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포천 살인 사건 피의자 검거…의문은 여전

입력 2014.08.04 (08:37) 수정 2014.08.04 (14: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멘트>

경기도 포천의 한 빌라에서 시신 2구가 고무통에 담긴 채 발견되는 엽기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시신 발견 사흘 만에 유력한 용의자인 50대 여성이 검거가 됐습니다만, 진술이 오락가락한 가운데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이승훈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피의자가 뭐라고 진술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멘트>

네, 시신 2구 가운데 한 구는 자신이 살해한 게 맞지만, 1구는 10년 전에 자연사한 자신의 남편이라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한데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도 많아서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미궁에 빠진 포천 빌라 살인사건을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포천의 한 빌라.절규하는 듯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동네에 울려퍼진 건, 지난달 29일, 밤 9시가 넘은 때였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많이 울었어요. 밤에 애가 많이 우는데... 엄청났다니까. 짜증 날 정도로 시끄러웠다니까. 오죽했으면..."

이웃의 신고를 받고출동한 경찰.

집 안에는 8살 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가 혼자 있었습니다.

경찰은 아이를 안심시킨 다음 천천히 집안을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작은 방에서 뜻밖의 끔찍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인터뷰> 임학철(계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 : "작은방 내 고무통이 있었습니다. 그게 이불이 덮혀 있었고, 고무통 안에서 2구의 시체가 완전히 부패한 상태로..."

이불이 덮혀 진고무통 안에서 발견된 남성 시신 2구.

시신은 악취를 풍기며, 심하게 부패돼 있었습니다.

8살짜리 아이가 시신과 함께 한 집안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출동한 경찰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도 벌써 두 해 째 연기한 채 집에서만 지내 온 상태였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말은 안 하고 바짝 말랐어. 하얘가지고. 저기 조금 열어놓고 내다봐. 벌거벗고 우리를 가지고 놀리고 내다보고. 사람 소리만 나면 나와. 닫아놓고 다니나 봐 엄마가 바깥에는 안 나와.

경찰은 서둘러 아이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발견된 시신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문과 DNA 등을 채취해 신원 파악에 들어간 경찰.

분석 결과, 한 명은 51살 박모 씨로 집주인인 50살 이모 여인의 남편이었고 또 한 명은 49살 이모 씨로 이 여인의 전 직장동료였습니다.

<인터뷰> 김재웅(수사과장/포천경찰서) : "언제 가출을 해서 실종이 됐는지, 언제 집을 나갔는지 그 사실관계를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하도록"

경찰은 자취를 감춘 집주인이자 울던 아이의 엄마인 50살 이모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CCTV와 통화기록, 주변 탐문 등을 통해 사건 발생 사흘 만에, 공장 숙소에 숨어 있는 이 여인을 검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임학철(계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 : "피의자와 다수 통화한 스리랑카 국적의 S 씨에게 피의자의 소재를 추궁했습니다. 설득하고 추궁 중에 숙소 주방에 숨어 있는 피의자를 발견, 8월 1일 오전 11시경 포천 송우리 소재 00 섬유에서 검거하게 됐습니다."

사건해결의 열쇠를 쥔 용의자가 신속히 검거되면서,시신을 둘러싼 의혹은 모두 풀릴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있습니다.

시신발견 사흘 만에 검거된 이 씨.

이 씨는 순순히 경찰조사에 응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임학철 계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 : "체포할 당시에 순순히 체포에 응했습니다. 그리고 현장 검거 시 발견된 시체 2구는 그중에 하나는 자신이 죽였다. 하나는 정확하지가 않다.

이 여인은 전 직장동료였던 이모 씨는 자신이 채무 문제로 다투다 살해한 게 맞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타살이 아니라 자연사 한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래전 베란다에서 갑자기 숨진 남편을 통에 옮겨 넣었을 뿐이라는 것.

<인터뷰> 임학철(계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 : "베란다에 있었대요, 처음에는. 거기서 자고 있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죽였다는 이야기는 안 합니다. 보니까 뭐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죽어있더라,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남편을 데리고 와서 통에 넣습니다."

그제 경찰조사를 받은 이 여인의 큰 아들 역시 아버지가 10년 전 집 안에서 숨졌고, 어머니와 함께 시신을 옮겼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임학철(계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 : "남편에 대해서 겁이 나서... 신고하면 두렵고 조사받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신고 안 했다,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석연찮은 점이 여전히 많습니다.

우선 이 여인의 진술.

