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포기자’ 양산, 교육과정 문제 없나?

입력 2014.07.21 (21:36) 수정 2014.07.2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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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수학계의 올림픽이라는 세계수학자대회가 다음달 서울에서 열립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세계 수학올림피아드에서 1위를 한 걸 보면 수학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죠?

네, 그럴 수도있겠다 싶은데, 정작 우리 학생들은 수학을 싫어한답니다.

이른바 수포자, 수학포기자라는 말이 나올 정돈데요.

왜 그런지, 국현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 학기 초, 서울 한 고등학교 2학년 문과반 수학 시간.

딴 짓을 하는 학생들이 적잖이 눈에 띕니다.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해 물었습니다.

<녹취> "나는 수학 포기했다!"

4분의 1 정도가 수학을 포기했다고 대답했고.

대여섯 명을 제외하고는 수학이 싫어서 문과에 왔다고 답했습니다.

<녹취> 김모 군(고등학교 2학년 학생) : "고등학교 와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새로운 걸 많이 배워서..."

<녹취> 박모 군(고등학교 2학년 학생) : "여러 가지 유형을 하면서 수업 들을 때도 잘 이해도 안 되고, 풀 때도 이해가 잘 안 돼서.."

또 다른 문과 반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녹취> 정모 군(고등학교 2학년 학생) : "수학 좀 했었죠 옛날에. (수업을) 들으려고는 했죠. 그런데 이해가 안 되고 하니까 다른 생각 하게 되고..."

안타깝기는 수학 교사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습니다.

<녹취> 이ㅇㅇ(고등학교 수학교사) : "수업 시간에 많이들 자죠. 수학을 아예 포기해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아이들도 있고..."

<녹취> 안ㅇㅇ(고등학교 수학교사) : "2-3명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 있으면 그 반 분위기가 괜찮은데. 그런 반이 한 반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는 올해를 수학의 해로 선포했지만 지난해 수능 수학에서 100점 만점 기준으로 30점도 안 되는 학생이 전체의 40% 가까이나 됐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입시를 위한 문제풀이 수업 방식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능까지 만 번 넘게 쓴다는 2차 방정식 근의 공식입니다.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 공식을 증명하라 했더니 3분의 1도 못 했다고 합니다.

문제 풀려고 그냥 외웠기 때문입니다.

둘째, 배울 게 너무 많고 왜 배우는지도 잘 모릅니다.

문과생도 배우는 미적분. 그러나 미국에선 대학과목 선이수제를 신청한 일부만 배웁니다.

이과에서 필수로 배우는 기하와 벡터 역시 미국에선 필요한 학생만 배웁니다.

수열도 예로 들어볼까요?

미국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개념과 원리를 설명하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도 알려줍니다.

반면 우리 교과서에는 공식과 설명이 마치 암호처럼 나옵니다.

문제들은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풀이과정을 외우는 게 대부분입니다.

결국, 흥미를 잃고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한 입시기관 조사 결과 수학 평균이 50점이 안 되는 학교는 전체의 48%, 국어보다 8배나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교과 과정을 더 줄이고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국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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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포기자’ 양산, 교육과정 문제 없나?
    • 입력 2014-07-21 21:37:19
    • 수정2014-07-21 21:59:51
    뉴스 9
<앵커 멘트>

수학계의 올림픽이라는 세계수학자대회가 다음달 서울에서 열립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세계 수학올림피아드에서 1위를 한 걸 보면 수학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죠?

네, 그럴 수도있겠다 싶은데, 정작 우리 학생들은 수학을 싫어한답니다.

이른바 수포자, 수학포기자라는 말이 나올 정돈데요.

왜 그런지, 국현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 학기 초, 서울 한 고등학교 2학년 문과반 수학 시간.

딴 짓을 하는 학생들이 적잖이 눈에 띕니다.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해 물었습니다.

<녹취> "나는 수학 포기했다!"

4분의 1 정도가 수학을 포기했다고 대답했고.

대여섯 명을 제외하고는 수학이 싫어서 문과에 왔다고 답했습니다.

<녹취> 김모 군(고등학교 2학년 학생) : "고등학교 와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새로운 걸 많이 배워서..."

<녹취> 박모 군(고등학교 2학년 학생) : "여러 가지 유형을 하면서 수업 들을 때도 잘 이해도 안 되고, 풀 때도 이해가 잘 안 돼서.."

또 다른 문과 반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녹취> 정모 군(고등학교 2학년 학생) : "수학 좀 했었죠 옛날에. (수업을) 들으려고는 했죠. 그런데 이해가 안 되고 하니까 다른 생각 하게 되고..."

안타깝기는 수학 교사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습니다.

<녹취> 이ㅇㅇ(고등학교 수학교사) : "수업 시간에 많이들 자죠. 수학을 아예 포기해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아이들도 있고..."

<녹취> 안ㅇㅇ(고등학교 수학교사) : "2-3명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 있으면 그 반 분위기가 괜찮은데. 그런 반이 한 반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는 올해를 수학의 해로 선포했지만 지난해 수능 수학에서 100점 만점 기준으로 30점도 안 되는 학생이 전체의 40% 가까이나 됐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입시를 위한 문제풀이 수업 방식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능까지 만 번 넘게 쓴다는 2차 방정식 근의 공식입니다.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 공식을 증명하라 했더니 3분의 1도 못 했다고 합니다.

문제 풀려고 그냥 외웠기 때문입니다.

둘째, 배울 게 너무 많고 왜 배우는지도 잘 모릅니다.

문과생도 배우는 미적분. 그러나 미국에선 대학과목 선이수제를 신청한 일부만 배웁니다.

이과에서 필수로 배우는 기하와 벡터 역시 미국에선 필요한 학생만 배웁니다.

수열도 예로 들어볼까요?

미국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개념과 원리를 설명하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도 알려줍니다.

반면 우리 교과서에는 공식과 설명이 마치 암호처럼 나옵니다.

문제들은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풀이과정을 외우는 게 대부분입니다.

결국, 흥미를 잃고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한 입시기관 조사 결과 수학 평균이 50점이 안 되는 학교는 전체의 48%, 국어보다 8배나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교과 과정을 더 줄이고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국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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