율 인하 압력에 시달리는 만큼 우리도 관세율 인하 시에는 국회 동의를 거치는 등의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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