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빚 냈는데 또 빚…양파 농가의 눈물

입력 2014.07.24 (08:36) 수정 2014.07.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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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한 백화점에서 손님들에게 양파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열어 관심을 끌었는데요.

양파값이 폭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돕자는 취지였다고 하는데요.

뉴스따라잡기, 오늘은 양파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승훈 기자 나와있고요.

농민들을 만나보니까 어떤 말씀들을 하시던가요?

<기자 멘트>

네, 농가 사정 어려운게 어제 오늘일은 아닙니다만, 이번 양파농민들의 사정은 더 암담해 보였습니다.

취재팀이 만난 한 농민은 40년 가까이 양파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 만큼 힘든해가 없었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시름에 잠긴 양파 농가와 또 양파값 폭락의 원인 등을 짚어봅니다.

<리포트>

지난 일요일 서울의 한 백화점.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의 손에 양파가 한 봉지씩 들려있습니다.

<녹취> 백화점 직원 : "무안 양파를 무료로 드리고 있습니다. 많이 사 잡수시고 건강하십시오"

이 백화점은 전국 13개 매장에서 130톤의 양파를 무료로 나눠줬습니다.

<인터뷰> 강준모(ㅇㅇ백화점) : "양파 소비촉진 캠페인을 통해 양파를 무료로 나눠드리고 양파의 효능을 알리고 양파 많이 드시라고..."

한 대형 마트에서는 지난주, 양파를 한 개당 100원씩에 파는 파격 할인 행사를 열었고,

<녹취> 마트 직원 : "골라보세요. 싸고 질 좋은 양파 하나에 100원!"

관공서와 각 기업체의 구내식당에서는 양파를 이용한 요리가 집중적으로 선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임경희(서울시 강남구) : "농가가 어려우니까 우리가 도와야 하고... 저녁에 다른 메뉴 하려고 했는데 양파 많이 넣고 햄버거를 해봐야겠어요."

양파 소비 운동이 이렇게 확산된 이유는 끝도 모르고 추락한 양파값 때문.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난 양파가격에 산지 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양파 생산량의 17%를 차지한다는 전남 무안군.

취재팀이 찾은 해제면 입석마을은 도로변마다 쌓아놓은 양파가 한가득이었습니다.

수 천 포대의 양파 산성.

양파 1500망을 내놓은 백봉자씨는 어제도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양파가 곧 썩을 수밖에 없지만, 팔리질 않으니 어디 놓아둘 데도 마땅치가 않습니다.

<인터뷰> 백봉자(양파 재배 농민) : "안 짓자니 그렇고 짓자니 그렇고 하니까 할 수 없이 한다니까. 해마다 안 한다 해놓고 또 하고 또 하고 그래."

올해로 39년째 양파 농사를 지어온 백 씨.

양파가격이 이렇게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백봉자(양파 재배 농민) : “떨어지다가 그러다가도 이렇게까지는 안 쌌다니까. 이렇게까지는 안했어. 그런데 올해는 너무해요.“

종자비에 비료값, 인건비까지 생산원가는 20kg들이 한 망에 7천 원 정도.

지금 산지수집상들이 부르는 가격이 4천 원 안팎이니까, 팔면 팔수록 손해입니다.

<인터뷰> 백봉자(양파 재배 농민) : “못 받아요. 지금. 그러니까 못 가지. 3, 4천 원밖에 못 받아. 좋은 것이 지금 5천 원 받는다고 하더라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을 전체가 지금 실의에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몇 몇 밭은 양파를 거두고 다른 작물을 심기도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큰 기대는 할 수 없는 상황.

<인터뷰> 나태주(양파 재배 농민) : “잘해야 반. 잘하면 파는 괜찮을 거야. 본전이나 할지 모르지.”

농민들의 가슴을 더 짓누르고 있는건 늘어만 가는 빚입니다.