이 여인은 검거 당시 경찰에게 두 명을 모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가, 다시 한 명만 살해했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살해한 직장 동료를 처음에는 우연히 만난 외국인이라고 말하는 등 진술이 오락가락한 상태입니다.

<인터뷰> 김재웅(수사과장/포천경찰서) : "외국인을 죽였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다. 돈을 달라고 해서 살해를 했다고 했는데 어떤 동기로 죽였는지 그 이유는 돈만 과도하게 달라고 해서 살해를 했다. 그것만 진술합니다."

사망 시점도 의문입니다.

경찰은 남편 박 씨의 신원을 지문 채취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아들의 진술이 맞다면, 10년이 지난 시신에서 지문이 채취된 셈입니다.

물론 시신의 보관 상태에 따라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현장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확률적으로는 매우 희박한 일입니다.

<인터뷰> 표창원(소장/범죄과학연구소) : "10년 전이라는 진술을 그대로 우리가 믿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심과 경계가 필요하고요. 법의학적이고 법과학적인 면밀한 조사를 거쳐서 사망 시점에 대한 추정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게다가, 고무통 안에서는 숨진 남편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도 발견됐습니다.

마지막 통화시간은 50여 일 전인 지난 6월 14일.

누군가 박 씨의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한거라면, 왜 시신이 든 고무통 안에 넣었는가도 의문입니다.

여기에 무엇보다 자연사 한 남편의 시신을 무려 10년 동안이나 집에 보관해 왔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운 대목입니다.

<인터뷰> 표창원(소장/범죄과학연구소) : "상당한 시일 이전에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사망 시점에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 사망과 관련한 불리한 또는 숨기고 싶은 문제가 있었다고 추정을 할 수가 있고요."

의혹은 커지고 있지만, 시신의 부패상태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현재 공황 상태를 보이고 있는 이 씨에 대한 정신감정은 물론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진실을 가릴 방침입니다.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지금 드는 마음이 어떤지?) 네, 죄송해요... (누구한테 죄송한지?) ...... (남편은 죽이지 않았는지?) 네..."

경찰은 또,이번 사건이이 여인의 단독 범행인지, 혹시 공범이 더 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한 수사도 계속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포천 살인 사건 피의자 검거…의문은 여전
    • 입력 2014-08-04 08:44:25
    • 수정2014-08-04 14:11:55
    아침뉴스타임
<앵커멘트>

경기도 포천의 한 빌라에서 시신 2구가 고무통에 담긴 채 발견되는 엽기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시신 발견 사흘 만에 유력한 용의자인 50대 여성이 검거가 됐습니다만, 진술이 오락가락한 가운데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이승훈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피의자가 뭐라고 진술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멘트>

네, 시신 2구 가운데 한 구는 자신이 살해한 게 맞지만, 1구는 10년 전에 자연사한 자신의 남편이라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한데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도 많아서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미궁에 빠진 포천 빌라 살인사건을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포천의 한 빌라.절규하는 듯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동네에 울려퍼진 건, 지난달 29일, 밤 9시가 넘은 때였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많이 울었어요. 밤에 애가 많이 우는데... 엄청났다니까. 짜증 날 정도로 시끄러웠다니까. 오죽했으면..."

이웃의 신고를 받고출동한 경찰.

집 안에는 8살 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가 혼자 있었습니다.

경찰은 아이를 안심시킨 다음 천천히 집안을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작은 방에서 뜻밖의 끔찍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인터뷰> 임학철(계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 : "작은방 내 고무통이 있었습니다. 그게 이불이 덮혀 있었고, 고무통 안에서 2구의 시체가 완전히 부패한 상태로..."

이불이 덮혀 진고무통 안에서 발견된 남성 시신 2구.

시신은 악취를 풍기며, 심하게 부패돼 있었습니다.

8살짜리 아이가 시신과 함께 한 집안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출동한 경찰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도 벌써 두 해 째 연기한 채 집에서만 지내 온 상태였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말은 안 하고 바짝 말랐어. 하얘가지고. 저기 조금 열어놓고 내다봐. 벌거벗고 우리를 가지고 놀리고 내다보고. 사람 소리만 나면 나와. 닫아놓고 다니나 봐 엄마가 바깥에는 안 나와.

경찰은 서둘러 아이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발견된 시신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문과 DNA 등을 채취해 신원 파악에 들어간 경찰.

분석 결과, 한 명은 51살 박모 씨로 집주인인 50살 이모 여인의 남편이었고 또 한 명은 49살 이모 씨로 이 여인의 전 직장동료였습니다.

<인터뷰> 김재웅(수사과장/포천경찰서) : "언제 가출을 해서 실종이 됐는지, 언제 집을 나갔는지 그 사실관계를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하도록"

경찰은 자취를 감춘 집주인이자 울던 아이의 엄마인 50살 이모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CCTV와 통화기록, 주변 탐문 등을 통해 사건 발생 사흘 만에, 공장 숙소에 숨어 있는 이 여인을 검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임학철(계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 : "피의자와 다수 통화한 스리랑카 국적의 S 씨에게 피의자의 소재를 추궁했습니다. 설득하고 추궁 중에 숙소 주방에 숨어 있는 피의자를 발견, 8월 1일 오전 11시경 포천 송우리 소재 00 섬유에서 검거하게 됐습니다."

사건해결의 열쇠를 쥔 용의자가 신속히 검거되면서,시신을 둘러싼 의혹은 모두 풀릴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있습니다.

시신발견 사흘 만에 검거된 이 씨.

이 씨는 순순히 경찰조사에 응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임학철 계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 : "체포할 당시에 순순히 체포에 응했습니다. 그리고 현장 검거 시 발견된 시체 2구는 그중에 하나는 자신이 죽였다. 하나는 정확하지가 않다.

이 여인은 전 직장동료였던 이모 씨는 자신이 채무 문제로 다투다 살해한 게 맞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타살이 아니라 자연사 한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래전 베란다에서 갑자기 숨진 남편을 통에 옮겨 넣었을 뿐이라는 것.

<인터뷰> 임학철(계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 : "베란다에 있었대요, 처음에는. 거기서 자고 있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죽였다는 이야기는 안 합니다. 보니까 뭐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죽어있더라,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남편을 데리고 와서 통에 넣습니다."

그제 경찰조사를 받은 이 여인의 큰 아들 역시 아버지가 10년 전 집 안에서 숨졌고, 어머니와 함께 시신을 옮겼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임학철(계장/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 : "남편에 대해서 겁이 나서... 신고하면 두렵고 조사받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신고 안 했다,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석연찮은 점이 여전히 많습니다.

우선 이 여인의 진술.

이 여인은 검거 당시 경찰에게 두 명을 모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가, 다시 한 명만 살해했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살해한 직장 동료를 처음에는 우연히 만난 외국인이라고 말하는 등 진술이 오락가락한 상태입니다.

<인터뷰> 김재웅(수사과장/포천경찰서) : "외국인을 죽였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다. 돈을 달라고 해서 살해를 했다고 했는데 어떤 동기로 죽였는지 그 이유는 돈만 과도하게 달라고 해서 살해를 했다. 그것만 진술합니다."

사망 시점도 의문입니다.

경찰은 남편 박 씨의 신원을 지문 채취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아들의 진술이 맞다면, 10년이 지난 시신에서 지문이 채취된 셈입니다.

물론 시신의 보관 상태에 따라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현장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확률적으로는 매우 희박한 일입니다.

<인터뷰> 표창원(소장/범죄과학연구소) : "10년 전이라는 진술을 그대로 우리가 믿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심과 경계가 필요하고요. 법의학적이고 법과학적인 면밀한 조사를 거쳐서 사망 시점에 대한 추정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게다가, 고무통 안에서는 숨진 남편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도 발견됐습니다.

마지막 통화시간은 50여 일 전인 지난 6월 14일.

누군가 박 씨의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한거라면, 왜 시신이 든 고무통 안에 넣었는가도 의문입니다.

여기에 무엇보다 자연사 한 남편의 시신을 무려 10년 동안이나 집에 보관해 왔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운 대목입니다.

<인터뷰> 표창원(소장/범죄과학연구소) : "상당한 시일 이전에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사망 시점에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 사망과 관련한 불리한 또는 숨기고 싶은 문제가 있었다고 추정을 할 수가 있고요."

의혹은 커지고 있지만, 시신의 부패상태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현재 공황 상태를 보이고 있는 이 씨에 대한 정신감정은 물론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진실을 가릴 방침입니다.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지금 드는 마음이 어떤지?) 네, 죄송해요... (누구한테 죄송한지?) ...... (남편은 죽이지 않았는지?) 네..."

경찰은 또,이번 사건이이 여인의 단독 범행인지, 혹시 공범이 더 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한 수사도 계속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