상당수의 농민들이 생산비를 대기 위해, 대출을 얻었는데 수익이 나지 않다보니 돈을 갚을 길도 살길도 막막해 졌습니다.

<인터뷰> 홍석환(양파 재배 농민) : “남의 것도 한 5천 평 사고 내 것 5천 평 넣어서 고스란히 3월에 출하를 했는데 한 푼도 못 건지고 말았어요. 1억 몇 천만 원 손해나서 살길이 막연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걱정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양파를 노지에 보관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7월말.

팔리지 않은 양파를 어딘가에 보관해야 하는데 이게 또 돈이 듭니다.

<인터뷰> 나광운(마을 이장) : “20kg 한 망을 : 12월 말까지 보관하는데 냉동비가 1700원이 들어가요. 20kg 한 망에 공돈이 망 당 1700원 웃돈이 들어가 있는 거예요.“

올 농사를 짓는데 은행돈 7천만 원을 썼다는 나 이장은 팔리지 않는 양파에 보관비까지 더해져 하루하루 가슴이 타들어갑니다.

<인터뷰> 나광운(마을 이장) : “농사지을 생각이 없죠. 뭐 힘이 안 나고. 농촌에 살면서 뭔가를 열심히 해서 잘하면 참 열심히 한만큼 나한테 이득이 온다는 그런 소신 안에 여태 농사를 지어왔는데 올해같이 이렇게 희망이 없는 해는 처음이거든요. ”

<기자 멘트>

농민들의 답답한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올해 유독 왜 이렇게 양파값이 폭락한걸까?

아무래도 수급조절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리포트>

올해 전국의 양파 재배면적은 사상 최대치인 2만3천9백여 헥타.

최근 5년 사이 좋아진 양파 값에 양파를 심는 농민이 늘면서, 지난해보다 무려 19%나 더 넓어졌습니다.

여기에 기상 여건도 좋아 생산량은 전체 수요량을 8%나 초과했습니다.

<인터뷰> 국승용 실장(한국농촌경제연구원) : “양파의 과잉생산은 겨울철 날씨가 중요합니다. 겨울에 워낙 따뜻해서 잘 컸죠. 그리고 재배 면적도 넓었고요. 재배 면적이 사상 최대 면적이다 보니까 생산량도 평년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것이죠.“

과잉공급으로 10만톤 이상의 양파가 남아돌다 보니, 양파 값은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습니다.

<녹취> 시장 상인 : “작년 비쌀 때는 20kg이 2만 4천 원 이렇게 됐거든요. 올해는 만 원이에요. 그러니까 50%, 60% 이상 싼 거죠.“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뒤늦은 조치에 나섰습니다.

2003년 이후 11년만에 2만5천톤의 양파를 직접 수매하기로 결정한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매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농가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인터뷰> 나광운(마을 이장) : “인건비 들여서 다시 재작업해서 낼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고 저 한 망 별도로 작업해서 비축 수매 낸다 하면 또 1000원씩 들어가거든요.”

가공식품 생산 확대나 수출 강화 등의 대책 등도 내놨지만, 얼마만큼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인터뷰> 국승용 실장(한국농촌경제연구원) : "해외 수출을 할 수 있는 물량이 남아있는 전부를 할 수는 없고요. 농협 같은 데서 소비촉진 하지만 과잉 물량이 평년대비 11만 톤 이상 많거든요. 그런 정도를 일시에 다 해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일부 농민들은 그동안의 안일하고 미온적인 관계당국의 태도를 꼬집기도 합니다.

<인터뷰> 홍석환(양파 재배 농민) : “수입 물량이 시장에 오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떨어져서 2, 3월, 4월에는 완전히 다 떨어져 버린 거요. 그래서 올해 농가도 그렇고 상인들이라든가 수집상들이라든가 다 지금 도산 상태에요."

인건비는 커녕, 빚만 늘리게 된 양파 농사.

농민들의 한숨은 올해도 깊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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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빚 냈는데 또 빚…양파 농가의 눈물
    • 입력 2014-07-24 08:43:29
    • 수정2014-07-24 1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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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한 백화점에서 손님들에게 양파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열어 관심을 끌었는데요.

양파값이 폭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돕자는 취지였다고 하는데요.

뉴스따라잡기, 오늘은 양파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승훈 기자 나와있고요.

농민들을 만나보니까 어떤 말씀들을 하시던가요?

<기자 멘트>

네, 농가 사정 어려운게 어제 오늘일은 아닙니다만, 이번 양파농민들의 사정은 더 암담해 보였습니다.

취재팀이 만난 한 농민은 40년 가까이 양파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 만큼 힘든해가 없었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시름에 잠긴 양파 농가와 또 양파값 폭락의 원인 등을 짚어봅니다.

<리포트>

지난 일요일 서울의 한 백화점.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의 손에 양파가 한 봉지씩 들려있습니다.

<녹취> 백화점 직원 : "무안 양파를 무료로 드리고 있습니다. 많이 사 잡수시고 건강하십시오"

이 백화점은 전국 13개 매장에서 130톤의 양파를 무료로 나눠줬습니다.

<인터뷰> 강준모(ㅇㅇ백화점) : "양파 소비촉진 캠페인을 통해 양파를 무료로 나눠드리고 양파의 효능을 알리고 양파 많이 드시라고..."

한 대형 마트에서는 지난주, 양파를 한 개당 100원씩에 파는 파격 할인 행사를 열었고,

<녹취> 마트 직원 : "골라보세요. 싸고 질 좋은 양파 하나에 100원!"

관공서와 각 기업체의 구내식당에서는 양파를 이용한 요리가 집중적으로 선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임경희(서울시 강남구) : "농가가 어려우니까 우리가 도와야 하고... 저녁에 다른 메뉴 하려고 했는데 양파 많이 넣고 햄버거를 해봐야겠어요."

양파 소비 운동이 이렇게 확산된 이유는 끝도 모르고 추락한 양파값 때문.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난 양파가격에 산지 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양파 생산량의 17%를 차지한다는 전남 무안군.

취재팀이 찾은 해제면 입석마을은 도로변마다 쌓아놓은 양파가 한가득이었습니다.

수 천 포대의 양파 산성.

양파 1500망을 내놓은 백봉자씨는 어제도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양파가 곧 썩을 수밖에 없지만, 팔리질 않으니 어디 놓아둘 데도 마땅치가 않습니다.

<인터뷰> 백봉자(양파 재배 농민) : "안 짓자니 그렇고 짓자니 그렇고 하니까 할 수 없이 한다니까. 해마다 안 한다 해놓고 또 하고 또 하고 그래."

올해로 39년째 양파 농사를 지어온 백 씨.

양파가격이 이렇게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백봉자(양파 재배 농민) : “떨어지다가 그러다가도 이렇게까지는 안 쌌다니까. 이렇게까지는 안했어. 그런데 올해는 너무해요.“

종자비에 비료값, 인건비까지 생산원가는 20kg들이 한 망에 7천 원 정도.

지금 산지수집상들이 부르는 가격이 4천 원 안팎이니까, 팔면 팔수록 손해입니다.

<인터뷰> 백봉자(양파 재배 농민) : “못 받아요. 지금. 그러니까 못 가지. 3, 4천 원밖에 못 받아. 좋은 것이 지금 5천 원 받는다고 하더라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을 전체가 지금 실의에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몇 몇 밭은 양파를 거두고 다른 작물을 심기도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큰 기대는 할 수 없는 상황.

<인터뷰> 나태주(양파 재배 농민) : “잘해야 반. 잘하면 파는 괜찮을 거야. 본전이나 할지 모르지.”

농민들의 가슴을 더 짓누르고 있는건 늘어만 가는 빚입니다.

상당수의 농민들이 생산비를 대기 위해, 대출을 얻었는데 수익이 나지 않다보니 돈을 갚을 길도 살길도 막막해 졌습니다.

<인터뷰> 홍석환(양파 재배 농민) : “남의 것도 한 5천 평 사고 내 것 5천 평 넣어서 고스란히 3월에 출하를 했는데 한 푼도 못 건지고 말았어요. 1억 몇 천만 원 손해나서 살길이 막연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걱정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양파를 노지에 보관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7월말.

팔리지 않은 양파를 어딘가에 보관해야 하는데 이게 또 돈이 듭니다.

<인터뷰> 나광운(마을 이장) : “20kg 한 망을 : 12월 말까지 보관하는데 냉동비가 1700원이 들어가요. 20kg 한 망에 공돈이 망 당 1700원 웃돈이 들어가 있는 거예요.“

올 농사를 짓는데 은행돈 7천만 원을 썼다는 나 이장은 팔리지 않는 양파에 보관비까지 더해져 하루하루 가슴이 타들어갑니다.

<인터뷰> 나광운(마을 이장) : “농사지을 생각이 없죠. 뭐 힘이 안 나고. 농촌에 살면서 뭔가를 열심히 해서 잘하면 참 열심히 한만큼 나한테 이득이 온다는 그런 소신 안에 여태 농사를 지어왔는데 올해같이 이렇게 희망이 없는 해는 처음이거든요. ”

<기자 멘트>

농민들의 답답한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올해 유독 왜 이렇게 양파값이 폭락한걸까?

아무래도 수급조절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리포트>

올해 전국의 양파 재배면적은 사상 최대치인 2만3천9백여 헥타.

최근 5년 사이 좋아진 양파 값에 양파를 심는 농민이 늘면서, 지난해보다 무려 19%나 더 넓어졌습니다.

여기에 기상 여건도 좋아 생산량은 전체 수요량을 8%나 초과했습니다.

<인터뷰> 국승용 실장(한국농촌경제연구원) : “양파의 과잉생산은 겨울철 날씨가 중요합니다. 겨울에 워낙 따뜻해서 잘 컸죠. 그리고 재배 면적도 넓었고요. 재배 면적이 사상 최대 면적이다 보니까 생산량도 평년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것이죠.“

과잉공급으로 10만톤 이상의 양파가 남아돌다 보니, 양파 값은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습니다.

<녹취> 시장 상인 : “작년 비쌀 때는 20kg이 2만 4천 원 이렇게 됐거든요. 올해는 만 원이에요. 그러니까 50%, 60% 이상 싼 거죠.“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뒤늦은 조치에 나섰습니다.

2003년 이후 11년만에 2만5천톤의 양파를 직접 수매하기로 결정한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매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농가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인터뷰> 나광운(마을 이장) : “인건비 들여서 다시 재작업해서 낼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고 저 한 망 별도로 작업해서 비축 수매 낸다 하면 또 1000원씩 들어가거든요.”

가공식품 생산 확대나 수출 강화 등의 대책 등도 내놨지만, 얼마만큼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인터뷰> 국승용 실장(한국농촌경제연구원) : "해외 수출을 할 수 있는 물량이 남아있는 전부를 할 수는 없고요. 농협 같은 데서 소비촉진 하지만 과잉 물량이 평년대비 11만 톤 이상 많거든요. 그런 정도를 일시에 다 해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일부 농민들은 그동안의 안일하고 미온적인 관계당국의 태도를 꼬집기도 합니다.

<인터뷰> 홍석환(양파 재배 농민) : “수입 물량이 시장에 오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떨어져서 2, 3월, 4월에는 완전히 다 떨어져 버린 거요. 그래서 올해 농가도 그렇고 상인들이라든가 수집상들이라든가 다 지금 도산 상태에요."

인건비는 커녕, 빚만 늘리게 된 양파 농사.

농민들의 한숨은 올해도 깊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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